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진주는 오늘도 때르릉하며 깨우는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다. 창밖에서 들여오는 종달새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늘 그렇듯이 타이머에 맞춰진 오디오가 작동되면서 비발디의 '사계'가 흘러 나온다.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면서 듣는 '사계'는 간혹 물소리와 섞여 제대로 안들리기도 하지만 자연의 조화를 그대로 표현해주는 듯하다.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가기로 한 날. 관악산에 올라 마음껏 '야호!' 를 외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집을 떠났다. 진주가 등산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맑은 공기의 신선함과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고요함. 시끄러운 세상을 등지고 오른 산길은 어느덧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 오른 이상 꼭 해봐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메아리를 듣는 것. '야호'하면 어느덧 '야호호호..'하며 응답하는 메아리가 바로 자연의 벗이다.

관악산 정상에 오른 진주는 한 폭의 그림처럼 가라앉아 있는 듯한 시내의 정경을 바라보며 문득 자신의 일상 속에서 한 단어를 떠올린다. '소리'. 매일 아침 듣는 비발디의 사계는 어째서 내귀에 들리고, 문이 닫혀있는 곳에서도 들리는 것일까.

방안에서는 왜 작은 소리도 다 들리다가 넓은 운동장에서는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것일까. 산에서 들리는 메아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도 있을까.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소리란 무엇일까. 진주의 일상에서 튀어나온 물음인 소리를 찾아 나서보기로 하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찾아서


진동으로부터 출발

모든 소리는 물체의 진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기타는 현을 진동시키고, 섹스폰은 리드를 진동시킴으로써 소리를 만들고, 플루트는 관내의 공기 기둥이 진동하면서 소리를 낸다. 또 사람의 목소리는 성대의 떨림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소리는 공기가 있기 때문에 들린다는 것이 흥미롭다. 만약 우리가 사는 곳이 진공상태라면 우리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진동을 전달하는 물질, 즉 매질이 없어진 결과다.

방안에서 '아'하고 소리를 내본다. 이 소리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파동을 만들고 이 파동은 용수철을 앞뒤로 진동시키는 것처럼 공기를 진동시킨다. 공기의 진동은 귀의 바로 앞부분까지 진동해 고막을 울림으로써 소리를 듣게한다.

그렇다면 소리는 공기만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인가. 아니다. 소리는 철과 같은 고체, 물과 같은 액체속에서도 전달되고, 전달 속도도 더 빠르다. 과거 인디언들은 귀를 땅에 대고 멀리서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를 공기를 통해서 듣는 것보다 더 빠르게 들었다고 한다.

또 모터 보트가 달리는 곳에서 수영을 할 경우 물속에서 듣는 모터 소리가 물 밖에서 듣는 소리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리는 기체보다는 액체나 고체에서 더 빠르게 전달된다.
 

초음파로 시각영상 만드는 박쥐


박쥐는 초음파, 코끼리 초저주파

흔히 사람들은 소리를 표현하는 말로 소리가 '낮다, 높다' '크다, 작다'라는 표현을 쓴다. 두 표현은 과학적으로 그 의미가 엄밀히 다르다. 소리가 높다라는 말은 소리, 음파의 진동수가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리가 크다는 말은 음파의 진동수와는 상관없이 음파의 진폭과 관계하는 양이다. 정확히는 소리의 세기는 음파의 진폭의 제곱에 비례한다. 즉 큰 소리가 높은 소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어느 정도의 영역에 있을까. 낮은 소리는 어느 정도까지이고 높은 소리는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젊은 사람들은 보통 20-2만Hz 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약해지는데 특히 높은 음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된다.

20Hz 이하의 소리는 초저음파, 2만Hz 이상의 소리는 초음파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영역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하지만 동물들은 사람과 다른 고유의 가청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박쥐는 2만Hz 이상의 초음파를 코끼리는 12Hz 정도되는 초저음파를 이용해 그들만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박쥐는 종류에 따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초음파를 사용해 먹이도 잡고 서로 이야기도 한다. 이들은 고도로 발달된 음파탐지기술을 사용한다.

