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허리 공략하는 요통
진단 어려운 환자 70%
인류의 반 이상이 한번쯤은 허리의 통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갑자기 통증이 왔다가 몇일이나 몇주 후에 없어지지만 통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일도 적지 않다. 이 통증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지만 아직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요통에서 가장 흥미를 끌어온 주제는 척추 간판이 빠져나와 생긴 통증이다(디스크). 척추간판은 척추뼈 사이에 있는 젤리같은 물질이다. 이것은 두꺼운 조직에 묶여 제자리에 있다가 조직이 약해지면 빠져나와 척수의 앞뒤 근육이나 신경, 그리고 주변 조직을 누른다. 그 결과 다리가 저리거나 운동능력이 줄어들면서 통증이 느껴진다.
척추사이의 관절에 생긴 염증도 요통을 일으킨다. 또 허리가 다친 경우 조직의 손상이 복구됐지만 중추신경계의 일부분이 과도하게 흥분한 상태가 후유증으로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 긴장성 두통과 마찬가지로 조직 손상 없이 긴장성 요통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허리가 아픈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할 확률은 전체 요통 환자의 30%수준에 불과하다. 현대 의학의 정밀하고 복잡한 검사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별다른 손상이 관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이때 흔히 의사들은 근육이 파열되거나 힘줄이 찢어졌다고 환자에게 설명하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갖고 말하기 보다 그렇게 유추해 말하는 경우가 많다.
발목 삐면 절뚝거리는 이유
발목을 삔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다. 우선 순간적으로 날카롭고 아픈 곳이 분명한 통증이 느껴지는데, 이는 곧 사라진다. 이후 피부 깊숙히, 둔하면서도 퍼지는 성질을 보이는 통증이 뒤따른다. 이중통(二重痛)의 대표적 예다. 첫번째 통증이 손상 자체를 알리는 과정이라면 두번째 통증은 손상으로 파괴된 세포와 신경말단에서 나오는 여러 물질들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나타난다. 이 통증은 적어도 1-2주까지 지속된다.
발목을 삐면 아파서 다리를 절룩이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손상 부위를 덜 움직이게 만듦으로써 조직을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한 방어 메커니즘이다.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동안은 통증 정보가 중추신경계에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
쉴새 없이 머리를 조여오는 두통
뇌가 아니라 혈관이 아프다
머리 부분에 오는 통증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찾아온다. 두통은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속적인 과로나 심리적 부담으로 생기는 긴장성 두통은 앞머리나 뒷머리의 근육들이 발작적으로 수축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머리를 조이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편두통은 한쪽 머리에 심한 박동성 통증이 나타나고 토할 것 같거나 빛에 매우 민감해져 그냥 쉬고 싶게 만든다. 이 증상은 길게는 수개월, 짧게는 몇초 동안만 진행된다. 간혹 오한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이 함께 나타난다.
두통에 시달릴 때 아픈 부위는 어디일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뇌신경조직이 아니다. 뇌에는 통증자극을 느끼는 유해감수기(세포)가 없기 때문에 손상을 입어도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다. 유해감수기는 두개골 안팎에 분포한 혈관이나 신경막에 존재한다. 이 조직들이 수축·확장될 때나 압박을 받아 늘어날 때 이 부위의 유해감수기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그 정보가 중추신경계로 전달돼 두통으로 느껴진다.
중추신경계자체도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변연계(limbic system)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두통이 생길 수 있다(그림1). 변연계는 일종의 경보장치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사람이 만든 경보 장치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한동안 고장이 나는 것처럼 인체의 경보장치들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편두통의 발생은 뇌혈관과 관련이 있다. 뇌혈류가 증가해 혈관이 확장될 때나 혈관벽이 붓고 염증이 생길 때 여러 가지 염증성 물질과 신경흥분조절물질이 분비되면서 편두통이 생긴다. 한편 긴장성 두통은 안면이나 두개골 주변에 있는 근육들이 계속 수축하거나 긴장 할 때 발생한다. 이는 머리의 일부나 전체가 띵하고 뻐근하며 머리를 띠로 조이는 것 같은 통증을 일으킨다.
그러나 두통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예를들어 긴장성 두통의 경우 실제로 근육의 수축은 두통이 시작된 후 관찰되며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 편두통의 경우도 박동성 통증이 심장의 박동과는 시간적으로 관계가 없다.
