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 등장한 이래, 최근 알려진 플룸의 존재는 1960년대 확립된 판구조론을 뛰어넘어 지구내부의 비밀을 밝혀주고 있다. 우리가 발딛고 선 지구를 움직이는 내부의 힘에 대한 최신이론.
얼마전 일어난 필리핀 피나투보, 일본 운젠화산 폭발과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등은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나타나는 자연현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지구 표면현상이 판구조론이라고 하는 통일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자연 현상 중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끄는 화산의 폭발이나 지진은 주로 판의 경계부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판구조론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지표의 지질현상은 잘 설명하지만, 지구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아직도 분명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질학자들은 판구조운동을 하게 하는 근본 원인이 지구 내부의 열에 의한 맨틀의 대류현상 때문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맨틀의 대류가 어떤 모양과 어떤 규모로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구구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제안된 맨틀 대류에 관한 중요한 모델은 두가지로 들 수 있다. 전체 맨틀 규모로 대류가 일어난다는 것과 두개의 맨틀로 나뉘어 따로 대류한다는 이론이 그것이다. 이 특집에서는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플룸구조론(plume tectonics)을 소개하면서 맨틀 대류에 관한 지질학자들의 그간의 연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플룸구조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문제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지구의 내부구조와 판구조론의 문제점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자.
지구 내부는 지각·맨틀·외핵·내핵으로 구성
지구의 기본적인 내부구조는 지진파 연구에 의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데, 지구 표면으로부터 중심으로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2).
지각은 다시 비교적 가벼운 화강암질 성분의 대륙지각과 보다 무거운 현무암질 성분의 해양지각으로 나뉜다. 지각 아래의 맨틀은 흔히 지진파 속도에 의해 약 6백50㎞ 깊이를 경계로 상부맨틀과 하부맨틀로 나뉘는데, 지각물질보다 무거운 초염기성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틀 아래에는 철과 니켈이 주성분이라 여겨지는 핵이 있다. 이 핵은 다시 액체상태의 외핵과 고체상태의 내핵으로 구분된다. 금속 액체 외핵에서 일어나는 대류현상은 지구가 자기(磁氣)를 가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맨틀의 움직임은 나중에 언급되는 밀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상부맨틀과 하부맨틀의 경계와 맨틀과 핵사이의 경계를 기준으로 밀도가 크게 달라진다.
지표의 지질현상은 판의 움직임 따라 결정
판구조론은 지구의 겉부분이 여러 개의 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의 모든 지표의 지질 현상이 이들 판의 움직임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판은 지형적으로는 해령, 해구(trench), 변환단층 등 세 종류의 경계에 의해 정의되며, 이들 경계는 화산과 지진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파악된다.
판은 해저산맥인 중앙해령에서 생성되고, 해구 등 깊은 바다의 섭입대에서 소멸되며, 변환단층을 따라 움직이면서 지질시대를 통해 끊임없이 모양을 바꾼다. 이들 판은 지구의 내부구조로 볼 때 지각과 최상부 맨틀이 이루는 딱딱한 암석권에 해당하며, 그 아래에서 대류하는 맨틀 연약권과는 대조적이다.
일반적으로 딱딱한 판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 하부에서 고체상태로 대류하는 맨틀의 움직임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판의 응력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실제 판을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힘은 중앙해령에서 생성된 판이 생성지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식으면서 무거워짐으로써 생기는, 아래로 당기는 중력이라고 밝혀졌다.
