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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갖가지 체온유지 비법

낙타가 사막에서 오래 견디는 이유

생존을 위해 자신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야 하는 일은단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 고양이, 닭과 같은 동물에게도심각한 문제다. 이들의 체온은 사람과 어떻게 다를까.



체온조절 면에서 동물을 분류하면 항온동물과 변온동물이 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인간은 항온동물이다. 그렇다면 항온동물의 체온은 사람의 체온과 같을까 다를까.

항온동물에는 포유류와 조류가 해당된다. 이들의 체온분포를 살펴보면 사람과 꼭 같다고 말할 수 없다. 대개 37-40℃ 사이에 분포한다(그림).
 

(그림) 동물의 체온^항온동물의 체온은 대개 37-40℃에 분포한다. 체구가 작을수록 체온이 높은 특징을 보인다.



조류가 포유류보다 체온 높다

그런데 조류는 특별히 40℃를 훌쩍 넘는다. 닭의 체온은 41.7℃다. 이처럼 조류의 체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알을 품어야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조류의 알은 부화가 되려면 37.5℃로 유지돼야 한다. 따라서 만약 닭의 체온이 포유동물과 같다면 알의 온도가 낮아 부화가 어려울 것이다.

포유류의 체온분포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체온은 체구가 클수록 낮고 체구가 작을수록 높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낙타는 37.5℃이지만, 토끼는 39.5℃다. 이는 체구가 작은 동물일수록 심장박동수와 호흡수가 많아 큰 동물에 비해 대사량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사람의 경우 하루동안 체온은 약 1℃가 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항온동물의 체온도 하루를 단위로 변화가 일어난다. 대개 그 변화는 주요 활동시기에 따라 다르다. 주행성 동물의 경우 체온은 오후에 높고 아침에 낮으며, 야행성 동물은 이와 반대다.

일간변동이 가장 특이한 동물은 낙타다. 낙타는 일간변동이 7℃ 이상일 때도 있고, 2℃ 정도로 적은 범위 내일 때도 있다. 7℃ 이상 변할 때는 여름철 탈수된 상태일 때다. 이때는 체온이 34℃에서 41℃ 이상으로 변한다. 그러나 낙타가 물을 충분히 공급받으면 2℃(36-38℃) 정도로 줄어든다.

이처럼 낙타가 탈수됐을 때 일간변동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체온조절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체온을 증가시켜 환경온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피부나 호흡으로부터 일어나는 수분손실로 인한 열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낙타는 몸에 물이 모자랄 때 체온을 올려서 외부와 자신의 온도차를 줄인다. 그러면 피부나 호흡으로부터 증발하는 수분량이 줄어들어 열을 외부로 덜 빼앗긴다. 이 결과 체내에 수분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낙타가 때에 따라 체온의 일간변동 폭이 큰 까닭은 생존에 필수적인 수분을 몸에 비축하기 위해서다. 낙타가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데는 다 그만의 생존법이 있었던 것이다.
 

낙타가 사막에서 오래 견디는 이유



코끼리와 토끼, 귀가 중요한 역할

그러나 낙타와는 달리 대개의 항온동물은 체온변동을 3℃ 내외로 유지시킨다. 그래서 저마다 독특한 체온유지법이 발달돼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이나 말처럼 체구에 비해 입이 작은 동물은 비교적 땀을 잘 흘린다. 이런 동물은 환경온도가 높아져 체온이 상승하면 땀을 분비해 기화열로 체열을 발산하다.

반면 개나 고양이처럼 체구에 비해 입이 큰 동물은 피부에 땀분비선이 없어 땀을 흘리기가 어렵다. 이런 동물은 헐떡임을 통해 기화열로 열을 발산한다. 개나 고양이가 더운 여름철에 얕고 빠르게 호흡하는 것을 흔히 발견할 수 있는데, 그때 혓바닥에 땀방울이 많이 맺혀있다.

그렇다면 땀샘도 없고 헐떡임도 하지 않으면서 입이 작은 동물은 어떻게 체온을 유지할까. 이들은 타액의 분비를 통해 열을 발산한다. 쥐는 환경온도가 증가하면 타액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때 쥐는 가슴과 복부, 옆구리에 이 타액을 바른 다음 다리를 이용해 몸 전체로 타액을 분산시킨다. 타액이 증발할 때 체열이 발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코끼리의 경우는 입도 작고 타액이나 땀, 헐떡임 등이 체열 발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대신 코끼리는 긴 코로 물을 머금어 머리, 등, 옆구리 등에 뿜는다. 그러나 물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긴 코를 입안에 넣어 타액을 머금어 자신의 몸에 뿜는다.

