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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 동양적 발상의 첨단기기

최첨단의 통신기기와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는 요즘이지만, 전문가들은 전화와 함께 팩스(팩시밀리)의 효용이 상당 시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만큼 쓰기 쉽고 확실한 통신수단도 많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대당 기백만원이 넘던 팩스의 가격이 최근에는 무선전화기 한대값으로 떨어지면서 급속도로 가정에까지 보급되고 있다.

문자 그림 도표 사진 등의 정보를 통신회선을 통해 주고 받는 장치인 팩스는 비교적 별 저항감 없이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 침투한 첨단기기다. 컴퓨터처럼 사용법을 배워야 할 부담도 없다. 전화기처럼 그저 번호만 누르면 된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팩스는 사무자동화의 중심에 섰다.

문화적 여건으로 보자면 팩스는 동양인 취향에 썩 맞아떨어지는 기계다. 타자기 사용에 익숙해 있는 알파벳 문화권에서는 전신이나 텔렉스 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데 별다른 불편이 없다. 반면 필기구를 이용한 문서에 더 익숙한 한자문화권에서는 직접 보지 않고서는 의미가 잘못 전달되기 쉽다. 팩스를 '지극히 동양적인 발상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계 팩스 시장은 일본이나 우리나라 등 동양국가들이 석권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83년 정부가 통신망 확충에 따라 전화선을 개방한 이래 80년대 말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사무실에 일대 혁명을 몰고 온 팩스는 최근 여세를 몰아 가정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이른바 '홈 팩스' 시장이 열린 것이다.

비교적 간단한 기능만을 제공하는 대신 가격을 20-30만원대로 대폭 낮춘 홈 팩스의 보급으로 편지와 엽서를 보내야 할 곳에 팩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방송사에 음악신청을 한다거나 토론 프로그램에 자신의 의견을 즉시 전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으며, 가정에 학습교재를 보내주는 '팩스 일일공부' 도 신사업으로 등장했다.
 

일반적인 팩스 구성


G4팩스·컬러팩스 실용화에 시간걸려

태초에 말이 있었다. 그리고 장구한 세월이 흘러 글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말을 전달하는 전화와 글을 전달하는 팩스의 원리가 발견된 시차는 그리 크지 않다. 1837년 미국의 페이지가 전류에 음성을 전하는 현재의 전화방식을 알아낸 지 불과 6년 뒤인 1843년 영국의 전기기사 알렉산더 베인이 현재의 팩스와 유사한 화학식 전신기의 원리를 발견했다.

베인이 만든 화학식 전신기는 구멍을 뚫은 종이조각으로 시간당 4백단어를 취급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비록 송신기와 수신기가 분리된 것이긴 하지만 그레이험 벨의 전화기 발명(1876년)보다 앞선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팩스는 전송 속도를 기준으로 G1, G2, G3, G4로 구분된다. A4용지 한 장을 전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순서대로 6분, 3분, 1분 이내, 3-4초대. 현재 보급된 대부분의 팩스는 G3급에 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G란 CCITT(국제 전신전화 자문위원회, UN의 정보통신 표준화 전문기구인 ITU의 산하 조직으로 유선통신 분야의 표준화를 이끌어옴)의 연구 그룹(GROUP)을 지칭하는 것으로, 제조업체들은 이들이 권고하는 표준안에 따르고 있다.

G1과 G2급의 팩스가 속도가 느린 것은 문서를 읽어들여 이를 그대로 전송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 반면 G3는 읽어들인 정보를 압축해 전송하는 디지털 방식을 따르고 있어 빠른 속도를 낸다.

84년 규격이 제정된 G4팩스는 90년부터 G7 과제의 하나로 추진돼 지난 95년 11월 연구가 끝났다.

G4 팩스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화선(PSTN)이 아닌, 디지털망(ISDN)을 이용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높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보아도 아직은 망 여건이 미비하고 가격(대략 2천만원 대)도 만만치 않아 보편화되기에는 건너야 할 산이 많다. 현재 G4 팩스가 가동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봐도 전송할 데이터 양이 상당히 많은 연구소나 지방 인쇄 분공장에 자료를 보내야 하는 신문사 등 매우 한정된 분야에서만 이용되고 있다. 한편 일본 업체들중에는 컬러 팩스를 개발해 전시회에 선보이기도 했는데, 실용화에는 G4 팩스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감역식 팩스의 TPH. 압축돼 전송된 디지털 정보를 복호화부가 풀어 보내면 이를 원래 모습인 아날로그 형태의 흑백정보로 변환시켜 감열지에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용지 팩스는 복사기와 동일

