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곳을 여행 할 때 미리 지도를 익혀두면 큰 도움이 되듯이 밤하늘 여행도 마찬가지다. 먼저 지도에 그려진 별자리들을 알고 나면 밤하늘은 금새 친근하게 다가오고, 낯선 곳에 있더라도 눈에 익은 별자리를 알아본다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별자리는 양치기 작품
사람들은 불규칙해 보이는 것에서 어떠한 규칙성을 발견해내려는 경향이 있다. 별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별 사이를 연결하는 가상의 선을 그림으로써 별자리를 만들었다.
약 5천년 전 지금의 이라크에 해당하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고 있던 양치기들도 이러한 시도를 했는데, 늦은 밤 양을 지키며 하늘에 떠오른 밝은 별들을 서로 연결해 여러가지 동물들의 모습을 만들어 갔다.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서양 별자리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번창했던 바빌로니아 왕국의 유물에서는 약 36개의 별자리를 살펴볼 수 있다. 바빌로니아 별자리들은 그 후 그리스에 전해졌는데, 이곳에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과 영웅들의 이름이 붙게 된다. 약 1천8백년 전에 이집트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쓴 알마게스트라는 책에는 그리스시대에 만들어진 48개의 별자리가 소개돼 있다.
보다 사실적인 별지도를 만들려는 시도는 독일의 천문학자 페터 아피안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는 1536년 처음으로 북반구의 성도를 완성했다.
15세기 이후 범선을 타고 남반구로 진출한 유럽인들은 남반구의 별자리들을 만들었고, 1750년 경 프랑스의 라카이유(Lacaille)가 남쪽 하늘의 별자리를 정리해서 발표했다. 그후 이렇게 만들어진 역사상의 별자리들을 1930년 국제 천문 연맹(IAU)에서 모두 88개로 공식 확정했다.
밤하늘의 보물지도
밤하늘 여행에 나서는 이들에게 성도(星圖)는 필수품이다. 성도는 각 별의 위치와 밝기를 알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별들 사이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천체들을 발견해 나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특히 망원경을 이용해 천체관측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성도다.
단순히 별자리를 확인하기 위한 성도에서부터 성운, 성단, 은하들을 찾기 위한 성도, 그리고 새로운 천체를 발견하기 위한 성도에까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성도를 사용한다. 크기 또한 다양해서 밝은 별들만 표시된 별자리 확인용 성도는 기껏해야 몇 쪽 안팎이지만 11.5등급까지 표기된 1천5백쪽 짜리의 두툼한 성도도 있다.
기준 별자리 알아야
밤하늘에 가까워지는 첫번째 단계는 별자리를 익히는 것에서 시작된다. 별자리를 알고 있으면 어떤 대상을 찾기도 쉽고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기도 쉽다.
물론 성도에는 별의 위치를 적경과 적위로 나타내는 적도좌표계가 있지만, '적경 몇시, 적위 몇도' 하는 식으로만 별을 가리키면 알아듣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구상의 어느 지점을 말할 때 동경 127.5도 북위 37.5도 라고 말하는 것보다 '서울'이라고 하는 편이 이해하기도 쉬운 것과 똑같은 이치다.
흔히 별자리는 별들 사이를 선으로 이어 모양을 만든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성도를 잘 보면 별자리가 밤하늘을 일정한 구획으로 나눈 한 구획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별자리 사이에는 경계가 있다.
이러한 경계들을 모두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별자리 모양을 기억해 두면 별과 별자리 속의 다른 대상들을 찾기도 쉽다. 또한 특정 모습으로 표현된 별자리는 잘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별들과 서로 간의 위치 관계를 알기가 쉽다.
한국에서 보이는 별자리 50여개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는 몇 개일까? 전체 88개의 별자리 중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 나라에서 보이는 별자리 수는 50여개다. 하지만 이제 막 별 보기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각 계절별 주요 별자리만 알아도 충분히 밤하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들 별자리와 관련된 신화와 함께 조금씩 익혀 나간다면 재미있고 쉽게 별자리를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별자리를 익히는 기본방법은 먼저 기준이 되는 밝은 별을 찾는 것이다. 밝은 별은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별들을 먼저 찾고 이 별이 포함된 별자리부터 익혀가는 것이 좋다. 이렇게 익힌 별자리들을 중심으로 그 주위의 다른 별자리들을 찾아가다 보면 나머지 별자리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불빛이 없는 시골에 가면 많은 별들이 보이므로 별자리를 쉽게 익힐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너무나 많은 별들이 떠 있으므로 초심자들은 어느 별이 어느 별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보통 3∼4등성까지의 별만 보여도 별자리를 익히는데는 충분하므로 맑고 깨끗한 날 도시에서도 충분히 별자리를 익히고 즐길 수 있다.
인터넷에서 즐기는 별자리
● http://simac.kaist.ac.kr/~mkshin/starflower/starflower.htm
한글로 된 천체관측프로그램 '별바라기 1.0'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별자리 외에 태양, 달, 행성, 소행성, 혜성, 인공위성의 위치 및 궤적 등이 자세히 표시돼 있다.
● http://www.hawastsoc.org/deepsky/
Hawaiian Astronomical Society에서 운영하며 별자리에 관한 자세한 신화와 10등급까지의 별과 어두운 천체들에 관한 세밀한 성도가 제공된다.
● http://www.seds.org/Maps/Const/constS.html
88개의 별자리에 대한 간단한 신화가 소개돼 있고 각 별들의 데이터와 성도가 제공된다.
(실험) 별자리 촬영하기
준비물
카메라: B셔터가 달린 카메라.
필름 : ASA 400이 적당
삼각대: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것
릴리즈: 셔터를 누를 때 흔들림을 방지해 줌
성도 : 별자리 확인용
시계 : 노출시간 측정용
손전등 : 성도, 시계를 볼 때 사용
필기도구: 촬영대상, 노출시간 등의 촬영자료 기록
방법
주변에 불빛이 적고 구름이 없는 맑은 날이 별자리 촬영에 유리하다. 먼저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삼각대에 장착한 다음 릴리이즈는 카메라의 셔터 누름 스위치에 끼운다.
성도에서 촬영하고자 하는 별자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삼각대를 움직여 별자리 부근으로 카메라를 가게 한다.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별자리의 구도를 잡는다. 이 때 별이 희미해 잘 보이지 않으므로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구도가 잡혔으면 노출시간과 조리개를 조정한다. 별이 흐르지 않게 찍으려면 노출시간이 14∼40초 사이가 돼야 한다. 노출시간은 별자리가 있는 적위값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데, 보통 20초 정도가 무난하다. 카메라의 조리개는 완전개방(보통 1.4)에서 한단계 줄여(보통 2) 찍어야 주변의 별이 일그러지지 않고 잘 나온다.
북극성 주위의 일주 운동 모습을 찍으려면 노출시간을 한시간 정도로 늘리고 조리개는 4 정도로 한다. 준비가 됐으면 시계를 보면서 릴리즈를 눌러 촬영을 시작한다. 촬영 후에는 날짜와 장소, 카메라와 렌즈의 종류, 필름 번호, 촬영 대상, 노출 시간 등을 함께 기록한다.
확인하기
1.성도에 나와 있는 별자리와 촬영한 별자리를 서로 비교해 보자. 가능하다면 도시와 시골에서 같은 조건으로 촬영해 밤하늘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분석해보자. 5월 호에 소개된 광공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