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화학- 자연계 모든 물질의 반응물·생성물 평형상태 유지

가역반응

화학 반응에서의 평형은 정적 평형이 아닌 동적 평형이다. 화학 평형은 반응물질의 양과 생성물질의 양이 균형잡힌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질소와 수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수소와 질소를 모두 소모해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반응 용기에 암모니아가 생성되지만, 이것들은 곧바로 질소와 수소로 분해되고 만다. 물론 계속해서 질소와 수소로부터 암모니아가 생성되지만 생성된 암모니아가 거꾸로 질소와 수소로 분해되기 때문에 반응에 사용된 질소와 수소를 완전히 암모니아로 만드는 일은 세계의 어느 공장에서도 불가능하다. 이와같이 암모니아의 생성 반응과 분해반응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가역반응이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질소+수소⇄암모니아

가역반응에서 반응에 사용된 수소와 질소의 농도는 계속 감소하지 않으며 생성물인 암모니아의 양 또한 계속 증가할 수 없다. 이러한 가역반응에서는 반응물과 생성물의 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 즉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화합물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원료의 100%가 생성물을 만들기를 기대하지만 화학평형상태에 도달하면 더 이상 생성물의 양이 증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그림 1).

자연계나 우리 신체 내의 모든 물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질을 생성하고 분해하는 가역반응과 관련돼 있다. 우리가 보기에 항상 일정한 양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물질이 화학평형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인체 내의 수소이온(${H}^{+}$) 농도를 예로 들어보자. 수소 이온농도는 보통 pH로 나타낸다. 우리 혈액의 pH는 7.4 부근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는 혈액 속에서 수소이온을 생성하는 반응과 수소이온을 제거하는 반응이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혈액의 pH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중 한가지는 혈액이 이산화탄소를 운반할 때 수행하는 역할이다.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에 의해 운반된 산소는 영양분과 연소반응해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에 의해 다시 몸 밖으로 내보내진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지 않으므로 탄산수소이온의 형태로 혈액에 용해돼야만 헤모글로빈과의 결합이 용이해진다. 이산화탄소가 혈액속에서 용해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가역반응으로 표시할 수 있다.

C${O}_{2}$+${H}_{2}$O⇄HC${O}_{3}^{-}$+${H}^{+}$
이산화탄소 물 탄산수소이온 수소이온

혈액 속 수소이온의 농도가 너무 크면(산성용액일 경우) 수소이온이 제거되는 역반응이 빠르게 진행돼 이산화탄소의 용해가 잘 일어나지 않으며, 그 결과 헤모글로빈과의 결합이 어렵게 된다. 결국 조직세포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운반하기 어려운 조건이 될 것이다. 반면에 혈액이 염기성이면 수소이온의 농도가 적으므로 수소이온을 생성하는 정반응이 빠르게 진행돼 혈액 속 이산화탄소는 탄산수소이온으로 용해될 것이다. 이 경우는 헤모글로빈과의 결합이 잘 일어나므로 이산화탄소가 조직세포에서 운반되기 쉬운 조건이 된다. 이러한 상반된 두가지 이유로 혈액속의 pH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림1) ${NH}_{3}$의 공업적 제법 공정도^${N}_{2}와 ${H}_{2}$가 5백℃로 가열되어 촉매를 통과한다. 반응 혼합기체들은 냉각기에서 ${NH}_{3}$를 액화시키고 반응 후에 남은 ${N}_{2}와 ${H}_{2}$는 계속 순환된다.
 

화학평형은 동적(dynamic)
 

(그림2)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의 속도와 같은 속도로 층계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계속 한 자리에 머문다.
 

우리는 "현재 지구의 대기중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체의 성분비는 어떻게 결정됐을까?"라는 식의 질문을 흔히 한다. 대기중에 존재하는 기체 성분의 개별적인 특성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는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렵다. 정확한 설명을 위해서는 대기중 기체들을 생성시키고 소멸시키는 가역반응에 대해 조사해야 하며 평형상태에서 농도는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저울에서의 평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저울의 양쪽에 올려놓은 두 물체의 질량이 같은 경우 저울의 바늘은 영의 눈금을 가르킨다. 화학반응에서의 평형은 이러한 역학적인 평형과는 다르다. 화학평형은 반응물질의 양과 생성물질의 양이 같은, 균형잡힌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화학반응에서의 평형은 정적 평형이 아닌 동적(動的)인 평형이다. 동적이란 용어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동적인 평형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몇가지 비유를 들어보자.

