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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과학- 운석충돌로 생성 직경 200km 넘는 것도

달의 크레이터

천체망원경이나 쌍안경으로 달을 보면 원형의 구덩이들이 보인다. 직경 2백km가 넘는 것 등 달에는 이러한 구덩이가 3천여 개 정도 있다. 아폴로 탐사로 인간이 달에 다녀왔지만 지상에서 보이는 달의 크레이터들은 아직도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천체망원경이나 쌍안경을 구입한 사람 대부분이 하늘을 관측할 때 처음으로 보는 천체는 아마도 달인 것 같다. 이처럼 달은 밤 하늘에 밝게 떠서 위치를 옮겨 다니고 그 모양이 변화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아폴로의 탐사로 인간이 직접 달에 갔다온 이후, 달세계는 요즈음 학생들에게 달을 보고 시상을 떠 올리는 감상적인 달도, 또는 호기심을 자극해 과학적 탐구를 유발하는 신비스런 존재도 아닌 평범한 달로 전락한 듯 싶다.

이번 호에서는 달의 표면에 보이는 크레이터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아직도 달은 많은 의문점으로 뒤덮인 천체임을 상기하도록 하고, 우리에게서 멀어진 달을 보다 친숙하고 신비스런 존재로 남게 하도록 하자.

갈릴레이와 달

1609년 파노바 대학 수학교수였던 갈릴레이는 네덜란드 사람이 유리를 갈아서 만든 기구를 이용해 먼 곳에 있는 물체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 배율이 33배가 되는 정교한 천체 망원경을 만들었다. 당시 망원경은 대부분 장난감이나 전쟁용으로 쓰였을 뿐 하늘을 관측하려고 시도한 사람은 없었다.

갈릴레이도 보통 사람처럼 그가 자작한 천체 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했다. 달 표면을 관찰했을 때 그는 월면의 지형이 그가 늘 보던 풍경과 너무 다르다는 사실에 동요됐다. 월면은 원형의 움푹 파인 지형으로 온통 덮여 있었던 것이다(그림1).

당시 생각으로는 우주는 천상계와 지상계로 구분돼 있으며 천상계는 완전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달의 모습은 천상계가 완전 무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는 이를 토대로 관측을 계속해 은하수 관측, 태양 흑점 관측, 목성의 위성 발견, 금성의 위상 변화 관측 등으로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이어지는 가교를 마련한 것이다.
 

(그림1)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관찰해 스케치한 달의 모습
 

크레이터의 기원

갈릴레이가 관측한 원형의 구덩이를 크레이터라 하는데, 그 어원은 그리스어로 컵 또는 공기(그릇)라는 뜻의 '크레타르'에서 유래한다. 크레이터의 모양이 컵모양과 흡사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갈릴레이가 달 표면을 관찰한 이후 달 표면이 이와 같이 지구의 지형과 다른 이유에 대해 많은 논쟁이 계속됐다. 그것은 크레이터가 분화구라는 설과 운석구덩이라는 두 가지 설이다. 우리나라 교과서에서도 한때 달의 이러한 모양의 명칭을 분화구라 부르기도 했다.

운석충돌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사람은 대륙이동설을 주장한 독일의 베게너였다. 그는 달 표면의 크레이터는 운석이 달의 표면에 낙하해 그 충격으로 구덩이가 형성됐다고 했다(그림2).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운석충돌설의 최대 약점은 달표면의 크레이터가 모두 원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크레이터가 충돌에 의해 만들어진다면 운석이 달 표면에 떨어지는 각도에 따라서 여러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스듬히 떨어진다면 타원형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크레이터는 거의 원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 모든 운석은 월면에 거의 직각으로 떨어져 크레이터가 형성됐다는 것이 되는데, 이와 같은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하나의 약점은 달 표면에서 크레이터의 분포가 고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것은 달 표면 중 일부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운석이 낙하했다는 것이 돼 잘 설명되지 않는다. 바로 이와 같은 사실들이 화산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 공격목표가 돼 왔다.

그러나 지금부터 약 30년 전 화약을 폭발시켜서 인공 크레이터를 만들어 그 모양이나 방출물을 조사하고 대형 충돌총을 사용한 실내 실험으로 그 논쟁의 종지부가 찍혔다. 충돌총을 사용한 실내실험 결과 예상과는 달리 충돌각도와 크레이터 모양의 관계는 충돌각이 극히 작은 약 5도 이하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 원형을 이루고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인공 크레이터의 방출물 분포가 달표면에서 관측되는 방출물 분포와 잘 일치하는 것도 알려지게 돼 달 표면의 크레이터는 운석충돌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일부는 화산작용의 결과로 생성된 분화구도 있으며 화산 작용의 흔적도 발견된다.
 

