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는 분자로 구성된 물질이다. 그리고 이 분자는 원자들의 단단한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장에서 물질을 만들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료는 이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플라스틱과 유리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질이다. 천연 원료로부터 이 두 물질을 얻어내기까지의 과정과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사용되는 원리를 알아보자.
플라스틱은 원유 속에 포함된 물질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원유에 포함된 물질 중의 하나를 얻으려면 원유를 증류탑에서 가열해야 한다. 원유가 끓어 증기로 변하면서 그 속에 포함된 물질들은 끓는점 차에 의해 분리된다.
원유로부터 분리해낸 물질은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이 물질을 이용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크래킹이라고 한다. 에탄을 크래킹하면 에틸렌이 되며 이 에틸렌을 원료로 여러가지 플라스틱을 제조할 수 있다. 에탄을 에틸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에탄을 구성하는 수소와 탄소의 결합을 끊어 주어야하며, 이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유리는 석회석과 탄산나트륨과 모래를 일정한 비율로 배합해 만든다. 유리를 얻기 위해서는 이 세 물질을 섞어서 녹인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고온에서 액체 상태의 혼합물이 얻어지며 이것이 굳어져서 유리가 된다. 고체 상태의 모래를 녹이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고체 상태의 모래는 규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규칙적으로 단단하게 결합돼 있어 이 구조를 파괴시켜 무질서한 상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래만을 녹여서 굳혀도 투명한 결정이 만들어지지만 유리를 녹이기 위해서는 1천7백℃나 되는 온도를 장시간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모래와 섞어주는 석회석과 탄산나트륨은 모래를 보다 낮은 온도에서 녹게 만들어준다(그림 1).
이 밖에도 점토로부터 그릇을 만들고, 구리와 아연으로부터 황동을 만들고, 소금으로부터 수산화나트륨을 얻어내기 위해서 각각 연료가 사용된다. 이와 같이 물질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역학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도 연료가 사용된다. 잔디를 깎기 위해 모터를 돌리거나 자동차나 선박, 비행기와 같은 운송 수단이 움직이는데도 연료가 사용된다.
열과 일을 제공하는 연료
연료는 화학 변화시 에너지 변화를 수반한다. 이 때 에너지가 변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즉 열과 일에 의해 에너지 변화가 일어난다. 일은 주위의 어디엔가 있는 추의 높이를 변화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에너지의 전달 형태이다. 열은 계와 주위의 온도차에 따른 에너지 전달형태다.
에너지가 전달되는 이 두가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계(system)와 계의 외부의 관찰 대상인 주위를 구별해야 한다(그림 2).
우선 일의 형태로 계를 떠나는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연료를 피스톤을 장착한 실린더 속에서 연소시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연료 연소시 생성되는 기체는 피스톤을 위로 밀어내 주위에 있는 추를 들어 올린다. 이 경우 계는 주위에 에너지를 전달한 것이다. 주위에 있는 추가 들어 올려져서 추의 위치에너지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연료의 연소 결과 에너지가 계로부터 주위로 이동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계가 주위의 추를 들어 올리는 에너지 변화의 형태를 일(work)이라고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얼음 중탕에 담겨진 시험관 속에서 연료가 연소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추가 들려 올려지는 변화는 없지만 대신에 얼음의 일부가 녹는다. 따라서 에너지가 계를 떠나 얼음 중탕에 전달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얼음이 녹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계가 주위보다 온도가 높으면 에너지가 계에서 주위로 전달된다. 이러한 에너지 전달 방식을 열(heat)이라고 한다. 물질의 화학변화 시에 열의 형태로 주위에 전달된 에너지를 측정하는 기구를 열량계라고 한다.
연료 연소에는 열과 일의 형태 두가지를 모두 사용해 에너지를 주위에 전달한다. 연료의 연소에는 이 두가지 방식이 모두 사용된다. 자동차나 잔디 깎는 기계에 사용되는 연료는 일의 형태로 에너지 전달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반면에 부엌의 조리용이나 유리공장이나 플라스틱 공장에서 사용하는 연료는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결합을 만들고 끊는 연료 에너지
연료의 에너지는 결합을 만들고 끊는 것과 관련이 있다. 연료는 일반적으로 분자들로 구성된 물질이다. 이 분자는 원자들의 단단한 결합에 의해 뭉쳐 있다.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의 결합을 끊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면 결합이 형성될 때는 에너지가 외부로 방출된다(그림 3).
