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하나뿐인 우주기지인 미르(러시아어로 ‘평화’라는 뜻)가 위기에 처했다. 올해 들어 2월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4월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장치가 고장나고 냉각방지가스인 에틸렌 글리콜이 누출됐다. 에틸렌 글리콜은 미르에 체류하는 우주비행사의 두뇌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독극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고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6월 25일 버스만한 무인화물선 프로그레스 M34호가 미르의 실험실로 쓰이는 스펙트로와 충돌해 2.5cm의 상처를 입혔다. 비록 이것은 우표만한 손상에 불과하지만 미르를 하마터면 우주미아로 만들뻔했다. 그리고 7월에 들어서는 전원장치에 고장이 잦아 우주비행사들이 얼어죽을 위기에 처했다.
우주정거장 역사를 돌이켜보면 미르는 ‘러시아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1971년 4월 19일에 발사된 러시아의 살류트 1호로부터 1986년 2월 20일에 발사된 미르에 이르기까지 모두 9개의 우주정거장이 있었다. 그런데 1973년 5월 14일에 발사된 미국의 스카이랩을 제외 하곤 모두 러시아가 쏘아올린 것이다.
미르는 인간이 우주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동안 미르에서는 최첨단 생명공학 실험은 물론 신소재 개발이 이루어졌다. 우주정거장은 우주개발을 지배해왔던 미국이 유일하게 뒤쳐져 왔던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정이 궁핍한 러시아에게 98년 5월까지 3백35만달러라는 거금을 주기로 하고 우주정거장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힘써왔다.
당초 미르의 수명은 5년. 그러나 무려 11년동안 미르는 버텨왔다. 문제는 미르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데 있다. 러시아를 제외하곤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우주정거장을 제대로 운영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기로에 선 미르는 앞으로 2천년 건설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프리덤)의 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