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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자연요법7: 동종요법

혀밑에 양파즙 떨어뜨려 감기치료

감기에 걸렸는지 코가 몹시 매우면서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연속해서 나온다. 또 눈이 몹시 맵고 눈물이 흐른다. 그러나 열이 없고 한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때 양파를 잘게 썰어 얻은 즙 1-2방울을 혀 밑에 떨어뜨린다. 그러자 콧물과 눈물이 모두 멈추고 감기증세가 사라졌다. 이런 현상이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원리는 간단하다. 건강한 사람이 양파를 먹으면 콧물이 나고 재채기가 나오는 등 감기에 걸린 경우와 비슷한 증세를 나타낸다. 만일 양파를 감기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먹이면 그 증세가 없어진다. 즉 어떤 물질을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나타내는 증상이 어떤 환자가 보여주는 증상과 비슷할 때 그 물질은 환자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이를 ‘유사의 법칙’이라 부르는데, 동종(同種) 치료란 바로 이 법칙에 근거를 둔 의학의 한 형태다.

동종의학은 지금부터 약 2백50년 전 독일의 사무엘 하네만이라는 의학자가 처음 정립했다. 당시 하네만은 말라리아 병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치료제를 직접 먹어보니 심한 열이 자주 나타나고 몸이 떨리며 설사가 났다. 영락없이 말라리아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세였다. 말라리아 치료제가 건강한 사람에게는 말라리아 증세를 나타내게 만든 것이다.

묽을수록 효과 증대

그렇다면 반대로 건강한 사람이 여러 가지 약제를 먹었을 때 발생하는 증세를 관찰하고, 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게 그 약제를 먹인다면 병이 치료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이른 하네만은 여러 종류의 약용식물이나 미네랄 등을 먹어보면서 각각의 물질들이 몸에 어떤 증상을 나타내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네만은 신체뿐 아니라 생각이나 감정과 같은 정신세계에 나타나는 증세를 포괄적으로 관찰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동종의학이란 분야를 정립하기에 이르렀다.

동종의학의 원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어떤 물질이 몸에 병적 상태를 일으키면 몸은 병을 이겨내고 저항할 수 있도록 방어(면역) 체계를 작동시킨다. 예를 들어 양파를 먹으면 몸에서는 감기 증세가 나타나는 동시에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방어 체계가 작동된다. 따라서 양파를 감기에 걸린 사람에게 먹이면 감기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동종의학의 장점은 생체실험으로부터 직접 결과를 얻어낸다는 데에 있다. 현대 의학에서는 동물실험이나 시험관 실험을 통해 의약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간접적으로 추정한다. 이에 비해 동종의학은 건강한 사람에게 직접 투여해 정신적·육체적 증상을 주의 깊게 조사한다.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약제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실험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현대의 동종의학에서는 아주 극소량으로 희석시킨 약물을 사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희석이 많이 될수록 오히려 약물의 치료효과가 극대화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희석된 약물을 세게 흔들면 약물의 효과가 더 커진다는 점도 밝혀졌다.

동종의학이 다른 의학과 구별되는 특징 중의 하나는 한 환자에게 한 종류의 약만 쓴다는 점이다. 일반 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한가지 기관이나 조직에 국한해서 본다. 즉 고혈압은 심장혈관계통, 장염은 위장계통, 방광염은 비뇨생식기관의 고장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두가지 이상의 장기에 병이 생기면 두가지 이상의 약을 써야 된다. 예를 들어 고혈압과 불면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이뇨제와 수면제를 복합적으로 처방해야 한다. 이에 비해 동종의학에서는 정신적·육체적인 모든 증상들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듣고 관찰해, 이들과 모두 일치하는 한가지 동종약물을 선택한다.
 

동종 요법에 사용되는 재료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폐경기 증후군에 효과

한편 동종치료는 급성질환일수록 빨리 효과를 나타내고 만성병이면 서서히 작용하는 성질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갑자기 귀에 통증이 발생해 부어오르고 염증이 생기면 벨라도나라는 약물을 사용함으로써 1-2분 이내에 증상을 사라지게 한다. 반면 갑상선이 붓는 경우와 같은 만성질환은 약물효과가 수개월 이상 거치면서 서서히 나타난다.

동종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범위는 무척 넓다. 아기들이 흔히 겪는 소화장애나 설사를 비롯한 소아과 질환, 그리고 유방염과 같은 여성 고유의 질환에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폐경기 증후군의 경우 확실히 치료할 수 있는 동종약물들이 많이 개발돼 있어 얼굴의 화끈거림, 두통, 피로와 같은 증상에 곧잘 활용된다.

정신적 장애를 치료할 때도 많이 사용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 그리고 자살하기 쉬운 우울증이나 정서불안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동종의학의 치료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식사 전후 30분 정도에 약물을 혀 밑에 넣고 녹여서 복용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동종치료가 모든 병을 고칠 수는 없다. 병의 증세가 심해 꼭 수술을 해야 되는 경우나 선천성 질환에는 치료 효과가 없다. 물론 수술 후에는 환자가 회복되는 속도를 촉진시키고 저항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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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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