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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띠 여자 속설 근거 없어

호랑이해에 난 여자들은 성품이 호랑이를 닮아 드세다며 호랑이 띠 신부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호랑이가 어떤 동물이고, 우리 정서에 호랑이가 어떻게 자리하는지 모르고 하는 생각이다. 단순히 호랑이가 아프리카의 사자처럼 억세고 무서운 맹수라는 점만 생각하고 만들어낸 속설인 것이다.

호랑이는 실제로 우리민족의 생활과 함께 생활해온 친근한 친구다. 지난 한해 동안 과천동물원을 찾은 3백여만명의 관람객 중 절반 이상이 호랑이를 찾았다. 호랑이를 보지 않으면 구경을 헛했다 할만큼 호랑이는 관람객들이 정서에 친근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연암 박지원의 '호질'(虎叱)에 "호랑이는 착하고도 성스럽고, 무늬가 예쁘면서도 싸움 잘하고, 인자롭고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라고 했다. 호랑이를 맹수가 아닌, 인간에 버금가는 친근한 동료로 여기는 것이 우리의 민족정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마의 왕(王)자 대(大)자 무늬가 선명하다.


중국엔 용 한국엔 호랑이

한편 호랑이는 우리민족에게 가장 신성한 동물이었다. 역사학자 육당 최남선은 일찍이 "중국에 용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호랑이가 있다"고 했다. 호랑이 같은 장수, 호랑이 같은 용맹, 비호같이 달린다, 범같은 풍모 등의 말로 알 수 있듯이, 용맹의 상징으로부터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수호자와 수호신으로까지 자리하게 됐다.

호랑이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하고, 집안이나 대문에 호랑이 그림과 부적을 붙여 악귀를 쫓았다. 무관의 모자장식에 호랑이 수염을 꽂거나, 관복에 호랑이 흉배를 했던 것은 모두 호랑이의 신성한 힘으로 사악함을 몰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호랑이는 수많은 우리 민담의 주인공이었다. 특히 민화에는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때가 많다. 호랑이가 꾀가 많은 까치에게 골탕을 먹은 익살스런 이야기가 민화의 소재가 된 때문이다. 또 호랑이가 할아버지의 담배를 훔쳐먹다가 털에 불이 붙어 검은 줄무늬가 생겼다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 등 우리나라가 일찍부터 '호담국(虎談國)'이라 불렸을 만큼 수없이 많은 호랑이 이야기가 있다.
 

앞 발이 특히 크고 잘 발달돼 있다.


백두산 호랑이 대왕무늬 가장 선명

현재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백두산 호랑이는 약 30여마리로 과천동물원, 용인에버랜드, 치악산동물원, 청주동물원, 광릉수목원 등에 있다. 과천동물원의 호랑이는 원래 우리나라에 살던 호랑이가 미국으로 수출됐다가 다시 역수입된 순종으로 우리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과천동물원 이규학 동물부장에 따르면, 일제시대에 한국호랑이가 다수 생포돼 미국으로 수출됐는데, 이들이 미국의 미네소타 동물원에서 5대를 번식한 후, 다시 1984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한다. 현재의 호랑이들은 역수입된 1세대 호랑이의 후손인 2, 3세대들로 1세대는 모두 죽고 없다.
 

털색은 붉은 기가 돌고 줄무늬의 폭이 좁고 촘촘하다.


호랑이는 8개의 아종이 있는데, 이들 각각을 일반인들이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백두산 호랑이는 다른 종에 비해 구별되는 뚜렷한 특징이 많아 찬찬히 보면 친구의 얼굴을 알아보듯이 백두산 호랑이를 알아볼 수 있다. 백두산 호랑이는 학계에서 시베리아 호랑이나 동북아 호랑이로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호랑이, 백두산 호랑이 등으로 불린다.

백두산 호랑이는 다른 호랑이에 비해 우선 몸집이 크다. 현재까지 가장 큰 호랑이로 보고된 것은 몸 전체의 길이가 3백90cm이다. 털 색깔에서도 백두산 호랑이는 특징이 있다. 수마트라 등지에 사는 남방계의 호랑이는 털에 적갈색 기운이 많고 색깔이 전체적으로 옅은데 비해, 백두산 호랑이는 여름에는 붉은 기가 많고 겨울에는 노란빛을 띤다. 특히 남방계에 비해 털이 긴 것이 특징이다. 또 추운 지방에 살기 때문에 털 사이에 작은 솜털들이 나 있어 남방계와 구별된다.
 

꼬리의 줄무늬가 8-10개다. 10-13개인 남방계와 구별된다.


가장 쉽게 구별되는 특징은 꼬리무늬다. 남방계 호랑이는 꼬리의 검은 색 줄무늬가 10-13개나 되지만, 백두산 호랑이는 꼬리의 줄무늬 수가 8-10개 정도. 몸 전체에 걸쳐있는 줄무늬는 백두산 호랑이가 폭이 좁고 촘촘한 반면, 남방계 호랑이는 무늬의 폭이 넓고 성기다.

모든 호랑이의 이마에는 왕(王)무늬 있는 데, 자세히 보면 왕무늬 아래에 큰 대(大)자 처럼 보이는 무늬도 볼 수 있다. 이 두 무늬를 합하면 대왕(大王)이 되는데, 이를 두고 호랑이가 백수의 왕이라는 것을 알리는 조물주의 표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백두산 호랑이는 몸 전체의 무늬가 뚜렷해서 대왕무늬도 다른 호랑이에 비해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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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전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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