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살아있는 화석

부활 60주년 맞은 실러캔스

가끔 화석에서나 볼 수 있는 공룡이 바닷속 어딘가에 살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것은 실러캔스 때문이다. 6천5백만년 전 공룡과 함께 멸종됐다고 알려졌던 실러캔스는 어떻게 다시 발견된 것일까?


독일에서 발견된 1억5천만년 전 쥐라기 때의 실러캔스 화석.
 

1998년 12월 22일은 고생물학적으로 매우 뜻깊은 날이다. 살아있는 화석인 실러캔스(Coelacanth)가 발견된지 60주년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50주년 때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자세한 탐사를 통해 그 의미를 되새긴 바 있다.

화석은 아주 옛날에 살았던 생물이 죽어 만들어진 돌덩어리다. 그런데 마땅히 죽어 없어야 할 화석 중에 살아있는 것들이 있다. 수억만년 전-수천만년 전의 지질시대에 나타나 화석이 됐던 생물이 지금까지 그 모양이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살아있는 것이다. 이를 ‘살아있는 화석’(living fossil)이라고 한다.

이 말은 진화론을 주장한 영국박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이 1859년 발간한 불후의 명저 ‘종의 기원’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다윈은 은행이 고생대 말에 나타나 모양이 거의 변하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렀다. 당시만 해도 지질학이 크게 발달하지 못해서, 다윈은 은행이 아주 오래 전에 나온 것은 알았지만 정확한 시기는 알지 못했다. 오늘날 밝혀진 바로 은행은 고생대 말 페름기(2억9천만년 전-2억4천5백만년 전) 중엽에 나왔으므로 2억7천만년 이상을 살아오고 있는 셈이다.


스미스 교수는 조심스럽게 실러캔스를 운반했다. 심지어 배안에서는 냄새를 아랑곳하지 않고 실러캔스를 곁에 두고 잠을 잤다.
 

6천5백만년 만의 부활

우리가 잘 아는 바퀴벌레도 고생대 석탄기(3억6천만년 전-2억9천만년 전)에 나타나 지금까지 살고있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화석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실러캔스라고 하는 물고기다. 우선 길이가 1백80cm, 무게가 98kg이나 돼 물고기처럼 보이지 않고 마치 지질시대의 원시적인 도마뱀을 연상시킨다. 그보다는 3억6천만년 전에 나타났다가 6천5백만년 전에 멸종됐던 것이 1938년 말에 산 채로 발견됐기 때문에 더욱 유명한지도 모른다. 실러캔스의 발견은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1938년 성탄이 가깝던 12월 22일, 남아프리카 이스트런던박물관의 표본관리책임자였던 마조리 쿠르트내-래티머(Marjorie Courtenay-Latimer)는 평소 알고 지내던 트롤어선 헨드릭 구센 선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차룸나강 하구에서 박물관용으로 잡아 모아놓은 물고기를 보라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강가로 찾아가 표본을 할 만한 물고기들을 살폈다. 그런데 그날 푸른 피부에 흰 반점이 있고 무섭게 생긴 이상한 물고기를 처음 만나게 됐다. 그녀는 물고기의 이름을 몰라 모양과 특징을 간단히 스케치한 다음 이를 3백50km 떨어진 그래햄스타운에서 화학을 강의하던 어류학자 제임스 레오나드 브라이얼리 스미스 교수에게 보냈다. 다음해 초 래티머가 보낸 이상한 물고기는 오래 전에 멸종됐던 실러캔스로 확인됐다. 실러캔스가 살아있는 화석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훗날 스미스 교수는 실러캔스를 확인하던 순간 북받쳐 올랐던 감정을 이렇게 회고했다. “방안에는 실러캔스가 있었다. 오! 하느님! 나는 벼락을 맞은 것 같았고 몸은 심하게 떨렸다. 돌에 맞은 듯이 서 있었다. 모든 것을 잊고 그냥 바라볼 따름이었다.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대어 보았다. 분명히 실러캔스였다.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실러캔스가 발견되자 당시의 놀라움은 대단했다. 화석으로만 그 존재가 알려졌던 실러캔스가 산 채로 다시 발견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물고기는 네발동물의 조상이라고 생각되며, 그야말로 물고기와 양서류 사이의 잃어버린 연결고리”라고 당시의 신문들이 대서특필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실러캔스의 발견은 한 영국 신문의 표현에 따르면 “20세기 자연과학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였다.

