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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지구의 크기 어떻게 측정했나

사람들은 옛날부터 지구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고 탐구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지구에 관한 많은 지식을 얻게 됐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어떤 모습이며 그 크기와 모양이 알려진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지구는 우리 인간이 탄생해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백만 종 이상의 생명체가 태양계 내의 독특한 이곳에서 진화돼 왔다. 지구상에서 태어나 진화 해 온 인간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오늘날의 지구를 탐험 할 뿐만 아니라 지구가 어떻게 형성됐으며 최초에는 어떠한 모습이었고 어떻게 오늘날까지 진화돼 왔는가를 캐내고 있다. 인간의 위대함을 새삼 엿볼수 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지구가 대체로 둥근 모양이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보아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인공위성이 없던 시대에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이번 호에는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는 어떤 모습이며 그 크기와 모양이 알려진 과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인간이 만질 수 있는 가장 큰 물체
 

(그림1) 아리스타르쿠스의 태양거리 측정^선분 OM과 OS가 87°가 되도록 직선을 그어 만나는 곳이 태양의 위치가 된다.
 

인간이 만질 수 있는 가장 큰 물체는 무엇일까? 바위, 63빌딩…. 아마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주저앉아 땅을 만지는 사람은 가장 큰 물체를 만지고 있는 것이 된다. 그러면 지구는 과연 얼마나 클까?

지구의 모양에 대한 고대인의 생각은 대체로 평평하다고 생각한 지구와 구형이라고 생각한 지구로 요약될 수 있다. 거대한 지표의 미소한 점에 위치한 인간에게 지표는 평평하게 보이므로 일반인에게 지구는 평평한 것으로 믿어졌을 것이며 일부 관심이 있는 지식층들은 지구모양이 구형인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지구 모양에 대한 인식의 변천은 피타고라스와 태양 중심설을 최초로 주장한 아리스타르쿠스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리스타르쿠스가 저술한 '태양과 달의 크기와 거리'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반달일 때 태양 달 지구가 (그림1)과 같은 직각 삼각형을 만든다고 가정했다. 즉 달은 태양빛을 반사해 우리에게 보이는 것이므로 지구에서 정확히 반달로 보일 때는 지구와 달을 잇는 선분 OM과 달과 태양을 잇는 선분 MS가 직각을 이룰 것이므로, 이것을 근거로 지구-태양, 지구-달의 상대적 거리는 지구에서 태양을 연결한 선분 OS와 지구에서 달을 연결한 선분 OM 사이의 각을 측정해 거리를 측정하려고 시도했다 .
 

(그림2) 태양의 크기^지구-태양까지 거리는 지구-달까지 거리의 19배이므로 비례식으로 태양 크기는 달 크기의 19배가 된다.
 

그는 실제로 반달일 때 태양과 달 사이의 각을 측정해 87˚를 얻었으며 이를 이용해 (그림2)와 같이 작도한 결과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19배라는 값을 얻었다. 그러나 실제 각도는 이보다 훨씬 커서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약 4백배에 해당한다. 이것은 당시 그의 관측 오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그는 달이 태양을 가려 보이지 않게 되는 개기일식 때 달은 태양과 꼭 맞게 겹치는 사실에 착안해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19배이므로 태양 지름은 달 지름의 19배라고 추정했다.

뿐만 아니라 지구 그림자 안으로 달이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되는 월식 (사진1)을 근거로 지구 그림자 모양(달이 가려지는 모습)에서 지구 지름을 추산해 지구는 달의 3배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종합해 그는 태양 크기는 지구의 7배 정도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태양의 실제 크기는 지구의 1백9배다.

생각해보기 : 아리스타르쿠스의 가정에서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가? 그 오류는 무엇인가? 오류가 없다면 이와 같은 오차는 무엇에서 기인한 것일까?
 

(사진1) 부분월식^달에 비친 그림자는 지구의 일부분이므로 이를 연장해 지구 모습을 그려보고 달 크기와 비교해 보자.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크기 측정
 

(그림3)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크기 측정^시에네에서 태양 고도가 90°일때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태양 고도가 82.8°였다. 따라서 중심각은 동위각으로 7.2°가 된다.
 

이처럼 태양과 달의 실제 크기와 지구에서의 거리를 추산하는 데에는 지구 크기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었는데, 지구 크기의 정확한 측정은 알렉산드리아의 무세이온 도서관장이었던 에라토스테네스에 의해 행해졌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에서 남부 이집트의 시에네에 수직으로 깊이 파인 우물이 1년에 한번씩 정오의 태양 빛을 받고 밝아진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에리토스테네스는 이것은 태양이 바로 머리 위에 와서 그 빛이 우물 바닥을 비추기 때문인 것으로 여겼다.

