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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열성 플라스틱,형상기억합금,반도성 세라믹스,압전 세라믹스 등 신소재 세계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맘껏 뽐내고 있는 똑똑한 재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자.

인공치아는 외부 온도에 따라 크기가 변하지 말아야한다.이 숙제는 저열팽창성 합금이 해결했다.

겨울에 해 넣은 치아가 여름에 팽창하면서 주변 치아를 밀어낸다면 어떨까.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온도가 변해도 크기가 거의 변하지 않는 저열팽창성합금이 있기 때문이다.이런 재료들은 신소재 세계에서 똑똑한 재료로 불린다.자신만의 독특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소재는 새로운 물질은 물론 기존에 있던 소재라고 새로운 제조공정으로 만들어 결점을 보완하고 우수한 특성이 부여된 모든 것을 일컫는다.신소재가 현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늘 강한 소재를 추구한 도구사에서 신소재의 등장은 필연적인 것이 아닐까.석기시대 말기에 등장한 청동기,청동기 시대 말기에 등장한 철기가 모두 각 시대의 신소재였다는 얘기다.그 중 철은 오늘날에도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다.재질이 강하면서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소재들과 비교하기 어렵다.물론 너무 무겁고 녹슬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소재가 알루미늄과 스테인레스다.

이 세상에서 100% 만족스러운 소재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다만 용도에 맞는 소재를 찾거나 각소재들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뿐이다.여기에 특정한 기능까지 있다면 재료세계에서 대접받는 것은 시간문제다.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이 '똑똑이'로 불리는 기능성 재료들로 신금속,고분자,파인세라믹스 등이 그것이다.

제2의 석기시대 연 세라믹스

신금속재료에는 철·알루미늄·구리·납과 같은 기존의 금속재료가 갖는 단점을 보완한 재료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가스터빈에는 1천℃이상의 고온에서 최고 50㎏/mm2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합금이 필요하고, 엔진이나 치과용 재료에는 온도가 상승해도 열팽창이 거의 없는 저열팽창성 합금이 이용된다. 그리고 항공기와 자동차에서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쇠처럼 강하면서 동시에 알루미늄과 같이 가벼운 경량합금이 유용하게 쓰인다. 이외에도 금속이 만들어질 때의 형상을 기억하고 있어 변형되더라도 가열하면 순식간에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형상기억합금과 기체 상태의 수소를 1천배 정도 흡수해 이를 저장하고 필요시 수소가스로 방출하는 수소저장합금이 신금속재료의 대표주자다.

고분자 재료에는 노트북 PC의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액정 고분자(Liquid Crystal)와 금속이나 세라믹스가 갖는 강도와 내열성을 갖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있다.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도성 고분자도 있다. 이것은 전기 전도성을 조금 더 높일 경우 구리선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금속 재료와 고분자 재료가 갖지 못하는 다양한 특성을 지닌 것으로 1900년대 ‘신소재 혁명’을 선도한 것이 파인세라믹스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세라믹스가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그리고 철기시대 이후 또하나의 석기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한다. 사실 세라믹스는 가마를 이용해 열처리하는 요업공업을 일컬었다. 세라믹스(Ceramics)의 어원이 점토(흙)를 고온에서 구워 만든 것을 뜻하는 그리스 언어의 케라모스(Keramos)에서 기원한 것도 같은 이유다.

2차대전 이후 등장한 파인세라믹스는 각종 전자 부품과 기계 부품에 사용된다. 예를 들어 전기를 저장하는 능력이 기존의 축전기 재료보다 1만배나 높은 강유전 세라믹스는 새로운 축전기 재료로 각광받고, 마이크로파유전세라믹스는 기지국과 통신용 단말기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자성 세라믹스는 비디오의 자기 헤드와 전자파 차폐재료로 이용된다.

브래지어에서 태양전지까지

똑똑한 재료로 불리는 기능성 재료의 대표주자는 형상기억합금과 전도성 고분자, 그리고 반도성 세라믹스와 압전 세라믹스다. 한동안 브래지어에 신소재 바람이 불었다. 세탁 후 휘어진 브래지어 라인이 피부에 닿으면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내세우며 사람들 앞에 화려하게 등장한 형상기억합금이 그 주인공이다. ‘기억력을 가진 금속’ ‘살아있는 금속’ 등으로 불리는 형상기억합금은 가공 당시의 온도에서 일정한 모양으로 만들어지면 그때의 자기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른 상황에서 변형이 되더라고 기억된 온도에 도달하면 원래의 제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금속이다.

