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발명품으로 학자들은 이쑤시개를 든다. 물론 인류학자들이 석기시대 사람들이 이쑤시개를 사용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자들은 초기 인류의 치아에 남아 있는 홈을 분석한 결과 커다란 이쑤시개를 사용한 흔적이 분명하다고 단언한다. 이 홈들은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치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인간과 개의 치아 차이
인간에게는 ‘디아스테마타’가 없다. 디아스테마타는 치아 사이에 있는 독특한 틈새로 매우 유용하면서도 식별하기 쉬운 동물의 특징 중 하나다. 개의 경우 디아스테마타는 윗턱 맨 앞에서 볼 수 있다. 동물들은 아래 어금니가 길게 비스듬히 튀어나오기 때문에 위 어금니와 인접하는 앞니와의 사이에 일정한 틈이 생긴다. 이 틈새 때문에 먹이를 잡아먹는데 결정적으로 필요한 어금니가 충분히 자랄 수 있으며 어금니와 앞니 사이에 찌꺼기가 끼지 않는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뇌의 용량이 커짐에 따라 인류의 식생활이 변하게 돼 초식을 위주로 하게 되자 디아스테마타가 필요 없게 됐다고 하지만 소나 말의 경우 완전한 초식동물인데도 디아스테마타가 있다.
아직 불을 발견하지 못한 고대인들은 음식물을 날로 먹어야 했다. 그런데 개와 달리 어금니와 앞니 사이에 디아스테마타가 없는 인간은 음식 찌꺼기가 이빨 사이에 끼어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바로 이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의 한 방편으로 이쑤시개가 발명됐을 것이라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발명이란 이와 같이 인간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에게 유익한 도구를 만드는 것, 즉 보다 편리하게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간이 만든 어떠한 도구도 더 편리한 것이 나타나면 곧바로 과거의 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으로 대치됐다. 이것이 바로 발명가로 하여금 낙담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다.
기존 기술 20%만 개량해도 창조적
인간은 동물 중에서 가장 시샘이 많은 동물이다. 시샘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확보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려는 자세가 돼 있다는 뜻이다. 남들이 갖지 못한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과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 즉 발명과 창조의 길이 인간을 지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만든 요체다.
그러나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문명의 이기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특히 현재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현대 전자장비 등은 수많은 관련 분야가 종합적으로 뒷받침돼 개발된 것이다. 어떠한 발명과 발견도 그것이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 조건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특허법 제2조에 ‘발명이라 함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의 것’을 의미한다. 발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당 수준의 ‘기술’이 따라야 한다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기술의 20% 이상을 개량한 아이디어를 발명으로 인정한다. 80%는 기존의 아이디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로서, 발명품이라고 해서 이쑤시개와 같이 독보적인 창조성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나자마자 인류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준 발명품은 생각보다 많다. 인쇄기, 증기기관, 전화기, 무선전신, 전등과 같은 발명품이 인류에게 어떤 혜택을 주었는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들 발명품이 단시간 내에 인간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점을 역으로 생각하면 앞으로 이와 유사한 발명품이 개발되면 똑같은 과정, 즉 폭발적으로 보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준다. 인간은 항상 타인의 발명품을 사용할 자세가 돼 있기때문이다. 발명은 그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세계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