(그림2) 크레이터의 형성과정
 

달에서의 화산작용

1879년 영국 천문학자인 조지 다윈은 달은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한 조각이며 그 흔적은 지구의 태평양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으로는 허황된 듯 보이지만 당시 달은 지구 질량의 1%에 불과하며 태평양의 크기만큼에 해당된다고 믿었으므로 상당히 흥미로운 주장이었다. 그러나 천문학의 발달로 달의 기원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받아들여지기 어렵게 됐다.

1958년 11월 3일 러시아 천문학자 코레지프는 알퐁서스 크레이터에서 붉은 지점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1780년 허셜이 달에서 붉은 점을 보았다고 기록한 적도 있다. 코레지프의 분광기에 의한 연구는 가스와 먼지가 방출되는 것이 분명한 것으로 인정되며 그 때 이후로 다른 붉은 점들이 일시적으로 보였고 그것은 때때로 화산 활동이 발생했음이 분명함을 보여주었다. 1964년 12월의 개기일식동안에 3백개의 크레이터가 주변보다 더 뜨겁다는 것이 발견됐다.

달은 지구와 거의 동시에 생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다라서 지구의 생성과 마찬가지로 원시태양계에서 미행성들의 응집에 의해 달과 지구가 거의 동시에 생성된 것을 인정하면 수많은 미행성들의 낙하로 달의 표면은 뜨거워졌을 것이며 점차 표층부가 식어서 지각이 형성되고 아직 달의 내부에 잠재된 열은 화산의 형태로 방출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작용은 현재 발견되고 있지는 않지만 달의 역사중 과거 한때에 화산작용이 있었음은 확실하다. 관측에 의하면 크레이터중 여러 개가 일렬로 늘어선 것, 정상부에 화구가 같은 함몰지가 있다는 것, 계단식 내벽을 가진 것 등은 크레이터의 기원이 화산작용의 결과라는 것을 잘 설명해 준다. 현재 관측되는 지형중에는 라바의 흐름에 의해 형성된 지형도 보이고 있다(사진1).
 

(사진1) '비의 바다'에 나타난 라바가 흐른 흔적(하단)
 

크레이터와 마리아
 

(그림3) 바다의 형성
 

달 표면에서 어둡게 관측되는 부분을 바다 또는 마리아(Maria)라고 부른다. 이곳은 지구의 바다와 같이 물로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고 이미 3억년 전에 거대한 운석에 의해 크레이터가 형성되며 지각에 균열이 가게 하고 그 틈을 따라 분출한 현무암으로 채워져 평평하게 된 지대다(그림3). 이곳에도 크레이터가 보이는데, 이것은 화산 작용 이후 운석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달의 바다에 비해 비교적 높은 고지대는 수 많은 크레이터로 덮여 있는데, 이곳은 다른 부분보다 밝게 관측된다. 크레이터의 크기는 직경 2백km 이상이 7개, 1백50km 이상은 14개, 1백km는 38개 정도이며 크레이터의 총수는 그 크기를 dkm라 하면 약 300000/${d}^{2}$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직경 10km 이상 되는 크레이터의 총수는 대략 300000/${10}^{2}$=3000개 정도가 되는 것이다.

관측된 7백여 개의 크레이터에는 역사상 유명한 천문학자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티코, 코페르니쿠스 등이 그것이다. 크레이터의 주벽은 높이 3-4km에 달하며 높은 것은 9km에 이르는 것도 있다. 달에는 알프스, 알타이 등 지구상의 산맥 이름이 붙은 산맥이 있는데, 이들은 높이 수 km, 길이 수백 km에 이르는 거대한 것도 있다.

크레이터의 주변에는 사방으로 뻗은 방사상의 줄무늬가 보이는데, 이를 광조(Crater rays)라 한다. 티코부라헤,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 등의 광조가 가장 잘 보인다. 광조는 길이 2천4백km가 되는 것도 있으며, 폭은 10-50km 정도다(사진2).
 

(사진2) 코페르니쿠스 크레이터의 광조
 

달 표면은 작은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이용해도 잘 관측된다. 만월을 피해 달을 망원경으로 관측하면서 밝고 어두운 부분, 크레이터의 분포와 모습, 백조 등을 스케치해 보자(그림4). 달은 월령과 스케치한 자료를 이용해 월면도를 참고해 지명을 알아본다든지, 크레이터의 그림자를 이용해 그 높이나 깊이를 측정하는 등으로 흥미있게 관측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다.
 

(그림4) 달의 관측 요령
 

아폴로 탐사 이후 증거들

1969년 아폴로 계획에 의해 운석 충돌설을 지지하는 수많은 증거가 제공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증거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사진3).