운동 후 찾아오는 묵직한 통증 근육통
근조직이 비틀리면 쥐가 난다
근육의 통증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고 그 정도가 심한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통증보다 일반인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한꺼번에 운동을 하고 나면 대부분 근육통이 생긴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 적게는 30%, 많게는 80% 이상이 근육통을 호소한다.
근육통은 여러가지 면에서 피부가 아픈 경우와 다르다. 피부에서는 아픈 부위의 경계가 명확하면서 통증이 날카롭다. 그러나 근육통이 생기면 경계가 불분명한 묵직한 통증이 때로 경련이 나듯 발생한다. 또 내장통처럼 통증이 피부 표면과 연관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격심한 운동을 하고 12시간 정도 지나면 근육이 뻣뻣해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근섬유와 이를 연결하는 조직 섬유들이 손상을 입어 회복을 위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산에서 내려올때 다리 근육은 늘어난 상태에서 수축하게 되기 때문에 근섬유가 많이 손상된다.
근육에 통증을 느끼는 동안 근조직을 관찰하면 근섬유가 파괴되거나 부어 있고 염증 세포들이 증가해 있다. 이때 염증세포에서 분리되는 물질이 근육의 통증을 느끼는 세포, 즉 유해감수기를 흥분시켜 통증과민이 발생하는 것에서 추측된다.
근육에 쥐(cramp)가 나는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 여기서 '쥐' 란 통증을 동반하는 갑작스럽고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근수축을 말한다. 쥐는 근육의 길이가 짧아진 상태에서 잘 나타난다. 이때 근육은 의식적으로 최대한 수축할 때보다 더 많이 수축된다.
평소에 어떤 근육의 길이는 그 근육을 수축시키는 힘과 수축을 억제하는힘(힘줄로부터의 흥분)의 균형에 의해 결정되는데, 쥐가 나는 것은 근육 수축을 억제하는 힘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쥐가 날 때 통증이 생기는 메커니즘은 잘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쥐가 날 때 근육의 일부만 높은 빈도로 수축하기 때문에, 이것은 수축하지 않는 근조직 사이에 비틀리는 힘이 발생해 근육의 유해감수기가 흥분된다고 알려져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심장통
속 불편하고 팔이 저리다
가슴이 아프고 질식해서 곧 죽을 것 같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협심증(angina pectoris)이다. 이는 심장을 관통하는 동맥의 일부가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한다. 이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할 수 있지만 이는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대개 혈관은 서서히 막힌다. 이때 심장 근육으로 흐르는 혈액공급이 적어지면 심장의 근육세포는 중추신경계에 신호를 보낸다. 그 결과 환자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기보다 협심증 증세를 경험하게 된다. 협심증에 걸리면 조이는 것 같은 통증이 심장 부위나 가슴골 뒤쪽에 발작적으로 나타난다.
한편 심장 근육으로 가는 동맥이 갑자기 막히면 심장발작(심근경색, myocardial infarction)이 생긴다. 이때 환자는 숨이 차고 가슴에 둔한 통증을 느끼며 소화가 안될 때와 같은 기분 나쁜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심근경색인줄 모르고 단지 소화불량으로 생각해 소화제를 사먹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는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를 가리키지 못하고 누르는, 쥐어짜는, 혹은 가슴을 띠로 감아 조이는 듯한 통증을 호소한다. 이때쯤 되면 구토가 나거나 식은 땀을 홀리면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된다. 이후 통증은 좀더 표면으로 올라와 가슴벽에 다다른다.
심장통이 심해지면 왼쪽 팔이 저리거나 쥐가 나며 팔과 손이 아프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심장에 통증이 오면 해당 부위 감각신경은 수초 내에 정보를 중추신경계로 보낸다. 이 정보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경고를 전달하는 동시에 주변 신경세포들을 서서히 흥분시킨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심장과는 거리가 먼 팔과 손에 통증이 발생한다.
불안하면 통증이 심해진다
화상을 입거나 살갗이 벗겨지면 통증이 느껴진다. 이때 옷을 갈아 입거나 약을 바르기만 해도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피부가 벗겨지면 피하 조직에 있는 유해감수기가 기계, 열, 화학 자극에 노춭돼 통증이 생긴다. 상처가 회복되면서 통증은 점차 따끔거리면서 간지러운 느끼믕로 바뀌어 환자는 더 불편하고 불행한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많은 경우 통증의 정도와 화상의 정도 사이에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완전하게 회복될지에 대한 불안감이나 병실에 격리돼 있다는 점이 통증을 더 심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제일 큰 고통 분만통
산모는 암환자보다 더 아프다
통증은 조직에 손상을 주거나 또는 손상의 위험이 있을 때 느끼는 경고성 감각이다. 그러나 분만통은 아무런 질병이 없는 산모가 별다른 손상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느끼는 특이한 통증이다.
