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던진다고 막슛이다. 원래 던지는 자세도 엉성하지만 골과는 거리가 먼 엉터리슛을 말한다. 하지만 엉성한 자세의 막슛이 65%의 슛 성공률을 자랑한다면 어떨까. ‘공포의 막슛’주인공은 한국프로농구의 용병 데니스 에드워즈 선수. 막슛의 비밀을 밝혀보자.
2000-2001 한국프로농구에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함께 다양한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이 중에는 한 경기 개인 최고득점과 최단기간 1천 득점 부문에서 새롭게 탄생된 기록이 포함된다.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한 경기 개인 최고득점 기록은 두번씩이나 경신됐다. 이런 신기록의 중심에는 안양 SBS 스타즈의 용병 데니스 에드워즈가 있다.
에드워즈는 지난해 12월 12일 인천 신세기전에서 56점을 쏟아 부으며 1997년에 기록된 한 경기 개인 최고득점기록인 54점을 훌쩍 넘어섰고, 불과 11일 뒤에는 창원 LG전에서 57점을 기록하며 또한번 신기록을 세웠다. 급기야 올해 1월 18일 울산 기아전에서는 역대 최단기간인 29경기만에 1천 득점을 돌파했다.
득점에 관한 다른 기록도 에드워즈의 사정권 안에 들어있다. 2월 19일 현재 에드워즈의 이번시즌 기록을 보면, 38경기 동안 1천3백28점을 바스켓에 쓸어담아 한 경기 평균득점이 34.95점이다. 이런 추세대로 남은 7경기를 치른다면 에드워즈가 역대 정규시즌 최다득점 1천3백47점과 한시즌 최다 평균득점 32.29점의 기록을 깨고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득점에 관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프로농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시즌의 득점왕 예약 1순위인 데니스 에드워즈는 각팀 코치진이 외국인선수들을 뽑던 자리에서는 오히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코치들이 기상천외하고 엉성한 에드워즈의 슛자세를 보고 기본기가 안돼 있다고 평가했던 것. 그런데 이런 막슛이 득점을 몰고 오는 공포의 슛으로 밝혀졌다. 과연 그의 막슛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던지는 방향 예측 불가능
에드워즈가 슛하는 자세를 잘 보면 한손으로 공을 잡아서 슛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공을 던지는 방향이 예측 불가능한 훅슛과 언더슛을 구사한다. 물론 이런 슛은 남자농구의 일반적인 경향인 원핸드 슛의 변형으로 보인다. 원핸드 슛은 한손이 주가 되고 나머지 한손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슛이다. 원핸드 슛은 두손으로 하는 투핸드 슛보다 여러면에서 유리하다.
우선 슛하는 자세를 잡을 때도 원핸드 슛이 투핸드 슛보다 0.1-0.3초가 덜 걸린다. 그래서 원핸드 슛이 골밑에서 순간적으로 공방전을 벌일 경우 돋보인다. 또 원핸드 슛과 투핸드 슛의 결정적인 차이는 수비수의 움직임에 대한 대처방법에서 나타난다. 원핸드 슛은 움직이면서 수비수의 위치에 따라 슛의 방향이나 거리를 바꾸는 일이 가능하지만, 투핸드 슛의 위치는 이마 바로 위로 제한된다. 투핸드 슛은 수비수가 슈터의 이마 바로 위 20-30cm에 손을 내밀면 쉽게 방해받지만, 원핸드 슛은 슛하지 않는 나머지 손으로 수비자의 블로킹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실 슈터의 목적은 간단히 말하면 골이다. 관건은 수비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피해서 바스켓에 골을 넣느냐에 있다. 그래서 슛의 종류가 다양하다(물론 드리블이나 속이는 동작을 하고 다른 동료에게 패스를 해서 수비수를 피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정석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슛이 등장한다. 에드워즈의 ‘막슛’도 수비수를 효과적으로 따돌리기 위한 슛이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에 ‘슛도사’로 우리나라 농구계를 풍미했던 선수인 이충희 전 LG감독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에드워즈의 막슛에 대해 “1m92cm의 작은 신장으로 미국 장신의 수비수들을 따돌리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 개발한 슛”이라고 평가하고 사실 이런 의미라면 선수시절 자신의 슛도 막슛이라고 설명했다.
이충희의 슛은 페이드 어웨이(fade-away) 슛으로 분류된다. 선수시절 슛도사였던 이충희를 막기 위해 상대편에서는 장신선수를 수비수로 붙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나름대로 연습했던 슛이 바로 페이드 어웨이(fade-away) 슛이었다. 15° 정도 뒤로 점프하면서 쏘는 슛은 불안정하고 이상하게 보였다. 하지만 뒤로 물러서면서 슛을 쏘기 때문에 장신의 수비수라도 쉽게 막기가 힘들었다.
