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 길이 4㎞ 레이저 간섭계로 미세진동 추적한다

3세대 중력파 검출장치

너무나 약해 검출하기 힘든 중력파. 세계의 천체물리학자들은 이를 검출하기 위해 쌍둥이 LIGO를 비롯 지구촌 곳곳에 중력파검출기를 건설하고 있다.

"중력파를 잡는데는 1등이 없다. 데이터가 정확한지는 다른 안테나에서 같은 시간의 것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 중력파를 누군가가 독점하려고 한다면 인류는 영원히 중력파를 검증할 수 없을 것이다." 중력파 연구의 라이벌이었던 칼텍과 MIT의 경쟁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협력관계를 열어 2천3백만달러짜리 LIGO 계획을 가능케 했던 보그트 박사의 말이다.

이 말에는 두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중력파를 검증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세계의 과학자들이 협력하지 않으면 중력파 연구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 검출할 수 있는 중력파를 발생하는 곳으로는 우주공간 밖에 없다. 거대한 천체의 움직임이 아니고는 중력파를 발생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워낙 미약하기 때문에 특수한 고감도의 안테나를 갖지 않으면 검출이 불가능하다.

알루미늄 원통을 사용한 1세대

1950년대 이후 천체물리학자들 사이에 중력파의 존재가 인정되기 시작하자 이를 구체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 됐다. 선두주자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웨버 교수. 57년에 웨버는 어떻게 하면 중력파를 검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검출장치를 고안해냈다.

길이 2m짜리 알루미늄 원기둥을 진공 속에 넣고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는 장치. 검출되는 진동이 중력파에 의한 진동인지 아니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잡진동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67년에는 메릴랜드 대학에서 1㎞ 떨어진 아르곤연구소에 검출장치를 또하나 설치했다. 웨버는 동시에 검출되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69년에 이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IBM연구소와 벨연구소, 모스크바 대학 등에서 데이터를 확인하는 작업이 잇따랐으나 웨버의 데이터는 중력파에 의한 진동이 아님이 밝혀졌다.

중력파 검출장치 1세대는 곧바로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CERN(유럽핵물리연구센터)에 있는 원통형 안테나로 이어진다. 무게 2.5t인 이 안테나는 중력파의 영향으로 일어나는 굴곡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컴퓨터에 기록한다. 알루미늄 봉이 들어가 있는 원통에는 액체헬륨온도(절대온도 4도)로 냉각돼 있다. 이유는 온도가 올라가면 열진동에서 발생하는 잡신호가 끼어들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해밀턴 교수는 초전도현상을 이용해 금속봉을 공중에 띄운 초전도 중력파 안테나 장치를 개발했으며, 스탠퍼드 대학의 페어뱅크 교수 팀도 감도를 향상시킨 검출장치를 만들고 중력파가 잡히기만을 기다렸다. 페어뱅크팀에는 한국인 백호정 박사(현 메릴랜드 대학에서 중력파 연구 중)가 대학원생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모든 노력에도 중력파는 여전히 '인간의 애절한 짝사랑'을 외면했다.

기존 방법으로 힘들다고 판단한 천체물리 학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중력파 검출에 2세대가 시작된 것이다. 1971년 휴즈연구소의 포워드는 두개의 물체를 매달아놓고 이들간의 거리를 레이저를 이용해 측정했다. 이 방법의 기본원리는 1880년대 미국의 마이켈슨이 우주 에테르의 존재를 증명할 목적으로 사용한 마이켈슨 간섭계와 비슷하다.

본격적으로 레이저를 이용한 탐지장치는 독일 뮌헨의 막스플랑크연구소에 있는 간섭계이다. 중앙에 강력한 레이저발생기가 있고 30m 길이의 두 방향으로 레이저를 발사해 이것이 거울에 반사돼 되돌아오는 시스템(그림 1). 만약 중력파가 이곳을 지나간다면 간섭계에 변화를 일으켜 되돌아온 레이저광에 간섭무늬를 만든다. 이 원리는 3세대까지 그대로 통용된다. 단 측정감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레이저 발생장치와 거울까지의 거리를 늘이면 된다.

이 실험은 상온에서도 가능하다.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는 영국 글래스고 대학과 공동으로 연구 중이다. 만약 이러한 장치를 3군데 이상 해놓으면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을뿐더러 중력파의 에너지양과 오는 방향 등을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 사진과 함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도고 있는 최초의 충격파검출기. 이 알루미늄 원통은 1957년 웨버에 의해 만들어졌다.


MIT와 칼텍의 중력파 전쟁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와 칼텍(캘리포니아공과대학)은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를 연출했다. 바이스(Rainer Weiss)가 이끄는 MIT와 손(Kip S.Thome) 이 이끄는 칼텍중 누가 먼저 중력파를 검출할 것인지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1979년 손은 테일러와 헐스가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하자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팀을 개편했다. 물리학교실에 소속된 중력파연구실을 독립시키고 영국 글래스고 대학에서 중력파검출기와 간섭계를 개발한 바 있던 드레이버를 새 지도자로 스카웃했다.

