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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탄생 비밀 간직한 화석 혜성

핼리혜성 핵은 일그러진 감자모양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의 혜성 탐사선 콘투어가 지구탈출과정에서 몇 조각으로 부서졌다. 콘투어의 목표는 혜성의 핵이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태양계의 화석천체 혜성을 탐사하는데 성공한 선배 탐사선들의 활약상을 좇아가보자.

바빌론시대부터 관측돼온 혜성은 처음엔 구름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혜성이 천체로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1577년 티코 브라헤에 의해서다. 이후 1682년 에드먼드 핼리가 혜성의 주기성을 발견했지만, 짙은 가스로 둘러싸인 혜성의 참모습은 알 수가 없었다. 혜성의 정체에 처음으로 근접한 것은 불과 50여년 전이었다.

1949년 미국의 천문학자 프레드 휘플은 혜성이 얼음과 가스, 먼지가 뭉쳐진 일종의 눈덩어리이며 출생시기는 45억년 전 태양계 형성 초기라고 주장했다. 다음해 독일의 천문학자 얀 오르트는 방랑자 혜성에게도 고향이 존재하며 장소로는 태양계 외곽 대략 5만AU(천문단위, 1AU=1억5천만km)인 곳을 지적했다. 1조개 이상의 혜성이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이곳은 거대한 공모양을 이루며 ‘오르트의 구름’으로 불린다. 태양열의 손길에서 벗어난 이런 오지에는 수증기, 메탄,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시안화수소 등 태양계가 탄생하던 당시의 물질이 얼어붙은 채로 남아있어 혜성을 태양계의 화석으로 여기는 것이다.

최근 오르트 구름이 고향인 혜성은 공전주기가 2백년 이상의 장주기 혜성이며, 단주기 혜성은 이보다 가까운 30-1천AU 거리에 있는 ‘에지워스-카이퍼 벨트’에 제2의 고향을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곳에서 출발한 혜성은 태양에 3AU 정도 가까워지면 태양열에 핵의 물질이 증발하면서 지름 약 1백만km나 되는 거대한 구름인 코마와 무려 약 1억km나 되는 길다란 꼬리를 만든다. 그야말로 하늘의 불청객으로 ‘혜성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탐사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혜성은 초기물질을 간직한 채 태양을 처음 방문하는 장주기 혜성이다. 하지만 장주기 혜성의 궤도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반면 단주기 혜성은 궤도가 계산돼 있지만 태양에 자주 접근하다 보니 초기의 물질은 대부분 날아가 연구가치가 떨어진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볼 때 1986년 우리를 방문한 76년 주기의 핼리혜성이 탐사에 적합한 혜성이었다. 비교적 주기가 길어 아직 많은 가스와 먼지를 갖고 있고 혜성의 전형적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데다 정확히 궤도가 밝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1986년 옛소련, 유럽, 일본, 미국 국적의 탐사선이 핼리혜성을 맞이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이미 우주에 있던 다른 목적의 탐사선을 재활용했다.
 

유럽우주기구(ESA)의 지오 토는 혜성의 핵에 가장 가까 이 접근한 탐사선으로 기록 됐다.


2006년 혜성 샘플을 손안에

혜성 핵으로의 접근은 탐사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탐사선이 혜성 핵에 접근할 때 총알과 같이 빠른 코마의 먼지들로 인해 탐사체가 부서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뿌연 코마 속에 숨은 핵을 자세히 보기 위해선 가까이 갈 수밖에 없다. 위험이 큰 만큼 보상도 커지는 셈이다. 1986년 옛소련의 베가 1호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가장 먼저 혜성에 다가갔다. 베가 1호는 3월 5일 핵에서 8천8백89km까지 접근, 3시간 동안 생존하며 사진을 보내왔다. 3일 후에는 베가 2호가 8천30km까지 접근, 사진을 보내온 후 먼지에 부딪쳐 작동이 중단됐다. 이들 탐사선이 접근하는 동안 옛소련의 관제센터에는 미국인 프레드 휘플이 자신의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 관람석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보내온 사진들은 뿌연 상태였다.

휘플의 이론을 단번에 확인시켜준 것은 무려 5백93km까지 핵에 근접한 유럽의 지오토 탐사선이었다. 가능한 한 핵에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지오토는 휘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먼지 방어막을 장착했다. 하지만 이 또한 1g 이상의 큰(?) 입자와 충돌하는 경우에는 견딜 수 없어 행운을 바랄 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지오토 계획의 별명은 ‘가미가제 미션’이었다. 어려움은 먼지뿐 아니라 궤도에도 있었다. 혜성의 궤도는 뿜어져 나오는 가스로 인해 예측이 불가능하게 변화한다. 최종 접근에 필요한 궤도는 앞서간 베가의 정보를 활용해 수정할 수 있었다. 마침내 3월 13일 지오토의 최접근 과정이 생방송으로 유럽우주기구에 중계됐다. 지오토가 보내온 사진에는 인류가 한번도 보지 못했던, 길이 16km와 폭 8km의 일그러진 감자모양인 핼리혜성 핵이 있었다. 매우 어두운 핵과 함께 가스와 먼지가 뒤섞여 뿜어져 나오는 지역도 포착됐다.

한편 미국은 1978년에 발사한 국제태양지구탐사선(ISEE-3)을 국제혜성탐사선(ICE)으로 변경한 후 핼리혜성으로 급파했다. 이를 위해 1년 정도 걸린 복잡한 궤도계산에 따라 지구와 달 사이를 5회 스쳐가며 궤도를 수정, 먼저 쟈코비니-지너혜성에 시험적으로 접근시켜본 후 3월 28일 핼리혜성에 성공적으로 탐사선을 조우시켰다. 일본은 2대의 소형 탐사선으로 안전한 거리에서 혜성의 주변을 관측했다. 이처럼 핼리혜성 탐사는 한달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하나의 천체에 6대의 탐사선이 연속 방문한 최초의 우주탐사 활동으로 기록되고 있다.

핼리혜성 탐사에서 우주강국의 체면을 구긴 미국은 21세기에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이미 1998년에 발사한 이온추진 실험위성 딥 스페이스 1호로 2001년 보렐리 혜성에 2천2백km까지 근접, 최상의 혜성 핵 사진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딥 스페이스 1호가 예정된 수명을 3배나 넘기며 생존한 덕분에 얻어진 보너스였다. 앞으로는 전문 탐사선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혜성탐사를 펼칠 계획이다. 특히 1999년 발사된 스타더스트는 2004년 빌트2혜성에서 입자를 수집해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임무가 성공한다면 샘플회수선이 도착하는 2006년 인류는 45억년 전 그대로의 화석 입자를 손에 넣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과거 지구 생명체의 멸종과 탄생에 기여했던 혜성의 참모습을 밝혀줄지도 모른다.
 

지오토의 후예인 유럽우주기 구의 로제타 탐사선. 로제타에 는 2012년 최초로 혜성의 핵 표면에 내릴 착륙선이 실 릴 계획이다.
 

200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철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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