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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흑점수는 11.2년 주기로 증감

태양의 흑점

태양의 흑점은 거의 어느 때나 나타나기 때문에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잘 알려져 왔다. 천체망원경으로 흑점을 살펴보면 중심에 아주 어두운 암부와 그 둘레에 덜 어두운 암반부로 돼 있다. 이처럼 흑점이 검게 보이는 것은 흑점이 그 주변보다 온도가 낮기 때문이다.

'아! 고구려……'전은 아직도 한국인의 긍지와 감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서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고구려의 상징인 삼족오(세발 달린 까마귀·사진1)라는 것이었다. 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태양의 흑점이 생각났을 것이다.

전시장 안의 오회분 4호 묘의 벽화에 그려진 달의 신과 태양의 신은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달의 신에는 두꺼비가 그려져 있으며 태양의 신에는 세발 달린 까마귀가 그려져 있었다. 아마도 이미 이들은 태양면에서 흑점을 본 것이 아닐까?
 

(사진1) 삼족오 천장 그림에서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보인다.
 

갈릴레이와 흑점

중국 고서에는 약 1천7백년 전 중국 천문학자가 태양면에 있는 이상한 현상을 관측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태양은 눈부신 붉은 색이었고 불과 같았다. 태양 내에 3개의 다리가 있는 까마귀가 있고 그 모양은 뚜렷하고 분명했으며 5일 후에 없어졌다.'

이것은 아마도 이 천문학자가 태양의 흑점을 본 것을 기록한 것이라 생각된다.

태양에서의 이와 같은 신비한 현상은 고구려로 전해져 태양을 상징하게 됐으며, 이는 다시 일본으로 전해져 태양-광명을 연상해 까마귀를 길조로 여기게 된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까치가 길조이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까마귀를 길조로 여기고 있다.

태양의 흑점은 태양면에 보이는 검은 점을 말하는데, 실제로는 흑점 자체가 검은 것이 아니라 주위보다 온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어둡게 관측되는 부분이다. 흑점은 영어로는 Sun Spot라 하는데 Spot의 사전적 의미는 ① 점 반점 무늬 ② 더러운 자국, 얼룩 ③ 오명 흠 등이어서 중국 우리나라 일본 등의 동양과는 달리 서양에서는 흑점을 신성한 것으로 여기기보다는 신성한 태양에 있는 오점 또는 흠으로 생각한 것 같다.

지난 호에서 갈릴레이와 달에 대해 알아보았지만 태양의 흑점에 대해서도 갈릴레이를 빼놓을 수 없다. 1613년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태양을 관측했을 때 태양면에서의 흠집(spot) 즉, 흑점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고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우주는 천상계와 지상계로 나누어져 있으며 천상계는 완전하고 신성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에 의한 지속적인 태양 관측으로 흑점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태양 표면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으며 뿐만 아니라 흑점이 서쪽 가장자리에 도달해서는 사라지고 다시 2주일쯤 후에는 동일한 흑점이 동쪽 가장자리에서 다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생각해보기 : 태양이 자전한다는 사실과 태양면은 지구와 같은 딱딱한 고체 표면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갈릴레이는 흑점의 이와 같은 운동에서 흑점은 태양면에 있는 것이며 가장자리에서 없어진 흑점이 약 2주 후에 다시 나타난다는 사실은 태양이 지구와 같이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약 4주 동안에 한 바퀴씩 자전하기 때문으로 생각했다.


흑점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그림1) 태양 흑점의 이동^저위도에 나타난 흑점의 이동 속도가 빠르다. (다)에서 c와 d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 후 망원경의 발달과 태양 흑점의 상세한 관측 결과 태양 표면에 나타나는 흑점이 위치에 따라 이동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지게 됐다. 즉, 태양의 적도 부근에서는 이동속도가 빨라서 약 25일 정도이며 극지방에서는 약 33일 정도다. 이와 같이 흑점의 이동속도가 위도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은 태양 표면이 기체로 돼 있으며 적도 부근의 자전속도가 빠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그림 1)

1908년 미국 천문학자 헤일은 흑점 내에 강한 자기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흑점은 태양 자기장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태양은 다른 별과 같이 강한 자기장을 가진 채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천체다. 따라서 이들 자기력선은 때로는 소용돌이를 이루며 광구를 뚫고 나와 확장돼 우주 공간으로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자기장의 소용돌이는 태양 표면의 밝은 가스를 주변으로 몰아내어 상대적으로 어두운 흑점을 만들게 된다. 태양 표면의 온도는 약 6천K 정도이지만 흑점은 이보다 낮은 4천-5천K정도다. 온도가 낮은 부분은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적게 방출되므로 우리에게는 검게 관측되는 것이다(사진2).
 

