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승용차에 비해 우수한 등판력과 주행성능을 가진 4륜 구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계적 특성을 중심으로 4륜구동 자동차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지프차의 뒤나 옆을 살펴보면 ‘4WD’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4WD란 네바퀴에 모두 엔진의 출력이 걸려 움직이는 4륜구동이란 뜻인 ‘4 Wheel Drive’의 약자로, 4×4라고 쓰기도 한다.
보통의 자동차는 앞바퀴나 뒷바퀴에만 동력이 전달된다. 승용차에 가장 많이 적용된 것은 엔진이 앞에 있고 동력이 앞바퀴에 연결된 FF(front engine front drive)방식이다. 동력이 뒷바퀴에 연결된 경우는 FR(front engine rear drive)방식, 고속버스처럼 엔진과 동력이 전달되는 바퀴가 뒤에 있으면 RR(rear engine rear drive)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차중에서 4륜구동방식은 기아 스포티지, 쌍용 무쏘와 코란도, 아시아 록스타, 현대 갤로퍼, 산타모 등이 있다. 현대의 스타렉스도 곧 4륜구동 모델을 내놓을 것이란 소식이다.
4륜구동방식의 특징은 무엇일까. 2륜구동방식에서 동력이 연결된 바퀴 이외의 나머지 두바퀴는 마치 리어카 바퀴처럼 끌려다닌다. 예를 들어 출력 1백마력의 차라면 구동바퀴 각각에 50마력이 걸리는 것이다. 이 경우 구동바퀴가 눈길이나 구덩이에 빠져 헛돌기라도 하면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반면 4륜구동은 같은 출력조건이라면 각 바퀴에 2륜구동방식의 2분의 1인 25마력씩 출력을 배분한다. 따라서 앞이나 뒤 어느 한쪽이 미끌어져 공회전하더라도 나머지 바퀴의 구동력을 이용해 위기를 쉽게 탈출할 수 있다. 또한 2륜구동방식보다 견인력과 등판력이 우수하다.
4륜구동의 장점이 험로에서만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2륜구동방식보다 현저하게 주행안정성이 좋다. FF방식 차량은 코너를 돌 때 핸들을 마치 적게 돌린 것처럼 앞바퀴 쪽이 코너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언더스티어링(under steering)현상이 일어난다. 또 FR방식에서는 코너링할 때 구동바퀴인 뒷부분이 코너에서 이탈해 마치 핸들을 너무 많이 돌린 것처럼 되는 오버스티어링(over ste-ering)현상이 일어난다(96년 3월호 참조). 모두 차의 앞이나 뒤에만 구동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4륜구동은 구동력이 골고루 배분되기 때문에 코스를 빗나가지 않고 돌 수 있다.
이토록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륜구동이 보편화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문제다. 2륜의 경우보다 동력전달을 위한 부품이 늘어나 그만큼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으며, 차량의 중량이 증가해 연료소비도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만화 영화 뽀빠이에서 유래
세계 최초의 4륜 구동방식 차는 1902년 폴란드에서 자동차 경주 참가를 위해 만들어졌다. 금세기 초의 자동차 경주는 요즘의 인디카나 포뮬러와 달리 주로 험로주행과 언덕을 올라가는 일이다. 이 첫 4륜구동차는 1907년 북경에서 출발해 파리에 도착하는 1만6천km 대장정 경기에서 상위에 입상, 그 진가를 발휘했다.
4륜구동이 가장 인기를 끈 곳은 전쟁터였다. 잘 닦인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와 달리 험로에서도 거침없이 질주하는 4륜구동차는 군전문가들의 눈에 들었다. 1차대전 당시 미국의 포드가 4륜구동 트럭을 만들어낸 이후 2차대전이 일어나자 지프(Jeep)가 만들어졌다. 요즘 크라이슬러사가 만들어내는 ‘랭글러 지프’를 통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지프는 닦여지지 않은 길을 달리는(off-road) 4륜구동차의 대명사가 됐다.