1970년대 중반 미국프로농구인 NBA를 놀라게 했던 선수 중에 한사람이 압둘 자바다. 그의 스카이 훅슛은 유명했다. 골밑 가까이에서 쏘던 기존의 훅슛과 달리 바스켓에서 2.5m나 떨어진 곳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훅슛은 등뒤로 수비자가 접근하더라도 키가 슈터보다 20cm 이상 크지 않으면 손이 닿지 않는 장점이 있다.
중력 이기는 ‘타이밍 슛’
에드워즈의 막슛은 다른 선수들의 점프슛보다 한 템포 정도 빠르다. 그의 원핸드 점프슛을 보면 점프하자마자 바로 슛을 쏘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점프슛을 할 때 최고점에서 슛을 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최고점에서는 슈터가 상승하는 힘이 자신의 중력과 상쇄되므로 지면에서처럼 안정적으로 슛을 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명선수들의 점프슛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해보면 최고점에 도달하기 직전에 슛을 하고 최고점에서는 이미 공이 손에서 떨어져 있다고 한다. 에드워즈의 막슛은 이보다 더 빠른 템포의 슛이다. 즉 장신 수비수들의 숲에서 시간을 지체할 경우 수비를 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야말로 벼락같이 슛을 쏘는 것이다. 전 한국체육과학원 연구원인 한종우 박사는 에드워즈의 막슛을 수비수의 수비 타이밍을 뺏는다는 의미에서 ‘타이밍 슛’이라고 지칭했다.
최고점 직전이야 최고점에서와 큰 차이가 없겠지만 에드워즈가 막슛을 쏠 때의 상태는 슈터가 상승하는 힘이 자신의 중력보다 큰 매우 불안한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에서 보통 선수는 정확한 슛을 쏘기 힘들지만 에드워즈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된 슛을 쏠 수 있는 자기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다. 통계적으로 보통 선수의 2점슛은 50-51%, 자유투는 72-73% 정도의 성공률이 나타나지만, 에드워즈의 경우 2점슛 성공률이 65%로 자유투 성공률 63%보다 더 높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그가 지면에서 쏘는 자유투와 점프시에 쏘는 슛의 상태가 틀리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준다(물론 그의 자유투 성공률이 낮은 이유를 다른데서 찾을 수도 있다).
슈팅은 시각을 통한 자극이 뇌에 전달되고 다시 뇌에서 운동신경을 통해 근육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과정이다. 에드워즈가 빠른 템포로 슛을 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복연습을 통해 이런 자극 반응 시간을 줄이고 민첩성을 기른 것이다. 또한 빠른 템포의 슛은 몸의 빠른 움직임과 힘을 갖추지 않으면 보통 선수의 경우, 슛 성공률이 떨어지고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에드워즈는 개인체력훈련을 통해 강한 근력과 힘을 키웠다. 사실 에드워즈는 바벨과 힘겨루기를 즐기는 웨이트 트레이닝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놀라운 체력은 매경기당 코트에서 뛰는 시간에서 알 수 있다. 매경기마다 전체 40분 가운데 평균 39.2분이나 코트를 달군다.
공보다 큰 바스켓이 주는 성공률
에드워즈의 막슛은 단순하게 정해진 형태가 없다. 그야말로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위치에 따라 슛의 투사각도 다르다. 바스켓에서 먼 위치에서 쏘는 슛은 투사각이 높고, 가까운 위치에서 달려들면서 하는 슛은 투사각이 비교적 낮다. 그리고 에드워즈가 바스켓을 향해 슛을 쏜 공의 속도는 기존 선수보다 빠르다. 왜냐하면 최고점 근처에서 던지지 않고 한 템포 빠르게 쏘므로 공이 가속도를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드워즈의 막슛도 피해가지 못하는 원리가 있다. 바로 슛을 쏜 공이 바스켓 안으로 빨려들어가야 하는 것. 에드워즈의 슛이 성공되는 확률이 형편없었다면 그야말로 막슛(엉터리슛)으로 끝났을 것이다.
바스켓을 향해 슛한 농구공은 물리적으로 투사체라고 할 수 있다. 농구공은 날아가는 최대거리보다 코트바닥에서 3.05m 높이에 있는 지름 45cm짜리 링에 넣어야하는 정확성이 중요한 투사체다. 따라서 슈터는 농구공의 초기 투사속력과 투사각도를 세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물론 움직이거나 점프하면서, 또는 수비수에 대처하면서 정확한 슛을 쏘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진다. 슈터는 수분의 1초 동안 적절한 슛의 형태를 결정해서 투사속력과 각도를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지름 24cm짜리 농구공이 링보다 작기 때문에 슛을 성공시키기 위해 꼭 완벽한 궤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여지가 있다. 주어진 투사각에서 바스켓의 중앙으로 지나가는 궤도를 만드는 특정한 투사속력이 있다. 이보다 약간 느린 속력의 슛은 바스켓의 중앙보다 앞에 떨어지지만 링에 닿지 않거나 링을 건드리면서 바스켓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약간 빠른 속력의 슛도 비슷한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주어진 투사각에서 공이 성공적으로 바스켓을 통과하는 투사속력의 범위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주어진 투사속력에 대해 공이 바스켓으로 들어가는 투사각의 범위도 존재한다.