가장 흔한 연료는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탄화수소다. 메탄을 예로 들어 연소시 에너지 변화를 살펴보자. 메탄이 연소하면(=산소와 반응하면)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성되고 열이 방출된다. 이 반응에 사용된 분자들의 모형은 (그림 4)와 같다. 분자의 모형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메탄 분자 1개에는 C-H 결합이 4개가 있으며 산소 한 분자는 1개의 0=0 결합을 포함한다. 연소 생성물인 이산화탄소 1분자에는 2개의 C=0 결합이 있으며 물 1 분자에는 2개의 O-H 결합이 있다.
원자들은 공유결합이란 형태의 단단한 결합에 묶여 있다. 반응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메탄 분자의 탄소 원자와 수소 원자의 결합과 산소 분자의 산소원자 사이의 결합이 끊어져야 한다. 그런 후 각 원자들은 새로운 결합을 형성한다.
연료를 연소시키려면 처음에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처럼 반응 시작을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를 활성화 에너지라고 한다. 활성화 에너지는 새로운 결합이 생기기 위해서 결합을 끊는데 필요한 에너지인 셈이다.
결합이 끊어져서 원자 상태로 변한 이후에는 새로운 결합이 형성된다. 분자의 결합이 끊어져서 생긴 탄소 원자, 수소 원자, 그리고 산소원자가 결합해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기고 결합이 형성될 때 에너지가 방출된다. 결합을 끊을 때 필요한 에너지보다 결합이 생성될 때 방출되는 에너지가 훨씬 크기 때문에 메탄의 연소시에 에너지가 방출된다. 즉 화학반응은 보통 다음의 두 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 에너지를 흡수해서 기존의 결합을 끊는 과정
2단계 : 새로운 결합을 만들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
연료는 모두 연소의 결과 에너지가 방출되는 물질이다. 좋은 연료의 조건 중 하나는 적은 양의 물질에서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무나 석탄보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이나 석유가스의 주성분인 프로판과 부탄 등은 매우 좋은 연료이다(표).
연료가 탈 때는 보통 산소가 필요하지만 모든 연료의 사용에 반드시 산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로켓의 연료로 사용되는 히드라진(${N}_{2}$${H}_{4}$)은 진한 질산과 반응하며 이때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연료는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함께 생각해봅시다
메탄 1몰(16g)을 연소시킬 때 방출되는 순수한 에너지를 계산해보자. 이를 위해 1몰의 결합을 끊는데 사용되는 결합에너지의 측정결과를 이용하자.
해설
우선 화학반응식을 쓴다.
${CH}_{4}$+${2O}_{2}$→${CO}_{2}$+${2H}_{2}$O
반응은 2단계로 진행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결합을 끊기 위해서 계가 주위로부터 흡수한 에너지(-부호)와 결합이 형성될 때 계로부터 방출된 에너지(+부호)를 구별하여 쓴다.
1단계 ⇒ 흡수한 에너지(kJ/mol) 계산
a>; 메탄 1몰당 4몰의 C-H 결합을 끊는데 필요한 에너지;
4×(-413)=-1652
b>; 산소 2몰의 O=O 결합을 끊는데 필요한 에너지;
2×(-495)=-990
2단계 ⇒ 방출된 에너지(kJ/mol) 계산
a>; 2몰의 C=0 결합에 의해 이산화탄소(O=C=O)가 생성될 때 방출되는 에너지;
799×2=1598
b>; 4몰의 O-H 결합에 의해 물(H-O-H) 2몰이 생성될 때 방출되는 에너지;
463×4=1852
(총 에너지의 변화) = (방출된 에너지) + (흡수한 에너지) = 3450-2642=808kJ/m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