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우리나라에서 1년 중 밤하늘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밤이 길고 맑은 날이 많아 투명한 밤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다. 초저녁 하늘에는 오리온과 그의 사냥개들인 큰개와 작은개자리 등 겨울 별자리들이 찬란하고, 늦은 밤에는 봄철의 별자리들이 성큼 다가와 동쪽 하늘에 자리잡는다.
겨울 대삼각형을 이루는 베텔규스, 시리우스, 프로키온 3개의 1등성이 만드는 역삼각형 모양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는데, 이 속에 외뿔소자리가 들어있다. 외뿔소자리는 4등성 이하의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져 그 속에서 일각수의 모습을 그려내기가 쉽지 않지만, 여기에는 볼만한 대상들이 여럿 숨어있다.
외뿔소는 고대 아시리아의 신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처음에는 말의 머리와 수사슴의 몸통, 사자의 꼬리를 가진 모습으로 탄생됐는데, 아마도 인도 코뿔소를 아시리아인들이 상상 속에서 그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 동물은 1613년 네덜란드의 신학자 페투르스 팔랑키우스가 만든 천구의에 처음으로 별자리로 그려졌다.
외뿔소가 행성 먹으면 대홍수?
중국과 우리나라에선 외뿔소의 머리부분의 세 별들을 사독성(四瀆星)으로, 목덜미 아래 지역에 해당하는 두 별을 관구성(關丘星)으로 불렀다.
이곳은 황도에서 20°이상 아래이기 때문에 행성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동양의 점성술에서는 사독성에 행성이 머물면 홍수가 지고, 관구성에 행성이 머물면 대궐에서 전투가 벌어진다고 여겼다.
이 별자리에서 가장 잘 알려진 천체는 장미성운으로 불리는 NGC2237이다. 오리온자리 베텔규스 동쪽으로 10°쯤 떨어져 있는 곳에 맨눈으로 작은 빛의 얼룩이 보이는데, 망원경으로 보면 6개의 별이 사다리처럼 늘어서 있다. 이것이 산개성단 NGC2244이다.
장미성운은 이 성단을 둘러싼 장미꽃처럼 붉은 성운이다. 밀도가 높은 가스구름은 성단의 별들을 만들어 냈고 지금도 많은 별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달의 황도 별자리 게자리
다리 하나가 잘려나간 게의 모습인 이 별자리는 사자자리 레굴루스와 쌍둥이자리 폴룩스 사이에 있다. 이 지역은 4등성보다 밝은 별이 없지만 황도 12궁의 하나라는 것과 프레세페 성단으로 유명하다.
점성술에선 6월 22일부터 7월22일생을 게자리로 보지만 실제 태양은 7월 18일부터 8월 7일 사이에 게자리를 통과한다. 그러므로 게자리를 자신의 별자리로 가진 사람들은 사실 태양이 쌍둥이자리에 있을 때 태어난 사람들이다.
동양에서는 게자리를 귀신별(鬼星)이라 불렀는데, 죽음과 질병, 제사일을 주관한다고 여겼다. 그리스 신화에서 게는 헤라클레스와 싸우던 괴물 바다뱀을 도우라고 여신 헤라가 보낸 것이다. 게가 헤라클레스의 발을 물고 밟혀 죽자 헤라는 이를 별자리로 올려주었다.
B.C. 2세기 로마시대에는 태양이 이 별자리에서 하지에 도달했다. 그래서 태양이 가장 북쪽에서 비추는 북위 23.5도 북회귀선을 게자리 열대(the Tropic of Cancer)라고 했고, 이 말이 지금도 쓰이고 있다. 지금은 지구의 세차운동으로 하지점이 이동해 황소와 쌍둥이자리 경계에 있다.
놓치면 후회할 2월의 천문쇼
11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이날 달의 시직경은 30′이다. 추석의 보름달 33′25″보다 지름이 작고 겉보기 크기는 25%나 작다. 대보름이라고 하지만 실은 대보름달이 추석달보다 작은 것이다.
20일은 금성이 새벽 동쪽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날이다. 최대 광도 -4.6등급, 시직경 40″로, 망원경으로 보면 월령 3일의 초승달처럼 보인다. 천문대가 있는 산정에는 도시의 불빛이 없어 금성의 밝은 빛으로 그림자가 만들어질 정도다.
27일에는 남미의 콜럼비아, 베네주엘라에서 개기 일식이 일어난다. 천문대에서는 태양 코로나 연구를 위해 관측대를 파견한다.
28일에는 주기 33년의 55번 템플-터틀혜성(55P/Temple-Tuttle)이 근일점을 통과한다. 이 혜성은 올 11월 17-18일에 일어날 98년 최대의 천문 이벤트 사자자리 유성군의 모혜성이다. 혜성은 밝기가 9-10등급으로 어두운 편인데, 상황에따라 1-2등급정도 밝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달 내내 서쪽 하늘 물고기자리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움직인다. 1월 31일과 2월 1일에 나선은하 M33 서쪽 2.5°정도로 가까이 통과한다. 이후 달빛이 밝아 보기가 어려워 13일 이후에는 천체 망원경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 혜성은 1366년 10월 25일에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출현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당시 밝기는 3등급 정도였다. 이때 혜성은 큰곰자리 델타별 부근에서 출현했다. 지구에서 0.229AU(AU: 태양과 지구사이의 거리) 거리로 통과해 옛 기록에 남아있는 혜성 중 3번째로 지구 가까이에 접근한 혜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