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박동칠 때 혈액은 심장 안에서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 온몸을 거쳐 심장으로 들어온 혈액은 우심방, 우심실을 거쳐 폐로 가고, 폐로부터 들어온 혈액은 좌심방, 좌심실을 거쳐 온몸으로 다시 향한다. 만일 우심방에서 우심실로 들어온 혈액이 폐로 가지 않고 거꾸로 우심방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 혈액의 순환은 엉망이 돼버릴 것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안전장치가 판막이다. 심장에는 4개의 판막이 있다. 우심방에서 우심실로, 우심실에서 폐동맥으로,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마지막으로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가는 통로에 마련돼 있다.판막은 늘어나도 줄어들어도 문제다. 늘어나면 일단 나간 혈액이 도로 역류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반대로 좁아지면 혈액이 정상적으로 나가지 못한다.
제기능을 상실한 판막을 대신할 수있는 인공판막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 부터다. 현재까지 60여종의 인공판막이 개발됐으며, 세계적으로 연간 약 7만5천건 이상의 판막치환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금속에서 고분자까지
인공심장판막의 종류는 크게 기계판막과 조직판막으로 구분된다. 기계판막은 혈액에 해를 적게 입히는 특수 합금을 이용, 한쪽 방향으로만 문이 열리게 만든 장치다. 그러나 혈액이 재질 표면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피가 엉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항응고제가 지속적으로 투여돼야 했다. 판막이 열리고 닫힐 때 들리는 소음도 문제였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려 등장한 것이 조직판막이다. 생체 판막을 가운데 두고 주변을 지지대로 연결한 형태다. 1969년 돼지판막을 이용한 조직판막이 사람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된 후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해 왔다. 하지만 생체 조직을 사용하다보니 기계식보다 내구성이 떨어져 10-15년 후에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다.
최근에는 고분자로 만든 판막이 선보이고 있다. 이는 기계판막과 조직판막에 비해 값이 저렴하고 원하는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하지만 몸 안에서 혈액 같은 물질과 반응을 일으켜 재질이 잘 변하기 때문에 1년에 못미치는 단기간에 사용되는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