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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공룡이 말하는 조류 진화의 비밀

추위 막는 솜털에 싸인 티라노사우루스 새끼

흔히 새의 조상은 시조새라고 알려져 있다. 시조새 화석에서는 다른 공룡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깃털’이 발견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 매우 강력한 증거였다. 하지만 최근 하늘을 날지 못하는 깃털달린 공룡화석이 출토돼 기존 학설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02년 중국 요동성의 한 채석장에서 기대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공룡의 화석이 발견됐는데, 예사 공룡이 아니었다. 비늘이 있어야 할 자리에 깃털이 달린 공룡화석이 발견된 것이다. 이 화석은 새와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에 속하는 공룡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최근 네이처 3월 7일자에 소개되며 전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공룡 화석의 깃털은 놀랍게도 현생 새의 깃털과 같은 비대칭 모양이었다. 깃털의 중심인 ‘우축’(rachis)을 중심으로 ‘우판’(vane) 양쪽이 비대칭 모양으로 뻗어나가면, 전체적인 모양은 앞면은 볼록하고 뒷면은 매끈한 유선모양을 띠게 된다. 유선형은 양력을 얻어 뜰 수 있는 구조로 비행기 날개가 이처럼 생겼다. 따라서 깃털이 대칭이냐 비대칭이냐의 문제는 비행능력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번 발굴이 진행된 중국 요동성의 채석장은 몇해 전, 역시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에 속하는 신오르니소사우루스(Sinornithosaurus) 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다. 신오르니소사우루스는 온몸이 2.5cm의 머리카락 같은 구조로 둘러싸였으며, 또 어깨뼈가 일정한 각도를 이뤄 앞발을 머리 위 너머로 들어올려 새처럼 위아래로 퍼덕일 수 있었다. 이런 어깨뼈 구조는 시조새에서도 나타났다. 앞발은 새와 같이 뒷다리 길이만큼이나 길다. 턱에는 단검같이 날카로운 이빨들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신오르니소사우루스의 깃털은 대칭이었다. 따라서 비대칭의 깃털을 가진 드로마에오사우루스 공룡이 곧 발견될 수 있음이 예견돼 왔던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맨 처음 발견된 깃털공룡은 중화용조(中華龍鳥, Sinosauropteryx)로 현생이든 화석이든 새를 제외하고 깃털이 발견된 첫번째 공룡화석이었다.

지금까지 깃털은 새에서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었다. 비록 시조새(Archaeopteryx)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해 왔다는 사실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지만, 그 증거는 대부분 새와 공룡 사이에 나타나는 골격의 유사성에 있었다. 일부 선견지명이 있던 과학자들은 깃털달린 공룡이 곧 발견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깃털이 화석으로 남는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이런 화석이 진짜 발견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한갓 바람으로 이어져 왔다.

중화용조 화석이 발견된 지층(Yixian Formation)을 조사한 결과, 1억2천4백만년 전 이 지역은 화산활동이 활발한 커다란 호수 환경으로 부드러운 화산재와 이암층이 퇴적되고 있었다. 당시 이 지역에 서식하던 물고기, 거북, 포유류, 곤충, 공룡 등이 죽으면서 세립질 퇴적층에 보존됐기 때문에 공룡의 깃털처럼 부드러운 조직의 흔적까지 완벽하게 화석으로 남게 된 것이다.

중화용조는 지금까지 새의 조상으로 알려졌던 시조새와는 다른 골격구조를 갖고 있다. 매우 짧은 앞발에 긴 꼬리를 가졌으며 가슴뼈(흉대)는 원시적인 형태여서 앞발을 위아래로 움직일 수 없었다. 온몸에 깃털을 가졌으나 날갯짓으로 창공을 날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중화용조의 온몸을 덮고 있는 깃털은 무슨 용도였을까. 또한 시조새와 중화용조는 어떤 관계일까.
 

1996년 발견된 중화용조의 화석. 중국 요동성 출토.



1억5천만년 전부터 창공 누벼

중화용조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는 우선 새의 시조로 알려진 시조새의 유래에 대해 알아야 한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지 2년 후인 1861년 독일 바바리아 지방의 후기 쥐라기 지층인 졸렌호펜(Solenhofen) 석회암에서 처음으로 깃털 하나가 발견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 깃털이 현생 새의 깃털과 너무나도 똑같은 것에 놀랐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전인 1억5천만년 전에 이미 하늘을 나는 새가 존재했다는 점에 경이로워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거의 완전한 시조새 화석이 발견됐는데, 시조새의 깃털은 놀랍게도 현생 새의 깃털과 같은 비대칭 모양이었다.

