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란 태양 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이러한 장치를 이용해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보트가 바다를 건너는 것은 이미 오래된 기술에 속한다. 그렇다면 태양전지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일도 가능할까?
Why Books 시리즈 중 ‘태양전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쓴 구와노 유키노리는 1990년 자신이 개발한 플렉시블 아모르퍼스 실리콘 태양전지를 이용해 만든 비행기로 북미 대륙을 횡단하는데 성공했다. 플렉시블(flexible)이란 자유롭게 구부리고 펼 수 있다는 뜻이고, 아모르퍼스(amorphous)란 비결정질(결정이 아닌 물질)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태양 전지의 개발로 초경량 고성능 태양전지의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구와노가 개발한 비행기는 인력 비행기(사람의 힘으로 페달을 밟아 날아가는 경비행기)를 바탕으로 설계돼 무게가 가벼웠다. 비행기 몸체의 총길이는 7m, 주날개의 폭은 17.5m였다. 조종실 일부에 유리섬유를 사용한 것말고 대부분은 단단하고 가벼운 탄소섬유로 만들어 총 중량은 90kg 정도에 불과한 작은 비행기였다. 여기에 불과 1.5kg의 플렉시블 아모르퍼스 실리콘 태양전지를 붙였다.
이 비행기의 이름은 민들레호(영어로 Sun Seeker)라고 명명됐다. 배터리는 20A의 전류를 약 10분간 모터에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을 갖고 있었다. 그 사이에 민들레호는 이륙해 고도 1백m에서 3백m까지 올라간 다음, 태양전지에서 만든 에너지를 이용해 서서히 돌면서 상승기류를 타고 6백m에서 4천m까지 상승한다. 이후 고도를 낮추면서 직진하고 다시 상승기류를 타는 방식으로 하늘을 나는 것이다.
1990년 7월 16일 태양에너지의 힘으로 프로펠러가 돌아가자, 비행기는 서서히 캘리포니아 디저트센터의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로펠러의 추진력으로 가볍게 상승했다. 2백m 정도 상승했을 때 민들레호는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백조처럼 힘차게 날았다. 성공이었다! 이날 민들레호는 디저트센터에서 애리조나주까지 약 4백km를 날아갔다.
민들레호는 8월 4일 애리조나주 윌콕스에서 출발해 9월 3일 최종 목적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키티호크에 무사히 도착함으로써 두번째 비행에도 성공했다. 총 비행거리는 4천km에 달했다. 태양전지 비행기의 최고고도는 3천9백m, 비행시간은 7시간 35분으로 세계 신기록이었다.
태양전지에서 만든 에너지로 미국대륙을 횡단한다는 것은 무모한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 개발한 초경량 아모르퍼스 실리콘 태양전지의 성능과 신소재를 바탕으로 한 비행기의 제작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민들레호가 안착한 키티호크는 라이트 형제가 1903년 인류 최초로 동력비행에 성공했던 곳이어서 더욱 뜻이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