한편 시에네의 거의 곧바로 북쪽에 있는 알렉산드리아에서는 같은 날 정오에 수직으로 선 물체가 그림자를 던지는 것으로 봐 태양이 똑바로 머리 위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이미 이 시기에는 지리학의 발달로 대략적인 경도와 위도의 개념이 도입돼 지도가 작성되던 시기였음을 주목하자. 따라서 같은 경도상에 있으므로 거의 북쪽에 있음을 아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그래서 에라토스테네스는 두 개의 가정 즉 지구는 구형이며 태양 광선은 두 지점에 평행하게 도달한다는 것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지구의 크기를 측정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수직으로 막대를 세우고 시에네의 우물 바닥이 완전히 태양빛을 받은 시각에 막대가 던진 그림자의 각을 쟀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측정된 각의 크기가 지구 중심에서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를 바라보고 있는 각의 크기와 같음을 기하학적으로 그려서 알았다 (그림3).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의 거리는 5천 스타디아(스타디움의 복수, 1백85m에 해당)이고 이때 측정된 각이 7.2˚ 였으므로 지구 둘레가 D라면

360:7.2=D:5,000
D=$\frac{360×5,000}{7.2}$=250,000(스타디아)
=46,250m

이것은 현재 정밀한 측정에 의해 얻어진 4만㎞와 거의 일치하는 정확한 값이다.

그리스의 히파르쿠스(190-120 B.C.)는 1천80개의 별에 대한 위치와 광도를 분류하고, 별의 위치 연구로 세차운동(歲差運動)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달 크기와 거리를 결정한 아리스타르쿠스의 작업도 이어 받아 두 개의 다른 경위도에서 달의 고도를 관측해 (그림4)와 같이 달의 거리는 지구 지름의 약 36배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아리스타르쿠스가 얻은 값인 지구 지름의 약 7배라는 계산을 크게 개량한 것이다.
 

(그림4) 아리스타르쿠스의 달의 거리 측정^지구상의 두 지점에서 동일한 시각에 관측한 달의 고도가 α, β라면 두 지점에서 지평선과 이루는 각이 α, β가 되도록 직선을 그어 만나는 곳이 달의 위치가 된다.
 

잘못 측정된 지구 크기와 마젤란의 세계일주

히파르쿠스의 제자인 포시도니우스(100 B.C.)는 고대 도시인 로데스와 알렉산드리아의 거리와 위도 차를 재어 지구 크기를 새로 측정했는데, 그가 얻은 지구 둘레 값은 18만 스타디아로 에라토스테네스의 값보다 훨씬 작았다. 그러나 당대의 유명한 천문학자 톨레미(85—165 A.D.)가 이 값을 채택했기 때문에 중세에 이르기까지 지구 크기는 18만 스타디아로 믿어져 내려왔다.

톨레미는 고대 최후의 중요한 지리학 서적을 만들었는데, 중요 도시나 연안의 여러 지점의 경위도를 결정해 총 8권중 6권은 각 지점의 경위도 목록으로 채우고 있다. 그러나 그의 경도 계산 방법은 천문학적인 방법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본초자오선으로부터 거리를 측정하고 이를 각도로 환산해 추정한 것이다.

즉, 지구 둘레를 포시도니우스가 측정한 값인 18만 스타디아로 했기 때문에 1˚에 해당하는 거리가 5백 스타디아가 돼 실제거리인 6백 스타디아보다 훨씬 작아지게 됐다. 따라서 측정된 지표상 거리를 각도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유럽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표현됐고, 결국 대서양을 건너 아시아에 이르는 거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콜럼버스로 하여금 서방으로부터 아시아로 항해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만들었던 것이다. 또 이러한 콜럼버스의 항해는 마젤란으로 이어져 1519—1522년 마젤란의 역사적인 세계일주 여행으로 지구 모양이 둥글다는 사실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잘못 알려진 지구 크기가 지구 모양이 둥글다는 사실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게 했으니 역설적이다.

달이 날 따라 온다

얼마 전 정월 대보름이 지났다. 보름달을 보고 한해 소원을 기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니 달은 우리 민족에게 포근한 느낌을 주는가 보다.

달을 보고 걸을 때 달이 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는가? 아마 과학적 호기심이 없어도 그저 무심코 달을 본 사람을 제외하고는 달이 자기만 좋아하는지 항상 따라오는 것을 느낀 적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 대부분은 가까이 있는 산은 걸어감에 따라 걷는 방향의 반대로 위치를 옮겨 가지만 산 위의 달은 항상 같은 방향에서 보여 언뜻 따라 오는 것으로 느낀다. 어릴 때의 이런 기분이 남아서인지 지금도 학교에서 본 달과 집에서 본 달은 항상 같은 방향에서 보여 나만을 따라 다니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서양 사람들에게 달은 차갑고 음산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 달은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 민족이 달을 무심코 보지 않는 과학적인 심성을 가진 민족이기 때문일까?

