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쌓인 노폐물이 그때그때 밖으로 배출되고 필요한 영양분만 남는다면 병에 걸릴 일이 없을 것이다. 이 기능을 맡은 장기가 바로 신장이다. 온몸을 돌며 몸 속의 노폐물을 운반해온 혈액이 신장에서 걸러지면 노폐물은 뇨 형태로 몸 밖으로 배설되고, 영양분은 다시 흡수돼 몸에 남는다. 하루에 콩팥을 지나는 혈액의 양은 무려 1t이 넘는다.
만일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몸 안에 축적된 독소가 모든 대사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거나, 포도당이나 단백질과 같은 영양분이 대책없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한다.
인공신장은 기능을 상실한 신장으로 들어가는 혈액을 몸 밖으로 연결해 걸러내고 깨끗한 혈액을 몸 안으로 되돌려보내는 장치다. 대표적인 방법은 고분자막을 이용하는 것이다.
혈액정화에 주로 사용되는 고분자막을 중공사막(中空絲膜)이라고 부른다. 속이 비어있는 원통모양의 분리막이란 뜻으로, 안쪽 지름은 머리카락보다 불과 3-4배 긴 정도(2백-3백μm)이며 막의 두께는 약 10μm다.
고분자막 다발에서 여과
이 가느다란 막을 수천에서 1만개까지 다발로 묶고 양 끝을 접착제로 고정한 뒤 적당한 그릇에 집어넣은 것이 인공신장의 모습이다(그림 1). 인공신장 내부에는 나트륨, 칼륨과 같이 몸에 필요한 각종 미량의 이온들이 함유된 액체(투석액)가 흐르고 있다. 혈액이 중공사막의 한쪽 끝에서 흘러들어오면 노폐물들은 농도차에 의해 중공사막 바깥, 즉 투석액쪽으로 빠져나간다. 물론 미량의 이온들도 빠져나가지만 투석액에 이미 같은 이온들이 포함돼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혈액은 비슷한 이온 농도를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걸러진 혈액이 다시 환자의 몸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인공신장을 사람에 성공적으로 적용시킨 최초의 사례는 1943년 급성신부전환자의 생명을 구한 일이다. 최근 노폐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없애기 위해 두단계 작전이 시행되고 있다(그림 2). 먼저 적혈구나 백혈구와 같은 혈구 성분과 이를 제외한 혈장을 분리시킨다. 혈장의 대부분은 물이며, 단백질을 비롯한 영양분과 노폐물이 포함돼 있다. 이때 혈장만을 확실하게 걸러낸 후 환자에게 되돌려주고, 혈구 성분은 그대로 반환시킨다.
현재 개발된 정화시스템의 크기는 탁상용 PC정도. 앞으로는 자연신장의 정화능력에 필적하면서 휴대형 정도의 크기를 가진 인공신장이 연구목표다.
혈액의 구성
혈액은 크게 세포성분과 액체(혈장)로 구성된다. 세포성분으로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면역작용을 일으키는 백혈구, 그리고 혈액의 응고 작용에 관여하는 혈소판이 있다. 혈장은 담황색의 액체로 물이 9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단백질과 염류 등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