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이 떨어지면 그 신비함에 사로잡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으레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이 이루지리라 믿지 않을까. 하늘이 맑은 10월의 가을밤 별똥별 잔치를 기대해보자.초순엔 용자리, 중순 이후엔 오리온자리를 주목하라.
요즘은 옛날같이 별똥별을 많이 보기 힘들다. 도시의 밤하늘에도 변함없이 별똥별이 떨어지지만 하늘을 덮고 있는 오염물질 때문에 아주 밝은 것 외에는 보기 어렵다. 오랜 동안 보지 못해서일까. 도시를 벗어난 곳, 여름철 피서지나 외딴 산에 가서 맞는 밤하늘에서 별똥별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적은 것 같다. 하늘이 청명한 가을을 맞아 별똥별을 만나러 도심을 벗어나보면 어떨까. 10월에는 별똥별이 여럿 떨어지는 별똥별 잔치가 두번씩이나 펼쳐지니까.
하늘을 가르는 빛줄기
시야가 트이고 가로등과 같은 인공적인 불빛이 적으며, 달빛의 영향을 받지 않아 깜깜한 하늘 아래 있다면 마음먹고 10-20분 정도만 하늘을 바라보라. 한두개의 별똥별은 꼭 볼 수 있다. 평균적으로 1시간에 네댓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별똥별, 즉 유성은 우주공간을 떠다니는 티끌이나 먼지, 암석의 파편 덩어리에서 비롯된다. 이런 알갱이를 유성체라 하는데, 소행성끼리 충돌로 부서져 나오기도 하고 태양에 가까워진 혜성이 꼬리를 만들면서 지나는 길에 뿌리기도 한다. 우주공간을 헤매던 유성체는 어느 순간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면서 대기권과 만나면 엄청난 마찰과 열 때문에 표면이 녹아 타내리면서 아름다운 빛을 낸다.
“별똥별이다!” 밤의 고요함을 깨는 한마디.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밝은 유성의 경우 유성체의 질량은 1g 가량이고 크기는 콩알 정도이다. 탁구공 정도의 유성체가 떨어지면 밝은 불꽃 같은 ‘화구’라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볼링공 정도의 크기라면 대기권에서 다 타버리지 않고 살아남은 알갱이가 지표면까지 떨어질 수 있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별똥별은 전지구적으로는 하루에 25만개 가량 떨어진다고 한다.
유성체는 대기권 상층부 80-1백30km 상공에서 공기와 마찰로 타버리는데 이 현상은 지상 2백km 반경 내에서 볼 수 있다. 부산에서 본 별똥별은 서울에서 관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유성우
유성에는 두종류가 있다. 첫번째는 ‘산발유성’으로 아무 방향으로 아무 때나 떨어지기 때문에 언제 어느 곳에서 떨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유성우’로 어느 특정한 시기에 일정한 방향에서 유성체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유성우는 별똥별 잔치라고나 할까.
유성우를 잘 관찰해보면 어느 한점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듯이 보인다. 이 점을 ‘복사점’이라고 부른다. 유성은 모두 대기권으로 나란히 들어오지만 착시효과 때문에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같이 보일 뿐이다. 마치 서로 나란히 뻗은 기찻길이 멀리 갈수록 좁아져 한점에 모이는 것과 같다. 유성우는 복사점이 있는 별자리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 가령 10월에 떨어지는 오리온자리 유성우는 복사점이 오리온이 휘두르는 몽둥이 부분에 있다. 용자리 유성우의 복사점은 당연히 북쪽하늘에 있는 용자리에 있다. 정확히는 용머리 부분에 있다.
대부분의 유성우는 혜성 때문에 생기며, 그 원인을 제공한 혜성을 특별히 모(母)혜성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10월에 떨어지는 오리온자리 유성우는 모혜성이 핼리혜성이고, 용자리 유성우는 쟈코비니-지너혜성이다. 유성우는 해마다 같은 기간에 볼 수 있다.