임산부의 자궁은 성장하는 태야의 크기에 맞춰 점차 커진다. 태반과 양수의 무게가 대략 태아의 무게(3-4kg)와 비슷하므로 출산 직전 산모는 무게가 7kg정도 되는 여행가방을 뱃속에 넣고 다니는 셈이다. 그래서 임산부들은 숨이 차고 다리가 부으며 특이한 자세와 걸음걸이를 보이면서 허리나 다리에 통증을 느낀다.
진통이 시작될 때 자궁수축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압력이 증가해 양수막이 터지고 태아의 머리는 자궁경부로 들어간다. 이때 산모는 자궁수축에 맞춰 하복부에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흔히 허리 뒤와 다리까지 아픔이 뻗친다. 또 진통 사이 사이에는 다른 종류의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는 주로 허리에 뻐근한 느낌으로 지속된다.
분만통은 흔히 자궁이 수축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자궁의 수축 자세가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수축으로 인해 압력이 증가하면 자궁경부와 같이 예민한 부위가 압박되기 때문에 통증이 생긴다. 이때 손상된 조직은 통각신경을 흥분시키고, 이 신호는 자궁 양 옆에 있는 신경들을 통해 대부분은 가슴과 허리 부위의 척수(흉수 하부와 요수 상부)로 들어간다. 초기의 분만진통이 뒷허리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이러한 신경경로 때문이다(그림2).
분만이 진행되면서 자궁경보가 확장되고 태아의 머리가 보이는 단계에 이르면 골반 바닥과 질의 벽, 그리고 주변 조직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한다. 통증은 이 조직들로부터 골반신경을 통해 엉덩이 부위(천수)로 전달된다.
분만통은 사람이 경험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의 주관적 느낌에 관한 맥길(McGill) 척도에 따르면, 처음 임신한 경우 35. 두 번 이상 임신한 경우 30정도의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골절의 경우 20. 암의 경우 27인 것을 생각할 때 분만통이 얼마나 큰 통증인지 짐작할 수 있다. 또 시간별로 보면 초산부의 경우 출산 12시간 전 20이던 통증척도가 출산 직전에는 40까지 도달했다가 출산 직후 사라진다.
어김없이 찾아드는 불청객 생리통
예민하면 2주 내내 아프기 일쑤
분만통 외에도 특별한 질병 없이 여성에게 다가오는 통증이 있다. 여성은 매월 주기적으로 생리통이라는 급성 통증을 경험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첫 생리를 거친 여성 중 약 반수 이상이 월경중에 불쾌함을 경험하며, 이 가운데 10%정도는 매달 하루 내지는 몇일 간 아무일도 못한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생리통은 사회 경제적인 면에서 가장 큰 시간 손실(매년 약 1억 4천만 시간)을 낳는다고 말한다.
생리통은 보통 월경 직전이나 시작 후 수시간내에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생리 첫날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이때 하복부에 경련과 함께 둔한 통증이 생겨 하루나 이틀 정도 지속되는데, 심하면 허벅지나 등까지 통증이 퍼진다. 또 자궁 내 수축이 커지고 압력이 증가해 잠시 혈액이 통하지 못하게 돼 자궁 조직에 산소가 부족해진다.
생리통이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는 경로는 분만통의 경우와 같다. 하지만 생리통의 원인은 1백년 이상 연구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풀리지 않은 난제로 남아 있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여성은 별다른 병적 원인이 없어도 생리통을 경험한다. 하지만 25세 이상의 여성에게 찾아오는 생리통은 몸에 다른 이상이 있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어떤 여성들은 월경이 시작되기 2주일 전부터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때 유방이 팽만해져 느껴지는 압박감, 팔다리가 붓는 느낌, 피로감, 긴장이나 우울증과 같은 복합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데, 이를 '월경전 긴장' 이라고 한다.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단할 때 통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다양한 증상 각각을 별도로 치료하게 된다.