동적평형은 아래 층으로 움직이고 있는 에스컬레이터 위를 위쪽을 향하여 뛰어 올라가는 소년에 비유할 수 있다. 만일 이 소년이 내려오고 있는 에스컬레이터의 속도와 같은 속도로 층계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 소년은 계속 같은 장소에 머무를 것이다(그림2). 이와같은 상태가 동적평형이다.

또 다른 비유를 들어보자. 어린 아들과 아버지가 테니스장에 갔다. 그런데 아들과 아버지의 테니스 시합은 별로 의미가 없었다. 아들은 아직 어려서 테니스 라켓을 들기 조차 힘들었고 아버지가 넘긴 공을 받아치기도 힘에 겨웠다. 그래서 아들은 새로운 경기를 생각해 내었다. 1백개의 연습공을 50개씩 나누어 양편 코트에 흩어 놓고 자신의 코트에 있는 공을 상대방 코트로 하나도 빠짐없이 넘긴 사람이 승리하는 경기다. 아버지는 자신이 쉽게 승리하리라고 생각하면서 일단 경기를 하자는 데에 동의하였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공을 넘기는 속도가 아들에 비해 월등히 빨랐다.

그러나 아버지 코트의 공 숫자가 줄어들자 아버지는 공을 줍기 위해서 더 많이 움직여야 했다. 반면에 아들은 자신의 코트의 공의 숫자가 많아지자 공을 줍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됐기 때문에 공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결국 아버지나 아들이 공을 상대방 코트로 넘기는 속도가 같은 경우가 존재한다. 이러한 상태를 평형상태라고 하며 이 때 아버지 코트와 아들 코트에 있는 공의 숫자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동적평형에 있는 실제의 예를 살펴보자. 물에 소금을 계속 넣으면 더 이상 녹지 않는 상태에 도달한다. 여기에 특별한 표시를 한 소금을 계속 넣어주고 잠시 후에 조사하면 표시를 한 소금의 입자가 용액속에 녹아있는 상태로 발견된다. 자연에 존재하는 염소에는 질량수가 35인 ${ }^{35}$Cl와 질량수가 37인 ${ }^{37}$Cl이 있다. ${ }^{35}$Cl과 ${ }^{37}$Cl의 비가 3.36인 보통의 염화나트륨으로 포화용액을 만들고, ${ }^{35}$Cl이 많이 포함된 염화나트륨을 앞에서 만든 포화용액에 가하면 소금물의 농도에는 변함이 없지만 포화용액 속의 ${ }^{35}$Cl의 비율은 증가한다. 반면에 용액 속의 염화나트륨의 ${ }^{35}$Cl의 비율은 감소한다. 이것은 포화용액과 고체 염화나트륨 사이에 염화이온의 교환이 일어난 증거다(그림 3).
 

(그림3) Nacl 포화용액의 동적평형
 

화학변화에 관여하는 두가지 힘
 

(그림4) 자발적인 변화비교
 

손에 들고 있던 벽돌을 놓으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 때 벽돌의 위치에너지는 감소해 운동에너지로 바뀌고, 벽돌이 바닥과 충돌하면서 운동에너지는 열로 바뀌어 바닥으로부터 흩어진다. 따라서 벽돌 낙하의 결과는 벽돌의 위치에너지가 주위의 열로 변환된다. 이처럼 물체의 에너지가 감소되는 방향으로 변화는 자발적으로 진행된다.

물질의 변화에도 이와같이 위치에너지가 감소되는 방향으로 자발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로서 프로판 기체의 연소반응을 살펴보면, 이 반응은 반응물질인 높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프로판이 에너지가 낮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화하고 에너지 차이에 해당되는 열을 주위에 방출하고 있다. 반응물질인 프로판의 에너지는 핵과 전자의 공간적 배치에 의한 위치에너지를 말하는데, 이를 엔탈피라고 하며 H로 표시한다. 반응 전후의 에너지 변화량은 △H로 표시한다.

프로판의 연소반응에서 △H는 0보다 작으며 감소한 에너지가 방출되는 발열반응이다. 벽돌의 낙하가 자발적인 반응이듯이 프로판의 연소와 같이 엔탈피가 감소하는 발열반응도 자발적인 반응이다(그림 4).