(사진2) 흑점^흑점의 가운데 검은 부분을 암부, 주변의 덜 어두운 부분을 반암부라 하여 반암부에는 빗살모양의 무늬가 관측된다. 흑점은 때로 암부 또는 반암부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큰 흑점이 오래 산다

흑점은 태양 자기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므로 일반적으로 쌍으로 나타나며, 태양 자기장의 변화와 함께 그 모양이나 크기가 다양하게 변한다. 흑점의 모양은 불규칙하며 우리나라만한 정도에서 지구의 12배에 해당하는 크기의 흑점이 보고된 적이 있을 정도로 그 크기는 다양하다.

흑점은 그 크기가 클수록 사라지지 않고 오래간다. 수천km정도인 흑점은 수 시간만에 소멸하지만 수만km정도의 흑점은 수개월 동안 존재해 태양의 자전과 함께 서편 가장자리로 사라졌다가 동편 가장자리에서 다시 나타나곤 한다. 이와 같이 다시 나타나는 흑점을 회귀흑점이라고 한다.

태양에 얼마나 많은 흑점이 나타나는가 하는 것을 우리는 흔히 흑점수로 표현한다. 그러나 여기서 천문지에 발표되는 흑점수가 태양 표면의 흑점의 실제 개수인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흑점수 헤아리기

흑점수는 보통 흑점 상대수(RSN:Relative Spot Number 또는 Zurich Number)를 말하는데, 흑점 상대수는

RSN=[10×g+n]×k
(k는 보정상수, g:흑점군 수, n: 개개의 흑점수)로 나타낸다. 여기서 흑점군수에 10을 곱하는 이유는 흑점군이 단일 흑점보다 10배의 활동성이 있기 때문이다. 흑점군의 셈은 한 개의 흑점이 나타났을 경우에도 하나의 흑점군으로 보며, 두 개의 흑점이 쭉 연결돼 있다든지 반암부가 연결돼 있다든지 하면 한 개의 흑점군으로 취급한다. 여기서 보정상수 k는 취리히 관측소의 구경 3.5인치 초점거리 1백10cm의 망원경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처음 관측해 관측기기의 보정상수값을 모르는 사람은 K를 1로 하여 셈하고 천문 잡지에 발표되는 같을 날짜의 흑점수와 비교해 보정상수값을 정하면 된다.

생각해보기 : 위 그림과 같은 흑점이 나타났을 때 흑점 상대수를 셈해 보자.

흑점수-태양의 마음
 

(사진3) 홍염^태양 주변에 솟아오른 불기둥이 홍염이다.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우주환경서비스센터인 NOAA에서는 태양의 흑점들을 1년 3백65일, 1일24사긴 내내 관측하고 있다.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은 물론 전세계의 천문대에서도 흑점 관측을 수행해 흑점수 크기 흑점군수 등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지구로부터 1억5천만km 떨어진 태양의 오점을 조사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일까? 흑점 자체는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흑점을 만드는 자기장은 매우 강력하고 불안정해 흑점이 많을 때는 태양 표면의 자기장의 폭발현상인 플레어 홍염(사진3) 등이 자주 나타나며 코로나(사진4)의 크기가 커진다.
 

(사진4) 코로나^코로나는 개기 일식 때에 관측할 수 있다. 천문대에서는 인공적으로 태양의 중심부 밝은 부분을 가려 코로나를 관측한다.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자기장 폭발은 태양의 중력에 잡혀 있는 이온화된 가스를 일시에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는데, 이때 방출하는 에너지는 수소폭탄 1천만 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에너지다. 방출된 입자들이 수시간 또는 이틀 정도 걸려 지구에 도달하면 자기 폭풍, 오로라(극광)등이 일어나게 된다.

자기 폭풍이 일어나면 송전선이 격동돼 발전소가 망가지고 전화와 무선 통신도 일시적으로 교란되며, 항공기의 나침반도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게 되는 등의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결국 태양 흑점을 관측함으로써 태양 활동 상태를 간접적으로 알려고 하는 것이다.

