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화학변화를 일으킬 때는 물질사이에서 원자의 결합이나 분리가 일어나는데, 실은 그밖에 에너지의 출입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주위에는 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중에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반응도 있다. 불을 이용하는 연소반응도 그 한 경우다.
인류의 문명은 불을 이용하기 시작하며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현재도 열대 원시림에서 가끔씩 자연발화가 일어나는 점에 비추어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했던 시기에도 자연발화가 있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 불은 특정한 조건 하에서만 일어나게 되므로 화산 폭발이 빈번한 지역이 아니면 자연불을 얻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자연불은 인류의 문명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예상된다.
네안데르탈인 화학반응 일으켜 에너지 구해
몇몇 학자들은 빙하가 남쪽으로 내려와서 많은 동물이 절멸하거나 남쪽으로 이동하던 시기에도 인류의 조상인 네안데르탈인이 그 이전까지 살지 않았던 더욱 북방의 지역에까지 정착하게 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인간이 불을 피우고 그것을 이용하므로 가능했다. 학자들은 석기의 가공과정에서 인공적인 불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석기를 만들기 위해서 돌을 부딪칠 때 불꽃이 일어나는데, 이때 불을 피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발화법의 습득과 더불어 인간은 고기를 구워먹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의 신체와 생활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빙하가 내려와 추워지자 인류는 불을 피우고 주거 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불의 이용은 이후 청동기 문화와 철기 문화를 거치면서 획기적으로 발전해 간다.
왜 알루미늄시대가 아닌 청동기시대인가
알루미늄은 다른 금속에 비해 매우 가볍기 때문에 매우 많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지표면에는 구리나 철보다도 많은 양이 포함돼 있다. 현재는 생산량도 구리에 비해 매우 많은 편이며 자원으로서의 보존량도 구리보다 월등히 많다(표1).
그러나 인류가 구리를 일찍이 청동기시대에 사용해 왔던 것에 비해 알루미늄의 발견은 1825년에나 이루어졌고 이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자원으로서의 매장량이 구리보다 월등히 많은 알루미늄이 뒤늦게 이용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학적 친화력-좋아하고 싫어하는 성질
구리는 자연상태에서 순수한 구리로도 발견되지만 자연 구리광맥은 매우 드물며 대개는 암석 속에 황화물(${Cu}_{2}$S), 산화물(${Cu}_{2}$O) 그리고 탄산염(${Cu}_{2}$(${CO}_{3}$)(${OH}_{2}$)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구리 광물에서 순수한 구리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구리와 결합하고 있는 원소를 제거해야 한다.
알루미늄은 대개가 산화물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알루미늄광물은 보크사이트(${Al}_{2}$${O}_{3}$·2${H}_{2}$O)다. 마찬가지로 순수한 알루미늄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알루미늄과 결합하고 있는 산소를 제거해야 한다.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서 구리의 산화물(${Cu}_{2}$O)과 알루미늄의 산화물(${Al}_{2}$${O}_{3}$)에서 각각 구리와 알루미늄을 얻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산소를 제거하려면 이른바 산소를 좋아하는(like) 물질을 섞은 뒤 높은 온도로 가열해 준다. 이러한 물질을 환원제라 부른다. 보통 환원제로 탄소(숯)가 흔히 사용된다.
그런데 구리의 산화물에 탄소를 섞은 뒤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산화구리에서 산소가 제거되지만 알루미늄의 산화물의 경우에는 같은 방식으로 해주어도 산소가 좀처럼 제거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을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높은 온도에서 탄소는 구리보다 산소와 친하지만 알루미늄은 산소를 탄소보다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탄소에게 산소를 내주지 않는다. 이렇듯이 원소간에는 좋아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을 화학적 친화력이라고 한다. 화학적 친화력이 강한 물질은 매우 안정하고 화학적 친화력이 약한 물질은 불안정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고대나 중세에 인류는 구리보다 풍부한 자원인 알루미늄을 좀처럼 얻어낼 수 없었다. 19세기에 화학전지를 이용한 물질의 전기분해가 화학 실험실에서 실시됐고 급기야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구리와 철에 비해 산소와의 친화력이 큰 원소를 각각의 금속산화물로부터 분리해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알루미늄을 대량으로 얻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했다. 보크사이트를 액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전기 에너지를 공급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액체상태의 보크사이트를 전기분해해 알루미늄을 얻으려면 많은 양의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다. 전기에너지를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조건에서는 알루미늄이 값싼 자원이지만 19세기에는 전기에너지가 충분하지 못했으므로 알루미늄을 대량으로 생산해 인류가 본격적으로 이용하게 된 것은 20세기에나 가능해졌다(앞페이지 그림 참조).
