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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성 및 광채의 신비

다이아몬드는 백색광의 스펙트럼 현상

오랜 세월동안 귀한 대접을 받아온 보석은 따지고 보면 광물일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보석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들의 광채가 간직한 신비함 때문이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듯이 땅속에는 보석이란 아름답고 귀한 물질이 그 신비로움을 간직한 채 있다. 보석은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약 3천여종의 광물중 아름답고 견고하며 희소성이 있는 것들을 이른다. 따라서 이들의 생성원리는 다른 조암광물(造岩鑛物)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물론 과학 발전으로 인해 최근에는 천연석과 성분이 같은 합성 보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합성석이나 인조석, 모조석 등 실험실에서 만든 물질은 광물로 취급하지 않으며, 당연히 보석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보석들이 땅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이들이 나타내는 광채는 어떤 작용에 의한 것인지 각 보석들을 예로 들어 알아보도록 한다.


5백30캐럿의 원석(왼쪽)을 커팅해 만든 4백7캐럿의 다이아몬드
 

마그마가 식으면

보석은 지하 심부의 맨틀, 또는 지각물질이 녹아 만들어진 마그마로부터 생성된다. 뜨거운 액체상태의 마그마에 열이 차단되면 마그마 속에 들어있던 약 90여종의 원소는 화학적결합에 의해 고체물질(광물)을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광물의 집합체를 화성암이라고 한다. 화성암은 형성된 위치에 따라 다시 심성암(深成岩)과 화산암(火山岩)으로 분류된다.

가장 대표적인 보석인 다이아몬드는 고온(1천1백~1천3백℃) 고압 상태인 땅속 깊은 곳(지하 약 80km)에서 만들어진 마그마가 분출해 형성한 파이프형 화산암내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

1870년경 남아프리카공화국 킴벌리 지방에서 다이아몬드를 함유하고 있는 각력질 초염기성 화산암이 처음 발견됐는데, 그후 이 화산암을 킴벌라이트라고 부르고 있다. 킴벌라이트는 보석광물이 산출되는 대표적인 보석 공급원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러시아 중국 등지에 분포돼 있다.

마그마 내의 물질이 상당수 고체로 변한 다음 계속 남아있는 액체속에는 휘발성이 높은 F, Cl, B 등과 같은 원소와 이제까지 광물정출시 녹지 않았던 Zr, Be, U, Th 등의 원소가 뭉친다. 이 단계에서는 마그마의 주성분인 수분의 증기압이 높기 때문에 큰 결정의 광물들이 형성되며, 이렇게 만들어진 광물 집합체를 페그마타이트라고 한다. 페그마타이트 역시 킴벌라이트처럼 보석광물이 집중적으로 산출되는 공급원으로, 토파즈 전기석 에머럴드 스포듀민 크리소베릴 인회석 지르콘 자수정 황수정 장미석영 아마조나이트와 같은 보석광물이 포함돼 있다.

마그마나 지하의 열로 뜨거워진 열수(熱水)가 화산암이나 사암이 분포한 지역을 오랫동안 지나면 주변 암석에 들어있던 실리카(Si${O}_{2}$) 성분을 용해하게 되는데, 이 열수가 나중에 이들 암석에 발달한 균열에서 식으면 실리카 성분이 겔(gel) 상태의 물질을 형성한다. 이때 만들어지는 것이 오팔이다. 열수가 동(銅)광산이 있는 지역을 흐르다가 식으면 공작석과 같은 녹색 보석을 침전하게 된다.

동력, 혹은 열 변성도 보석을 만든다. 즉 기존에 있던 암석이 후에 열이나 압력을 받아 변성작용을 일으키면서 형성된 새로운 광물이 보석화 되는 것이다. 석류석 경옥 연옥 스피넬 안달루사이트 아이올라이트 라피스 라쥴리와 같은 보석은 변성암 내에서 주로 발견되는 보석들이다. 버마나 인도 태국 등지의 백운암질 대리암과 편마암에서는 루비가 나타나며 콜롬비아에서는 편암내에 에머럴드가 형성돼 있다.

한편 화성암이나 변성암이 지표에 노출되면 풍화작용이 일어나 암편이나 광물 부스러기 형태로 이동해 바다나 하천같은 낮은 지형에 쌓이게 된다. 이때 마모에 견디는 능력이 강한 보석광물들이 퇴적물 속에 많이 쌓이면 충적광상을 이룬다. 아프리카 스리랑카 파키스탄 브라질 등지에는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지르콘 스피넬 등이 풍부하게 매장된 퇴적 광상들이 다수 있다. 특히 호주와 나미비아에는 해변에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상이 형성돼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알아본 광물과 달리 보석중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로부터 만들어진 예도 있다. 진주와 산호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진주조개 속에 모래나 조개 파편 등 이물질이 들어가면 조개는 진주층을 만드는 탄산칼슘(Ca${CO}_{3}$)과 콘키오린 물질을 분비해 이물질을 감싸 진주를 만든다.

호박은 약 3천만년 전에 번성했던 소나무에서 흘러나온 송진이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다. 유럽 대륙의 경우 대개 발틱해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가 큰 해일이 발생하면 해변으로 밀려오기도 한다.


