현재는 사람이 조종하는 무인기. 미래에는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고장에 대처하는 스마트 무인기가 탄생할 것이다. 무인기를 똑똑하게 만드는 스마트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2015년 겨울 강원도 태백산맥 위로 무인기 한대가 거의 아무런 소음도 내지 않고 비행하고 있다. 이 무인기의 임무는 산불 감시. 산악지역 상공에 장시간 체공하면서 적외선 카메라로 산불의 발생 여부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스마트 무인기다. 산불로 의심되는 강한 적외선 방출 현상이 포착되면 스마트 무인기는 의심 지역의 좌표를 즉시 지상관제소로 통보한다.
제법 높게 솟은 산줄기를 넘어가려는 순간, 무인기는 강한 돌풍에 휘말려 순간적으로 자세를 잃고 급속히 고도가 떨어지는 위험에 빠진다. 이 정도면 보통의 무인기는 추락할 상황이지만, 스마트 무인기는 날개에 설치된 특수장치의 작동으로 신속하게 위험에서 벗어난다. 곧이어 무인기에 탑재된 컴퓨터는 스스로 기체의 상태를 점검한다. 돌풍을 겪을 때는 심한 하중이 걸리므로 구조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날개에 촘촘히 심겨 있는 광섬유로 시시각각 날개의 구조적 안전성을 감시한 자료가 큰 도움이 된다. 다행히도 점검 결과는 정상.
산불 감시의 임무를 마친 스마트 무인기는 지상 기지로 자동 귀환한다. 착륙장에 접근하면서 무인기의 날개는 회전을 시작한다. 고정익 모드에서 회전익 모드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이 단계에서는 유도조종 컴퓨터에 장착된 적응 제어기가 기체의 자세 유지 임무를 담당한다. 적응 제어기는 기체나 조종면의 일부가 파손되는 경우에도 즉시 제어기를 재구성해 성능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마트 무인기는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비행해 사뿐하게 착륙한다.
이같은 가상 시나리오에 나오는 스마트 무인기는 무엇일까.
현재의 무인기는 신뢰성과 생존성, 그리고 자율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무인기의 사고율은 유인기 사고율의 10배에 가깝다. 때문에 군사용 외에는 아직까지 많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지능’이 없기 때문에 단순한 정찰 임무 정도만 가능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지닌 로봇 비행체가 필요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스마트 기술이다. 그러면 2015년 산불 지킴이의 역할을 할 스마트 무인기에는 어떤 스마트 기술이 적용될 것인지 살펴보자.
진동과 소음 잡는 스마트 재료
무인기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신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스마트 재료를 사용해 진동을 억제하는 기술, 광섬유를 사용해 기체의 손상을 진단하는 기술, 센서와 구동기를 다중화해 고장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 연구·개발될 것이다.
비행체의 날개나 로터 블레이드는 진동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고, 불규칙한 진동이 커지면 결국에는 파괴되기도 한다. 이런 진동을 제어해 구조물이 파괴되는 현상을 막는데 스마트 재료를 사용한다. 바로 압전 세라믹이나 압전 섬유, 또는 형상기억 합금이다. 특히 압전 재료의 경우 날개의 변형을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 자극에 의해 힘을 발생시켜 날개를 변형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진동을 감지한 압전 재료에서 나온 신호를 적절히 처리해 제어 신호로 만들고 이를 다시 압전 재료에 전기적인 자극으로 주면 진동을 방해하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진동을 줄이는 것은 물론 소음도 줄일 수 있다.
