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뇌신경계통에 혼돈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이 현상은 공학적으로 응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특히 여기에는 혼돈공학과 신경회로망을 결합시키는 연구도 포함돼 있다.
혼돈칩 등장하면 신경컴퓨터 개발은 시간문제
질서와 무질서, 조화와 혼돈의 지치지 않는 싸움은 우주에 대한 인간의 깊은 통찰력을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같은 싸움은 수많은 창조신화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우주론에서는 혼돈을 우주 개폐시의 공허와 죽은 자가 사는 황천(黃泉)의 나라로 인식했다. 초기 바빌로니아의 서사시에서는 우주를 무법자의 일족인 심연의 신들이 자신들의 아버지에 의해 멸망됐을 때 생긴 혼돈으로부터 생겨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혼돈이란 창조자가 질서세계를 형틀에 넣어 만들었을 때 사용한, 원래는 형태를 가지지 않은 덩어리다. 질서는 선한 것으로 취급 된 반면 무질서는 사악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질서와 혼돈은 2개의 정반대 극에 서서 세계에 대한 우리들의 해석을 고정시켜 놓는 2개의 축인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연계의 규칙성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거나 우주의 정신없는 복잡성 뒤에 숨겨진 법칙성을 찾으려는, 즉 혼돈 속에 있는 질서를 밝히고자 하는 타고난 충동의 힘을 가지고 있다. 가장 초기의 문명에서 조차 계절을 예측하기 위한 달력이 만들어졌으며, 일식이나 월식을 예언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규칙이 고안됐다.
당시 사람들은 하늘의 별들 중에서 어떤 종류의 도형을 보고 그것을 근거로 신화나 전설을 만들었다.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는 엉터리이고 무의미한 세계와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신들을 섬기는 사원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기서 주기성, 형태, 산술이라는 문제에 부닥치고 말았다. 그리고 수학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
이러한 혼돈의 존재를 일찍이 확신한 것은 천재 수학자 푸앵카래(1854-1912)의 업적이다. 그는 어떤 수학 문제를 연구하던 중 이 혼돈현상에 주목하고 이를 해석하기 위한 많은 수학적 도구를 남겼다.
주기배분 과정 통해 혼돈도달
본론에 앞서 혼돈이론에 등장하는 몇가지 개념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흡인집합, 또는 끌개(attractor)라는 개념이다. 이것은 어떤 유한한 초기값의 집합이 수렴하는 한 점을 의미한다. 공기중의 진자를 예로 들어보자. 보통 진자는 마찰이나 공기저항에 영향을 받아 계속 힘을 가해주기 전에는 감속하다가 결국 멈추게 된다. 즉 처음에 얼마나 큰 변위를 주었느냐에 관계없이 결국에는 중심점에 정지하는 것이다(그림 1). 이 점은 마치 모든 궤적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끌리는 곳' 또는 '고정점 흡인 집합(fixed point attractor)'이라 부른다.
이에 비해 어떤 한 점으로 진자가 끌리는 경우가 아니라 위상공간에 하나의 원궤적을 그리는 것을 '한계순환 흡인집합(limit cycle attractor)'이라 한다. 또한 정수가 아닌 차원을 갖는 흡인집합을 '이상한 흡인집합(strange attractor)'이라 하며 이것은 흡인 집합의 모양이 와해된 형태다.
보통 자연현상은 미분방정식 또는 로지스틱방정식을 써서 $\frac{du}{dt}$=K·U·(a-U)와 같이 표현된다. 이 식은 생물이 항상 생식하고 있다는 것이 전제된 것이다. 그러나 보통 상태의 박테리아나 인간에게는 이 같은 전제가 적합하지만 알을 낳으면 부모의 개체가 죽어 버리는 생물에게는 세대가 중첩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 이에 대해 로버트 메이라는 학자는 다음과 같은 모델을 생각했다.