진주는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얻어지는 희귀한 예의 보석이다. 사진은 타히티 부근에서 양식되는 검은 진주
 

함유 원소에 따라 색깔 변화

천연에서 산출되는 그대로의 것을 보석 원석(原石)이라 하는데, 진주를 제외하면 현란한 광채를 내는 원석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원석이 보석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연마사의 손길을 거쳐야만 한다. 보석이 뿜어내는 광채의 신비는 바로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보석이 광채를 발하는 것은 빛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광학 효과 때문이다. 또 이 광학 효과는 보석의 물리 화학적 요소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보석은 무색이며 투명한 것(다이아몬드 지르콘 백수정 등), 색깔은 있으면서 투명한 것(루비 사파이어 에머럴드 등), 색깔이 있으면서 거의 불투명한 것(터키석 비취 오팔 등)으로 구분한다. 무색 투명한 보석의 아름다움은 백색광이 파장의 크기별로 분산되기 때문에 나타난다. 빛의 분산이 일어나면 마치 무지개 색깔과 유사한 스펙트럼이 일어나 무색석이 광채를 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파이어(fire) 효과라 한다.

한편 보석속에 들어간 빛은 보석의 하부 연마면에 전반사(全反射)돼 다시 되돌아 나와야 파이어 효과가 더욱 활발해져 광채를 내는데, 이를 위해서 일정한 커트비율에 맞추어 가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브릴리언트형의 커트가 가장 훌륭한 광채효과를 얻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색깔이 있는 유색석은 그 색깔 자체로 아름답다. 보석이 색을 띠는 원인은 여러가지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선택적 빛 흡수로, 보석속에 들어있는 Cr Ti Cu Co V Mn Fe Ni과 같은 전이원소가 그 역할을 한다. 전이원소는 3차원 전자궤도에 쌍을 이루지 않은 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전자가 빛이 들어오면 일부 파장의 에너지를 흡수, 더 높은 궤도로 뛰어오른다. 루비의 적색은 Cr, 사파이어의 청색은 Fe, 공작색의 녹색은 Cu에 의해 각각 그 고유의 색깔을 낸다. 청색 다이아몬드나 연수정 등은 결정 구조상의 결함에 의해 색을 띠며 이를 컬러 센터(color center)라 한다.

무색 보석 내부에 색깔이 있는 미세한 고체광물이 다수 함유돼 있어도 보석의 색깔은 나타날 수 있다. 녹수정은 백수정 내에 녹색을 띠는 보크사이트에 의해, 제스퍼는 칼세도니에 적색을 띠는 적철석이 미립결정으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그들의 독특한 색깔을 발한다.

전기석(tourmaline)은 결정체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나타낸다. 결정의 수직으로 다른 색깔이 나타나면 이를 파티 컬러(parti-colored)라 하고, 중심과 겉부분의 색이 다르면 수박석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보석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크리소베릴의 변종인 알렉산드라이트는 어떤 광선 아래서 관찰하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져 태양광선 아래서는 에메랄드 녹색을, 촛불이나 텅스텐 전등 하에서는 루비 적색을 나타낸다. 이를 변색효과라고 하는데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불순물로 함유된 크롬 때문이다.

장석이나 흑요석 내부에 굴절률이 서로 다른 물질이 들어가면 그 경계에서 빛이 반사돼 섬광(閃光)이라는 특수한 광학효과를 낸다. 특히 월장석은 정장석과 알바이트 사장석이 혼합된 결정을 이루는 물질로, 그 경계에서 일어나는 반사효과에 의해 은색, 또는 청색 섬광을 낸다.


1캐럿의 보석용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8t트럭 10대분의 모암을 처리해야 한다.
 

다양한 보석의 광채 효과

보석 속에 가늘고 긴 침상 결정체가 다수 있고 동시에 이들이 어떤 방향을 따라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을 경우, 이들에 의해 빛이 반사되면 한 방향 또는 여러 방향의 밝은 빛줄기를 나타낸다. 전자를 묘안효과(猫眼效果), 후자를 성채(星彩)라고 하며 묘안효과를 내는 대표적인 보석은 크리소베릴과 스카폴라이트, 호안석 등이며 루비나 사파이어 같은 스타석은 성채를 나타낸다.

오팔은 관찰하는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다양한 색깔을 띤다. 이를 변채(變彩)라고 하는데, 이 현상은 마치 고여있는 물 위에 기름이 떠 있을 때 방향에 따라 상이한 무지개색이 나타나는 것과 유사하다. 오팔을 전자현미경으로 약 2만배 가량 확대해 관찰해보면 지름이 수십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정도되는 작은 실리카 구형입자들이 층상구조를 이루며 배열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석중에는 표면이나 내부에서 빛이 간섭을 일으켜 입사하는 빛의 방향이 변함에 따라 스펙트럼과 같은 색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현상은 귀오팔에서 뚜렷이 관찰되는데, 구형 입자 틈새로 일부 광선이 통과할 때 일어나는 빛의 회절(回折)은 보석에 무지개색과 유사한 훈색을 띠게 만든다. 이 경우 구형입자가 크면 입자의 틈새도 넓어서 가시광선에 속하는 모든 파장이 회절해 색깔이 아름답다. 그러나 틈새가 좁으면 청색 파장만 통과하면서 회절이 일어나 청색을 띠는 청오팔이 된다. 만약 입자 크기가 불균질할 경우에는 빛이 산란하므로 우유빛깔처럼 뿌옇게 되는데 이것이 화이트 오팔이다.

진주는 아주 얇은 반투명한 탄산칼슘층들이 동심원상으로 중첩돼 있는데, 이들 각 층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빛의 간섭효과에 의해 오리엔트라 부르는 우아한 훈색을 띤다.

이처럼 보석이 나타내는 광채효과는 다양하며 그 원인도 보석마다 모두 독특하다. 광물학자와 보석학자들은 이들 광채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분석기기들을 이용해 끊임 없이 연구한 결과 지금까지 많은 보석의 신비를 하나 하나씩 벗기고 있다. 보석을 그저 아름답다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과연 그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의문속에 본다면 이전보다 훨씬 더 신비함을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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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원사 교수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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