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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구 반 이상이 심령 현상 경험

미국대학 심리학 교과서에 등장한 텔레파시

초능력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저승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의 증언은 진실일까.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신비한 현상에 대해 사람들의 입장은 지지 아니면 반대로 양분되기 쉽다. 하지만 단순히 한쪽 입장을 편들기 이전에 과연 초자연현상이 무엇이고 여기에 대한 과학적 해석은 어떻게 제시됐는지를 활동중인 필자와 함께 6개월 간 초감각적 지각, 염력, 유령, 임사체험, 심령요법 등 초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해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광란하는 종교집회장에서 부흥사가 죽어가는 사람의 몸에 손을 대자 기적처럼 살아난다. 드라큘라처럼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살인 용의자를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자마자 햇빛에 타서 죽고 만다.

한때 전세계 안방의 텔레비전 시청자를 사로잡은 ‘X파일’ 시리즈에는 이처럼 초상적(paranormal), 초자연적(supernatural) 또는 신비적(occult)이라는 수식어로 표현되는 불가사의한 현상이 줄기차게 펼쳐진다.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

이러한 현상들은 현재의 과학법칙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변칙현상(anomaly)이라 한다. 바꾸어 말해서 변칙현상은 과학을 진보시키는 연료이다. 변칙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새롭게 이해하는 이론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금술에서 화학, 점성술에서 천문학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변칙현상 중에서 과학자들을 가장 괴롭혀온 것은 사람의 심령(psychic) 현상이다. 심령이란 마음 속의 영혼, 즉 육체를 떠나서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마음의 주체이다. 심령현상은 영혼에 의해 나타나는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정신현상이다.

인류는 적어도 2천년 이상 심령현상을 경험하였으나 과학의 테두리 안에서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심령현상을 과학의 주제로 삼아 연구하는 분야가 다름아닌 초심리학(parapsychology)이다. 초심리학에서 연구하는 심령현상은 다섯분야로 구분된다.

첫째 초감각적 지각(ESP, extrasensory perception)이다. 사람이 오감을 사용하지 않고 논리적 추론없이 정보를 얻는 능력이다. ESP에는 텔레파시(telepathy), 투시(clairvoyance), 예지(precognition)의 세종류가 있다.

텔레파시(정신감응)는 두사람 이상의 마음 사이에 오감을 사용하지 않고 정보를 직접 교환하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마음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다. 투시는 마음으로 멀리 떨어진 곳의 물체나 사건에 관한 정보를 얻는 능력이다. 투시는 다른 말로 먼곳 보기(remote viewing)라 한다. 투시는 사람이 아니라 무생물로부터 정보를 얻는다는 점이 텔레파시와 다르다.

텔레파시와 투시는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정보의 발생과 획득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예지는 미래의 사건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는 능력이다. 특히 타인의 정서를 미리 아는 능력을 예감(presentiment)이라 한다. 예지는 특정의 사건을 알게 되므로 투시와 유사함과 동시에 타인의 정서를 경험하므로 텔레파시처럼 보인다. 요컨대 ESP는 텔레파시, 투시 또는 예지에 의하여 정보를 회득하는 심령능력이다.

초심리학에서 연구하는 두번째 심령 능력은 염력(psychokine-sis)이다. 사람이 육체적 힘을 사용하지 않고 마음만으로 물체, 사건 또는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이다. 매크로 염력(macro-PK)과 마이크로염력(micro-PK)의 두종류가 있다. 매크로염력은 숟가락을 구부리는 것처럼 큰 물체에 작용하는 염력인 반면에 마이크로 염력은 전자장치를 사용하여 마음으로 원자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다.

PK와 ESP로 나타나는 현상을 통틀어 사이(psi)라 한다. 사이는 본래 그리스어 알파벳의 스물셋째 글자(Ψ)이다. 사이라는 용어가 새삼스럽게 출현한 까닭은 ESP와 PK가 초심리학의 핵심 주제이기 때문이다.

영혼과 육체의 관계 연구

초심리학의 나머지 세분야는 사이현상보다 과학적 설명이 쉽지 않은 심령현상들이다. 첫째 사람의 유령 또는 귀신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장난꾸러기 유령인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특정장소에 주기적으로 유령이 출몰하는 현상(haunting) 등의 연구도 포함된다. 초기의 심령연구가들은 유령을 사람이 죽은 뒤에도 영혼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초심리학의 연구대상에 포함시켰다.

