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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미자 질량 존재 97% 확신

암흑물질 정체 밝힐 단서 제공

최근 유령같은 입자 중성미자(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진다는 사실이 잇달아 확인돼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를 통해 태양의 중성미자 문제가 풀렸고 우주 암흑물질 문제는 일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성미자는 1931년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처음 이론적으로 제안한 입자다. 이후 존재가 확인됐지만, 거의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전기적으로 중성이며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검출하기 쉽지 않다. 또한 이전까지는 질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던 유령같은 존재다. 현재까지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타우중성미자의 세종류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중성미자가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세가지로 대변할 수 있다. 하나는 실험실 가속기로 중성미자빔을 만드는 방법이고 나머지 둘은 천체현상과 관련된다. 우주에서 날아온 우주선이 지구 대기 분자와 충돌해 생성되는 중성미자와, 태양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과정으로부터 나오는 중성미자가 그것이다. 태양에서 나오는 중성미자는 비교적 낮은 에너지를 갖는 전자중성미자다.
 

최근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질 확률이 97%라고 밝히는데 사용된 일본의 슈퍼카미오칸데의 내부. 지하 1천m 속에 위치한 슈퍼카미오칸데에는 1만3천개의 광증폭관이 설치돼 있다.


질량 있으면 다른 종류로 진동변환

태양 중성미자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문제는 태양에서 나오는 중성미자 관측량이 태양 모델에서 이론적으로 예측되는 양과 크게 다르다는 점이었다. 태양 중성미자를 측정하는 실험은 1960년대 중반부터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지하금광에서 시작됐다. 염소와 중성미자 반응으로 아르곤이 생성되는 것을 이용해 비교적 에너지가 높은 중성미자를 검출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 관측된 중성미자는 이론적으로 예상되는 양의 약 1/3이었다. 이것은 표준 태양 모델이나 중성미자의 이해 중 어느 한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지난 6월 1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서드베리 중성미자 관측소(SNO)에서 발표된 태양 중성미자 관측결과는 이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제시했다. 서드베리 근처 지하 2km 니켈광산에 검출기는 1천t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물을 이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10개 정도의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정도였다. SNO 과학자팀은 관측을 통해 태양에서 나오는 전자뉴트리노가 지구로 오는 동안 다른 종류로 바뀌는 ‘중성미자 진동변환’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태양 모델은 맞고 중성미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중성미자 진동변환은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질 때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는 중성미자의 질량이 없다고 가정하고 있는데, 이번 결과는 기존 이론에 대해 전면적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중성미자 진동변환 현상은 지난 7월 10일 발표된 또다른 실험결과에서도 확인됐다. 바로 한국을 비롯한 일본, 미국이 참여하는 K2K 실험이다. K2K 실험은 일본 츠쿠바시의 고에너지연구소(KEK)에서 입자가속기로 ‘뮤온중성미자빔’을 만들어 이를 땅속으로 관통시켜 2백50km 떨어진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의 지하관측장치인 ‘슈퍼카미오칸데’를 향해 발사한 후 뮤온중성미자가 다른 종류로 바뀌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KEK에서 슈퍼카미오칸데로 2.2초마다 1백억개의 중성미자를 투사했는데, 대부분은 투과되고 극히 일부만이 관측됐다. 연구팀은 2년 동안 수집된 관측자료를 분석했다. 그러자 검출기와 충돌한 중성미자 수는 KEK에서 64개, 슈퍼카미오칸데에서 44개로 관측됐다.

K2K 실험에 참여한 서울대 김수봉 교수(물리학)는 “사라진 중성미자 20개는 다른 형태로 변환돼 관측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것은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져야만 가능한 진동변환”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질 확률은 97%라고 결론내렸다. 이는 1년 전 1차 결과보다 더 높은 확률이다.

우주에는 수없이 많은 중성미자가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물질 가운데 상당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라고 믿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중성미자의 질량은 암흑물질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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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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