새로운 간섭계로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칼텍의 움직임에 응해서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은 칼텍과 MIT에 합해서 1백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바이스와 드레이버는 이 연구비를 가지고 더욱 정교하고 감도가 높은 간섭계를 만드는 경쟁을 했다. 레이저파워를 강화하고 광로(光路)를 늘이며 미소진동까지도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다.

바이스는 간섭계의 감도를 높이기 위해 빛이 두 장의 거울 사이를 같은 길로 통과하지 않도록 하면서 몇번이나 꺾여서 반복하도록 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옵티컬딜레이 라인(Optical delay line) 방식이라 부르는 이 방법을 채택하면 광로를 효율적으로 늘이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드레이버는 패브리-페롯(Fabry-Perot) 방식의 간섭계를 개발했는데, 이는 레이저광을 두장의 거울 사이의 똑같은 길을 꺾어 반복시키면서 다중간섭에 의해 딜레이 라인 방식과 같은 효과를 얻도록 한 것.

바이스는 1.5m 길이의 팔을 가진 L자형의 간섭계를 만들었으며 드레이버는 40m 길이의 팔을 가진 간섭계를 건설했다. 1차전은 칼텍의 판정승. 1981년 바이스는 1차전 패배를 만회하고자 드라마틱한 모의를 구상했다. NSF를 꼬여 ㎞급 간섭계를 연구하기 시작 한 것. 당시만해도 ㎞급 간섭계를 만든다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일. 그러나 이 모의는 칼텍의 손과 드레이버를 자극했고 급기야는 NSF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스탠퍼드대학의 중력파 검출기^알루미늄 봉의 길이가 3m 질량은 4.5t.


쌍둥이 LIGO 등장

NSF는 영원한 라이벌 칼텍과 MIT의 화해를 추진했다. 이를 떠맡고 나선 사람은 칼텍의 보그트(Rochus E. Vogt) 박사다. 앞에서 소개한대로 보그트는 "중력파를 검증하는 일은 단순한 책상 위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그트의 노력으로 1987년에는 통합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고, 2년 동안 잡음을 제거하는 방식에 몰두해 패브리 - 페롯 방식으로 완전한 통합을 이루어 NSF에 계획서를 제출했다. 제3세대 통합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계획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LIG0 계획은 올 3월 미국 의회에서 정식으로 인정돼 오는 2천년까지 2억3천만 달러를 지원받게 된다. 이 계획서에 따르면 광로가 4㎞에 달하는 L자형 팔을 가진 진공튜브를 동부 해안과 서부 해안에 건설하고 통신으로 두곳의 데이터를 항상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한다는 것. 최종적으로는 두개소에는 동시운전 가능한 9개의 간섭계가 설치된다.

LIGO를 일종의 '도박'으로 생각하는 반대자들을 의식한듯 보그트 박사는 "처음에는 단순간섭계를 설치하고 점차 고급형으로 수준을 높일 예정이다. 처음부터 금도금을 한 캐딜락을 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4㎞ 짜리 두개와 2㎞ 짜리 한개가 완성되면 중력파에 의해 구부러지는 상대값이 3x${10}^{-21}$까지 측정 가능해진다. 이를 기초로 감도를 10배 정도 높이고 현재 개발 중인 개량형 측정장치를 붙이면 마의 벽인 4x${10}^{-22}$ (이 수치를 넘어야 가장 확실한 중력파원인 쌍성펄사에서 방출되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음)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중력파 검증은 한두 곳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 되도록이면 많은 곳에서 검출이 이루져야 한다. 올 초 미국에서 LIGO 계획이 정식으로 승인되고 1993년 예산으로 4천3백만 달러가 나오자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중력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과 영국에서도 3㎞의 레이저간섭계를 만들 계획. 독일이 통일비용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나 영국은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독자적인 3㎞ 간섭계를 만들려고 하고 있으나 독일과 영국에서 계획을 통합하자는 제의를 하고 있는 상태.

일본은 우주과학연구소(ISAS)에 있는 10m짜리에 덧붙여 20m를, 국립천문대에 1백m짜리의 간섭계를 건설하는 6억엔 규모의 4년 계획을 91년 4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상태. ㎞급으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관련자들의 의견이다.

만약 LIGO를 비롯해 세계의 검출장치가 중력파 검증에 성공한다면 중력파의 전파속도 등 기본적인 성질이 밝혀질 것이다.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 윤종혁 박사는 "LIGO계획이 완성된다면 1년에 서너번 정도 중력파를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프톨레마이오스 우주(천동설)는 2천년을 지배했고 뉴턴의 우주는 2백년을 지배했다.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얼마 동안 우리를 지배할 것인가." 중력파가 검출되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우주과학연구소(SAS)에 설치된 레이저 간섭계형 중력파 검출장치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물리학
  • 천문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