시조새의 골격이 비록 현생 새와 비교될 만큼 완벽한 비행구조는 아니지만 깃털만은 비대칭으로 분명 나는데 이용됐음을 알 수 있었다.

1868년 시조새를 살펴본 토마스 헉슬리는 “시조새가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단계이며 다윈의 진화 이론을 지지하는 확고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사실 깃털을 제외하면 시조새는 전형적인 육식공룡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이후 같은 지층에서 콤소그나투스라는 조그만 공룡이 발견되자 헉슬리는 공룡이 단순히 시조새와 같이 공존한 것이 아니라 그들은 서로 가까운 친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조새 표본 중의 하나는 콤소그나투스로 분류됐다가 나중에 희미한 깃털 자국이 발견돼 다시 시조새로 확인된 적도 있다. 이빨을 가진 부리, 긴 꼬리, 날카로운 발톱 등 모든 해부학적 특징은 시조새가 전형적인 새보다는 공룡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침내 밝혀진 새의 기원

그러나 이 주장은 1926년 헤일만에 의해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 그는 ‘새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새가 공룡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공룡에게는 차골(叉骨)로 진화될 수 있는 쇄골(빗장뼈, 鎖骨)이 이미 퇴화돼 없어졌기 때문에 공룡이 새로 진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차골은 한쌍의 쇄골이 V형으로 변한 것으로 시조새를 포함해 새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새의 차골이 쇄골이 없는 공룡에게서 진화했다는 이론은, 진화상 한번 없어진 형질은 같은 종에서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돌로의 법칙’(Dollo’s Law)에 위배된다.

헤일만의 이같은 주장 이후 공룡과 새의 관계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시조새가 발견된 후 과학자들은 새가 비늘을 가진 다리를 갖고 알을 낳는다는 사실에 근거해 새가 파충류에서 진화됐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새가 파충류 중 공룡에서 진화된 것이 아니라 더 원시적인 파충류에서 진화된 것이라 생각했다. 즉 중생대가 시작될 때 공룡을 포함한 지배 파충류의 조상으로부터 새가 진화된 것이며 새의 직접조상이 공룡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1960년대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1973년 예일대의 고생물학자인 존 오스트롬 교수는 사람만한 크기의 데이노니쿠스(Deinonychus)와 시조새의 골격을 정밀하게 비교·분석해, 데이노니쿠스가 새의 골격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작은 육식공룡이 새의 조상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다시 공룡과 관계된 새의 기원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진화된 공룡인 데이노니쿠스가 속한 마니랍토라(Maniraptora) 그룹은 시조새와 전형적인 새에게 나타나는 진보된 특징을 가장 많이 가진다. 이런 사실은 새의 특징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출현했음을 의미한다.
 

공룡시대인 중생대에는 시조새와 익룡 두 종류가 하늘을 지배하고 있었다. 시조새는 현생 새와 똑같 은 깃털로 덮힌 날개를 가진 반면, 익룡 날개는 박쥐와 비슷한 얇고 촘촘한 피부섬유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독일의 졸렌호펜 석회암층 에서 발견된 익룡의 화석



날지 못하는 깃털공룡

그렇다면 공룡에 나타나는 ‘조류적’ 특징은 무엇일까. 조류로 진화하는 첫단계는 뒷발로만 걷는 이족 보행의 완성이다. 이런 특징은 처음 공룡이 진화했을 때 이미 성취됐다. 육식공룡은 이동하는데 전혀 앞발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앞발은 자유로워졌다.

이족 보행은 오직 새와 공룡만이 가능하다. 육식동물인 수각류 공룡은 머리뼈에 구멍이 많고 뼈 속을 비워 골격을 가볍게 했다. 목은 길어지고 등을 수평으로 유지해 뛸 때 뒷다리를 중심으로 머리와 꼬리가 균형을 이룬다. 또한 긴 다리의 대퇴골(넓적다리뼈)은 정강이뼈보다 짧아졌으며 종아리뼈는 퇴화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걸음걸이의 속도가 증가했다.

뒷발가락도 중앙의 세발가락만 사용하고 첫번째와 다섯번째 뒷발가락은 퇴화했다. 이렇게 퇴화된 첫번째 발가락은 뒤로 이동해 조류로 진화되면서 다른 발가락과 마주보게 돼 나뭇가지를 잡을 수 있다.

