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가장 많이 흘리는 계절 여름이다. 땀이 발생하는 매커니즘, 땀은 얼마나 흘려야 좋은지, 그리고 병적으로 많이 흘리는 땀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살펴보자.
1. 왜 흘리나
대뇌36.9℃에 이르면 분비 시작
인간은 항상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생존할 수 있는 항온동물이다. 만일 37℃보다 체온이 낮아지면 열을 보존하거나 발생시키는 활동이 활성화된다. 반대로 37℃보다 체온이 올라가면 열을 손실시키는 활동이 활발해진다. 땀은 바로 과열된 체온을 몸 밖으로 퍼뜨리는 열손실 활동의 하나다. 보통 강도 높은 신체활동(근육활동)을 하면 몸이 과열된다. 이때 몸의 열은 크게 두가지 방법으로 외부로 발산된다.
첫째 몸 속의 열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부위인 피부로 이동해 발산되는 방식이다. 피부는 공기와 직접 접촉하고 있어 몸 속보다 온도가 낮다. 이 과정을 통해 발산되는 열량은 전체 열량의 15-20% 정도다.
둘째 인체에 존재하는 2백-3백만개의 땀샘에서 분비된 땀을 공기중에 수증기로 확산시킴으로써(기화열) 열을 발산하는 방법이다. 몸에서 발산되는 열량의 80% 정도가 이 방식을 통해 발산된다. 특히 주변의 온도가 피부 온도보다 높을 경우 피부를 통한 열의 발산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땀은 과열된 체온을 억제하는 가장 중요한 방어 메커니즘이다. 보통 대뇌 온도가 36.9℃에 도달하면 피부에 분포돼 있는 땀샘을 통해 땀이 분비된다(온열성 발한). 이 외에 긴장과 놀라움에 의해 손바닥이나 발바닥, 겨드랑이에서 땀이 분비되기도 한다(정신성 발한). 또한 음식물의 신맛이나 매운맛 등의 자극에 의해 안면에서 땀이 나기도 한다(미각성 발한).
2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나
근육운동 조절하는 묽게 탄 소금물
땀의 99%는 물이다. 나머지는 나트륨(Na), 염소(Cl), 칼륨(K), 마그네슘(Mg), 그리고 암모니아 등의 이온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소금(NaCl) 외에 다른 물질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땀을 ‘묽게 탄 소금물’이라 할 수 있다. 심한 운동 후에 팔뚝에 묻어 있는 하얀 앙금은 땀이 말라 소금기가 남아 생긴 것이다.
땀의 소금 농도는 혈액의 3분의 1, 근육의 5배에 달한다. 하지만 열에 적응하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농도의 차이가 있어 묽을 때는 0.4%, 진할 때는 1%에 달한다.
땀을 많이 흘리면 몸 속의 이온 또한 손실된다. 이온은 근육이나 신경의 운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이온이 많이 손실되면 정상적인 근육운동이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마라톤처럼 장시간 운동을 한 선수가 4kg 정도의 땀을 흘리면 몸 속의 나트륨과 염소 함량이 5-7% 손실돼 근육 경련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땀이 증발한 뒤 피부 표면에 남은 염분은 뒤이어 나온 땀의 염분농도를 높인다. 그 결과 땀의 증발은 점점 억제된다. 따라서 효과적인 증발을 위해 땀을 닦아내거나 떨구어내는 것이 좋다.
땀에 포함된 이온의 함량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체력이 좋고 열에 대한 적응 능력이 좋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이온 함량이 적다. 땀을 흘릴 때 이온의 손실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열 적응력이 아주 좋은 사람의 경우 땀의 이온농도가 겨우 0.03%에 이른다고 한다.
3 얼마나 흘리나
하루평균 캔맥주 두통
사람이 흘리는 땀의 양은 얼마나 될까. 신체 활동의 정도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5백-7백mL 정도 흘린다. 장시간 더운 환경에 노출돼 있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2천-3천mL까지 흘린다.1.5L 음료수병을 1-2개 채운 양이다.
현재까지의 기록에 따르면 사람이 의식을 잃지 않고 최대한 흘릴 수 있는 땀의 양은 1만mL이다. 하지만 한 조사에 따르면 군인이 24시간 내내 훈련을 할 경우 하루에 1만2천mL를 흘린다고 한다. 프로축구선수가 한 경기에서 4천mL, 마라톤 선수가 완주할 때 6천mL의 땀을 흘리는 것보다 훨씬 많다.
이렇게 장시간 많은 땀을 흘릴 경우 수분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운동능력이 심하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체중의 2%(체중 70kg인 사람은 1천4백mL)에 해당하는 수분이 손실되면 운동능력이 20% 감소되며, 4%가 탈수되면 40% 감소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탈수현상이 일어나면 근육이 경직될 뿐 아니라 수분손실을 억제하기 위해 땀이 덜 분비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몸의 온도는 더 올라간다. 체온이 40-41℃ 이상으로 올라가면 사람은 의식을 잃는다.