맨틀이 대류하는 원인은 지구내부에 존재하는 열에 의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열의 중요한 근원에는 지구내부의 방사성 원소인 칼륨(K), 우라늄(U), 토륨(Th) 등이 붕괴할 때 방출하는 열과 맨틀 아래의 보다 뜨거운 핵으로부터 전도되는 열 등을 들 수 있는 데, 후자가 보다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특히 핵으로부터 전달되는 열에는 물이 얼음으로 변할 때 열을 방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액체상태의 외핵이 고체상태의 내핵으로 바뀌면서 방출하는 잠재열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판구조론은 지구상층부 현상에 국한돼
판구조론은 지구 표면의 중요한 지질현상인 대륙의 이동, 조산운동, 화산작용, 지진현상 등에 대해 통일된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즉 많은 지질현상이 판들이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동안 판과 판의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판구조론은 판이 잘 정의되는 지구의 상층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국한되어 있으며, 맨틀의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 한가지 예로 열점에 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지구표면에는 판구조 운동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지질현상도 있는데, 하와이섬과 같이 판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산활동이 그것 이다. 이러한 지역을 열점(hot spot)이라고 한다. 이 열점은 지구표면에서 수십개 이상 확인되고 있는데, 우리 나라의 제주도도 그 중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열점은 고정되어 있는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나, 보다 자세한 연구가 이루어짐에 따라 판의 속도보다는 작지만 열점 사이에 상대적인 이동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열점 화산활동은 판구조론에 대하여 큰 문제점을 던져주었다. 열점 화산활동의 근원지가 어디이며, 왜 맨틀내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지구표면에서 현무암질 성분의 마그마가 분출되기 위해서는 고체인 맨틀 물질이 녹아야 한다. 맨틀에서 유래되는 마그마는 일반적으로 생각 되는 열의 증가 때문에 녹는 것이 아니고 어떤 이유에서 뜨거워진 하부의 맨틀물질이 부피가 팽창함에 따라 가벼워지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속도로 위로 상승하면서 얕은 깊이의 맨틀에서 저절로 녹아서 만들어진다.
열점 화산활동을 공급하는 맨틀 물질이 위로 상승하는 모습이 마치 연기가 공기 중으로 파이프 모양으로 올라가는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지질학자들은 이를 맨틀 플룸(mantle plume)이라고 부른다.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달리 표현하면 이 플룸이 어디서, 왜 만들어지는가 하는 것이 된다.
지진파이용, 맨틀의 움직임 파악
대류현상은 물이 들어 있는 남비에 열을 가할 때 쉽게 관찰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열을 공급받은 부분이 더워지면 부피팽창으로 가벼워져 위로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찬 윗부분은 더운 아랫부분보다 무거워 아래로 내려가는 현상이다. 대류는 이를 일으키게 하는 요인(밀도, 층의 두께, 팽창계수,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온도차 등)과 그것을 방해하는 요인(점성, 열전도율 등)의 비로 정의되는 레일리 수(Rayleigh number)가 일정 값을 능가할때 일어난다.
이러한 대류현상은 액체뿐 아니라 기체 및 고체에서도 일어난다. 맨틀의 대류는 바로 고체상태에서의 대류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제 판구조 운동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맨틀 내에서의 대류현상에 대해 알아보자. 현재 맨틀의 대류와 관련된 모델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맨틀이 전체적으로 대류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부맨틀과 하부맨틀이 따로 대류한다는 것이다. 나중 모델은 원래 지진이 일어나는 깊이가 상부 약 6백50㎞까지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유래된 생각이다.
맨틀의 대류를 연구하는 방법에는 보다 직접적인 지구물리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지구 화학적인 방법이 있다. 지구물리학적 방법은 지진파를 이용하여 맨틀내에서 물질의 움직임을 보다 자세히 파악하는 것으로 1980년대 초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지진단층촬영법이 주요 도구다. 이러한 연구는 맨틀의 지역적인 온도 차이를 추정하는 것으로 큰 규모의 맨틀 운동에 관한 정보를 주고 있는데, 섭입대에서 침강하는 차가운 판이 하부 맨틀로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 자료의 해상력이 충분히 좋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반론도 등장하고 있다.
한편, 지구화학적인 자료는 두층 맨틀대류를 지지한다. 이것은 판구조운동과 직접 관련된 중앙해령을 만드는 마그마성분과, 열점화 산의 마그마성분이 판이하게 다른 것에서 기인 한다. 동위원소와 더불어 많은 화학적 연구자료가 두 화산활동의 근원지가 다르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함을 지시한다. 어찌됐건, 보다 그럴 듯한 맨틀대류 모델은 두가지 증거를 모두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상부 - 하부 맨틀 경계가 플룸의 기원
맨틀플룸이 어디서, 왜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막연히 판의 운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맨틀 깊은 곳이라는 정도로 추정되어 왔으나, 근래에 두가지 후보지역이 대두되고 있다. 맨틀과 핵의 경계 바로 윗부분의 맨틀 지역, 즉, D"층과 상부-하부 맨틀의 경계지역이 바로 그것이다.
D"층은 약 2백㎞의 두께를 가진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최근 지진파의 파형을 이용한 보다 자세한 연구에 의해 지역마다 두께가 다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얇은 지역에서부터 약 3백㎞에 이르는 지역까지 그 두께가 다양하다.