수각류가 테타누라(Tetanura)와 마니랍토라 그룹으로 더 진화되면서 앞발가락의 수는 다섯개에서 세개로 줄고 짧은 앞발은 뒷발 길이만큼 길어진다. 특히 마니랍토라 그룹은 두개의 손목뼈가 합쳐져 반달형의 뼈로 변해 손목을 상하뿐 아니라 좌우로도 움직일 수 있다. 손을 새처럼 접을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날갯짓이 가능하게 됐다. 쇄골도 중앙에서 합쳐져 조류의 것처럼 폭도 넓어지고 벨로시랍토르(Velociraptor)에서는 부메랑 모양의 차골로 바뀐다.

공룡학자들은 이미 공룡과 새의 골격에서 1백가지가 넘는 공통점을 발견함으로써 공룡이 새의 조상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요동성에서 온몸이 깃털로 덮인 뜻밖의 공룡화석이 발견된 것이다. 지금까지 깃털은 새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이었으며, 새의 조상인 시조새에서만 발견되는 흔적이었다. 그런데 시조새가 아닌 공룡화석에서 깃털의 흔적이 발견됐으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공룡이 하늘을 전혀 날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공룡은 어떤 단계부터 깃털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일까. 공룡은 왜 깃털이 필요했을까.


깃털달린 수각류들

중국 요동성에서는 중화용조가 발견된지 얼마 안돼 깃털은 있지만 날지 못하는 두 종류의 깃털공룡이 또 발견됐다. 이들은 카우딥테릭스(Caudipteryx)와 프로트아르케옵테릭스(Protarchaeopteryx)로서 중화용조처럼 원시깃털 같은 것으로 온몸이 덮이고 또한 현생 새와 비슷한 긴 깃털을 가진다. 카우딥테릭스는 부리를 갖지만 부리 앞쪽에는 조그만 이빨들이 발달했고, 프로트아르케옵테릭스의 머리는 잘 보존돼 있지 않았다.

이들 모두는 앞발에 깃털이 달렸고 꼬리 끝에는 부채모양의 깃털이 있었다. 이들 두 공룡은 중화용조보다 좀더 새처럼 보이지만 깃털과 골격을 보면 날 수 없는 공룡들이었다. 비록 이들의 깃털은 현생 새의 깃털과 매우 유사하게 보이지만 대칭깃털이기 때문에 양력을 얻어 날기 위한 깃털은 아니었다. 따라서 이런 깃털의 목적은 분명 다른데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긴 꼬리 깃털은 짝을 유혹하기 위해 현란한 색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였거나 적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또 크기가 2m에 이르며 테리지노사우루스류에 속한 바이피아오사우루스(Baipiaosaurus)에서도 깃털이 발견됐는데, 현재까지 발견된 깃털공룡 중 가장 크다. 테리지노사우루스류 공룡은 긴 목과 조그만 이빨, 그리고 앞발에 발달한 거대한 발톱이 특징인 공룡이다. 과거 초식공룡인 조반류 공룡에 속한다는 주장도 있었던 수각류 공룡이다.

바이피아오사우루스에서 깃털이 발견됨에 따라 테리지노사우루스류가 수각류 공룡임이 더욱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오직 수각류 공룡에게서만 깃털 같은 구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바이피아오사우루스는 다른 수각류처럼 새와 같은 골격을 가지며 앞발을 따라 7.5cm의 긴 털 구조가 발달했다.

이 깃털은 진화상 단지 새에 가장 가까운 관계인 마니랍토라 그룹의 공룡뿐 아니라 테리지노사우루스, 오비랍토르 그룹 등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는 깃털이 모든 수각류에게 일반적인 특징이었을 수 있다는 암시다.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로 보면 이미 잘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 데이노니쿠스, 오비랍토르, 벨로키랍토르 등의 수각류 공룡들이 깃털이나 깃털과 같은 구조를 가졌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최소한 이들의 일생 가운데 한 단계에서 깃털을 가졌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 주장이 옳다면 솜털 달린 티라노사우루스 새끼를 그려보는 일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즉 중국에서 발견된 이런 놀라운 공룡화석으로부터 이제 어떤 공룡으로부터 깃털이 생겨났는가에 대한 해답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가지임을 알 수 있다.
 

중국 요동성에서 발견된 날지못하 는 두 종류의 깃털공룡 화석 모습. 카우딥테릭스 화석



하늘 날기 전부터 출현한 깃털

깃털공룡이 연이어 발견되자 공룡으로부터 새의 진화를 반대하는 학자들은 카우딥테릭스와 프로트아르케옵테릭스는 공룡이 아니라 날지 못한 ‘새’였고 중화용조의 원시깃털은 깃털의 기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즉 중화용조의 깃털 같은 구조는 피부조직에서 발견되는 각질처럼 피부 섬유질이 닳아 만들어진 구조라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왜 새와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드라마에오사우루스류에서 비대칭 깃털이 발견되지 않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런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이 놀라운 화석지에서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에 속하는 비대칭 깃털 달린 공룡이 올해 발견된 것이다.