○ 크레이터의 모양은 원형이며 대칭성이 좋다. 게다가 방출물의 분포가 방사상으로 퍼져 있다. 이러한 특징은 이 지형의 기원이 비교적 작은 영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현상과 관련돼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화산 폭발이나 마그마 유출에 의한 함몰지형이라면 부근 지질구조의 크기나 모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 크레이터의 주위에는 백조와 같은 다량의 방사상 물질이 분포한다. 이러한 사실은 크레이터 형성이 함몰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또한 수천 km나 떨어진 장소에 방출 파편에 의한 2차 크레이터가 형성되거나 하는 것은 방출파편이 달의 탈출 속도에 거의 가까운 속도로 방출돼 멀리까지 날아간 것으로, 이론적인 계산 결과와도 잘 일치한다.
○ 2차 크레이터가 선상으로 이어지는 특수 지형은 실내 충돌 실험에 의해서도 재현할 수 있다.
○크레이터 모양은 지구상의 충돌 크레이터와 비슷한 것이 많다. 예컨대 크레이터의 중앙부에 존재하는 중앙봉 또는 크레이터의 모양을 결정하는 요소 즉, 가장자리의 높이 H와 크레이터의 깊이 d, 또는 가장자리의 폭 W와 크레이터의 지름 D의 비율 등은 화산의 분출과 운석의 충돌에 의한 경우에 서로 다르게 된다.
실험에 의하면 충돌 기원의 경우 W/D<;~0.49, H/d<;~0.93이며, 분화의 경우에는 W/D>;~0.49, H/d>;~0.93으로 다르므로 서로 구별할 수 있다.
○ 크레이터 밑바닥의 고도는 대체로 주위의 지형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인데, 화산지형의 경우에는 대체로 주위보다 높다.
○ 크레이터의 크기와 개수의 관계를 보면 크기가 1자릿수 늘어날 때마다 개수는 2자릿수 감소하는데, 이것은 태양계에 존재하는 운석의 크기에 따른 개수 분포와 잘 일치한다.
○ 달의 바다나 고지에는 압력 변성도가 높은 유리질 물질이 널리 분포해 있다. 그 생성에 필요한 고압은 화산 기원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 현재도 태양계에는 지구나 다른 행성 또는 달에 충돌하는 수많은 작은 천체, 즉 유성이나 운석이 존재한다. 그 수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많았던 것이다. 달에는 지구와 같은 풍화와 침식 작용이 없기 때문에 오래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운석의 충돌에 의해 만들어지는 크레이터의 개수가 많아도 이상하지 않다.
 

(사진3) 비의 바다 남서부에 있는 지름 20km의 오일러(Euler)크레이터의 세부
 

운석 충돌의 관측

영국 캔터베리의 중세 연대기에 월령 1.5일의 달이 둘로 가라졌다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1178년 6월 28일 초생달 빛은 밝았다. 그 달의 상반 부분이 둘로 갈라졌으며 분열된 중심에서 횃불과 같은 불꽃이 너울거리며 올라가고 화염과 불티와 스파크가 튀었다.… 이러한 현상은 12회 이상이나 반복해서 일어나고 그 때마다 여러 모양의 불꽃이 돌발적으로 생겼고 잠시 후 평상으로 되돌아 왔다.…"

이 기록을 찾아낸 하퉁이라는 천문학자는 이 충돌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생각되는 크레이터를 찾기에 열중해 동경 1백3도, 북위 36도에 위치하는 지름 20km '졸다노 부루노' 크레이트를 기록에 나타난 충돌의 결과로 생성된 것이라 했는데, 직경 수십 km의 뚜렷한 광조와 크레이터의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형상을 하고 있는 등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지구상에도 충돌 기원의 크레이터가 70여 개에 달하고 있다. 그 중 유명한 것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바링거 운석구덩이(사진4)로 초기에는 사화산으로 생각했으나 채광기사인 바링거에 의해 표면이 수천t의 철질로 뒤덮여있음이 밝혀저 운석충돌에 의한 것으로 판명됐다. 정밀한 탐사에 의해 이것은 2만5천년 전에 직경이 약 45m인 철질 운석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상에는 운석에 맞아 가슴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한 사람 있다고 한다. 운이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억세게 운이 없는 사람일까. 달의 화산 분출을 관측한 사람은 운이 좋음 사람일까.

소행성이나 혜성이 이름에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 많다. 큰 관측소의 천체망원경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항상 특정한 천체만을 관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새로운 소행성이나 혜성 또는 신성의 발견 등은 자유분방하게 모든 하늘을 관측하는 아마추어들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마추어천문가의 활동은 아직 미흡한 수준으로 생각된다. 달의 운석 충돌 순간 또는 화산 활동을 관측하리라는 열정을 가지고 밤하늘을 관측하는 아마추어 천문가의 수가 많아질수록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높아지고 밝은 미래가 약속될 것이다.
 

(사진4)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바링거 운석구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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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석형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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