1775년 베리만은 임의의 두 물질은 서로 인력을 미치며 이 인력의 크기를 순서대로 늘어놓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질산칼륨(KN${O}_{3}$)을 황산(${H}_{2}$${SO}_{4}$)과 반응시켰을 때 칼륨이 질산이온 대신 황산이온과 결합하는 현상에 대해 황산이 질산보다 칼륨에 대한 친화력이 크다고 생각했다. 베리만은 친화력을 그 물질의 절대적인 힘으로 보았다(그림 1) 참조.
베를톨레는 화학친화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힘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려고 했다. 그는 친화력에 의해 화학현상을 설명하려면 이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조건(물질의 양, 휘발성, 용매와의 관계, 열의 작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왜냐하면 화학적 치환에서의 친화력은 서로 떨어져 있는 질량에서의 작용(뉴턴의 만류인력)과는 달리 분자의 구조, 용매에 대한 관계, 휘발성 등에 의해 제약되기 때문이다(그림2) 참조.
친화력의 차이는 물질마다 에너지의 차이를 낳는다
물질이 화학변화를 일으킬 때는 물질 사이에 원자의 결합이나 분리가 일어나는데, 실은 그밖에 에너지의 출입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물질이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 에너지의 출입이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자. 자연계에서 저절로 일어나는 반응은 대부분 에너지를 방출하는 반응이다(발열 반응). 알코올을 태우면 이산화탄소와 물을 얻을 수 있다. 이때 많은 열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열에너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모든 물질의 변화에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반응 전에 비해 열에너지가 증가하고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에너지에는 열에너지 전기 에너지 빛에너지 역학적에너지 등이 있는데, 여기에 추가해 물질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앞에서 물질이 구성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각기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마다 작용하는 힘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물질은 구성입자가 단단하게 결합돼 안정한 상태에 있고 구성입자가 약하게 결합돼 있는 물질은 불안정하다. 안정한 상태는 에너지가 낮은 상태이고 불안정한 상태는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높은 상태다.
알코올을 태우면 발생하는 열에너지는 불안정한 화합물인 에탄올이 상대적으로 안정한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했기 때문에 그 차이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방출됐다고 설명할 수 있다.
수소가 탈 때도 열이 발생한다.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에너지가 높은 수소와 산소가 에너지가 낮은 물이 되고 그 차이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열에너지의 형태로 방출됐다(그림 3) 참조.
이번에는 거꾸로 물을 수소로 만드는 반응을 생각해 보자.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는 매우 단단하게 결합하고 있어서 에너지가 매우 적다. 따라서 2천℃ 정도로 가열해 주어야, 즉 외부에서 일을 해 주어야 수소와 산소로 변한다(그림4) 참조.
이처럼 1부피의 물을 수소와 산소로 만드는 데 사용되는 필요한 일은 수소와 산소를 1부피의 물로 만들 때 방출되는 에너지와 같게 된다.
염화암모늄의 용해와 에너지 출입
자연적으로 진행되는 반응은 대개가 발열반응이다. 이것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치와 같다. 물질의 변화는 불안정한(에너지가 높은) 물질이 안정한 물질로 변해간다. 그러나 펌프를 이용, 아래에 있는 물을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처럼 일을 해주면 안정한 물질이 더 불안정한 물질로 될 수 있다. 물질은 상온에서 열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이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다.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가 지나치게 크지 않은 경우에는 이 열에너지를 이용해 반응이 진행될 수 있다. 그 한 예로 염화나트륨의 용해현상을 소개한다(그림 5) 참조.
