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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 발사 이후 수많은 인공위성이 하늘로 향했다. 이들 인공위성이 인류에게 공헌한 것은 여러가지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부신 활약은 통신분야에서 이루어졌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욕구를 우주로 확장시킨 위성통신의 역사를 살펴본다.

위성통신에 대한 구상은 1945년 A.C. 클라크가 쓴 '외계로의 통신'이라는 글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레이더 기사였던 클라크는 독일의 로켓 Ⅱ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정지궤도상의 3개 위성을 이용해 세계 전지역의 통신이 가능하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조만간 인공위성 통신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예견했다. 이런 생각이 전쟁 직후의 혼란기에 나왔다는 것은 매우 특기할 만한 일이다.

49년 E 버르게스가 쓴 글에서도 클라크의 생각과 유사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그는 정지궤도를 이용한 통신 위성이 50년 말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통신위성이 본모습을 나타낸 것은 1957년 '국제 지구관측년'에 즈음해 발사된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다. 인류가 처음 만들어낸 이 위성은 지상으로부터 원지점 9백50㎞, 근지점 4백80㎞의 타원 궤도를 타고 지구 둘레를 96분 주기로 공전하기 시작했다. 스푸트니크란 '동반자'란 뜻의 러시아말로, 지구의 길동무임을 의미한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공모양의 스푸트니크 본체는 지름이 58㎝로, 그 속에는 전원과 송신기가 들어 있으며 전체무게는 84㎏이었다.

1958년 12월에는 미국 최초의 통신 위성인 '스코어'가 쏘아 올려 졌지만, 축전기의 고장으로 12일만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1960년 8월에 미국은 통신위성 '에코'를 1천㎞ 상공으로 쏘아 올렸다.

이 위성은 알루미늄 분말을 입힌 플라스틱제의 거대한 기구로, 쏘아 올릴 때는 조그맣게 접혀 있지만 궤도에 오른 뒤에는 기체가 채워져 지름 30㎝의 공모양이 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다 전파를 반사시켜서 우주 중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통신 위성 역시 유성진과의 충돌로 기구 속의 가스가 빠져나가 버려 그 결과는 탐탁하지 못했다.

이번에야말로 꼭 본격적인 위성 통신을 이루고 말겠다고 벼른 미국은 63년 MIT 링컨 연구소에서 '웨스트포드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계획은 지상 1천㎞ 상공에 길이 1.78㎝ 지름 0.017㎜의 4억8천만개의 금속침을 뿌려놓고 3.7㎝ 파장의 전파로 인공 전파 반사체를 우주공간에다 만들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조차 우주의 전파 환경에 해를 미치게 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많아서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이것으로써 초기의 위성 통신에 대한 실험은 끝나고 본격적인 통신 위성의 시대가 개막됐다.
 

거대한 나팔모양의 이 안테나는 '얼리버드'라 불린 인텔새트1호의 실험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지난 80년대 중반 해체됐다.
 

위성으로 중계된 케네디 암살
 

최초의 실용 통신위성인텔스타 1호
 

통신위성의 역할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는 일이다. 라디오나 무선 전신의 전파는 지면이나 지구를 둘러싼 전리층에 닿으면 반사돼 튄다. 즉 전파가 전리층과 지표사이를 반사하면서 지구의 표면 전체에 전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파장이 아주 짧은 텔레비전 전용 전파는 전리층을 뚫고 나간다. 이 때문에 텔레비전은 전파가 곧장 나가는 범위 밖에 수신할 수가 없다. 육지에서는 중계소를 많이 만들어 연달아 중계할 수가 있지만, 넓은 바다가 가로 놓여 있는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한다는 것은 통신위성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초의 텔레비전 중계 위성은 1962년 7월 '텔스타 1호'에 의해 이루어졌다. 실용적 통신위성으로는 최초로 볼 수 있는 텔스타 1호는 궤도에 오른 직후 미국과 유럽 사이의 텔레비전 중계에 성공했다. 그러나 텔스타는 대서양 상공을 몇 분 동안에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한번의 중계시간은 극히 짧을 수밖에 없었다.

1962년 12월에는 뒤를 이어 나사(NASA)의 '릴레이 1호' 위성이 쏘아 올려져 세계적 규모의 다중전화 전송, 텔레비전 신호 전송 실험이 행해졌다.

그리고 다음해 11월 23일에는 릴레이 1호를 통해 미국에서 일본으로의 텔레비전 중계에 성공했다. 이때 우연히도 당시의 미국 대통령 J.F. 케네디의 암살사건이 일어나 즉시 일본의 각 가정에 생생한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텔스타나 릴레이 위성은 고도가 낮기 때문에 전파가 이르는 범위가 좁은 데다 위성이 빨리 통과해버리기 때문에 한번의 통신 시간은 무척 짧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인공위성이 지상에서 언제나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지궤도 위성이다.

인공위성의 고도가 3만6천㎞에 이르면 지구를 도는 위성의 주기가 꼭 24시간이 돼 지구의 자전 주기와 일치한다. 그래서 적도 상공 3만6천㎞에 위성을 쏘아 올려 동쪽으로 돌도록 해두면 위성은 언제나 머리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위성통신은 대개 정지궤도 위성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위성은 고도가 높기 때문에 텔레비전 중계의 범위가 넓다. 또 지구 위에서 보아 언제나 같은 위치에 있어 시간 제약도 없다. 적도 위에 3개의 정지궤도 위성을 쏘아 올려두면 언제 어디서든 온 세계로 텔레비전 중계가 가능하다.