래티머가 발견한 실러캔스 표본은 발견자와 포획장소를 나타내 ‘라티메리아 차룸내’(Latimeria chalumnae)로 명명됐다. 그런데 래티머는 실러캔스 전체를 보존하기 어려워 껍질만 박제하고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기관들을 없애고 말았다. 그래서 학술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선 새로운 살아있는 실러캔스가 필요했다. 그러나 스미스 교수가 찾기 시작한지 14년 동안 실러캔스는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번째 실러캔스는 1952년 12월에 발견됐다.

두번째 실러캔스는 스미스 교수 부부의 열정에 감탄한 에릭 헌트 선장이 찾아주었다. 작은 배 한척을 가지고 있던 그는 코모로 군도의 조그만 섬에서 실러캔스를 발견했다. 한편 헌트 선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스미스 교수는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발을 구르던 중 총리에게 특별히 부탁해 공군화물기를 얻어 타고 2천5백km를 날아갔다.

하지만 실러캔스는 곧바로 스미스 교수의 품으로 넘어오진 않았다. 실리캔스가 발견된 섬은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그 섬에 있던 프랑스 총독이 소유권을 주장한 것이다. 그는 실러캔스의 가치를 알지 못했지만 자기네가 가지기로 결정하고 마다가스카르섬에 있던 프랑스 연구소로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때마침 성탄휴가철이라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는 프랑스 총독은 스미스교수가 실러캔스를 처음으로 확인하고 찾기 시작했다는 점을 인정해 실러캔스를 내주었다. 14년만에 실러캔스를 겨우 찾아낸 스미스교수는 실러캔스를 담은 나무상자의 옆에서 잠을 자면서까지 소중하게 다루면서 연구실까지 운반했다.

주서식지 코모로군도

실러캔스 연구는 잠수장비와 촬영장비가 발달하면서 더욱 활기를 띠었다. 1986-1987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한스 프릭케 교수는 잠수정 지오호를 타고 수심 1백80m까지 들어가 자연상태에서 살아가는 실러캔스들을 비디오로 촬영했다. 1989년 잠수정 자고호를 타고 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간 그는 실러캔스들이 숨어있는 은신처를 찾아냈다. 1991년에는 실러캔스의 몸에 무선발신기를 부착해, 실러캔스 중에는 밤이 되면 7백m나 되는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것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실러캔스는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 코모로 군도 근해에서만 지금까지 거의 2백마리 정도가 잡혔다. 대부분이 코모로 군도 부근에서 잡혔으므로 그곳의 해저가 실러캔스의 주서식지로 생각된다. 반면 코모로 군도가 아닌 곳에서는 최초의 실러캔스를 포함해 단 세곳(주로 남아프리카 남동쪽 해안)에서 다섯마리만이 잡혔을 뿐이다. 특히 최초로 실러캔스가 잡힌 곳은 코모로 군도의 근해에서 가장 멀어, 우연히 그곳으로 갔던 물고기가 잡힌 것으로 보인다. 이 추정이 맞다면 실러캔스의 첫 발견은 엄청난 우연이자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구센 선장의 업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프릭케 교수가 1990년 잠수정으로 관찰한 차룸나강 하구 해저는 실러캔스가 많이 사는 곳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다. 1995년에는 마다가스카르섬 남서쪽 해저에서도 실러캔스가 잡혔다. 한편 1991년에 이어 1995년과 1997년 각각 한 마리의 실러캔스가 잡힌 모잠비크 근해도 실러캔스의 새로운 서식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한다. 1991년 모잠비크 해안에서 잡힌 실러캔스는 처음 걸린 실러캔스 이후 두번째로 그물에 걸린 실러캔스이다.

실러캔스의 비밀

실러캔스의 머리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고 앞부분과 뒷부분을 따로 움직일 수 있다. 처음에는 양서류의 조상이라고 생각했으나 연구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오래 전에 나타난 물고기인 상어처럼 난태생을 한다.

실러캔스의 새끼수는 차이가 많다. 1975년에 잡힌 실러캔스의 몸속에는 다섯마리의 새끼가 있었고, 1991년 8월 모잠비크해안에서 잡힌 것 속에는 26마리의 새끼가 들어 있었다. 새끼들의 크기는 31-36cm 정도. 몸속의 알도 19-67개로 개체에 따라 차이가 컸다. 이렇게 새끼수와 알수에서 차이가 큰 것을 보면 서로 다른 종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하지만 실러캔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그런 주장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아서 실러캔스는 한 종류다.

