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살개’의 ‘삽’은 ‘없앤다 또는 쫓는다’라는 뜻이며, ‘살’은 ‘귀신 혹은 액운’을 뜻한다. 즉 삽살개란 귀신을 쫓는 개라는 의미이다.
원래 삽살개는 신라시대 왕가에서 기르던 특별한 개였다. 그러던 것이 고려시대에 민가로 전해져 민중의 삶과 함께 하는 친근한 개가 됐으며, 조선시대에 더욱 번성했다. 특히 땅 기운이 센 집터의 기운을 꺾기 위해 삽살개를 기르거나, 대가집의 액막이용 동물로 많이 활용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에게 널리 사랑받았던 삽살개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조선의 전통문화를 말살하는 정책과 더불어 대량 도살됐다. 특히 1940-1945년 사이에는 연간 10만-50만 마리가 도살돼,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다. 우리 조상들의 오랜 친구로 함께 생활해온 삽살개를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잊혀져가던 삽살개는 1960년대 중반, 경북대 수의학과 탁연빈, 김화식 교수의 연구와 보호에 의해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하지홍 교수가 삽살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재개할 1985년까지 토종 삽살개로 남아있는 것은 몇마리 되지 않았다. 하교수는 이때 넘겨받았던 8마리의 삽살개를 ‘문익점의 목화씨 3알’에 비교한다. 이후 하교수와 경북대 유전공학과 연구팀에 의해 삽살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졌고, 그 진가를 인정받아 1992년에는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됐다.
‘우리 삽살개’는 20년 가까운 세월을 ‘삽살개의 혼에 붙들려’ 보낸 하지홍 교수가 그 성과물들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책의 갈피마다 삽살개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우리 삽살개’는 가히 애견가들의 교과서라 할만하다. 책의 첫장을 열면 한국개의 기원과 한국 토종개에 대한 연구에서, 역사와 민중 속의 삽살개, 토종개의 수난과 삽살개 보존과정 등이 펼쳐진다. 이렇게 목차만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조금은 딱딱한 연구서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개의 생물학적·역사적 배경을 통해 삽살개의 중요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한 다음, 삽살개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를 펼치고, 여기에 강아지 기르기와 길들이기까지 더해놓은 것이다. 실제로 개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을 모두 풀어놓았다고 할만하다. 더불어 10여년 간 서울과 경산을 오가며 삽살개 사진을 찍어온 사진작가 임인학씨의 사진이 더해져서, 삽살개가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 같은 생명이 있는 책으로 탄생했다.
저자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를 통해 정을 느끼고, 그 힘으로 좀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특히 메마른 사이버 세계에 빠져사는 현대인들이 개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저자의 삽살개 사랑은 다름아닌 인간 사랑의 또다른 표현이었던 것이다.
지은이 소개
하지홍
경북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미생물 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모교인 경북대 유전공학과 교수로 있으며, 삽살개의 보존과 연구에 힘쓰고 있다. 1992년 삽살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데 크게 공헌했으며, 같은 해에 사단법인 한국삽살개보존회를 설립해 지금까지 단체를 이끌어 오고 있다. 삽살개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기초를 마련하고, 우리 토종개로서 삽살개를 인식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