시력이 형편없는 박쥐들은 초음파를 이용해 뇌에서 시각 영상을 만들어낸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우리가 들을 수 없는 높은 주파수의 영역인데 우리에겐 무척 다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소리는 너무 시끄러워 금방 귀를 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음파를 이용하는 또다른 동물에는 쥐와 돌고래가 있다. 쥐는 박쥐와 달리 초음파로 영상을 만들기보다 상호간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한다. 아무튼 우리가 듣는 쥐 소리는 일부에 불과하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저음보다 더 낮은 주파수의 초저음파를 이용하는 동물에는 코끼리가 있다. 코끼리는 12Hz 정도의 초저음파를 이용해 짝을 찾고 서로의 정보를 주고 받는다. 모계 중심으로 사는 코끼리 가족 중 누구 하나가 발정기에 이르면 이 상황을 멀리 떨어져 있는 수컷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이 때 암컷들은 초저음파를 내어 멀리있는 수컷들에게 신호를 보내 짝짓기를 한다.

초저음파는 얼마나 멀리 전달되기에 이런 생활 양식이 가능할까. 소리는 주파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멀리 퍼져나가지 못하는 성질이 있다. 반대로 낮은 소리는 멀리 퍼져 나간다. 따라서 박쥐의 초음파는 20m 이상 전달되기 어렵지만 코끼리의 초음파는 수 km까지 전달된다. 이것이 암컷 코끼리가 멀리 있는 수컷을 불러 짝짓기를 할 수 있는 이유다.
 

50dB^사무실이나 수업중의 교실


천둥소리 번개보다 느려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는 얼마나 될까. 온도가 0℃인 건조한 공기 중에서 소리는 약 3백30m/초 이다. 이는 시속 약 1천2백km/시로 매우 빠른 것 같지만 빛의 속도의 1백만분의 1에 불과한 속도이다.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면 음속은 빨라진다.

왜냐하면 따뜻한 공기 중에서는 분자들이 더 빠르게 움직이므로 음파가 전달되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0℃ 이상에서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음속은 0.6m/초씩 빨라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실온을 20℃로 생각하면 보통의 음속은 3백40m/초가 된다.

음속과 빛의 속도 차이는 천둥과 번개가 칠 때 명확히 나타난다. 번갯불을 본 뒤 조금 있다가 '우르르 꽝꽝'하는 천둥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빛의 속도가 소리의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번갯불을 본 후 얼마가 지나 천둥소리를 듣는가를 따져 보면 번개가 친 곳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번갯불을 본지 3초 만에 천둥소리를 들었다면 번개가 친 곳까지의 거리는 3백40m/초*3초= 1천20m로 1km가 약간 넘는다.

음속이 온도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은 옛 속담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옛말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다. 낮에는 온도가 높은 지표 근처에서 음속이 빨라진다. 반면 상공으로 갈수록 대기의 온도는 낮아지기 때문에 음속은 느려진다.

음속의 변화는 음파의 굴절률에 영향을 미쳐 소리의 진행 방향이 상공쪽으로 굴절되도록 한다. 즉 음파가 상공쪽으로 휘는데, 이는 소리가 상공쪽으로 퍼져 나간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낮에는 소리가 지상에서 잘 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밤에는 뜨거웠던 지면이 쉽게 식고 상공보다 낮은 경우도 생긴다. 이 경우 소리의 진행 방향이 지상쪽으로 굴절해 밤에는 낮보다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소리가 더 잘 들리게 된다.
 

120dB^소리로 느끼는 고통의 한계


음악과 소음

사람들은 듣기 좋은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한다. 물론 반대되는 표현으로 소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실 소음과 음악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왜냐하면 소리를 느끼는 것은 사람들의 주관적인 감각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들리는 듣기 좋은 음악도 다른 사람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소리를 느끼는 것이 주관적인 감각일지라도 소음은 소리의 세기와 관련돼 있다. 소리의 세기는 데시벨(dB)이라는 단위로 나타낸다.

10dB이 증가하면 소리의 세기는 10배씩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한다. 도서관이 40dB이고 수업시간의 교실이 50dB정도인데, 소음의 세기는 10배. 교통이 복잡한 도로(70dB)는 도서관에 비해 1천배 시끄럽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과도한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보안경을 쓰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지만 귀를 보호해야할 필요는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영화관이나 연주회장에 가서 스피커 가까이 앉게되는 경우 처음에는 괴롭지만 곧 익숙해진다. 그러나 이것은 큰 소리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귀가 상하고 있는 과정이다.

우리가 소음으로 분류하는 것들은 큰 음악소리보다도 귀에 해로울 수 있는데 이는 갑자기 큰 에너지를 가진 소리가 내이에 있는 청각세포를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각세포는 일단 파괴되고 나면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장의 소음, 오토바이, 굴착기, 전기톱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지속적으로 듣지 않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갑자기 아주 큰 소리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디스코텍의 스피커 앞은 청각세포를 손상시키는 위험 지역이라는 것이다.
 