${X}_{n+1}$=a·${X}_{n}$·(1-Xn)
(단, a=l+K·△t·A는 세대의 단위)
이 것은 1845년 페어훌스트가 제한된 환경에서의 인구증가를 모델링하기 위해 사용한 식이다. 이 식은 아주 작은 Xn에 대해서 단순증가를 나타내는 식 ${X}_{n+1}$=aXn이 된다. 그러나 Xn이 커져서 1에 가깝게 되면 (1-Xn)항은 0에 가까워지므로 방정식의 오른쪽은 줄어들고 만다 이는 탄생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적 시스템의 경우 그 동작은 다음의 세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다.
i) 1<a≤2인 경우 : ${X}_{n}$=${X}_{0}$에서 시작해 ${X}_{1}$, ${X}_{2}$…로 계산해 가면 수열이 1-1/a 라는 값으로 수렴한다. 이것은 단조변화다.
ii) 2<a≤3인 경우 : ${X}_{n}$의 n→∞일 때의 극한은 1-1/a 로, 진동하면서 이 극한치에 접근해 간다.
iii) 3<a≤4인 경우 : a의 값이 3을 넘으면 ${X}_{n}$의 동작이 돌연 이상해진다. 먼저 a가 3을 넘으면 n→∞로 해도 극한값을 가지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에도 2가지가 있다.
a) 수열이 주기성을 가지는 경우, 즉 어떤 자연수 n이 있어서 Xn=Xn+m이 모든 자연수 m에 대해 성립하거나 그와 같은 수열에 접근해 가는 경우.
b) 수열이 주기성을 가지지 않는 경우, 이 경우 동적 시스템(dynamical system)은 혼돈적(chaotic)이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주기배분의 과정을 통해 혼돈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이 주기 배분 루트는 상미분방정식의 성질에 의존하지 않는 어떤 범용적인 숫자에 의해 그 특성이 정해지므로 특히 흥미롭다. 무한대의 주기 배분은 3=3.569944……에서 일어나 혼동 동작의 영역은 a>a∞=3.569에서의 주기동작 간격에 의해 중단된다. 이것을 창(window)이라 하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3주기 궤도가 발생하는 a=3.83에서 일어난다.
1950년대 말경부터 70년대 초기에 걸쳐 만델브로트(B. Mandelbrot)는 자연계의 구조적인 불규칙성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수학을 고안, 발전시켰다. 그리고 여기에 포함돼 있는 새로운 기하학적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을 '프랙탈'(fratal)이라 이름 붙였다.
그는 '구름은 둥글지 않고 산은 원추형이 아니다. 해안선은 원형이 아니고 부둣가는 매끄러운 곡선이 아니다. 또한 번개가 지나는 길은 직선이 아니다'라는 기하학적 직관을 가지고 자연계와 기하학적 도형의 상관관계를 밝히고자 했다.
혼돈과 프랙탈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요람기였던 1970년대 당시만해도 이들간에는 어떤 관련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자 사이에 수학적으로 매우 친숙한 관계가 있었으며 모두 불규칙성이 가지는 구조를 밝혀내고자 했다.
혼돈에 있어서 기하학은 역학에 추종하는 것이지만, 프랙탈에서는 기하학이 우위를 점했다. 이는 달리 말해 프랙탈은 혼돈의 형상을 기술하기 위한 새로운 언어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프랙탈의 기초적인 예가 칸토르집합이다. 이것은 1890년경 칸토르가 고안한 3진집합이다. (그림 2)는 바로 전 영역에서 중간 3분의 1을 제거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얻어지는 칸토르 집합을 나타낸 것이다. 반복 수행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개별선(조각)의 수는 무한대로 증가하고 각각의 길이는 0에 접근한다. 이 집합을 고배율로 확대해 관찰하면 그 구조는 원래의 모양과 구별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성질을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라 하며, 이는 프랙탈의 중요한 성질중 하나다. (그림 3)은 이러한 성질을 포함한 '아놀드의 혀'라 불리는 그림이다.
