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컴퓨터 중 계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주기억장치(CPU)의 용량이 큰 컴퓨터를 가리켜 슈퍼컴퓨터라고 한다. 그러나 한번 슈퍼컴퓨터는 영원한 슈퍼컴퓨터가 아니다. 왜냐하면 분류될 수 있는 기준이 반도체 기술의 발전에 따른 집적도 향상에 따라 성능이 급속히 좋아져 컴퓨터 제조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상향조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슈퍼컴퓨터의 성능 기준은 무엇일까. 보통 PC의 경우 펜티엄 II 또는 III와 같은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얼마인지가 성능 척도인데 슈퍼컴퓨터도 같을까.
성능 기준, 1초에 덧셈·뺄셈 몇번 하나
슈퍼컴퓨터의 쓰임은 주로 과학기술 문제의 빠른 계산용이다. 따라서 계산 속도가 성능의 주요 척도가 된다. 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보통 FLOPS(floating-point operation per second)를 사용하는데, 1FLOPS는 1초에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의 계산을 1번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슈퍼컴퓨터가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계산 횟수가 보통 1백만번을 넘기 때문에 FLOPS보다는 MFLOPS(106 FLOPS), GFLOPS(109 FLOPS), TGFLOPS(1012 FLOPS) 단위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PC와 마찬가지로 주기억장치의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로는 MB(106 byte), GB(109 byte), TB(1012 byte)가 사용된다.
그렇다면 초기 컴퓨터의 성능은 어느 정도였을까. 1946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개발된 세계 최초의 컴퓨터인 애니악은 1만8천개의 진공관으로 구성된 그 당시 세계 최첨단의 계산기로서 집채만한 장비였다. 하지만 그 성능은 겨우 초당 3백60회의 연산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1부터 3백60까지 더하는데 1초 걸리는 계산 성능이 3백60FLOPS에 불과한 컴퓨터였다.
현대적 의미의 슈퍼컴퓨터 역사는 1976년 세이뮤어 크레이를 중심으로 개발된 CRAY-1으로부터 시작됐다. 최초 슈퍼컴퓨터로 인정받는 CRAY-1의 계산 성능은 1백20MFLOPS로 현재의 일반 PC보다도 성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처리 속도 1백MFLOPS, 주기억장치 용량이 8MB 이상이면 슈퍼컴퓨터로 분류될 수 있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를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자료는 1994년이래 1년에 두 차례(6월, 11월) 집계 발표되는 Top500의 결과다. 이 자료는 각 시스템의 이론 성능값이 아닌 슈퍼컴퓨터상에서 실행되는 린팩(LINPACK)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시험 결과를 척도로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우수한 5백대 컴퓨터의 순위를 나타낸 것이다(www.top500.org). 린팩은 주로 수치해석 패키지의 하나로서 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이용된다.
2000년 6월에 발표된 Top500 자료에 따르면, 현재 최고 성능의 컴퓨터는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인텔사 제품 ASCI Red. 이것은 이론 성능으로 초당 3조회 이상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최하위인 5백위 컴퓨터의 성능도 40GFLOPS를 넘고 있는데, 이것이 슈퍼컴퓨터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겠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초성능 컴퓨팅과 관련된 저널인 HPCwire(www.hpcwire.com) 자료에 따르면, IBM에서 개발한 ASCI White의 시험 성능이 12.3TFLOPS를 넘는다. 이것은 Top500의 1위인 ASCI Red보다 3배, 일반 PC보다 3만배 빠른 성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