스마트 재료는 헬리콥터의 로터, 제트엔진의 터빈 블레이드, 스키 플레이트 등에 나타나는 원치 않는 진동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스크루 대신 물고기 꼬리처럼 헤엄치는 장치를 단 저소음 잠수함을 구현하고 크기가 10km가 넘는 대형 우주안테나의 형상을 제어하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 날개에 광섬유를 심을까
또한 미국에서는 광섬유를 이용해 항공기 날개의 변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공군의 지원 하에 연구되고 있다. 먼저 날개 속에 광섬유를 동물의 신경섬유처럼 심는다. 레이저를 흘려보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면 길이 변화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광섬유를 사용한다. 이 상태에서 광섬유 길이 변화와 날개 변형의 관계를 학습시킨 인공신경회로망(복잡한 함수 관계를 자동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법으로 문자인식, 음성인식, 영상인식 등에 많이 응용되고 있음)으로 날개가 어떻게 변형됐는가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광섬유 진단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무인기는 생체의 신경조직과 같은 감각 기능을 지니므로 기체의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행중에 허용 한도를 초과하는 부하가 걸리면 이를 즉시 감지해 구조물이 파손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광섬유 진단기술은 이미 선박, 교량이나 건축물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연구되고 있다. 특히 금속과 같은 강도를 지니면서도 매우 가벼운 복합재료로 만든 구조물에 광섬유를 심은 상태에서, 구조물의 과도한 변형을 감지할 수 있는 자동경보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기술이 적용됐더라면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의 붕괴와 같은 대형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항공기의 자동조종장치에는 각속도나 가속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 여러가지 센서가 장착되며, 방향타나 승강타 같은 조종면을 움직이기 위해 구동기가 여럿 필요하다. 만일 이런 센서나 구동기가 고장나면 비행체는 조종 능력을 잃어 결국은 추락할 것이다. 그래서 최신 항공기에는 3중 또는 4중으로 센서를 장착해 그 중 하나의 센서가 고장난다고 해도 자동조종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돼있다. 구동기도 비슷하게 다중화해 고장에 대처할 수 있다.
무인기의 경우 센서와 구동기의 다중화를 통해 시스템의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나, 문제는 그만큼 부피와 중량이 증가하고 비용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이 바람직하다. 이는 탑재 컴퓨터에 내장된 운동 모델과 측정된 실제 운동을 비교해 고장의 유무를 판별하고 고장 발생시에는 고장의 위치를 신속히 찾아내는 방법이다. 기존에 비해 지능화된 기법이다. 또한 여러 센서의 측정치를 종합해 고장을 진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레이더 전파를 피하는 법도 갖가지
이제 무인기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 기술을 알아보자. 생존성이란 무인기가 여러가지 위협으로부터 얼마만큼 잘 벗어날 수 있는가를 말해주는 척도다.
먼저 군용무인기의 경우 적의 레이더를 피하는 스텔스 기술을 보자. 스텔스 기술은 이미 항공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기술이다. 초기에는 ‘나이트호크’ F-117처럼 비행체의 형상을 다면체로 각지게 만드는 스텔스 기술이 사용됐다. 레이더에서 오는 전파가 보통 형태에서는 모든 방향으로 반사돼 레이더에 잡히는 반면, 각진 형태에서는 거울처럼 특정 방향으로만 반사돼 레이더에 잡힐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적용된 F-117의 형체는 공기역학적인 효율을 완전히 무시한 이상한 모습이다. 이로 인해 비행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없다는 단점을 지닌다.
신형 B-2 폭격기에는 엔진의 공기흡입구를 위쪽으로 옮기고 수직 꼬리날개를 없애는 등 기체 형상을 바꿔 전파의 반사율을 낮추는 방법과, 기체의 표면에 특수한 도료를 사용하거나 복합재료로 기체를 만들어 레이더 전파의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복합재료는 제작 과정에 따라서 특정한 주파수 대역에 대한 흡수율을 매우 높게 만들 수 있다. 그러면서도 복합재료는 고강도 경량 재료이기 때문에 스텔스 비행체의 구조물 제작에 최적 재료인 셈이다.
무인기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미국 보잉 사에서 개발중인 무인전투기 X-45에도 적의 방공망 기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스텔스 기능이 들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나올 군용 무인기는 얼마나 적의 눈에 띄지 않고 원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에 스텔스 기능을 기본으로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군용 회전익 무인기의 경우 로터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적군에 의해 쉽게 탐지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물론 민수용의 경우에도 소음이 너무 크면 여러가지 규제로 인해 운용 범위가 크게 제한될 것이다.
회전익 방식의 하나인 CRW 방식에서는 주소음원이 로터 블레이드와 공기 와류(소용돌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각 블레이드의 끝에 달려있는 팁 노즐에서 나오는 제트 유동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NASA의 지원 하에 압전 세라믹 구동기를 사용해 로터를 비틂으로써 블레이드와 와류의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소음을 줄이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수행됐다.