이런 합금은 니켈계와 구리계 그리고 최근 개발되기 시작하는 철계가 있다. 현재까지 가장 ‘기억력’이 좋은 것은 니켈계 형상기억합금이다. 그러나 가격이 은값의 3배나 돼 실용화의 길이 요원하다. 따라서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싼 구리계와 철계를 이용한 연구가 한창이다.

사실 형상기억합금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곳은 항공기, 잠수함 등의 파이프 이음이다. 연결하려는 파이프의 바깥쪽 지름보다 작은 지름의 파이프를 만든다. 파이프들을 잇기 전에 저온에서 파이프의 양끝을 확대해 연결시킨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원래 크기로 돌아오면서 강하게 연결된다.

형상기억합금은 기억력이 좋을 뿐 아니라 탄성 효과도 뛰어나서 부러진 뼈를 부목하는 금속판으로도 쓰인다. 파이프 접합과 비슷한 원리로 수술 후 자연스럽게 골절부를 고정시킨다. 이와 같은 성질로 인해 치열교정용 강선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보통은 스테인리스 선으로 치아를 교정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탄성을 잃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형상기억합금은 오랜 기간 탄성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형상기억합금은 미래의 인공위성의 태양전지판에도 꼭 필요한 존재다. 과학자들은 10m가 넘는 큰 태양전지판을 형상기억합금으로 연결해 여러 번 접어서 인공위성에 넣어 발사한다. 우주에서 태양열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면 기계적인 동력이 없어도 저절로 전지판이 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플라스틱 전기줄

고분자 중에서 플라스틱은 전기를 통하지 않고, 썩지 않으며, 열에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도성 고분자는 고분자의 본래 특성인 가볍고 가공이 쉬운 장점을 유지한 채 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이다. 최초로 발견된 전도성 고분자는 폴리아세틸렌으로 그 자체로는 반도체에 불과하지만 이를 요오드로 처리하면 금속에 버금가는 전기 전도성을 갖는다. 전기 전도성이 조금만 더 향상되면 쉽게 넓은 면적으로 가공할 수 있어 넓은 면적의 태양전지와 플라스틱 배터리는 물론 정전기 방지나 전자파 차폐용품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이제 멀지 않은 장래에 구리선 대신 나일론실과 같은 전도성 고분자가 전선으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하는 온도에서 스위치를 켜거나 끌 수 있는 재료, 즉 온도를 인식하는 재료가 있을까. 온도 조절 장치 없이 일정한 온도에 이르면 전기를 통하거나 차단하는 재료가 PTCR(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 of Resistance)과 NTCR(Negative Tempera-ture Coefficient of Resistance)라는 반도성 세라믹스다. 이들은 주위의 온도에 따라 저항이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특정온도에서 전기를 흘리거나 또는 전기를 차단한다.

PTCR와 NTCR는 각각 바륨티탄계(${BaTiO}_{3}$)와 페라이트계(${Fe}_{2}{O}_{3}$) 세라믹스에 여러 가지 원소를 미량 첨가해 만든다. 어떤 원소를 얼마나 첨가하느냐에 따라 저항값이 급변하는 스위칭 온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PTCR은 특정온도에 도달하면 전기 저항이 급격히 증가해 절연체가 되므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응용해 가정용 모기향이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는 것을 예방하는데 쓰인다. 산업쪽에서는 일정한 온도의 바람을 공급하는 정온 발열체로 사용된다. NTCR은 상온에서는 절연체이나 일정한 온도에 도달하면 전류가 흐르는 특성이 있어 화재 경보기를 비롯한 전자부품에 활용된다.

잠수함의 소나는 압전세라믹스를 이용해 수중에서 음파를 발생시키고 되돌아오는 음파를 수신한다.