1시간에 30개 불꽃놀이
10월 초 가을의 시작을 알리며 가을비처럼 내리는 용자리 유성우는 9일이 별똥별이 가장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극대기다. 1933년에는 1시간에 3만개나 되는 유성이 비처럼 쏟아졌다고 한다. 극대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유성우다. 평균적으로 시간당 1-2개 정도가 예상된다. 유성우라 하기엔 빈약한 수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혜성인 쟈코비니-지너혜성이 6.6년마다 지구 궤도에 가깝게 지나간 직후에는 훨씬 많이 떨어진다. 쟈코비니-지너혜성은 지난 1998년에 지구에 가까이 왔다. 올해는 이 혜성의 접근기가 아니지만 별똥별 잔치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10월 중순에 접어들면 오리온자리 유성우가 10월 15일-11월 2일까지 활동한다. 활동 극대기는 10월 21일이다. 자정 넘어 동쪽하늘에서 오리온자리를 유심히 보면 별똥별 무리를 만날 수 있다. 희미하고 빨리 떨어지긴 해도 하늘이 아주 깨끗한 곳에서는 1시간에 30개 가량 볼 수 있다. 유성의 색깔이 여러가지인 것이 특징이다. 다채로운 별똥별을 바라보며 마음 깊이 간직한 소원을 빌어보자.
별똥별 관측은 이렇게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계 초침을 주의깊게 보면 1초가 꽤 길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빨리 말하면 스무글자도 말할 수 있는 시간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열글자로 된 문장인데, 1초 동안에 말하는 연습을 해둔다. 유성이 나타난 순간부터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 문장을 말해 보는데 “무궁화꽃이 피었”에서 끝났다면 0.7초 동안 하늘을 가로지른 유성이다. 이 방법을 쓰면 꽤 정확히 유성의 지속 시간을 알 수 있다.
또한 유성이 남기는 빛줄기가 어떤 색인지도 결정할 수 있다. 유성체의 성분이나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별자리를 알고 있다면 유성이 어느 별자리에서 시작해 어디서 끝났는지도 관찰할 수 있으며 유성이 지나간 근처의 별과 비교해 빛줄기의 밝기도 가늠해볼 수 있다.
혜성이 만드는 선물, 유성우
지구와 태양 거리의 5만-15만 배쯤 떨어진 태양계의 먼 외곽에는 혜성이 태어나는 장소라고 여겨지는 ‘오르트 구름’이 있다. 즉 오르트 구름은 혜성이 되는 혜성체가 모여있는 곳이다. 이곳이 어느 순간 다른 별의 영향으로 흔들리면 일부 혜성체가 혜성으로 태어난다. 갓 태어난 아기 혜성의 일부만이 태양의 유혹에 끌려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와 머나먼 여행을 시작한다.
혜성은 태양을 한번 만나러 올 때마다 갖고 있던 물질을 흩뿌려 아름다운 꼬리를 보여준다. 몇번씩 태양을 방문한 혜성은 처음보다 몸무게가 줄고 그 빛을 조금씩 잃지만 혜성 궤도에 남아있던 부스러기는 또하나의 멋진 광경을 선물한다. 혜성이 지나간 자리를 지구가 통과하면서 혜성 부스러기는 밤하늘에 유성이 돼 쏟아져내린다. 이렇듯 혜성은 멋진 꼬리와 유성우라는 두가지 우주쇼를 보여준다.
혜성은 크게 핵과 코마, 꼬리로 나뉜다. 핵은 지름이 수km 정도로 얼음과 먼지 티끌, 암석이 섞인 덩어리이다.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뜨거운 열 때문에 얼음 물질은 기체로 돼 핵 주위를 감싸면서 밝게 빛난다. 이렇게 핵을 에워싼 기체를 코마라 하는데, 코마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짙어져 핵 지름의 1만배가 넘게 커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