학교에서 실험시간에 염화암모늄을 용해시키고 온도 변화를 측정한 적이 있었다. 염화암모늄을 물에 용해시키면 온도가 현저하게 내려간다. 세 반의 실험보고서를 분석해 보니 온도변화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A유형은 이 현상을 '에너지전환'으로 설명한 경우고 B유형은 같은 현상을 '열의 이동'이나 '열 손실'로 설명한 경우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여러분의 생각과 다른 유형의 잘못은 무엇인가?
보통 온도 차이가 있는 물질이 서로 접촉하고 있을 때 높은 온도의 물체로부터 낮은 온도의 물체로 열의 이동이 일어난다. 이 현상은 물질의 변화 시에 일어나는 열의 출입과 다르다. 염화암모늄이 용해되면 ${NH}_{4}^{-}$Cl의 결합이 끊어지고 물분자가 ${NH}_{4}^{+}$와 ${Cl}^{-}$을 에워싸 새로운 결합을 형성한다. 대개의 경우 용해현상에 의해 안정한 상태가 되지만 염화암모늄은 용해에 의해 불안정한 상태로 되기 때문에 용해시에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과 염화암모늄은 상온에서 열에너지를 지니고 있으므로 자신이 지니고 있는 열에너지의 일부를 용해시에 사용한다. 따라서 용해의 결과로 온도가 내려가는 것이다.
염화암모늄은 아주 오래 전부터 널리 사용해 오던 물질로 한(寒)제라 했다. 요즈음도 휴대용냉각제로 이 한제를 사용한다. 물이 새지 않는 2개의 주머니에 한쪽에는 물을, 다른 한쪽에는 염화암모늄을 넣는다. 물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터뜨리면, 염화암모늄이 물에 녹으면서 열에너지를 빼앗아간다. 이 주머니를 열이 심한 부위에 대면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줄이면서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얼음물을 0℃ 이하로 만들고자 할 경우에도 이 한제를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지금은 온도의 단위로 섭씨를 많이 사용하지만 그 이전에는 물 얼음 염화암모늄의 혼합물로 얻어지는 가장 낮은 온도를 0℉로 한 화씨온도가 사용됐다.
이온화에너지와 이온화경향
금속원소 간의 화학반응을 설명하기 위해 이온화에너지의 개념을 흔히 한다. 그런데 흔히 이온화에너지의 개념을 이온화경향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온화에너지는 기체상태의 금속원자로부터 전자 하나를 떼어내 금속의 양이온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말한다. 알칼리금속(1족)의 이온화에너지는 Li, Na, K 순서로 작아진다. 보통 이온화에너지가 작은 금속일수록 이온화되기 쉽다. 기체상태에서 이온화되기 쉬운 순서로 쓰면 K>Na>Li가 된다. 그러나 이들 금속이 수용액 속에서는 다른 경향을 나타낸다. 보통 이온화경향은 기체상태가 아닌 수용액상태에서 금속의 이온화되기 쉬운 정도를 나타낸다. 이온화경향은 Li>K>Na의 순서다.
기체상태인 금속 원자에서 단순히 최외각전자를 떼어낼 경우는 알칼리금속의 경우 원자핵과의 거리가 멀수록 전자를 떼어내기가 쉽다. 그러나 수용액 상태에서는 금속이온이 물분자에 의해 어떻게 둘러싸여 있는가에 따라 안정성이 달라진다. 리튬의 경우에 수용액 속에서 이온화해 리튬이온이 물분자에 의해 둘러싸이면 매우 안정한 상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리튬은 기체상태에서는 칼륨보다 이온화하기가 어렵지만 수용액 속에서는 이온화경향이 크다. 칼륨이온이 들어 있는 수용액 속에 리튬원자를 넣으면 이온화경향이 큰 리튬이 리튬이온으로 되고 대신에 수용액 속의 칼륨이온이 금속 칼륨으로 석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