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발사체(로켓)의 개발로부터 우주개발은 출발한다. 그러나 우린 위성발사체를 만들 수 없다. 그 이유가 뭔지, 또 우리나라 기술은 어느 수준인지 알아보자.
한국 최초의 현대식 로켓은 1958년 국방과학기술연구소에서 개발됐다.
1959년7월27일 인천 고잔동 해안에서 발사된 556호가 그 주인공이다. 이 3단 로켓은 크기 3.17m, 지름 16.7㎝로, 발사된 후 최대고도 4.2㎞까지 상승해 81㎞를 비행했다. 또 같은 날 길이 4.65m, 지름 22.9㎝인 2단 로켓 67호도 발사됐다. 67호 로켓은 최대고도 9.5㎞까지 올라가 26㎞를 비행 했다. 그러나 1961년 연구소가 해체되면서 이러한 로켓 연구는 중단돼 버렸다.
다음 로켓 개발의 맥을 이은 곳은 학교였다. 인하공과대학에서 병기공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IIT0-2A를 개발한 것이다. 그때가 1959년11월19일이다. 1962년에는 인하대에 우주과학연구회가 발족 돼 9월에 4대의 소형 로켓을, 10월에 2대의 로켓을 발사했다. 우주과학연구회는 1964년에도 IITO-1A IIT0-3A IITA-4MR 등을 제작 발사하면서 로켓추진 비행안전도 초단파 송수신 등에 대한 기초 자료를 수집했다.
다시 군과 관련된 기관에서 로켓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69년. 공군사관학교에서 AXR-55라는 로켓을 개발했다. 이 로켓은 지름 55㎜, 길이 92㎝, 무게 4㎏, 사정거리 3㎞로 1970년에 발사됐다. 또 이듬해 지름 73㎜, 길이 1.4m, 무게 9.35㎏, 사정거리 6㎞인 AXR-73을 발사했다. 그리고 1972년에는 지름 3백㎜, 길이 4m인 AXR- 300을 발사했다. 그러나 공군사관 학교 역시 AXR-3003호의 발사를 끝으로 로켓 연구를 멈추고 만다.
1972년 2월 박정희대통령은 국방과학연구소에 로켓을 연구할 것을 지시했다. 그 결과가 나온 것은 1978년 9월26일이다. 국방연구소는 미국의 나이키 허큘리스를 모델로 국산 유도탄을 개발해 낸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로켓 개발의 새로운 장을 연 사건이었다.
과학1호 한반도 오존 측정
1993년6월4일 이전에는 로켓에 대한 연구가 단지 로켓에 대한 시험과 군사적 목적에만 한정됐다. 그러나 1993년6월4일 서해안 안흥 시험장에서 과학1호가 발사되면서 본격적인 과학로켓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과학1호의 개발은 천문우주과학연구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1987년 과학관측 로켓 개발에 필요한 기초연구가 시작돼 1989년 말 항공우주연구소가 창설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과학1호는 1단형 고체 추진제 로켓이다. 길이 6.7m, 지름42㎝, 무게 1.4t인 과학1호는 최대 고도 37.5㎞로, 1백80초 동안 77㎞를 날았다. 당시 과학1호의 임무는 한반도 상공의 오존량을 측정하고, 로켓에 대한 성능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3개월 후인 9월1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과학2호는 최대 고도 49㎞, 비행거리 1백l㎞를 3분33초 동안 날았다. 과학2호는 과학1호와 마찬가지로 오존량을 측정하고 로켓에 대한 성능 시험을 했다.
기본적인 로켓 기술은 국내 연구기관들과 산업체에 상당히 축적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활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아직 뚜렷한 진전을 이루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항공우주 연구소는 1993년에 2회에 걸쳐 발사된 1단형 과학탐사 로켓에 이어, 2단형 과학탐사 로켓을 과학기술처의 국책연구 과제의 일환으로 개발 중에 있다. 이 2단형 중형과학 로켓은 1997년에 발사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원과 천문대가 과학실험에 참여하는 이번 과학로켓은 저고도 이온층의 전자밀도와 온도, 태양 및 우주배경 X-선, 그리고 오존층에 대한 관측 활동을 수행할 것이다. 계획대로 하면 과학로켓은 발사 후 고도 2㎞에서 1단과 2단이 분리된 후, 약 50㎞의 고도에서 실험장치 탑재부의 페어링이 개방 분리된다. 이후 최대고도 1백50㎞에 이르는 동안 과학관측 활동을 수행한다. 발사 후 약 25초 동안 관성항법장치와 카나드(조종 날개의 일종)에 의한 비행자세 제어로 발사 지점으로부터 약 60㎞ 떨어진 해상에 정확히 낙하하게 된다.
위성발사체 개발의 걸림돌/한미 미사일 양해각서
로켓 기술은 위성 발사체를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그런데 우리의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위성발사체를 만들 수 없는 까닭이 있다,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가 사정거리 1백80㎞ 이상의 미사일 개발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략무기의 개발을 막기 위해 국제규약인 '미사일기술 통제체제' (MTCR)보다 한국군의 미사일 기술개발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한국의 군사 및 민간 미사일분야의 기술개발은 원천 봉쇄한 것이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는 사거리 3백㎞, 탄두 중량 5백㎏ 이상을 규제하고 있으나, 지난 1979년10월 한국과 미국이 교환한 미사일각서에는 사거리 1백80㎞ 탄두 중량 5백㎏으로 제한하고 있다. 북한이 스커드, 노동1·2호, 대포동 1호 등 사정거리가 1천5백㎞에 달하는 강력한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01 각서는 자체 개발은 물론 제3국을 통한 부품 구입마저도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이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하는 미사일뿐 만 아니라, 우주개발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위성발사체의 개발까지도 막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공우주연구소가 마련한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서 우주발사체 분야는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얘기다. 로켓 개발에 대해선 가능한 언급하지 않으려는 연구자들은 우주발사체 개발이 어려운 까닭은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