이 외에도 코끼리는 혈관이 발달된 큰 귀를 통해서도 체온조절을 한다. 귀에 분포한 여러 갈래의 혈관을 통해 혈액을 많이 공급하면 열의 발산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 때문에 체내 열생성이 증가할 때는 귀로의 혈류량이 증가하므로 이들 동물의 귀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체내 열생성이 감소할 때 귀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귀는 차가워진다. 토끼의 귀도 코끼리의 귀와 마찬가지로 체온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극한지방에 사는 동물은 어떨까. 이들의 경우 발바닥온도는 거의 빙점에 가까울 정도로 낮지만 심부온도는 높게 유지된다. 극한지방 동물의 체온유지 비법은 독특한 혈관 배치에 숨어있다. 바로 동맥과 정맥이 아주 인접해 있다는 것. 이는 따뜻한 동맥의 열이 찬 정맥으로 전달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말초로 가는 따뜻한 동맥의 열이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차가운 정맥에 전달되므로, 말초로는 차가운 동맥혈이 흐르게 되고 심장으로는 따뜻한 정맥혈이 흐르게 된다. 따라서 외부로 유출되는 열의 양이 줄어든다.

하지만 환경온도가 계속 낮아져서 열을 보존하는 방법만으로 체온의 하강을 방지할 수 없을 때는 열생산이 증가해야 한다. 그래서 추운 겨울철에 동물이 덜덜 떨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열생산을 증가시켜 체온이 내려가는 현상을 방지하려는 생존의 몸짓인 것이다.
 

개는 헐떡임을 통해 기화열 을 발산시킨다.



겨울잠 자는 동물은 체구가 작은 편

그러나 이같은 떨림이나 대사작용만으로 체온을 유지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주위 온도가 현저히 낮아지면 일부 포유동물은 온혈성을 포기한다. 그리고 체온을 낮춰 동면상태에 이르러 체내물질의 소비를 줄인다. 겨울잠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동면동물이 겨울잠에 들었을 때 체온조절을 완전히 포기하고 환경온도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온도가 아주 낮아지면 동면 도중에 깨어나 열생성을 증가시켜 체온을 올리고 다시 동면상태에 이른다.

동물에게는 먹이량을 조절하는 중추(섭식중추, 포만중추)가 있어 평소에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그런데 동면동물은 동면 직전에 보통보다 월등히 많은 먹이를 섭취해 비만에 이른다. 이런 과체중은 동면 동안 에너지 소비를 충당하게 한다. 이들 중추와 체온조절중추가 모두 시상하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이른 봄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개구리가 부르는 떠 는 까닭은 떨림으로 열생 산을 증가시켜 정상체온을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다.


대개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체구가 작은 편이다. 박쥐, 다람쥐, 고슴도치, 동면쥐가 그렇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체온이 긴가락박쥐는 5℃, 동면쥐는 0℃까지 내려간다. 그러나 체구가 크면서 겨울잠을 자는 극한지방의 곰은 정상체온보다 5-6℃ 정도만 내려간다.

큰 체구의 동물은 왜 작은 체구의 동물보다 정상체온에서 덜 떨어지는 것일까.

겨울잠을 자는 동물에게는 봄이 됐을 때 얼마나 빨리 정상체온으로 회복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그런데 체구에 따라 열을 생산하는 능력을 살펴보면 체구가 큰 동물이 작은 동물보다 체중 당 열발생량(대사량, kcal/kg)이 적다(표). 즉 체구가 큰 동물은 체중 당 대사량이 낮다는 것이다. 때문에 큰 동물은 동면온도에서 정상체온으로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동면동물이 동면 후 짧은 시간에 정상체온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갈색지방(체내의 대부분 지방은 백색지방이다)에 의한 강력한 산화와 떨림이다. 이른 봄 땅 속에서 갓나온 개구리가 부르르 떠는 것은 몸에 묻은 흙을 털어 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떨림으로 열생산을 증가시켜 정상체온을 회복하기 위함이다.

오랜 세월 동안 모진 풍파를 헤쳐 지금에 이른 각종 동물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 독특한 체온유지 비법을 발전시켜왔던 것이다.
 

(표) 동물의 열발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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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양일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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