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푸른 바다를 따라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여기에 감미롭게 흐르는 선율이 있다. 이 순간 도시에서 지친 영혼들은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신 듯 활력을 되찾는다. 음악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다. 인간의 기쁨, 슬픔, 노여움은 음악을 통해 새로와진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우리에게 슬픔을, 마르티니의 ‘사랑의 기쁨’은 말 그대로 사랑의 기쁨을,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인간의 숨겨진 열정을 전한다.
작곡가들은 새로운 세계를 악보 위에 건설하고, 연주자들은 이 세계를 아름답게 꾸며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으로 삶을 재충전한다. 그렇다면 음악에 과학자들이 설자리가 있을까.
마리아 칼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 조수미의 노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 누구라도 그들의 공연장에 가지 않고도 신이 내린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바로 과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음악은 대부분 CD형태의 음반에 담긴다. 이때 그들이 아무리 노래를 잘 불렀더라도 앰프가 그 음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하면 그들의 소리는 직접듣는 단 한순간만 유효할 뿐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음악가들의 든든한 후원자인 셈이다. 성악가들이 부르는 노래, 연주자들이 빚어낸 그 순간의 음을 최대한 살려내는 것이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과학자들은 그 동안 이 부분에서 풀리지 않은 숙제를 떠안고 있었다. 바로 앰프가 디지털식과 아날로그식으로 나눠져 있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태어나는 꿈의 음질
오디오의 앰프는 작은 음향신호를 큰 신호로 바꿔 스피커를 구동시킴으로써 소리를 확대 재생하는 장치다. 그런데 아날로그식은 원음이 그대로 재생되지만 입력에 대한 출력의 비율인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디지털식은 효율은 좋지만 원음을 충실히 재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KAIST 조규형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과)는 이 숙제를 속시원히 풀었다. 바로 아날로그식과 디지털식의 장점만을 따 원음을 살리면서 효율이 좋은 신개념의 앰프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신개념 앰프는 마스터 앰프와 슬레이브 앰프, 즉 두개의 앰프가 한 개의 앰프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이 앰프는 주파수 대역이 넓고 고음을 깨끗한 원음으로 재생해 기존의 어떤 앰프도 감당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클래식 마니아들이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음을 재현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조규형교수는 자신만만하다. 조교수는 말한다. “기존에 세계 시장을 지배한 미국의 마크 레빈스, 독일의 MBL같은 제품과 경쟁할 것입니다. 물론 승산은 우리 쪽에 있지요.” 조교수가 준비한 카드가 바로 ‘프로 마니아’라는 제품. 여기에 라이브용 앰프인 ‘프로 라이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조교수는 교수벤처 시대의 문도 처음 열었다. 바로 오디오 앰프를 제작하는 벤처기업인 ‘A 탄카멘’을 창업한 것이다. 박사과정에 있는 제자 10명이 직원이고 한국과학기술원 전자동의 40평, 영상동의 15평 남짓한 공간이 공장이다. 이곳이 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앰프를 세계시장에 내놓을 꿈의 공간인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음악이 원음보다 더 아름답고 웅장한 음으로 탄생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