1963년 2월 미국은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 '신콤 1호'를 쏘아 올려 거의 궤도에 올려놓았으나 무전기의 고장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대서양 위에 '신콤 2호'가 발사돼 정지궤도 위성에 의한 라디오 통신이 성공했다. 이어 64년 8월 '신콤 3호'가 태평양 위에 쏘아 올려져 10월에 있었던 도쿄 올림픽의 경기 상황을 일본에서 미국의 전가정에 우주중계했다. 정지궤도 위성에 의한 각 국가간의 텔레비전 중계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비전으로 시작된 '위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계획이 드디어 1865년 인텔새트 1호 발사로 실현되자 세계 각국의 신문은 머릿기사로 이 소식을 다루었다.
 

본격적인 돈벌이용으로

실험용 정지궤도 위성인 신콤을 선두로 미국은 1965년부터 성능이 좋은 '인텔새트 1호'(일명 Early Bird)를 쏘아 올려 본격적인 상업 위성 통신서비스를 개시했다. 더불어 소련도 같은 해에 통신위성 '모나야 1호'를 쏘아 올렸다.

인텔새트는 국제 위성통신 기구로 범세계적인 실용 위성 통신망을 구축할 목적으로 64년 설립된 기구의 이름이다. 이 기구에는 1백여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26번째로 가입했다. 인텔새트 위성들은 주로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지역에서 선명한 국제전화 텔레비전 중계를 해주는 정지궤도 위성으로서 인텔새트 1호 이후 5호까지 많은 상업 통신 위성이 발사됐다.

지난 15여년 동안 해양선박들은 '국제 해사위성기구'(인마르새트)의 위성을 통해서 전세계적으로 기상예보, 뉴스 등을 중계받아 오고 있다. 이 국제기구는 1979년 7월에 설립됐으나 1982년 2월에 미국의 해양 통신위성(마리새트)을 인수하고 인텔새트와 유럽우주공동개발기구(ESA)에서 위성을 대여함으로써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인마르새트는 6천척 이상의 선박에 전화 텔렉스 팩시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지난 91년 3월에 지상 수신국을 완료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인텔새트의 위성들이 발사된 이래 위성 시스템 기술은 급속한 발전을 이룩했다. 유럽국가들, 특히 프랑스 독일 영국은 미국 소련에 비해 이 분야의 기술발전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70년대에 이미 ESA를 창설했다.

ESA는 80년대에 유럽국가들 사이의 전화중계 및 유럽방송 연맹의 텔레비전 중계를 목적으로 'OTS'라는 실험 위성을 개발해 발사했다. 이외에도 프랑스가 '텔레콤 1호'를, 독일이 'DFS 위성'을, 스웨덴이 '텔레엑스 위성'을, 이탈리아가 '이탤새트 위성' 등을 이미 발사해 운용중이다.

캐나다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미국과의 협력관계가 많은 나라여서 72년에 이미 '아나크 A-1'이란 국내용 통신 위성을 개발 운용하기 시작했고 83년까지 미국 나사와 협조하여 각종 인공위성을 개발한 바 있다.

또한 천여개가 넘는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가 70년대부터 통신위성 '팔라파'를 이용해 전국토에 걸친 위성통신망을 구성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을 도모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과학 기술의 도입으로 21세기 범세계적 우주 개발경쟁에 적극 대처하고 국민의 다양한 통신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위성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 95년에 정지궤도 위성인 '무궁화 1,2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같은 위성을 2개 띄우는 것은 만일의 경우 어느 하나의 고장으로 통신 중계가 중단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장소와 시간에서 해방

우주기술의 상업화중 제일 비중이 큰 분야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통신과 방송 서비스사업이다. 이들은 주로 정지궤도 위성에 의한 고정 단말 서비스인데, 최근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즉 그동안 군사용으로만 사용되던 저궤도 소형 위성의 상용화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 전망을 찾은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이동통신 사업은 미국 모토로라사를 비롯해 퀄컴, 로럴, 인마르새트 등 6개 컨소시엄에서 추진중인데, 90년대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선진국 기업들과 공동으로 이미 국내 기업체들이 참여를 공식화하고 있다.

위성을 이용한 이동통신은 기존의 전화나 휴대전화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말끔히 해결해준다. 전화의 발명은 아무리 멀리 떨어진 상대와도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정보전달 욕구를 비교적 채워주었지만, 선에 고정돼 있어 차 안이나 거리에서는 원하는 상대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적지 않은 단점이 있다.

80년대 들어 휴대전화가 태어나면서 사람들은 전화선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맛보았지만, 휴대전화 역시 고정된 기지국과 교환기가 자동차와 사람의 움직임을 통제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입된 서비스 지역에서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위성 이동 통신은 우주 공간에 움직이는, 즉 위성에 장치된 기지국과 교환기를 설치해 지상의 이동체(휴대전화)를 통제하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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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경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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