뿐만 아니라 이미 해외에서는 스마트 재료를 사용해 로터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기술이 ‘스마트 로터’라는 명칭으로 연구되고 있다.
돌풍에도 추락 막는 장치
무인기가 비행중에 강한 돌풍을 만나거나 급격하게 비행하는 경우 자칫하면 안정성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럴 때 신속하게 다시 안정성을 회복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비행체의 자세가 정상 상태에서 크게 벗어났을 때 날개의 받음각이 커져 ‘실속’(stall)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때에는 날개 뒤쪽으로 공기흐름이 날개 표면에서 떨어지면서 양력이 순식간에 감소한다. 즉 실속이 발생하면 비행체의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추락하게 된다. 따라서 무인기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속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거나 실속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실속을 능동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최근에는 공기 제트 와류 발생기와 같은 신기술이 제안되고 있다. 날개 앞쪽에 공기를 펄스 형태로 뿜어주면 흐름에 난류를 일으켜 뒷부분의 날개 표면과 가까운 흐름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공기 흐름이 날개 표면에서 떨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공기 제트 와류 발생기는 항공기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또한 무인기를 낮은 고도에서 움직이려면 광학 센서나 레이더를 이용해 지상의 장애물을 파악하고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기능이 필수적이다. 자동으로 이착륙하거나 회전익 모드에서 고정익 모드로 바꿀 때는 지상과 가깝기 때문에 장애물 회피 기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헬리콥터의 충돌회피 시스템에 대해 많이 연구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영상 처리를 통해 전방의 장애물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장애물을 회피해 가도록 자동조종장치에 적절한 비행경로를 지시한다. 그러면 원격조종사는 정찰 또는 전투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으므로 생존성뿐만 아니라 임무수행능력도 커진다. 스마트 무인기는 헬리콥터보다 작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작고 가벼운 센서만을 사용해 충돌회피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 기술적 어려움이다.
한편 스마트 무인기에는 GPS 위성항법과 관성항법을 통합한 항법 시스템이 장착돼 탑재 컴퓨터에 비행체의 위치, 속도, 자세각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정보는 다른 센서의 정보와 함께 탑재 컴퓨터에 내장된 자동조종장치에 입력돼, 무인기가 자동으로 이착륙하거나 주어진 비행경로를 따라 비행하도록 한다. 자동조종장치는 인공신경회로망 기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고장 또는 부분 파손으로 인해 무인기의 동적 특성이 변하는 경우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아울러 매우 중대한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제어기를 재구성해 최소한의 임무만이라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처럼 스마트 무인기는 마치 조종사가 탑승한 것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이를 행동에 옮기는 자율성을 지니게 된다.
사람 근육처럼 움직인다
스마트 기술의 특징은 난기류, 진동, 소음, 실속, 센서 고장 등 무인기의 신뢰성과 생존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여러가지 위협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런 기술에는 모두 지능적인 알고리듬(연산 절차)이 필요한데, 이는 소프트웨어의 형태로 탑재 컴퓨터에 장착된다. 즉 스마트 무인기의 컴퓨터는 인간의 뇌에 해당되며, 여기에 무인기가 필요로 하는 지능이 담겨져 있다.
스마트 무인기와 같은 지능적인 항공우주 시스템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연구·개발되고 있다. 미래에는 앞에서 설명한 스마트 기술 외에도 수많은 새로운 기술이 무인기나 항공기에 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스마트 재료로 날개 모양을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는 ‘모핑 날개’(morphing wing)를 연구하고 있다. 저속에서는 날개를 옆으로 뻗어 양력을 크게 하다가 고속에서는 날개를 뒤로 빼서 항력을 줄이는 방식이다. 또 현재의 구동기처럼 유압이나 공압, 또는 전기모터를 이용하지 않고 사람 근육처럼 전기 자극에 따라 수축·이완되는 압전 폴리머를 이용해 근육 구동기를 만드는 방법도 연구중이다. 근육 구동기는 기존 구동기에 비해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의 무인기가 탄생하게 될까. 예측하기는 힘들겠지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을 가지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가진 지능적인 로봇항공기가 출현할 것이라는 점은 거의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