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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연구센터

인공비서 인공애완동물 멀지 않았다


뇌과학연구센터

얼마 전,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자애완동물 ‘퍼비’(Furby)가 어른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마침내 잠을 자게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쉬지 않고 재잘거리는 퍼비는 컴퓨터 칩이 내장된 장난감 인형. 눈 귀 입 등을 움직일 뿐만 아니라 간질이면 킥킥 웃기까지 한다. 외부 자극에 반응해 소리치고 움직이는 기계. 이것은 미래에 변화될 우리 사회의 일부에 불과하다.

퍼비와 마찬가지로 미래에는 인간과 같거나 유사한 형태로 정보를 처리하고 환경에 적응하며 인간에 순응하는 기계가 더욱 많이 나올 것이다. 컴퓨터 스스로 자극을 인식하고 판단해서 행동하는 시대. 이것은 비단 공상과학에 나오는 상상이 아니다. 이미 퍼비에서 구현된 것처럼 사람의 음성이나 외부 소리를 인식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외부에 반응할 수 있는 기술이 실현되고 있다. 말로 거는 핸드폰이나 전화번호 자동안내 시스템 등이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사람처럼 인식하고 행동하는 완전한 기계를 구현하는 길의 시작일 뿐이다.

기계가 사람처럼 느끼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뇌의 기능이 필수적이다. 모든 정보처리와 추론과 행동의 결정은 뇌를 통하기 때문이다. KAIST의 뇌과학연구센터(소장 이수영)는 이러한 뇌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고 이를 기계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미래 기술의 전위대다. 뇌과학연구는 뇌의 구조와 기능만큼이나 다양한 학문분야의 학제적 협동이 필요하다. 물리학, 생리학, 분자생물학, 인지 과학, 전자 공학, 컴퓨터 과학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1등인 연구분야

뇌과학연구센터에서 신경과학자는 뇌의 정보전달 과정을 연구하며, 인지과학자는 학습, 판단, 추론 등 뇌의 인지기능을 탐구한다. 컴퓨터 공학자는 뇌정보처리 과정을 모델링해서 이를 컴퓨터 회로로 재구성하고 신경회로망을 설계한다. 신경회로망 칩이 설계되면 전체적인 시스템으로 하나의 완전한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공학자들이 가세한다. 때문에 뇌과학연구센터는 KAIST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서울대, 연세대, 포항공대 등 각 대학의 연구진이 협동한다. 참여 연구원만 총 3백25명에 달하며, 박사급 연구원만 1백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이다. 우리나라의 뇌 관련 연구진을 그물처럼 연결한 연구센터라고 할 수 있다.

뇌과학 연구를 기계에 구현하는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뇌과학연구센터의 소장인 이수영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과)는 “세계 1등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서 한국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분야가 이 분야다”고 말한다. 또한 뇌 연구의 응용기술을 산업화하는데 반도체 공정기술이 필수적이다. 뇌정보처리 모델을 연구하고 있는 길이만 교수(기초과학과정)는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공정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뇌연구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고 말한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해 고차원의 정신활동을 하는 두뇌는 아직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연구 분야다. 뇌과학연구센터는 두뇌의 비밀을 풀어내 단기적으로 시각정보를 인식하는 망막센서와 청각정보를 인식하는 청각센서, 고성능 얼굴인식시스템, 음성안내시스템을 구현해낼 예정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완전한 자동차주행시스템, 인공비서, 인공애완동물을 실현할 꿈을 안고 있다. KAIST의 뇌과학연구센터가 이끌어줄 미래는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뇌과학연구센터의 연구진들.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이수영 교수, 그 옆이 길이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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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조영철 기자
  • 전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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