힘을 전기로 만드는 마법의 돌

근래 주목받고 있는 기능성 재료 중 한가지가 압전 세라믹스다. 이것은 기계적인 힘이나 충격을 전기로 바꾸거나, 전기신호로부터 기계적인 운동을 유발한다. 이렇게 간단한 원리를 지닌 압전 세라믹스가 새로운 산업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가정용 스피커의 우퍼대신 압전 세라믹스를 사용하는 APM(Acoustic Piston Mode) 스피커가 대표적인 예이다. 압전 세라믹스에 전기를 가하면 회로 설계에 따라 기계는 진동을 일으킨다. 여기에 진동판을 부착시키면 떨림이 전달돼 소리가 발생한다. 스피커로 소리를 듣게되는 원리다. 압전 스피커는 소형화가 가능해 두께가 얇은 벽걸이형 스피커에 이용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안경이나 반지, 목걸이 등을 세척하는 초음파 세척기나 물을 분무하는 초음파가습기도 전기를 가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이용해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압전 세라믹스가 쓰인다. 이때 초음파의 주파수는 압전세라믹스의 두께로 조절된다.

이와는 반대로 외부에서 순간적으로 강한 기계적인 충격이나 압력을 주면 압전세라믹스가 변형되면서 전기가 발생한다. 가스레인지나 라이터를 켤 때 힘을 주어 스위치를 누르면 ‘딱’ 하고 소리가 나면서 불이 켜진다. 압전 세라믹스에 충격이 가해지면 고압의 전기가 발생되고, 이 전기가 방전돼 불이 켜진다는 얘기다.

2세대 압전 세라믹스들

지금까지 설명한 압전 세라믹스는 하나의 변환, 즉 전기에너지에서 기계적 에너지로 또는 그 역으로 바꾸는 기능을 이용한 것으로 압전 세라믹스의 1세대로 통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두가지 변환을 한꺼번에 이용해 새로운 기능을 보이는 쌍방향성 제2세대 압전 세라믹스가 이용된다.

위치탐지를 위해서 공기 중에서는 레이더를 사용하지만 수중에서는 전자기파가 전파되지 못하므로 음파(초음파)를 사용한다. 수중에서 음파를 발생시키고 되돌아오는 음파를 수신할 수 있는 장치가 소나다. 즉 전기신호를 가해 압전체를 움직여 물을 진동시킴으로써 음파를 발생시키고, 돌아오는 음파에 의해 압전체가 진동하면 전기적 신호가 만들어진다. 소나는 잠수함에서 수중에 존재하는 장애물이나 상대편 잠수함을 추적할 때나 어선들이 물 속에 있는 물고기들을 탐지하는 어군탐지기에 사용된다.

임산부의 뱃속에 있는 태아를 관찰하는데 사용하는 의료용 초음파 진단장치의 원리도 소나와 동일하다. 임산부의 배 위에 접촉시켜 미세한 전기신호로 초음파를 발생시키고 동시에 신호를 수신하는 탐침에 고성능 압전 세라믹스가 사용된다.

초창기 비디오 카메라의 큰 단점은 촬영할 때 찍는 사람의 손떨림 때문에 촬영된 화면이 흔들린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도 압전 세라믹스를 사용한 센서로 해결됐다. 압전 세라믹스는 손떨림에 의해 발생하는 기계적 진동을 감지하고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손떨림 방지 장치를 작동시켜 화면 떨림을 없앤다. 자동차의 경우도 점화시기가 맞지 않아 엔진이 노킹을 일으키면 소음과 함께 엔진이 떨린다. 이때 발생하는 진동을 압전 세라믹스센서(노킹센서)가 감지해 연료와 공기 혼합비를 조절하면서 정상적인 엔진작동을 유지한다.

최근에는 레저용 스키 플레이트에도 압전 세라믹스가 큰 몫을 한다. 여기서 압전 센서는 스키판이 진동하는 것을 감지하고 이와 반대되는 진동을 압전 진동자를 통해 인위적으로 반대방향의 진동을 발생시켜 스키어가 느끼는 진동을 완화시킨다. 같은 원리로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등에서 철판의 울림을 감지해 이와 반대되는 진동으로 소음을 줄이는 것에도 응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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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홍국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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