4륜구동차는 속도보다는 이처럼 힘을 필요로 하는 용도로 각광받아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최근에도 휘발유엔진보다는 힘이 좋은 디젤엔진이 4륜구동차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프의 원래 명칭은 지피(G.P. General Purpose)였다. 말 그대로 다목적용 차였다. 지피라는 약자는 공교롭게 당시 유행하던 뽀빠이 만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인 지프와 발음이 비슷했다. 전쟁 후 지프를 민간용으로 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 아예 이름을 지프라고 정해버렸다.
전투 수행을 위해 개발된 뒤 민수용으로 인기를 끈 경우는 지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프 뒤를 이어 미군의 주력차량으로 개발된 허머(Hummer)는 걸프전에서 탁월한 주행성과 함께 항공기에서 떨어뜨려도 끄덕없는 내구성으로 인기를 얻은 뒤 곧 민수용으로 시판, 신세대 지프로 인기가 높다.
4륜구동차를 부를 때 SUV나 RV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RV는 ‘recreational vehicle’의 약자로 미국에서는 캠핑카라는 뜻으로 많이 쓰였는데, 일본으로 건너와서 오프로드용 지프나 미니밴 등을 묶어 부르는 용어로 발전했다. SUV는 sports utility vehicle의 약자로 오프로드 전용의 전형적인 지프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4륜구동차의 역사는 이 SUV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승용차에 4륜구동방식을 채택한 것은 1980년 독일 아우디가 ‘A80쿼트로’란 차종을 개발하면서 부터. 아우디 이외에 일본의 미쓰비시와 스바루 등이 승용차 타입에 4륜구동방식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시판차에는 4륜구동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험로를 달리는 유명 랠리 참가 차량들은 거의 대부분이 4륜구동방식이다. 이처럼 오프로드 전용의 지프 형태 이외에 승용차에 4륜구동을 적용한 모델들이 늘고 있는 것은 4륜구동이 구동력의 배분으로 일반도로에서도 주행안정성을 월등히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뿐히 코너를 돌기 위해
4륜구동방식에는 필요에 따라 2륜과 4륜구동으로 전환하는 파트타임 방식과 항상 4륜으로 구동하는 풀타임 방식의 두종류가 있다. 보통 지프 타입은 파트타임식이고, 승용차형은 풀타임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차 가운데 현대 산타모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파트타임식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파트타임방식의 동력전달 방식을 살펴보기로 하자. 파트타임식 4륜구동은 평소에는 후륜에만 동력이 전달되다가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전륜에도 동력이 전달되는 후륜 우선방식이 많다.
후륜에만 전달되는 동력을 전륜에 연결시켜주는 기구가 트랜스퍼(transfer)다. 트랜스퍼에는 구동체인이 있어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동력을 후륜, 또는 전·후륜 모두에 전달한다. 체인은 동력전달은 우수하지만 소음이 많은 단점이 있다. 4륜구동차에 소음이 많다는 불평은 디젤엔진의 사용과 더불어 구동체인 때문이다.
파트타임식에는 변속레버 옆에 또 하나의 레버가 달려 있다. 여기에서 2H, 4L, 4H의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모드의 선택에 따라 트랜스퍼가 체인과 기어의 결합을 바꾸어준다. 보통 주행시에는 2H에 놓고 달린다. 다른 차를 견인하거나 힘이 많이 필요한 험로를 달릴 때에는 4L, 험로에서 비교적 속도를 낼 때는 4H로 선택하면 된다.
4륜구동방식은 바퀴에 전달되는 동력을 단속하는 트랜스퍼 외에도 일반 승용차와는 다른 장치들이 많다. 여기에 차동제한장치(LSD, Limited Slip Differential)라는 것이 있다. 자동차의 마주 보고 있는 바퀴는 직접 연결돼 있지 않다. 만일 좌우의 바퀴가 한 축에 같이 붙어 있다면 직진할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코너를 돌 때 안쪽 바퀴보다 바깥쪽 바퀴의 회전이 빨라야 하는데 양쪽 바퀴의 회전이 같으면 바깥쪽 바퀴는 미처 돌지 못하고 끌려가는 현상이 벌어진다.