4 동물도 땀이 날까
개가 혀를 내밀고 헐떡이는 이유
땀은 땀샘(한선, 汗腺)에서 분비되는데, 땀샘에는 크게 아포크린(apocrinc)선과 에크린(eccrine)선의 두종류가 있다. 아포크린선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에 있는 하등급의 한선으로 분비되는 땀의 양이 적다. 사람의 경우 젖꼭지, 겨드랑이, 음부에만 아포크린선이 분포하며, 사춘기 때부터 기능이 발현되기 시작된다. 성적인 자극을 받으면 이곳에서 땀이 많이 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에크린선은 사람에게만 특이하게 발달한 상등급의 한선으로 아포크린선에 비해 땀을 많이 발생시킨다. 더욱이 에크린선은 몸 전체의 피부에 분포돼 있어 몸은 많은 양의 땀을 분비해 체온을 잘 조절할 수 있다. 다만 포유동물 중 말이나 당나귀는 에크린선이 비교적 잘 발달돼 있어 전신에서 땀을 흘릴 수 있다.
한 여름에 개가 혀를 내밀고 헐떡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는 몸 전체에 에크린선이 발달돼 있지 않아 땀을 잘 흘릴 수 없기 때문에 입을 벌려 혀와 호흡을 통해 열을 발산한다.
주의사항 한가지. 애완견을 실내에서 많이 키우는 요즘 개를 매일 목욕시키는 것은 개의 건강을 위해 좋지 않다. 개의 피부층은 사람에 비해 얇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대해 금방 손상된다. 개의 땀샘인 아포크린선이 손상되기 쉽다는 말이다. 그나마 땀분비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아포크린선이 손상되면 개의 피부는 가속적으로 건성화된다. 보통 7-10일에 한번씩 목욕시키는 것이 좋다.
5 몸이 아픈 징조인가
결핵환자 식은 땀 많다
더운 환경에서 일할 때나 힘든 일을 할 때 땀을 흘리는 것은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다. 하지만 평소에도 늘 땀이 많다면 여러가지 병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감기와 같이 열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정상적으로 땀을 흘릴 만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땀이 많아진다.
문제는 열성 질환이 아닌 경우에도 비정상적으로 땀이 많아지는 상황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 똑같은 일을 할 경우 비만인이 정상인에 비해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땀을 흘리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몸에 어떤 특정한 변화가 있을 경우 땀을 많이 흘린다는 점이 경험적으로 밝혀져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이나 생리중인 여성에게 땀이 많이 날 수 있다. 또 결핵 환자의 경우 식은땀이 많이 나타난다. 정상인도 음주 후, 혹은 아스피린과 같은 약물을 복용한 이후 땀이 많아지기도 한다.
한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선천적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에 땀샘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병적 현상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6 땀 때문에 생기는 병은?
땀샘 막히면서 염증과 물집이 생긴다
땀이 많은 사람들에게 여름철에 흔히 볼 수 있는 피부 질환으로 땀띠가 대표적이다. 땀띠는 땀샘이 막히면서 염증과 물집이 생기는 증상으로, 나이가 어린 영·유아나 비만한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땀띠는 더위 때문에 생기는 가벼운 피부 질환 정도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땀띠가 피부의 넓은 부위에 걸쳐 생겼을 경우 정상적인 체온조절기능에 지장을 줄 수 있다.일상 생활에서 땀띠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가능한 한 고온다습한 환경을 피하고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어야 한다. 영·유아의 경우 항상 마른 기저귀를 채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땀띠가 생기면 몸을 충분히 식히기 위해 찬물에 자주 샤워를 하고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땀띠가 생겨 땀샘이 막히면 몸이 식지 않고 계속 뜨거워지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에어컨을 사용해 몸을 식히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몸을 씻을 때 자극성 비누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비누의 화학성분이 염증과 물집이 생긴 피부에 자극을 줌으로써 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한편 땀띠가 났을 때 운동을 많이 하면 몸의 열은 더 올라간다. 땀샘이 막혔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환자는 땀띠가 가라앉을 때까지 운동량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
땀이 많은 사람에게 특히 여름철이면 무좀과 같은 곰팡이성 피부 질환이 흔하게 나타난다. 무좀을 예방하기 위해 우선 통풍이 잘되는 신발을 신어야 하고, 가급적이면 합성 섬유로 된 양말보다 땀이 잘 흡수되는 면양말을 신어야 한다. 흔히 양말을 소독하거나 양말에 연고를 바르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무좀 예방에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무좀은 발을 건조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기 때문이다.
무좀 이외의 곰팡이성 피부 질환에 대한 예방법도 같은 원리로 설명된다. 꼭 끼는 바지류나 화학 섬유로 된 내의, 그리고 몸에 달라붙는 내의를 입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피부를 자주 씻고 잘 건조시키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일단 증상이 생기면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며, 증상이 표면적으로 사라졌다 해도 최소한 2주 이상 더 치료해야 뿌리를 뽑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