상어 중에는 태아가 다른 태아를 잡아먹는 종이 있다. 그러나 아직 실러캔스에 대해서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 이는 상어와 달리 실러캔스에게 그런 습성이 없을 수도 있고, 또 흔하게 잡히지 않아 그런 습성을 관찰할 기회가 적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러캔스는 보통 수심이 1백80m이고, 수온이 18℃ 이하인 바닷속 화산암 바위구멍에 서식한다. 낮에는 몇마리씩 무리를 지어 숨어있다가 밤이 되면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한편 실러캔스는 산소를 아주 적게 소비한다. 실러캔스의 산소 소비량은 다랑어의 1백20분의 1, 송어의 10분의 1도 안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실러캔스는 먹이가 적은 곳에서 살 수 있으며,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믿어진다.

한스 프릭케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실러캔스는 그 수가 많지 않다. 또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실러캔스는 1989년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로 분류돼 보호되고 있는데, 최근 새로운 실러캔스의 서식지가 발견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1938년 실러캔스를 처음 발견한 래티머 여사.
 

고해양환경에 대한 열쇠

지난 9월 하순 미국 CNN 방송은 인도네시아 셀레베스섬 북쪽 해안에서 실러캔스가 발견됐다는 놀라운 보도를 했다. 지금까지 코모로 군도 근해에서만 생존한다고 생각됐던 실러캔스가 1만km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 실러캔스의 발견은 작년 9월 18일 셀레베스섬으로 밀월여행을 갔던 미국의 생물학자 마크 에르드만 박사 부부가 어시장으로 실려가는 실러캔스를 보면서 시작됐다. 당시 그들은 실러캔스의 모습만 촬영해 두었다. 그러나 후속 실러캔스는 거의 1년 후인 1998년 7월 30일 셀레베스섬 곁에 있는 마나도투아섬 근해에서 그물에 잡혔다. 그물은 바닥에서 3.5m 떨어져 수심 1백-1백50m에 12시간 처 놓은 것이었다. 잡힌 실러캔스는 길이가 1백24cm, 무게가 29.2kg 정도 됐으며 처음 3시간 동안은 살아있었다고 한다.

에르드만 박사는 실러캔스의 발견을 재차 확인한 후 9월 24일 언론에 알렸다. 영국의 주간과학지 네이처는 코모로 군도 아닌 곳에서 실러캔스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하고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어 1998년 9월 24일자 표지에 그 모습을 실었다. 결국 새로운 실러캔스의 출현은 실러캔스 발견 60주년을 자축하는 셈이 됐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것은 코모로 군도에서 발견된 것과 비교할 때 겉모습이 거의 같아 같은 종으로 보인다. 단지 전체적인 색깔이 푸른색이 아니라 갈색이고 반점이 하얀색이 아니라 누르스름하다는 차이가 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확실하게 밝혀질 것이다.

실러캔스는 인도네시아 어부들에게는 전부터 알려진 물고기로, 그들은 이를 ‘바다의 왕’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그 모양이 흔치 않아서 그랬던 것 같은데 고기맛은 없어 아주 싸게 팔렸다. 물론 코모로 군도에서 잡힌 실러캔스의 고기맛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에서 실러캔스가 발견됨으로써 코모로 군도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인도양에 흩어진 섬들을 뒤지면 제3, 제4의 실러캔스 서식지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실러캔스의 서식지 형성과정과 고해양 환경의 변화를 유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살아있는 화석

화석으로만 알려졌던 생물이 지금도 살아있다고 밝혀졌을 때, 그러한 생물을 '살아있는 화석' 또는 '화석생물'이라고 한다. 또한 진화속도가 매우 느려 오랜 지질시대 동안 속성이 거의 변하지 않고 생존하고 있는 생물도 화석생물이라고 한다. 어떻든 화석생물은 화석으로도 볼 수 있고, 살아있는 모습도 볼 수 있는 매우 신기한 생물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화석생물 중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된 것은 '쥐라기 소나무'. 이 식물은 1억6천만년 전인 중생대에 살았다가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오스트레일리아 울레미국립공원에서 발견됐다. 3억6천만년 전에 나타났다가 공룡 멸종과 함께 사라졌다고 알려진 실러캔스도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화석어류이다. 화석어류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폐어, 그러나 폐어는 3종(오스트레일리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 각각 1종씩 있음)이나 있으며, 화석보다 실제의 생물이 먼저 알려졌다.

한편 화석생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고생대 말에 나타난 은행나무다. 전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지만 1종밖에 없는 것도 특이한 일이다. 또 신생대 제3기 이후 멸종위기에 처했던 은행나무는 중국의 한 절에서 수천년 동안 재배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일본 등 아시아 지역으로 퍼지게 된 일도 드라마틱하다.

이 밖에 4억5천만년 전인 오르도비스기의 지층에서 발견되는 투구게와 개맛, 고생대 말에 출현한 속새 등도 화석생물로 유명하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장순근 책임연구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지구과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