회절/간섭/반사/흡수 현상


소리의 재주, 반사 흡수 간섭 회절

방안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같은 방법으로 운동장이나 들판에서 이야기를 하면 소리가 잘 안들린다. 이는 방안에서는 소리가 반사되지만 야외에서는 소리를 반사하는 벽이나 천장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하늘로 날아가버린다. 그러나 같은 야외라도 반사를 해줄 수 있는 봉우리가 있는 산에서는 반사돼 오는 메아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가 반사된다고 해서 계속 소리가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소리는 반사도 하지만 방안에 있는 물질에 의해 흡수도 되기 때문이다. 만약 소리의 흡수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귀는 계속되는 소리를 듣느라 무척 고생해야 할 것이다.

이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동굴속이다. 소리의 반사가 잘 일어나는 동굴 같은 곳에서는 말소리 하나하나가 울려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 내“b은 말을 계속 들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오디오가 있는 방에서 스피커 두 개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한 후 자리를 이동하면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들어보면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즉 소리가 크게 들리는 곳과 작게 들리는 곳이 있는데 이는 소리(파동)의 간섭 현상 때문이다.

파동의 마루와 마루가 겹쳐진 곳에서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골과 골이 겹쳐진 곳에서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이러한 음파의 반사와 간섭은 연주회장을 설계하는데 고려해야할 핵심요소다. 만약 연주회에 가서 음악을 듣는데 너무 크게 들리거나 작게 들린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흔히 개짖는 소리를 문밖에서 자연스럽게 듣는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소리가 담을 타고 넘어 오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 현상도 소리가 파동이므로 나타나는 회절현상 때문이다. 회절현상은 장애물이 있어도 파동이 휘어져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강물에 돌을 던졌다고 해보자. 강 한가운데는 커다란 바위가 놓여 있는데 돌이 만든 파동이 바위 반대편으로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이 회절이다.

이는 파동의 진행이 장애물에 의해 방해받았다 하더라도 파동이 진행해 나가면 각 파동의 한 점이 또다른 파동들의 파원이 된다는 호이겐스의 원리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물이 있어 안보이는 곳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다가오는 사이렌 소리 왜 크게 들리나

지하철이 승차 구간으로 들어올 때나 앰뷸런스가 내곁으로 다가올 때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그러다가도 지하철이 다음역으로 출발해 가거나 앰뷸런스가 지나가면 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앰뷸런스는 언제나 같은 소리를 내는데 소리가 크게 들렸다 작게 들렸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앰뷸런스가 내는 소리의 진동수와 우리가 듣게 되는 소리의 진동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동수가 변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앰뷸런스는 소리를 내면서 달린다. 이 때 들리는 소리는 차보다 훨씬 빠르다. 따라서 차는 소리의 뒤를 따라가는 꼴이 된다. 이 때 차가 내는 소리는 파장이 정해져 있는데, 차가 소리를 좇아간 만큼 실제 파장의 길이는 짧아진 것과 같다. 파장이 짧아졌다는 것은 진동수가 많아졌다는 의미이므로 우리에게는 높은 소리로 들린다는 얘기다.

이 현상을 에너지로 설명할 수도 있다. 소리를 내며 이동하는 사이렌은 소리의 출발점이 한쪽 방향으로 벗어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제트기가 동쪽으로 날면 소리의 출발점이 동쪽을 향하고 각 출발점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곡선이 만들어진다.

이 경우 동쪽에 있는 사람은 에너지 곡선 간격이 좁혀지고 서쪽에 있는 사람은 에너지 곡선 간격이 넓어진다. 이것은 다가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단시간에 에너지를 한꺼번에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자동차는 음속에 비해 느리게 움직이므로 동쪽 사람에게는 큰 소리로 서쪽에 있는 사람에게는 점점 작아지는 소리로 들린다. 이때 큰소리는 작은 소리에 비해 에너지가 크다.

그러나 소리를 내는 물체가 음속과 비슷하게 움직이거나 음속보다 빠른 경우는 또 다른 현상이 일어난다. 영화를 보면 초음속 제트기가 지날 때 어느 순간에 광음을 내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제트기가 진행하면 제트기 전방의 기압은 커지고 후방은 갑자기 기압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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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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