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맑은 파란 하늘이 돋보이는 가을. 10월 8일 새벽이 되면 평소에 볼 수 없던 진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다름아닌 토성이 달 뒤로 몸을 숨기는 토성식. 토성이 달에 가려져 밝은 빛이 사라지는 순간을 놓치지 말자.
이름도 생소한 토성식은 토성이 달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달이 태양을 가리면 일식, 별을 가리면 성식이라고 하듯, 달이 토성을 가리면 토성식이라 부른다. 토성이 달보다 더 멀리 위치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지구와 달, 그리고 토성이 우주공간에서 일직선으로 늘어서면 지구에서 볼 때 토성은 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토성식이다. 바로 두달 전인 8월에 있었던 목성식에 이은 또다른 행성식을 만나보자.
1분도 안되는 천문현상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관측이 가능했던 토성식은 지난 1997년 가을에 있었다. 올해의 토성식은 약 4년만에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1997년 바로 이전의 토성식은 그보다 23년 전인 1974년에 있었다. 그만큼 진기한 천문현상이다.
10월 8일 새벽 토성식이 일어나는 시각의 토성 밝기는 -0.1등급, 겉보기지름은 테를 포함해서 약 45″다. 토성이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때이므로 상당히 조건은 좋다. 달은 보름을 약간 넘어 하현달에 가까운 모습(월령 21일)이다. 토성식의 경우 달이 어두울수록 관찰하기 좋아 보름달에 비해 비교적 달이 이지러져 어두운 이번의 조건은 괜찮은 편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토성이 달에 가려지는 시각은 새벽 3시 4분이다. 달에서 토성이 다시 출현하는 시각은 3시 54분으로 예측된다. 토성이 달 뒤에 가려지는 전체 시간은 50분 정도지만 토성이 달에 들어가는 때의 지속시간은 약 1분 가량 된다. 토성의 고리를 제외한 본체가 가려지는 시간은 이 중 절반 정도다. 정확한 시간과 토성이 달에 잠입하는 위치는 관측지역에 따라 많이 다르다. 그러므로 앞에 언급한 시간을 기준으로 10여분 정도 가감해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토성은 이날 달의 아래쪽, 즉 남쪽 부분으로 사라진다. 토성의 위치는 달의 동쪽으로 다가와 달의 밝은 부분으로 들어가며 나올 때는 달의 이지러진 부분, 즉 어두운 부분(달의 서쪽)에서 다시 나타난다. 그 이유는 달이 별에 대해 동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랜만에 맞이하는 토성식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무런 장비가 없는 경우라도 일단 새벽에 일어나 달을 쳐다보자. 달 옆에 밝은 별 하나를 볼 수 있다. 이 밝은 별이 바로 토성이다. 이를 눈여겨보고 있으면, 점차 토성이 달에 접근함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토성이 달에 붙고 어느 순간 한줄기 빛을 남기고 달 뒤편으로 사라진다.
쌍안경으로 보더라도 배율이 낮아서 토성이 별과 그리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토성식을 제대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역시 망원경이 필요하다. 대개 60mm 굴절망원경 같은 소형망원경이어도 토성의 테는 잘 보이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사실 토성식은 눈으로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망원경으로 고배율 상태에서 토성의 절반이 달에 의해 가려진 광경은 상상 이상의 흥분을 가져온다. 그것만으로도 평생동안 잊을 수 없다.
우리가 바라보는 밤하늘은 2차원 평면이다. 우주공간에서 별들은 무한히 멀리 있고, 달이나 행성은 매우 가까이 있지만 우리 눈에는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하늘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토성식 같은 천문현상을 관측해보면 행성과 별들이 우리의 눈 속에서 3차원으로 재정열하며 우주공간의 깊이를 실감하게 해준다.
추석 다음날 뜨는 둥근 달
민족의 명절인 추석은 10월 1일이다. 이 날에는 하늘 높이 떠있는 보름달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개 우리는 추석에 떠있는 달을 보름달로 알고 있지만 엄밀히 따진다면 이날의 달은 보름달이 아니다. 실제 달은 10월 2일 정확히 밤 10시에 보름달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는 추석 보름달은 보름달이 되기 약 하루 전에 다소 일그러진 둥근 달이다. 이처럼 음력날짜와 실제 달의 월령과는 약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보름달은 겉보기지름이 29′정도로 평소보다도 오히려 작다. 정월대보름이나 추석의 달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달의 크기는 명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달의 겉보기지름은 달과 지구의 거리에 따라 변한다. 대략 한달 정도의 주기로 서서히 변하는데, 이번 추석에는 공교롭게도 달이 지구에서 먼 위치에 있어 작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