D"층을 플룸의 기원으로 하는 플룸구조론의 대략은 다음과 같다. 맨틀의 최하부지역인 D"층에 외핵으로부터 공급되는 열에 의해 불안정한 부분이 형성된다. 이 부분이 플룸으로 발달하는데, 주위 맨틀보다 뜨거운 플룸은 가볍기 때문에 위로 상승하며 맨틀의 상부에서 녹아 열점 화산활동을 일으킨다. 이러한 플룸이 상승하는 지역의 판은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뜨겁기 때문에 약해져 분리되기도 한다.
이렇게 맨틀 물질이 위로 상승하는 현상은 식어서 무거워진 판이 섭입대에서 맨틀-핵 경계부까지 되돌아가는 것과 더불어 맨틀 전체 규모의 대류를 형성한다는 가정이다.
이 가정은 최근 열점화산인 암석에서 분석된 화학성분 및 동위원소의 자료가 지각물질의 표식을 가진다는 점에서 지지되기는 하나, 섭입된 판이 과연 이 이론이 요구하는 깊이까지 들어가는가 하는데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견이 많다. 특히, 섭입되는 판은 일반적인 맨틀 물질과는 다른 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판이 맨틀 내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단순하지는 않다.
상부-하부 맨틀 경계를 플룸의 기원으로 생각하는 플룸구조론은 다음과 같다. 섭입대에서 맨틀 속으로 들어가는 판은 주로 상부의 현무암(맨틀물질이 녹은 마그마)과 하부의 하즈버가이트(감람석과 휘석으로 구성된, 녹고 남은 찌꺼기 맨틀)라고 불리는 초염기성 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무암과 하즈버가이트를 합치면 정상적인 맨틀성분과 같게 된다), 이들은 깊이 들어감에 따라 보다높은 온도와 압력에 놓이게 된다. 새로운 온도와 압력 아래에서 원래 암석을 구성하고 있는 광물은 안정되지 못하고 새로운 형태의 광물로 바뀌는데, 이들이 어떤 종류로 바뀌는가는 판이 주어진 깊이의 맨틀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맨틀 깊이에서 존재하는 암석이 어떤 종류의 광물로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초반에 다이아몬드 엔빌이나 이단계 멀티엔빌 등의 고온고압 장치를 이용하여 시작됐는데, 80년대 중반 이후로 맨틀의 보다 깊은 곳의 조건도 흉내낼 수 있게 되어(맨틀 최하부 2천9백㎞까지) 우리의 지식을 넓혀주고 있다.
이러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섭입대에서 상부맨틀로 내려가는 판은 상부맨틀-하부맨틀의 경계부인 6백50㎞ 깊이에서 하부맨틀 물질의 밀도보다 가볍기 때문에 하부맨틀로 침투하지 못하고 경계부에서 수평으로 퍼지거나(젊어서 더운 판일 경우), 경계에서 쌓여 거대한 암석덩어리(megalith)를 만드는 것으로(늙어서 차가운 판일 경우) 생각되고 있다.
이 경우 맨틀 플룸은 상부-하부 맨틀 경계부에 쌓인 판의 물질이 다시 녹아서 생성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한편, 암석덩어리 아래에 있는 하부 맨틀은 차갑기 때문에 하부맨틀의 대류를 유도한다는 생각이다.
플룸구조론에 대한 두가지 생각 중 어느 쪽이 옳은가 하는 판단은 현재 우리의 지식으로서는 힘들다. 물론 두 종류의 플룸기원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앞에서 판구조론이 지구표면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설명해주고 있으나, 맨틀플룸의 상승으로 야기되는 열점 화산활동에 대해서는 그리 분명한 대답을 못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았다. 맨틀 플룸의 기원은 궁극적으로 맨틀의 대류 규모와 관련된 문제가 된다. 맨틀이 전체규모로 대류할 경우에는 맨틀-핵 경계부에서, 그리고 상부맨틀과 하부맨틀이 따로 대류할 경우에는 두 맨틀의 경계부에서 플룸이 만들어지는 것 등 두가지 설득력있는 예를 들었다.
물론 이 두가지 가설 외에도 보다 복합적인 맨틀대류를 상상하는 여러가지 모델이 제안 되어 있다. 맨틀의 동력학(dynamics)에 관한 연구는 앞에서 언급된 지진파 단층촬영법, 고온고압실험 등 새로운 연구방법의 개발로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멀지않은 장래에 맨틀내부의 움직임이 지구표면에서 일어나는 판의 운동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에 대한 보다 통합적인 이론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다른 행성에는 판구조 운동이 없는가?