관측에 의하면 흑점수는 주기적으로 증감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독일의 천문학자 슈바베는 흑점수의 변화 양상을 알아내기 위해 17년 동안 흑점만을 관측했다. 결국 1843년 그는 흑점수가 11.2년을 주기로 증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 좀 더 상세한 연구에 의해 흑점수는 짧을 때는 7년, 길 때는 17년을 주기로 변화하며 여기에 다시 22년, 2백년, 1만년 등의 주기가 있다고 주장되고 있다.

(그림2)는 17세기 갈릴레이 이후 현재까지 문헌과 세계 천문대의 관측 자료를 토대로 흑점수와 그 주기를 나타낸 것이다.

생각해보기 : (그림2)에서 1600--1700년에 이르기까지 흑점수가 매우 적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어떤 이유일까?
 

(그림2) 흑점수와 흑점주기
 

흑점수와 지구의 기후

아마 대부분은 당시 관측 기술의 미흡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길 것이다. 즉 망원경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에는 흑점이 출현했으되 관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도 이와 같이 생각하며 이를 별로 관심 있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천문학자 에디는 흑점의 출현과 오로라가 관련이 있음에 착안해 1645년에서 1715년에 이르기까지 오로라의 출현 횟수를 문헌 등을 이용해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이 시기에는 오로라의 빈도도 현저히 적었으며, 이 시기가 유럽의 소빙하기(기온이 특히 낮았던 시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보고해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흑점수는 태양의 마음이며 흑점수가 많아지면 태양이 화가 나서 지구의 기온을 냉각시키는 것일까?

1880년대 후반 파우렐은 흑점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이제 얼마 안 가서 심한 한발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당시 그의 예언은 무시됐다. 그러나 1890년에 실제로 한발이 일어났으며, 그 후 1912년, 1953년, 1976년에 전 지구적인 한발이 일어났다. 이러한 한발은 흑점의 극소기에 일어나며 또한 매 격주기(약 22년)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련의 과학자들은 흑점수와 한발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서부의 오래된 전나무를 조사했다. 전나무는 가물 때 성장한 나이테는 좁을 것이며 강수량이 많으면 충분히 성장해 나이테의 간격이 넓어질 것이므로 과거 지구 기후를 잘 기록한 기상 자료인 것이다(사진5).

이와 같은 연구 결과 적어도 지난 2백70년 동안에 22년 주기의 한발이 나타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것은 흑점 주기인 11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태양의 흑점수와 한발 사이에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가 있다는 과학적 사실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으로 흑점수 또는 태양 활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구에 한발이 일어나게 하고 기온을 변하게 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이것은 태양의 마음인 흑점수를 계속 연구함으로써 밝혀지리라 생각한다.
 

(사진5) 전나무의 나이테^나이테의 간격이 좁은 부분을 찾아보자.
 

흑점을 보자

태양 흑점에 대해 좀 더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이제 흑점을 관측해보는 일만 남았다. 눈부신 태양을 맨눈으로 볼 수 있을까? 더구나 빛을 모으는 망원경을 그저 태양쪽으로 향해 관측한다면 귀중한 보배인 눈을 잃게 돼 영영 흑점을 보지 못하게 된다.

우선 주변의 철물점에서 용접용 유리를 구하면 간단히 태양을 관측할 수 있다. 용접용 유리는 철공소에서 용접할 때 방호용으로 얼굴에 쓰는 철가면(?)의 앞창에 붙이는 유리를 말한다. 이것으로도 일식, 지평선 부근의 태양이 이지러지는 모습 등을 훌륭히 관측할 수 있다. 물론 운이 좋으면(맨눈으로 보일 정도의 흑점이 출현하면) 흑점도 볼 수 있다.

본격적인 흑점 관측을 위해서는 천체망원경을 이용해야 한다. 태양 빛은 너무 밝기 때문에 천체망원경에 의한 관측에도 아이피스나 대물렌즈에 필터를 끼워 관측하는 직시법과 스크린에 태양의 투영상을 비쳐 관측하는 투영법이 있으나 여기서는 지면 관계로 생략하기로 한다. 주변의 천문대나 '과학동아'의 과월호 또는 선생님 등의 도움을 받아 흑점을 관측해 보자. 20세기에 사는 사람들이 17세기에 이미 관측한 흑점을 아직도 못 보았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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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석형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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