혼돈의원리는 모든 가전품에 적용 가능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있는 현실 세계는 주로 불규칙과 혼돈으로 돼 있지만 이제까지 과학자들은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혼돈을 다루기 어려운, 잡음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혼돈이론의 공학적 응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혼돈 전자제품에 사용될 혼돈칩의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 가전사에서 혼돈이론을 적용한 세탁기를 개발해 크게 소개된 바 있다.
(그림 4)는 경북대 고밀도집적회로 연구실에서 고안한 카오스 선풍기다. 종래의 선풍기에서는 회전체를 좌우로 회전시키거나 선풍기 모터의 회전속도를 시간에 따라 강약으로 조절함으로써 바람의 세기에 변화를 주고 이를 자연풍이라 소개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자연상태의 바람을 만들어 내기 힘들다. 좀더 자연풍에 가까운 선풍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상태에서의 바람부는 상태를 관찰해 같은 원리로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를 만들어야 한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물의 흐름을 관찰하면 된다.
조그만 시냇물이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으면 물은 기존 선풍기의 바람과 같이 유유히 흘러간다. 그러나 돌과 같은 장애물이 있을 때에는 물의 흐름에 와류(渦流)현상이 일어 난다. 따라서 선풍기 날개 앞에 와류를 만들어주는 회전날개를 부착하면 자연풍을 만들 수 있다.
자연풍에 더욱 가깝도록 복잡한 와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선풍기에서처럼 모터와 송풍날개를 하나만 사용하는 대신 앞에서 설명한 소형 와류장치를 두개이상 복합시켜 만들면 될 것이다. 또한 각 모터의 회전속도를 선풍기에 설치된 라디오나 카세트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에 따라 카오스적으로 모터의 속도를 조절해준다면 자연풍이 만들어질 것이다.
혼돈 선풍기의 원리는 방이나 자동차 안에 설치된 모든 냉난방기에 적용될 수 있으며 연료가스의 분사장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이 선풍기는 혼돈 현상의 기계적인 단순한 응용의 예일 뿐이며 이러한 현상은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모든 가전제품에 적용될 수 있다.
혼론이론을 전자공학에 응용하려는 연구도 일본 과학자들 사이에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규슈공대의 야마카와 교수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간단한 혼돈칩을 개발해 이 칩을 사용한 응용시스템을 발표했다 이 칩에는 10여개의 차등증폭회로를 사용한 비선형회로와 시간지연회로가 설계돼 있으며 간단한 혼돈현상이 CMOS회로로 구현됐다. 또한 동경 전기대학의 아이히라교수와 상지대학의 쇼노교수 연구실에서도 CMOS로 혼돈칩을 설계해 그 제작을 회사에 의뢰해놓은 중이다.
최근 뇌활동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실험으로서 뇌파 뇌자계 막전위 등의 측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뇌에 대한 구조적 연구와 정보처리 능력이 차츰 밝혀지고 있다. 이와 함께 과연 뇌신경계통에 혼돈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가에 대한 의문과 이 현상을 공학적으로 응용이 가능한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이중에는 혼돈공학과 신경회로망을 결합시키는 연구도 포함돼 있다.
실제의 뇌신경계는 뉴런이라는 복잡한 미세구조로서 일종의 고기능소자라고 볼 수 있으나 지금까지의 뉴런모델은 아주 단순해 실제와 거리가 멀었다. 따라서 혼돈 응답특성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혼돈뉴런보드를 제작해 혼돈현상을 하드웨어적으로 관찰한 바 있다. 여러가지 특성을 고려한 2개의 CMOS와 피드백 저항을 이용해 만든 이 보드는 자동제어 난수발생 다치논리 및 신경컴퓨터에 사용될 수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뉴런을 결합시킨다면 실질적 응용에 많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외 혼돈칩의 응용분야로는 대형 컴퓨터의 시험에 사용되는 랜덤벡터 발생기를 비롯해 암호 시스템, 다치논리 시스템, 지진과 기상 등 자연현상의 변화예측 시스템 등이 있다.
혼돈이론이 신경회로망과 결합돼 인간의 두뇌와 더욱 유사한 기능을 가진 혼돈신경칩이 등장한다면 신경컴퓨터의 개발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