RC카(무선 리모컨 조정 자동차)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급회전시 RC카의 한쪽 바퀴가 통통 튀면서 균형을 잃는 것을 봤을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RC카에는 양쪽바퀴의 회전비를 다르게 해주는 차동장치(디퍼런셜 :differential)가 없기 때문이다. 차동장치는 코너 회전의 경우처럼 양쪽 바퀴의 회전수가 달라져야 할 때 한쪽 동력을 끊어주는 장치다.
차동장치는 4WD가 아닌 일반차량에도 모두 들어 있는 장치다. 하지만 코너링 때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차동장치가 4WD에는 불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륜으로 주행하다가 웅덩이에 빠졌다고 치자. 앞바퀴만, 혹은 뒷바퀴만 둘다 빠진 경우라면 나머지 두 바퀴의 힘에 의해 얼마든지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하지만 좌우 방향에 상관없이 앞 뒤 바퀴가 동시에 빠진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4바퀴에 모두 동력이 연결돼 있지만 차동장치가 작동해 웅덩이에 빠진 바퀴만 공회전하고 나머지 바퀴들에는 구동력이 전달되지 않아 웅덩이에서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는 험로주행을 목적으로 한 4WD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
물론 2륜구동차보다는 조건이 좋긴 하다. 2륜구동의 경우는 구동바퀴 중 1개만 빠져도 이러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 갖추는 장비가 차동제한장치다. 말 그대로 차동(差動)을 제한해주는 것이다. 코너링 때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차동장치가 고안됐고, 또 차동장치의 불편함 때문에 차동제한장치가 추가로 생겨났다.
차동제한장치는 일반 차동장치와 별도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고, 차동장치에 여러 장의 클러치를 넣어, 만일 한쪽이 공회전하면 클러치가 작동해 반대편의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든 특수차동장치라 보면 무난하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4륜구동방식은 젖은 노면이든 건조한 노면이든 견인력이 매우 높아 눈이 내린 도로에서의 4륜구동차가 가진 중량대비 견인력은 2륜구동차의 건조한 노면 구동력보다도 크다.
4륜구동방식의 차라고 해서 항상 4륜구동으로 운전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도 있다. 코너를 돌 때를 생각해보자. 이론적으로는 오버스티어나 언더스티어현상이 없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2륜 구동차는 코너를 돌 때 전후륜바퀴 회전수가 다르다. 전륜구동방식이든 후륜구동방식이든 구동바퀴가 이끄는대로 나머지 바퀴는 끌려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4WD는 구동력이 트랜스퍼로 연결돼, 전후륜바퀴 회전수가 같다.
저속에서는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고속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만일 4륜구동으로 고속으로 달리다가 급회전하면 마치 후륜이 브레이크가 걸린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나 핸들 조종력을 잃고 사고가 날 수 있다. 이를 ‘타이트 코너링 브레이크 현상’, 또는 ‘푸시 언더현상’이라고 한다.
코너를 돌 때 좌우 바퀴의 회전수가 달라져야 하듯 전후바퀴 회전수도 상황에 따라 달라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파트타임 4륜구동차의 사용설명서에는 4H 등 4륜구동모드에서 시속 80km 이상 속도를 내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계 고장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푸시 언더현상으로 혹시 일어날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항상 4륜이 구동되는 풀타임4WD는 어떨까. 주로 승용차에 응용되는 풀타임 4WD도 시속 80km 이하로 달려야 할까. 풀타임 4WD에는 좌우 바퀴회전수를 다르게 해주는 디퍼런셜과 마찬가지로 전후바퀴 회전수를 다르게 배분하는 센터 디퍼런셜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일부의 파트타임 4WD에도 센터 디퍼런셜이 장착되긴 하지만 보편적이진 않다.
센터 디퍼런셜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파트타임방식은 전륜, 또는 후륜만이 웅덩이에 빠졌다면 나머지 구동바퀴로 어려움 없이 빠져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풀타임방식은 센터 디퍼런셜이 전후 바퀴의 회전수를 조절해, 웅덩이에 빠진 바퀴만 공회전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풀타임방식에는 일시적으로 센터디퍼런셜의 작동을 멈출 수 있도록 별도로 차단장치를 장착한다. 세상에는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