여성의 월경주기와 연관된 또다른 통증으로 월경중간통이 있다. 이는 난포로부터 난자가 배출(배란)되는 것과 관계가 있는데, 이때 소량의 혈액이 복강으로 새어 나오는 증상을 보인다. 난포내에 높은 농도로 들어 있던 호르몬(프로스타글란딘)이 자궁을 수축시키고 통각신경을 예민하게 만들어 이런 통증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아직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멀리 떨어진 피부마저 울리는 연관통
맹장염 걸리면 다리가 조인다
내장이 자극을 받아서 통각을 일으킬때 내장뿐 아니라 피부에도 통증이 온다. 예를 들어 협심증환자의 경우 가슴뼈 부위와 왼팔 안쪽의 좁은 부분 전 길이에 걸쳐 통증이 느껴진다. 또 횡경막에 이상이 있으면 어깨가, 그리고 위산이 식도로 넘어와 자극하면 가슴골이 아프게 된다. 소장에 탈이 나면 배꼽 주위가 아프며, 대장에 이상이 있을 때 배꼽 아래에 통증을 느낀다(그림3). 이처럼 장기가 해로운 자극을 받아 생긴 통각이 장기 자체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피부까지 미치는 현상을 연관통(referred pain)이라 부른다.
장기에서 출발한 신경섬유는 대부분 동시에 여러 척수절로 나뉘어 들어간다. 따라서 연관통을 일으키는 피부 부위는 비교적 넓게 나타날 수 있다. 피부절과 장기와의 상관관계는 자세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연관통은 임상적 진단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연관통이 생기는 이유에 대하여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폭주-투사설(convergence-projection theory)이다.
척수에는 고위 중추로 통증정보를 전달(투사)하는 신경세포가 있는데, 피부에서 오는 통각 정보와 장기에서 오는 통각 정보가 척수에서 동일한 투사 신경에 정보를 전달(폭주)해 연관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그림4). 일상 생활에서 피부의 손상이 장기 손상보다 월등이 많다. 따라서 장기로부터 통증 정보가 척수의 투사신경을 흥분시킬 때 대뇌는 피부가 손상된 것으로 해석한다.
장기에서 자극된 통증 신경은 운동신경에도 흥분을 전달하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운동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을 수축시킨다. 예를들어 맹장염과 같이 복강 내에 통증이 있을 때 복벽근이나 다리의 구부리는 근육이 지속적으로 수축된다. 결과적으로 근육의 긴장이 계속되면 근육을 통과하는 혈류량이 감소하게 되므로 대사물이 축적되고, 이 대사물이 유해감수기를 자극해 압통(tenderness)을 비롯한 근육통을 일으킨다.
팔은 잘렸어도 고통은 남는다 유령통
날씨 음산할수록 아픔 심해져
다리나 발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몇개월이나 몇년에 걸쳐 없어진 다리나 발가락 부위의 통증이나 감각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통증을 유령통(phantom pain)이라 하고, 감각 이상을 느끼는 현상을 유령감각(phantom sensation)이라고 부른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를 당한 환자가 팔을 절단하게 됐다. 그 환자는 없어진 팔이 마치 오토바이 손잡이를 잡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고 그 부위에 심한 통증이 온다고 호소했다. 이후에도 유령통과 유령감각은 점차 축소돼 팔부위의 심한 통증은 없어졌지만, 옥죄는 느낌은 계속 갖게 됐다.
조직의 일부가 절단돼도 그 부위를 지배하던 신경섬유들은 남아있다. 이 신경섬유들이 흥분하면 없어진 신체 부위에 유령통이 발생한다. 신경섬유들이 흥분하는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다만 절단된 신경말단에 생긴 신경덩어리(neuroma)가 기계적 자극이나 산소부족, 호르몬(노르에피네프린) 분비 등으로 자극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때 흥분은 중추로 전달되고 대뇌는 이를 그 부위에 손상이 있는 것으로 인지해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작년 독일 훔볼트 대학의 한 연구진은 한쪽팔을 절단한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유령통과 대뇌피질의 관계를 연구해 흥미를 끌었다. 팔이 절단된 후 대뇌피질에서 팔 운동을 조절하는 부위는 다른 감각을 담당하기 위해 재구성 되고 있었다. 이때 재구성이 더 많이 진행될수록 유령통의 정도가 커진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자세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환자들은 흔히 날씨가 음산해지면 통증을 더 심하게 느낀다. 이는 습기 때문에 피부온도가 내려가고 신경 덩어리 부근의 혈류가 줄어 산소가 적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치과치료 중 국소마취를 하면 입술이 심하게 부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거울을 보면 그렇게 심하게 붓지 않은 것도 유령감각의 한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