사실 달이 나만을 좋아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달이 이처럼 따라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구상의 물체에 비해서 달이 훨씬 멀리 있기 때문이다. 즉, 달에서 오는 광선이 거의 평행이기 때문에 지구상에 있는 관측자에게는 항상 같은 방향에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오래 지나면 동쪽에서 서쪽하늘로 일주 운동해 보이는 방향이 변한다.

달까지 평균거리가 38만㎞임을 생각할 때 이보다 4백배 멀리 떨어진 태양에서 오는 광선은 거의 평행이며 이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북극성에서 오는 빛은 거의 완전한 평행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가 과연 둥근가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는 정확히 적도상의 바다에 떠있는 배 위에 있다고 하자. 북극성은 지축의 꼭대기에 위치하며 여기서 오는 광선은 지구에 평행하게 도달하므로 이 배 위에서 본 북극성은 정북쪽 지평선 부근에서 보이게 될 것이다. 북극성을 향해 똑바로 항해해 북극성 고도가 1˚ 높이로 보이는 지점까지 간다고 하자. 이것은 위도로 1˚ 만큼을 북쪽으로 간 것이므로 우리의 새 위치는 북위 1˚가 된다. 이때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면 1백 10.57㎞가 된다.

지구는 얼마나 둥근가
 

(그림5) 럭비공 모양의 지구^극반지름이 크다면 중심각 1°에 해당하는 호의 길이는 극지방에서 커지게 된다.
 

다시 북쪽으로 항해를 계속해 북극성 고도가 1˚만큼 더 커지도록 해 이때의 거리를 측정해 보니 조금씩 커지는 것을 발견했다. 위도 45˚ 부근에서는 1백11.14㎞이고, 마지막으로 극지방에 도달할 때의 거리는 1백11.70 ㎞가 됐다. 지구가 완전한 구형이라면 위도 1˚, 즉 중심 각 1˚에 해당하는 지표상 거리는 지구상의 어디에서나 같을 것이다.

생각해보기 : 이와 같은 관측 사실을 이용하면 지구 모양은 어떻다고 추리할 수 있는가? 언뜻 생각하면 위도와 중심 각은 서로 같으므로 위도 1˚에 해당하는 지표상 거리가 크다는 사실은 (그림5)에서 처럼 그 반지름이 크기 때문으로 생각하기 쉽다. 즉, 지구는 적도상 반지름보다 극반지름이 더 큰 럭비공 모양을 이루고 있으므로 이런 관측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우리가 측정한 북극성의 고도 변화를 이용한 천문학적인 방법으로 위도 1˚에 해당하는 호의 길이는 중심각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도에는 (그림6)과 같이 지심위도와 천문학적인 위도가 있다.

지구가 완전한 구형이라면 지심위도와 천문학적인 위도가 서로 같겠지만 구형이 아닌 경우에는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의 관측결과는 지구는 극지방으로 갈수록 곡률반경이 더 커지는 즉, 지표가 평평해지는 것으로 설명돼야 하며, 결국 지구 모양은 적도 지방이 부푼 타원체 모습으로 생각할 수 있다. 타원체는 굴렁쇠를 아래위로 눌러 찌그러뜨릴 때의 모습과 유사하다. 흔히 지구의 납작한 정도를 편평도로 표시하는데, 편평도는 반지름의 차를 적도 반지름으로 나눈 값으로 표시한다.

그러면 지구는 얼마나 찌그러졌을까? 최근의 정확한 측정에 의하면 지구의 적도 반지름은 6천3백78㎞이며 극반지름은 6천3백56㎞로 21㎞의 차이가 나는 것이 알려져 있다.

생각해보기 : 지구 모양을 적도 반지름이 10㎝인 쇠구슬로 만든다고 할 때 극반지름은 몇㎝로 해야 하겠는가? 또 에레베스트산은 몇㎝ 높이 솟게 만들어야 할지 계산해 보자.

에레베스트산에서 가장 깊은 해연까지의 거리는 약 19㎞가 된다. 이것은 서울에서 안양까지의 거리로 매우 먼 것처럼 여겨지지만 부산까지보다는 1/20 정도이며 자동차로 가는 사람에게는 짧은 거리에 속한다. 더구나 지구의 반지름에 비하면 0.3% 정도로 작은 값이어서 무시될 수 있다.

사실 지구의 실제 모습을 반지름이 10㎝인 쇠구슬로 정확히 축소한다면 아마도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정교한 쇠구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자! 그러면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과연 지구는 타원체인가 아니면 구형인가?
 

(그림6) 지심위도(${φ}_{1}$)와 천문학적인 위도(${φ}_{2}$)^지구중심에서 90등분해 각도로 나타낸 위도를 지심위도라 하고, 지표상에서 수선을 내려 만난 직선의 사이각으로 나타낸 위도를 천문학적 위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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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석형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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