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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은 지 불과 2개월 밖에 안된 2호기에서 냉각장치가 고장난 것이다. 이로 인해 핵연료봉이 파열되고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그러나 누출된 방사성물질은 방호건물 때문에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아 지역주민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1984년 11월 25일 경북 월성군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압력보호밸브를 정기점검하던 검사원이 기기를 잘못 다루는 바람에 냉각재로 사용하던 중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곧바로 터빈이 정지되고 제어봉이 핵연료 다발 속으로 꽂히면서 핵분열도 정지됐다. 걱정했던 중수의 온도도 3백10℃에서 50℃로 다시 낮춰졌으며, 누출된 중수는 격납용기에 모였기 때문에 외부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사고였다.

1986년 4월 26일 옛소련(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에서는 4호기의 지붕이 날아가고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물질이 하늘을 뒤덮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사고로 31명이 사망했으며, 4백4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물론 지금까지 체르노빌 지역은 방사성물질로 오염돼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위에 예로 든 3개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모두 인간의 실수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체르노빌에서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과 한국이 원자력발전소를 위험하다고 보고 몇겹의 보호장치를 해둔 데 반해, 옛소련에서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림) 원자력발전소의 다중방호벽


사망 확률은 별똥에 맞는 경우와 비슷

원자력발전소는 핵이 분열하면서 나오는 엄청난 열을 이용해 발전하는 곳이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도 된다. 흔히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핵폭탄이 폭발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줄 안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핵폭탄의 경우 우라늄 235를 100% 가까이 농축한 핵연료를 사용한다. 또 주위에는 핵반응을 급격하게 일으키기 위해 화약을 장전해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날에는 마치 성냥갑 속에 불을 당기면 꽉 들어찬 성냥이 한꺼번에 타는 것처럼 폭발한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는 핵연료에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 235가 0.7% 밖에 들어있지 않다. 나머지 99.3%는 핵분열을 잘 일으키지 않는 우라늄 238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가 핵폭탄처럼 폭발하는 일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던 것은 핵연료가 폭발한 것이 아니고, 핵연료를 피복했던 특수한 물질이 물과 반응해 폭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작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무서운 것은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물질의 누출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방사선은 자연계에 흔하게 존재하는 물질이다. 우리는 연간 2.4밀리시버트(mSv, 1밀리시버트는 X선촬영을 한번 했을 때 받는 생물학적 효과) 가량 자연방사선을 쐰다고 한다. 그런데 1천밀리시버트 이상 전신에 쐬게 되면 구토가 일어나고, 7천밀리시버트를 쐬게 되면 죽게 된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연간 50밀리시버트 이상 방사선을 쐬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만일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난다면 이러한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누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한 위험성을 경고해준 것이 바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이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소마다 안전장치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제어봉이다. 제어봉은 핵분열의 속도를 조절할 뿐 아니라, 지진이 발생할 경우 자동적으로 핵연료 다발 속으로 떨어져 중성자를 흡수함으로써 핵분열을 막는다. 원자력의 불씨를 없앤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로써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5겹의 완벽한 방호벽을 설치하고 있다.

첫번째 방호벽은 연료팰릿. 핵연료 자체에 이산화우라늄 분말을 넣어 핵분열 때 나오는 스트론튬, 세슘과 같은 고체 방사성물질을 흡수한다.

두번째 방호벽은 핵연료를 싸고 있는 원통형 연료피복관으로 지르코늄 합금으로 만든다. 여기에 연료팰릿을 넣고 봉하면 핵연료봉이 된다. 연료피복관은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기체 방사성물질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세번째 방호벽은 원자로 압력용기. 핵연료봉을 넣어 두는 곳으로 25cm 두께의 철제 압력용기로 제작한다. 원자로가 과열되더라도 높은 압력과 온도를 견딜 수 있도록 했다.

네번째 방호벽은 3-4cm의 철판으로 만든 원자로 격납용기. 터빈을 돌리는 증기와 냉각수가 지나가는 길로 방사성물질에 의해 오염된 중수는 여기에 다시 모이게끔돼 있다. 스리마일과 월성에서 방사성물질 누출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던 것은 물 한방울 빠져나갈 수 없도록 단단하게 막아둔 이 시설 때문이다.

마지막 방호벽은 원자로 건물. 격납용기 밖에 설치하는 1백cm 가량의 두꺼운 철근콘크리트 벽을 말한다. 원자로 건물은 지진(우리나라의 경우 지진규모 6.5에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하고 있음), 태풍, 해일 등의 자연재해가 일어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설계돼 있다.

이밖에도 핵분열시 생기는 열을 흡수하는 물이 파이프나 기기 고장으로 새는 경우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보충해주는 비상노심 냉각장치, 핵연료봉이 파괴됐을 때 기체방사성물질이 격납용기 밖으로 못나가도록 물을 뿌려주는 장치, 원자로가 정지했을 때 남아있는 열을 식혀주는 잔열냉각장치 등 세세한 보호장치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는 약 5백개에 이른다. 그런데 이곳에서 사고가 일어나 한명이라도 죽을 확률은 별똥에 맞아 죽을 확률과 비슷한 50억분의 1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자동차사고로 죽는 경우(3천분의 1), 산이나 다리에서 떨어져 죽는 경우(1백만분의 1), 비행기사고로 죽는 경우(10만분의 1), 벼락에 맞아 죽는 경우(2백만분의 1)보다 희박한 확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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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한국원자력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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