팩스의 내부는 크게 광전환부 부호화부 전송부의 송신기 부분과 복조부 복호화부 기록변환부의 수신기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이들 각 부분을 원고 읽기(광전환부), 압축·복원(부호화부 복호화부), 전송·통신제어(전송부 복조부), 기록(기록변환부)의 넷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팩스는 문서의 글자를 단위로 읽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장의 흑백 그림으로 파악해 이를 디지털로 처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읽기부분은 전송을 요청한 원고에 빛을 쪼이면 CCD나 CIS(contact image sensor)라 불리는 일종의 렌즈를 통해 주사선상의 이미지 신호를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압축·복원부분은 흑과 백의 연속된 화소를 디지털 부호로 변환해서 정보를 압축하고 풀어낸다. 압축비율은 문서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정도. 문서의 해상도를 결정하는 이 부분은 가로 1mm당 8개의 도트(dot)를 인식하며, 세로면은 역시 1mm당 표준모드에서 3.85(표준모드), 7.7(파인 모드), 15.4(슈퍼파인모드)개의 도트로 정보를 읽어들인다.

한편 전송·통신제어 부분은 부호화된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 전송하고 받아들이는 곳으로, 모뎀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팩스의 전송속도는 각 모드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어 위의 각 모드별로 14.4kbps, 9.6kbps, 4.8kbps의 속도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 표준모드보다 처리해야 할 도트의 수가 많은 슈퍼파인모드의 전송속도가 당연히 느리다.

한편 최종적으로 정보를 종이에 기록하는 기록변환부는 기록지로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시 전기식과 감열식, 그리고 감광식의 3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감열식은 팩스의 TPH(thermal head print)란 부분에 빛에너지가 전기로 바뀔 때 열을 내는 셀(cell)이 있어 신호가 들어오면 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수 용지에 이를 기록한다.

이 방식은 가격대비 성능면으로는 그런대로 쓸만 하지만, 배출구를 빠져나올 때 쪼이는 열로 인해 종이가 돌돌 말리고, 또 열을 받거나 압력을 주면 쉽게 변색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수년전부터는 감열지가 아닌 일반용지를 사용한 팩스가 등장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감광식의 하나인 일반용지 팩스의 인쇄과정은 토너를 뿌려 여기에 열을 가해 접착시키는 방식으로, 복사기나 레이저프린터와 유사하다.
 

레이저 빔 프린터방식 일반용지 팩스의 출력원리^1 클리너틀 통해 드럼을 전하가 없는 상태로 만든다. 2 회전하는 드럼에 레이저 빔을 쏘아 정보가 있는 부분은 전화를 띠게 하고 정보가 없는 부분은 전하가 없는 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전하를 띤 부분에 토너를 묻힌다. 3 정착기 부분에서 열을 가해 종이에 토너가 고정되도록 한다.


다른 사무기와 결합 히드라 제품 속속 등장

프린터, 팩스, 복사기, 스캐너 등 사무실에서 사용되는 기기들을 아예 한 몸통에 담은 이른바 '복합사무기'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 아홉개 달린 물뱀의 이름을 따 '히드라기기'라고도 불리는 이들 복합사무기는 작년 초 대우통신이 복사기, 레이저프린터, 팩스를 합친 '하비셋'이란 제품을 처음 내놓은 이래 봇물처럼 발표됐다.

작년 9월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BIS가 내놓은 '복합사무기 전망 : 미국 시장이 붐을 이루고 있다'란 제목의 보고서는 프린터와 팩스, 복사기를 합친 제품을 1세대로, 작년부터 나온 '1세대 기능 + 스캐너' 제품을 2세대로 구분하고 있다. 스캐너의 추가가 주목되는 것은 문서인식시스템과 연결해 또다른 사무환경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이 보고서는 내년 말경이면 네트워크 기능이 강화된 3세대 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읽는 기능' 을 중심으로 통합된 복합사무기의 여러 요소중 팩스는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환경에 따라서는 팩스가 항상 중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무실의 문서처리 과정이 정보를 어떻게 받아 이를 가공하고 출력하는가 하는 점에 있다고 본다면 팩스의 기능은 연결된 다른 기기들의 각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복합사무기 제품이 내세우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공간 효율과 단품을 합친 것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현재 시중에서는 일반용지 팩스 하나만 해도 적게는 80만원에서 2백만원까지 줘야 하고, 여기에 보급형 레이저프린터가 40만원선, 복사기가 1백50-2백만원 이상이고 보면 대당 시중가격 1백-1백50만원인 이들 복합기기의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이같은 이점 때문에 복합사무기는 주공략 대상으로 잡고 있는 소비자 역시 대기업보다는 10평내외의 사무실 규모를 가진 중소업체나 재택근무자 등 이른바 SOHO(Small Offoce Home Office)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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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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