발열반응은 일반적으로 자발적인 반응이지만, 반드시 엔탈피의 감소만이 반응의 자발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그러면 발열반응이 아니면서도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몇가지 반응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기체의 자발적인 팽창에 대하여 살펴보자. 1기압의 압력으로 1L의 기체가 들어 있는 용기가 자유롭게 열고 닫을 수 있는 콕을 통해 부피가 1L이며 진공인 또 다른 용기와 연결돼 있다. 두 용기는 일정한 온도로 유지되고 있다. 콕을 열면 기체는 곧바로 진공인 용기를 채우게 되고 그 결과 두 개의 용기속 압력은 똑같이 0.5기압이 된다. 이와같이 기체가 팽창하는 동안에는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변화는 자발적으로 진행된다.

한편 이 과정이 반대로, 즉 두 개의 용기에 균일하게 퍼져있던 기체가 처음 상태와 같이 저절로 갑자기 한쪽 용기로 옮겨 가서 다른 용기가 진공이 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이 과정은 앞의 팽창과정과 마찬가지로 열의 출입이 없지만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로써 기체의 팽창에서 자발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열의 흡수나 방출외에도 또 다른 어떤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5).
 

(그림5) 기체 팽창의 동적평형
 

또 다른 예로 실온에서 얼음이 녹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H}_{2}$O(고체)⇌${H}_{2}$O(액체) ᅀH>;0

이 변화는 ᅀH>;0인 흡열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상온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현상은 물질 변화의 자발성을 엔탈피의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한 예로 상온에서 고체상태인 염화칼륨이 물에 용해되는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염화칼륨이 용해되면 용액의 온도가 점점 낮아진다. 즉 이 과정은 흡열과정이지만 자발적으로 진행된다(그림 6).
 

(그림6) 엔트로피의 변화
 

엔탈피와 엔트로피

그러면 엔탈피의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자발적인 변화나 엔탈피를 증가시키는 자발적인 변화를 결정하는 또다른 요인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이를 엔트로피라고 한다. 엔트로피는 다른 말로 무질서도라고 한다. 엔트로피는 확률적인 의미를 지니는 개념이다. 확률이 높은 상태가 낮은 상태에 비해 엔트로피가 크다고 할 수 있으며, 물질의 변화는 확률이 높아지는 상태, 즉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기체의 팽창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 한쪽에 있던 기체가 콕을 열면 자발적으로 진공인 용기로 이동된다. 그런데 두개의 용기에 있는 기체가 한쪽 용기로 모두 이동하는 변화는 왜 자발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가? 만일 단 한개의 분자가 존재할 경우는 이 분자가 용기 한쪽으로 이동할 확률이 2분의 1이다. 1기압의 공기가 들어 있는 1L 용기의 온도가 25℃일 경우 대략 그 속에 들어있는 분자수는 2.5×${10}^{22}$개다. 따라서 이 경우에 기체분자가 한쪽으로 모두 이동할 확률을 계산하면 ${(1/2)}^{25,000,000,000,000,000,000,000}$ 로 그 값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매우 작은 값이 된다. 따라서 이렇게 확률이 적은 쪽으로의 변화는 진행되지 않으며 대신에 확률이 증가하는 쪽으로의 변화가 진행된다. 기체가 팽창하여 두 용기의 압력이 같아질 때가 가장 확률이 큰 상태, 즉 엔트로피가 큰 상태다.

얼음이 상온에서 녹는 현상을 흡열반응이다. 이러한 흡열반응은 물체의 낙하운동에 비교되는 물질의 에너지 변화를 거역하는 현상이다. 엔탈피가 감소되는 방향으로 물질의 변화를 강제하는 물질변화의 자연 법칙을 거스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얼음 속의 물분자는 결정구조 속에 속박돼 있어 진동운동에 의해서만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음이 액체인 물로 되면 물분자는 회전운동과 병진운동에 의해 에너지 저장이 가능해진다. 이렇듯이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분자운동의 다양화가 이루어지면 엔트로피도 이에 따라 증가되는 것이다.

얼음이 녹는 과정은 두가지의 힘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 그 하나는 엔탈피가 감소되는 방향이며 다른 하나는 엔트로피가 증가되는 방향이다. 엔탈피를 감소시키려는 자연법칙은 발열반응쪽, 즉 (액체상태의 물)→(얼음)의 변화를 일으키며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려는 자연의 힘은 (액체상태의 물)←(얼음)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렇듯이 물질의 변화를 지배하는 두가지 서로 다른 자연법칙에 의해 물질의 변화는 가역적으로 진행되며 두 힘의 균형에 의해 평형상태가 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서인호 교사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물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