둘째 임사체험(NDE, near-death experience)이다. 죽을 고비에 임했던 경험을 말한다. NDE는 초심리학과 의학의 경계에 있는 분야이다. 종종 임사체험과 함께 일어나는 현상인 유체이탈경험(OBE, out-of-body experience)도 연구대상이다. OBE는 육체와는 별개의 것으로 믿어진 영체(astral body)가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경험하는 현상이다. 요컨대 OBE는 마음이 몸으로부터 분리 가능함을 암시하므로 초심리학의 관심사가 된다.

끝으로 심령요법(psychic healing)은 치료자가 정통의학과 무관한 방법으로 환자의 신체에 영향을 미쳐 질병을 고치는 분야이다. 심령요법은 치료자와 환자가 서로 몸에 지닌 특유의 에너지를 교환하는 것으로 전제한다. 이러한 생명에너지는 역사를 통해 수많은 문화에서 그 존재가 보고되었다. 힌두교도의 프라나, 중국인들의 기 등을 들 수 있다. 질병이란 몸안의 기의 균형이 상실된 상태이다. 그러므로 섭취한 기를 몸안에서 돌려 바르게 순환시킬 필요가 있다. 기를 돌리는 방법을 기공이라 한다. 기공의 서양의 초심리학자들에게 특별히 관심사가 되고 있는 까닭은 생물체에 대한 염력 연구와 비슷한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초심리학에서 연구하는 다섯가지 심령현상의 어는 한두가지를 겪어본 사람은 세계 인구의 50-75% 가량 된다. 그만큼 심령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심령현상은 마술사나 무당과 결부되어 미신으로 간주되었다.


사람에게 잠재된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현대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인체의 미스터리는 수두룩하다.


라인 부부의 헌신적 노력

심령연구는 19세기 후반부터 3단계를 거쳐 초심리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하게 된다. 제1단계는 심령주의(spiritualism)의 극적인 번성이다. 심령주의는 뉴욕 교외의 조그만 마을에 살았던 대장장이 존 폭스의 집안에서 비롯된다. 폭스 가족이 이사온 1847년 겨울부터 다음해 봄까지 열네살 된 딸과 열두살 먹은 막내딸이 침실과 지하실에서 톡톡 두드리는 소리(rap)를 듣게 된다.

폭스 자매는 불행한 영혼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손가락을 튕기거나 손뼉을 쳐서 문답을 시도했는데, 놀랍게도 그 망령은 랩 소리로 의사를 전달했다. 두 소녀가 죽은 사람의 영혼과 대화를 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펴져나갔다.

이를 계기로 육체가 사멸한 뒤에도 영혼이 존재하며, 죽은 사람은 영매를 통해 산 사람에게 뜻을 전달한다는 심령주의가 출현한다. 영매는 망자와 생자가 의사를 통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심령주의에 대한 서구 사회의 열광적인 관심에 편승하여 전성시대를 누린다. 캄캄한 방에서 랩 소리를 내거나 주문을 외는 따위의 갖가지 강신술을 동원하였으나 속임수이기 일쑤였다. 심령주의는 종교로 발전되는데 실패하여 시들해졌으나 학자들의 심령연구에 불을 지폈다.

제2단계는 심령주의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는 일군의 학자들이 단체를 결성하면서 시작된다. 1882년 영국 런던에 모인 학자들은 심령현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구심점으로 심령연구회(SPR, Society For Psychical Research)를 창립한다. SPR의 발족은 심령연구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사례연구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실험을 시도함으로써 심령연구가 비로소 과학적 얼개를 갖추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성과는 1886년 발간된 ‘생자의 유령’이라는 1천3백쪽 짜리 책이다. 유령 연구를 집대성한 이 책은 향후 초심리학의 사례연구에 주춧돌을 놓은 업적으로 평가된다.

열정적인 설립자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SPR이 무기력해짐과 아울러 심령연구의 영웅시대는 막을 내린다. 20세기 초반까지 심령연구는 숨을 죽이게 된다.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면서.

제3단계는 무대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뀌면서 1927년 조셉 라인에 의해 막이 오른다. 라인은 1920년 루이자 라인과 결혼한다. 둘다 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심령연구에 심취한다. 라인은 대학교수 자리와 식물학을 포기하고 심령연구를 위해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한다. 1927년 듀크대학의 제안을 받아 심리학과의 책임자가 된다. 1930년에는 대학 안에 초심리학 연구실을 만들어 독자적인 심령연구에 착수한다. 이를 계기로 심령현상을 엄밀한 실험에 의하여 연구하는 과학이라는 의미에서 초심리학이라는 용어가 채택되었다.