최소력이든 아니든 골인
어쨌든 슛한 공이 골인되는 것이 목표이므로 공이 바스켓으로 빨려들어가는 투사속력의 범위나 투사각의 범위가 넓으면 좋다. 미국의 천체물리학박사 피터 브란카지오는 자신의 저서 ‘스포츠과학: 물리법칙과 최적동작’에서 행한 계산에 따르면, 높은 투사각도의 슛이 직선으로 던진 슛보다 바스켓에 도달하는 속력의 범위가 넓다. 다시 말해 투사각도가 높은 경우의 슛이 낮은 경우보다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슛을 할 때 왜 커다란 포물선으로 던지는지를 알려주는 사실이다. 물론 에드워즈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결과는 최소 투사속력(최소 투사력)으로 던진 슛이 성공할 수 있는 투사각도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힘들이지 않고 쏘는 슛의 성공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키가 1m80cm인 선수(공을 던지는 지점은 지면에서 2.4m 높이)가 4.6m 거리에서 슛을 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 거리와 높이에서 최소력을 들여 슛을 쏘기 위한 투사속력은 초속 7.16m가 된다. 이 속력으로 바스켓의 중앙을 통과하는 완벽한 궤도가 나오려면 투사각도가 49°가 돼야 한다. 그렇지만 46°-53° 범위의 투사각도로도 공을 바스켓에 넣을 수 있다.
반면에 투사각도가 43°인 직선형 슛을 완벽하게 성공시키기 위한 투사속도는 다소 빠른 초속 7.22m이지만, 투사각도가 42.5°-43.5°사이인 슛도 바스켓을 통과한다. 또한 투사각도가 비교적 큰 54°인 경우 투사속력은 초속 7.22m가 필요하지만, 52°-56°사이의 투사각도로 던진 슛은 모두 성공된다. 이들 세경우를 비교해보면 최소력 슛의 장점을 명백히 알 수 있다. 최소력 슛이 성공하는 유일한 궤도는 아니지만 직선형이나 투사각이 비교적 큰 경우보다 성공률이 더 높다.
에드워즈의 막슛이 최소력 슛이든 아니든 간에 골인을 목표로 한, 투사속력과 투사각도의 적절한 짝은 얼마든지 있다. 에드워즈는 닥치는 여러상황 속에서 수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적절한 투사속력과 각도를 선택해 다양한 슛을 던진다. 물론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평소에 체력훈련과 더불어 막슛을 던지기 위한 자극 반응 체계를 개발했다. 에드워즈의 막슛은 막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소에 익힌 동물적 감각으로 다양한 물리적 조건 가운데 바스켓을 가르는 조합을 선택한 것이다.
농구공에 역회전을 거는 이유
농구선수가 바스켓을 향해 던진 농구공을 자세히 보라. 그냥 밋밋하게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의 진행과 반대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슈터가 슛을 하는 마지막 순간 손목과 손가락의 가벼운 스냅으로 공에 역회전을 준 것이다. 왜 농구공에 역회전을 거는 것일까.
농구공이 바스켓 뒤의 백보드를 맞는다고 상상해보자. 이때 슛한 공은 백보드와 각을 이루게 된다. 회전이 걸리지 않은 공은 백보드에 맞는 순간과 백보드에서 다시 튀어나가는 순간에 백보드와 이루는 각이 같다. 그래서 백보드에 맞은 공은 멀리 퉁겨나간다. 하지만 역회전이 걸린 공은 백보드를 맞고 난 후 백보드와 이루는 각이 맞기 직전보다 작아진다. 왜냐하면 역회전 걸린 공이 백보드에 접촉하는 순간 만들어진 마찰력이 위로 작용하는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래쪽으로 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슛한 농구공이 백보드 아래의 바스켓으로 향하므로 링을 통과할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에드워즈의 막슛은 어떨까. 그가 슛한 공은 보통 선수가 슛한 공보다 역회전이 덜 걸리는 것으로 추론된다. 그의 공은 링이나 백보드를 맞고 아래로 떨어지기보다 더 멀리 퉁겨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드워즈가 슛을 쏘면 상대선수들은 리바운드하기 위해 보통보다 더 먼 위치를 잡는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에드워즈는 남들보다 한 템포 빠르게 슛을 하면서 공을 거의 밀어 던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65%의 적중률을 자랑하니 에드워즈의 막슛은 이래저래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