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생물 진화의 개념은 이미 고대 그리스의 아낙시만드로스나 아리스토텔레스 등에 의해서도 제창됐고 중세가 지난 18세기에 다시 나타났다. 이후 19세기 후반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면서 진화론은 과학적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진화론은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1백50만종이 넘는 생물들이 태고적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최초로 지구에 나타난 단순한 원시 생명체가 장구한 세월 동안 점점 복잡하고 상위 기능을 가진 생물로 변해왔다고 말한다. 진화론은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적 신앙과 대치될 뿐만 아니라 인간 조상이 원숭이일지 모른다는 사실이 인간 존엄성을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저항을 받아왔다.
진화론에 저항하는 사람들 중에는 진화론이 이미 확립된 과학 법칙과 모순됨을 보임으로써 진화론이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인용하는 과학법칙으로 열역학 제2법칙이 있다. 여기서 진화론이 열역학 제2법칙과 결코 모순되지 않음을 살펴보자.
컵에 담긴 물에 잉크를 한방울 떨어뜨리면 곧 잉크는 물 전체에 퍼진다. 그러나 물 속에 퍼진 잉크 분자들은 오래 두어도 다시 잉크 방울로 모이지 않는다. 한편 뜨거운 물체와 찬 물체를 접촉시키면 열이 뜨거운 물체에서 찬 물체로 이동, 결국 두 물체의 온도가 같아진다. 찬 물체에서 뜨거운 물체로 열이 이동해도 열역학 제1법칙, 즉 에너지보존법칙에 어긋나지 않지만 자연적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 현상이 일어나는 방향에 관한 법칙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고립된 계는 항상 그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 즉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진행한다'는 법칙이다.
'고립된 계'란 에너지와 물질이 드나들 수 없는 닫힌 계를 말한다. 피서철에 이용하는 벽이 두터운 얼음통 뚜껑을 꼭 닫아두면 열에너지나 다른 물체들이 거의 출입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얼음통은 닫힌 계에 가깝다.
열역학 제2법칙은 진화론과 모순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자동차 엔진처럼 연료를 받아들이고 이를 태워 일을 하고 연료를 배출하는 계를 '열린 계'라고 할 수 있다. 생물체도 먹이를 먹고 소화시켜 배설하므로 열린 계의 하나다.
엔트로피는 질서 또는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잉크 한방울을 물에 떨어뜨렸을 때 잉크 방울이 퍼지기 전, 즉 물과 잉크가 섞이지 않은 정돈된 상태는 질서 상태다. 그러다 잉크와 물이 섞일수록 질서가 줄어들어 무질서도가 증가한다.
열역학에서 엔트로피를 정량적으로 나타내보자. 절대온도가 T인 어떤 계가 주변에서 열에너지를 Q만큼 받아들이면 엔트로피 증가량 (ΔS)은 ΔS=Q/T로 표현된다.
가령 0℃인 얼음이 열을 받아 0℃인 물이 됐다고 하자. 이 때 얼음은 개개 분자들이 고정된 위치에 놓여 결정구조를 이루므로 질서 상태다. 그러나 얼음이 물이 되면 물분자들이 비교적 제멋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 무질서 상태가 된다. 얼음에 비해 엔트로피가 증가한 것이다.
생명 진화는 단순한 상태에서 기능이 증대된 상태로 진행됐으므로 질서가 증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과 어긋나 보인다. 그러나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고립된 계에서는 엔트로피가 반드시 증가하지만 열린 계에서는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도 있다. 즉 진화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받고 있고 열복사를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므로 결코 고립된 계가 아니다. 따라서 태양에너지의 흐름을 적절히 이용, 자신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킬수 있는 '작동체'가 있다면 질서있는 상태를 유지하거나 생성시킬 수 있다.
이 작동체는 반드시 인위적으로 만든 기계나 신이 특별히 창조한 생명체일 필요가 없다. 물과 공기가 태양에너지를 받아 역학적 법칙에 따라 운동해서 생긴 비 구름 바람 등이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작동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경우에나 무질서도가 증대되는 방향으로 자연현상이 진행된다고 열역학 제2법칙을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즉 지구를 고립된 계로 생각, 지구에서는 무조건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에 질서있는 상태가 생길 수 없다고 보고 진화 가능성을 부인한다면 이는 이미 확립된 과학법칙을 잘못 적용한 것이다.
창조론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보존법칙과 동의어로 간주된다. 즉 한 형태의 에너지는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화될 수 있지만 에너지 총량은 항상 일정하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계의 에너지는 스스로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주가 스스로 창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과율에 따르면 우주의 생성원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한 그 원인은 양적 질적인 면에서 이 우주보다 차원이 높아야 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성경 말씀과 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하느님만 이 우주의 제1원인이 되는 것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에너지의 질적 쇠퇴현상과 정보의 손실 등을 다룬 것이다. 이 법칙은 생물과 무생물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며, 사회 경제 분야에도 응용된다. 이 법칙은 노화와 죽음의 형태로 모든 생물체에 영향을 미친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은 그 자유에너지를 가장 낮은 상태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우주는 계속 무질서한 상태를 향해 나간다.
유용한 일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에너지는 계속 감소하며, 마지막에는 모든 과정이 멈춰 무질서의 극대상태, 즉 열사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이 상태에서 에너지는 소멸되지 않지만 우주 어디서나 동일한 수준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열역학법칙이 영원 전부터 적용되어 왔다면 우주는 이미 열사상태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는 아직 그 상태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주의 시작점은 분명히 있어야 하고 또한 우주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제2법칙은 창조 시점이 있었음을, 제1법칙은 우주가 스스로 창조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두 법칙은 하느님을 우주의 제1원인으로 가르치고 있다. 과학법칙과 성경이 공히 우주의 창조자로 하느님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제2법칙대로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된 이유는 인간의 죄에 따른 하느님의 저주의 심판 결과였다고 성경은 증언한다.
열역학 법칙은 창조론의 증거다
한편 제2법칙과는 정반대로 진화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질서에서 질서 상태로 된다고 한다. 화학진화 가설을 세운 오파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변천하는 진화 과정은 복잡하고 조직된 기관으로 발달되는 과정이다. 열역학 제2법칙에서 볼 때 화학진화는 고분자로 합성되는 방향보다는 분해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오파린은 진화론의 학설이 제2법칙과 어긋난다고 주장한 것이다.
진화론은 제2법칙이 지구와 같은 개방계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태양이 지구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하게 공급, 시간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보충한다는 주장을 인용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계획된 설계도가 없다면 질서 있고 구조적인 성장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양과 함께 에너지의 변환 기구가 요구되는 것이다. 실제로 제2법칙에 대항해서 보다 질서 있고 복잡한 개체를 이루는 진행은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며, 그 계 밖에서는 그로 인한 엔트로피의 증가가 상응해서 나타난다.
그렇다면 생명체에는 제2법칙이 어떻게 적용되는가. 생물학적과정은 발아세포의 구조가 이루어낸 결과다. 발아세포 내에 이미 입력된 유전정보는 생명체 내부로 들어 오는 화합물들을 동화시켜 점차 모체와 동일한 구조를 이루어내고 있다. 창조주가 만든 질서와 설계에 따라 생명체가 시작되고 성장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체 내에서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엔트로피 감소의 메커니즘은 DNA와 특정 효소들간 상호관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지 우연히 된 것은 아니다.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에너지와 물질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 공급이 중단되면 생명체가 유지되거나 성장할 수 없어 죽음에 이르게 되고, 결국 모든 생명체도 제2법칙에 따라 무질서해진다. 즉 우주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열역학법칙은 진화론 대신 창조론을 증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