라인은 1934년 ‘초감각적 지각’을 펴낸다. 심령연구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운 명저로 평가된다. 라인은 1965년 정년퇴임하면서 듀크대의 연구실을 ‘초심리학 연구소’로 확대개편한다. 이 연구소는 1995년 라인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여 라인연구센터로 개명된다. 오늘날 초심리학의 메카이다. 라인은 1980년 사망할 때까지 아내와 함께 초심리학 연구에 생애를 건 독보적인 이론가이다.


초감각적 지각의 한 사례인 텔레파시를 실험하는 모습.


의사과학 또는 반과학으로 비난

라인이 터를 닦은 초심리학 연구는 몇몇 열성적인 후계자들, 이를테면 ESP의 찰스 호노턴, PK의 헬무트 슈미트, 로버트 얀, 딘 라딘에 의해 학문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라딘은 ‘심령현상의 과학적 진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의식의 우주’(1997)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과학으로 수용되는 4단계, 즉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그 아이디어가 기존의 과학법칙을 위반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단계(1단계), 회의론자들이 서서히 그 아이디어를 수긍하지만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단계(2단계), 과학자의 주류가 그 아이디어의 중요성과 효과를 인정하기 시작하는 단계(3단계), 그 아이디어의 버판자들이 도리어 지지자가 되는 단계(4단계) 중에서 초심리학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힘든 대목인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도중에 있다고 주장한다. 초심리학이 바야흐로 과학자들의 극렬한 비판에 시달리던 시기를 마감하고 과학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라딘의 기대와는 달리 초심리학을 부정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거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가령 ‘초상현상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위원회’(CSICOP)는 초심리학을 의사(擬似) 과학 또는 반과학으로 몰아붙인다. CSICOP은 사이캅(sci-cop)이라 발음한다. 경찰 기능을 가진 과학자 조직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이다.

이들이 초상현상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초심리학의 주장이 현재의 과학이론과 상층됨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을 수정시킬만큼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결코 과학으로 성립될 수 없는 사이비 과학이라는 것이다. 1976년 폴 커츠 주도로 설립된 사이캅은 ‘스켑티칼 인콰이어러’라는 잡지를 펴낸다. 주요 필자는 커츠를 비롯해서 레이 하이먼, 제임스 알콕, 제임스 랜디, 수잔 블랙모어, 캔드릭 프래지어 등 쟁쟁한 논객들이다.


초심리학의 창시자 라인 교수(왼쪽)가 조수와 함께 주사위 숫자를 측정하는 모습. 염력의 증거를 찾는 실험이다.


초심리학의 아킬레스건

초심리학을 둘러싼 논쟁의 초점은 반복가능성(replicability)으로 모아진다. 무릇 과학은 한 현상이 발견되었다면 다른 사람들도 동일한 과정을 통해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전제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초심리학이 제시한 실험결과가 이러한 과학의 전제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는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복가능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심령현상의 본질에서 비롯된다. 가령 텔레파시를 되풀이해서 실험했을 경우 유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비판자들은 이러한 초심리학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진다.

초심리학에서는 반복가능성의 난관을 메타분석(meta-analysis)으로 돌파한다. 말 그대로 분석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초심리학자들은 라인 이후 50여년 간 실험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과학적 증거로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메타분석으로 얻은 괄목할만한 성과는 호노턴의 텔레파시 실험분석이다. 호노턴의 노력 덕분에 ‘심리학 개론’의 1990년 개정판에 사이현상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리처드 애트킨슨 등 4명이 집필한 이 책은 미국 대학생들의 심리학 교재로서 가장 인기가 높다. 이 책의 저자들이 초심리학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을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텔레파시가 언급된 사실 자체가 고무적인 사태 발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타분석의 효율성에 자신감을 얻은 초심리학자들은 심령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기염을 토한다.

초심리학은 과학이 현 상태에서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사람이 정보를 얻거나 물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오늘날 과학이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지극히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다. 모든 과학의 법칙이 재검토 되어야 하며 우리의 세계관 역시 수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심리학을 비롯한 초상현상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의 당사자들은 찬반 어느 쪽의 입장에 서있건 좀더 성실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임해야 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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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인식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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