인공위성이 보내온 금성의 화산활동 흔적
태양계의 행성은 성분으로 구분할 때 크게 지구와 유사한 고체성분을 가진 내행성과 기체나 액체가 주성분인 외행성으로 나눌 수 있다. 내행성은 태양 가까이에 있는 행성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등이 이에 속하는데, 달도 성분적으로는 내행성에 가깝다.
지구 외의 내행성에 판구조운동이 있는가하는 문제는 행성지질학을 공부하는 학자들의 지대한 관심사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내행성들이 진화하는 속도는 열의 손실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련된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이 요인에는 태양계에서의 행성의 위치, 방사성 핵종을 가진 원소의 함량(AI, U, Th, K), 행성의 질량, 행성의 크기, 휘발 성분의 양(특히 물의 양), 대류의 속도 등이 있다. 이들 중 행성의 진화 역사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열생산성, 휘발성분의 양, 냉각속도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태양계의 내행성 중 지구보다 훨씬 작은 수성, 화성 및 달은 현재까지 알려진 이들 행성 표면의 지형, 성분과 나이 등으로 미루어 비교적 일찌감치 지질활동이 중지되어 현재는 거의 죽은 행성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금성은 지구와 크기가 유사하기 때문에 진화과정도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판구조운동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성으로 판단되고 있다.
내행성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화한 과정을 설명하는 모델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모든 행성이 같은 단계를 거쳤으나 속도만 다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각 행성이 다른 역사를 가진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두번째 모델이 보다 사실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대략적인 진화과정은 첫번째 모델로도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모델을 이용하여 서로 다른 행성의 진화를 비교해 본다.
달에도 남아있는 마그마 바다 흔적
내행성의 냉각속도는 그 질량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행성이 가지는 열의 양이 질량과 비례한다고 가정했을 때, 큰 행성은 작은 행성에 비해서 표면적/질량비가 작기 때문에 보다 천천히 식는다.
(표1)은 행성의 평균온도와 행성의 시간에 따른 진화를 도식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에서 초기에 모든 행성은 소행성의 운집에 따른 열에 의해 약 45억년 전에 그 온도가 최대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형성 당시의 높은 온도 때문에 달을 포함하는 내행성들은 그 표면이 녹아 마그마 바다를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지구의 경우를 살펴보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그마 바다가 식으면서 딱딱한 지각이 생겼을 것이며, 당시 지각 성분은 맨틀과 유사한 코마티아이트 성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맨틀의 운동은 현재의 판구조운동과 유사하기는 했으나, 성분이 다른 판과 높은 온도 때문에 대류 속도가 훨씬 빨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구의 온도가 식으면서 약 30억년 전에는 판의 성분이 현재의 것과 유사한 성분을 가지게 되고, 현재의 판구조운동과 유사한 맨틀대류가 시작되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표 1)과 같이 판구조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 범위를 나타낸 것을 '판구조창'이라고 부른다.
(표1)에 따르면, 달, 수성, 화성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빨리 식어 약 35억년 이전에 이미 판구조창의 한계온도보다 낮은 온도를 가졌고 그 이후에는 판구조운동이 거의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금성은 지구와 크기가 유사하기 때문에 비슷한 진화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성의 구조운동을 예측할 수 있는 표면의 지형에 관한 연구는 금성의 두꺼운 대기층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옛소련의 베네라 인공위성이 보내온 라디오파를 이용한 레이다상(radar image) 자료와 미국의 파이어니어 인공위성이 보내온 중력 자료는 금성에 판구조운동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 하였다. 최근 마젤란 인공위성이 보내온 보다 정밀한 레이다상 자료의 해석에 의하면, 금성에도 화산 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지형은 지구와는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자료를 종합할 때, 금성의 구조 운동은 지구와 유사하게 열점 화산활동이 있으나, 지구의 판구조운동에서 관찰되는 판의 생성 및 섭입과 관련된 긴 해령 혹은 산맥 등은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지구와는 다르다고 추측된다.
반면, 식은 맨틀이 밑으로 들어감으로써 생겼다고 유추되는 냉점(cold spot)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금성의 구조운동은 지구의 판구조 운동과 달리 맨틀플룸이 상승하는 열점과 식은 부분이 내려가는 냉점에 의한 실린더 모양의 맨틀 대류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