이 화석은 현생 새와 똑같은 깃털을 가졌지만 날지 못했던 첫번째 공룡이다. 따라서 현대적인 깃털은 분명 새가 출현하기 전, 그리고 하늘을 나는데 이용하기 전 이미 수각류 공룡에서 진화됐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깃털은 어떻게 진화돼 왔으며, 어떤 용도로 사용됐을까. 깃털공룡이 발견되기 전 초기깃털이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정보는 전혀 없었다.

새의 진화와 깃털을 연구하는 공룡학자들은 현대적인 깃털이 진화하기 전 분명 ‘원시깃털’(protofeathers)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원시깃털은 머리카락 형태이거나 총채처럼 생긴 단순한 모양의 깃털일 것이라 기대했다. 중화용조의 깃털은 이런 예상과 일치했다.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중화용조의 깃털은 마치 병아리의 솜털과 같은 모습일 것으로 생각된다. 중화용조나 다른 깃털공룡에서 나타나는 이같은 솜털은 원시깃털로 생각되며 이런 구조가 후에 진짜 깃털로 진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원시깃털은 공룡을 외부의 온도변화로부터 보호했을 것이다. 사실 깃털과 털은 가장 좋은 절연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솜털은 아주 좋은 절연체인데, 몸 가까이에 공기층을 형성해 피부가 차갑거나 더운 외부 공기에 직접 닿는 것을 막는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땅에 사는 공룡에게도 깃털의 필요성은 명백했다. 예를 들면 카우딥테릭스와 프로트아르케옵테릭스의 깃털은 단순한 머리카락 같은 원시깃털의 단계를 넘어 비록 대칭깃털이지만 분명한 깃털 형태를 가졌다. 이런 깃털은 자기 과시용으로 쓰이거나, 더욱 중요하게는 둥지에 알을 품을 때 알을 감싸는데 아주 유용했을 것이다.


아직도 살아남은 나는 공룡

공룡으로부터 새의 진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만약 깃털공룡이 새의 조상이라면 어떻게 깃털공룡보다 시대적으로 2천5백만년이나 앞서 시조새가 진화할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언뜻 보면 순서가 거꾸로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증거를 보면 요동성의 깃털공룡은 시조새로부터 진화된 것이 아니라 시조새와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것이다.

즉 이 공통조상은 아마도 작은 드로마에오사우루스 같이 생긴 가볍고 긴 앞발을 가진 진화된 수각류였을 것이며, 시조새가 하늘을 날기 오래 전 이미 날기 위한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깃털을 진화시켰을 것이다. 이 공룡은 깃털을 가진 많은 후손으로 퍼져나갔고, 그 중 한 그룹인 시조새는 깃털을 날기 위해 사용했지만, 다른 그룹들, 즉 요동성의 깃털공룡은 날기 위한 목적으로 깃털을 이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깃털공룡과 시조새가 다른 점이며, 왜 시조새보다 젊은 지층에서 날지 못하는 깃털공룡이 발견되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현재 공룡으로부터 새의 진화에 대한 수수께기는 아직 풀지 못한 난제가 많이 남아 있다. 즉 새의 공룡조상은 온혈동물이었을까. 그렇다면 공룡은 언제 어떻게 냉혈에서 온혈동물로 변했을까. 언제 공룡들은 날기 시작했을까. 땅에서 뛰어올라 날았을까. 또는 나무사이를 뛰어다니다가 날았을까.

하지만 이런 문제에 앞서 보다 큰 당면 과제가 있다. 그렇다면 새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이제 공룡과 새의 공통점은 너무도 많아 두 그룹을 분명하게 가를 수 있는 특징이 없어졌다. 과거에는 깃털을 새의 고유한 특징으로 여겼으나 이제 더이상 아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새로운 새의 정의가 만들어져야 한다. 시조새가 가장 오래된 새로 인정된지 1백40년이 넘었다. 시조새는 분명 새다. 그렇다면 깃털공룡은 무엇일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새의 정의는 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는 것 같다. 깃털을 갖고 완전히 하늘을 나는 동물은 새이며 날지 못하는 깃털동물은 공룡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날지 못하는 새인 타조와 펭귄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노력중에 있다.

이제 분명한 점은 공룡은 두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날 수 없는 공룡과 나는 공룡. 날 수 없는 공룡(깃털공룡을 포함해)은 중생대가 끝나며 멸종했지만, 나는 공룡인 새는 현재에도 우리 주위에서 9천7백종 이상 다양하게 번성하며 지구의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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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융남 선임연구원
  • 진행

    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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