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질과 음향면에서 개발 한계에 다다른 VTR은 예약녹화 방식 등 편의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HDTV용 VTR이 본격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라디오를 앞세운 오디오 시대는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제 보고 듣는 것이 하나로 뭉친 비디오 시대의 대표주자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한 답으로 VTR을 꼽고 있다.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 등과 같은 미래서의 저자인 앨빈 토플러는 VTR 태동기에 이미 "앞으로 정보와 오락산업 측면에서 텔레비전의 위력은 약화될 것이며 이를 비디오가 이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동네 어귀마다 서너군데 쯤 문을 열고 있는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을 한번 떠올려보다.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그저 주어진 화면을 쳐다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으로 필요한 것을 즐기고 얻으려는 욕구 충족을 위해 비디오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최초의VTR은 1951년 미국의 빙크로스비 연구소가 개발했다. 그러나 이것은 고정헤드 방식으로 테이프와의 상대속도에 한계가 있어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이후 56년 알펙스사에서 방송용 VTR기술을 개발해 미국의 CBS 방송사에서 채용하긴 했지만 부피가 크고 무거워, 일반 가정용으로 등장한 것은 75년 미국에서 특허를 들여와 상품화한 일본 소니사의 베타 방식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듬해 일본 빅터사(JVC)에서 VHS 방식이 개발됐다.
두 방식은 테이프의 규격, 회전헤드의 규격, 로딩 방식(테이프가 VTR내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에서의 차이로 호환성이 없으며 성능면에서도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현재 전세계적으로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VHS 방식. 베타 방식은 거의 생산이 중단 상태다. 이외에도 필립스 방식이 있긴 하지만 이는 유럽의 극히 일부에서만 채용했을 뿐, 역시 단종했다.
VTR의 기능은 화면과 음향의 녹화 재생, 그리고 이들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녹화와 재생은 테이프에 수록된 자기 신호를 영상 신호로 바꾸는 장치인 헤드 드럼에 의해 가능하다. 헤드드럼은 VTR의 핵심부품으로, 분당 1천8백회의 고속회전을 하면서 트랙으로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를 읽어들인다.
헤드 수 많아도 읽는 방식은 동일
대부분의 VTR은 2헤드가 기본이지만 요즘 판매되고 있는 고기능 VTR에는 4헤드, 심지어 6헤드까지 있다. 그러나 헤드는 두개가 1쌍을 이루어 화면의 정보를 읽어들이기 때문에 헤드수가 많다고 해도 재생 방식은 마찬가지다. 단지 4헤드는 정보를 읽어 들이는 2헤드 외의 나머지 2헤드가 정지화면의 떨림을 방지하거나 소음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6헤드는 이들 기능에 나머지 2헤드가 하이파이 음향을 재생하는 것이다.
좀 더 좋은 화질을 얻기 위한 노력은 화질 선명도를 대폭 개선한 HQ(High Quility) 화질의 개발을 가져왔으며 음향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일반 VTR에서 스테레오 VTR, 다시 음성 다중 VTR 등으로 이행한 끝에 나온 것이 하이파이 VTR이다. 음질을 비교할 때는 대개 기록된 음성신호에서 잡음의 비율을 나타내는 s/n비율(신호 대 잡음 비율), 받아들일 수 있는 최강의 음과 최약의 음의 폭을 나타내는 다이내믹 레인지, 좌우의 음이 혼합되는 정도를 표현하는 분리도 등으로 따진다. 하이 파이는 이 기준에서 보자면 매우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고충실도를 뜻하는 하이파이(hi-fi, high fidelity)는 보다 원음에 가까운 소리의 재생을 가능케 한 것이다. 하이파이 VTR은 테이프의 화면 기록 영역에 폭넓은 주파수의 음성신호를 밀도있게 집어 넣어, 즉 화면 트랙과 음성 트랙에 모두 음성신호를 삽입해 이를 읽는 것이다. 하이파이 VTR은 통의 TV로는 그 음질을 제대로 재생할 수 없고, 스테레오 TV라야 제대로 기능한다.
물론 오디오 기기들에서 하이파이는 이미 일반화된 기술이었다. 그러나 소리만이 저장된 음반과 달리 폭이 2분의 1인치인 비디오테이프에서 음성 전용 트랙이 차지하는 공간은 1mm에 불과하기 때문에 질높은 음향은 이전의 VTR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VTR을 제조하는 나라는 종주국 격인 일본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대만 정도이고 미국과 유럽 등지에는 이들 나라의 현지 공장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특허는 상당수가 미국의 것이어서 특허의 상품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국가간의 마찰도 적지않다.
두개의 비디오 테이프를 동시에 작동시키면서 비디오 감상과 TV녹화를 겸할 수 있는 더블데크 VTR은 미국 고(GO) 비디오사의 특허. 그러나 이는 고급 VTR을 두대나 놓고 실제는 복사하는 것외에는 별다른 기능을 갖추지 못해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른바 인터액티브 비전으로 불리는 VTR은 '실버박스'라는 기본장치와 컨트롤러를 이용해 극의 내용을 자기 취향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한다. '대화형 VTR'이라고도 불린 이 VTR은 개발 초기에는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은 일과적인 흥미만을 유발했을 뿐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VTR 내부는 순수한 데크 부분과 방송수신용 튜너로 구분돼 있다. 방송 내용의 녹화가 가능한 것은 바로 튜너에 의한 것인데, 현재의 전세계 컬러 TV 방식이 NTSC(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채용), PAL(영국 중국 호주), SECOM(프랑스와 구 동구권)으로 나뉘어 있어 비디오 활용의 한계로 지목된다. 방송 방식에 따른 VTR을 선택하지 않으면 카메라를 이용한 녹화는 가능하지만 방송 녹화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장애를 넘기 위해 지난 90년 일본 마츠시다사에서 내놓은 것이 VHS 방식의 범용 VTR이다.
편의기능 앞세운 광고
최근의 연구 개발은 화면과 음질면에서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각 상품의 차별화는 바로 편의 기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앞선 기술은 뭐니뭐니 해도 예약 녹화 방식. 현재 판매되고 있는 국내 VTR들도 판매 전략을 각 사에서 채용한 예약 녹화 방식을 선전하는데 맞추고 있다. 그러나 최첨단의 예약 기능이라 하더라도 현재 이 기능을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는 전체 VTR 구입자의 10% 정도밖에 안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VTR들이 채용한 첨단 녹화 방식은 미국 젬스타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G코드 방식'과 '초간편 방식'등이다. G코드 방식은 VTR입장에서는 예약 녹화라기보다는 즉시 작동과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즉 확인된 숫자를 G코드 리모콘으로 누르고 이를 수상기 곁에 두면 정해진 시간에 내장된 시계가 움직이는 것이다.
이에 비해 초간편 방식은 예약에 필요한 입력정보, 예를 들면 시작 시간, 날짜, 채널, 녹화 속도, 끝시간 등을 모두 표준 코드로 제작해 확인 버튼을 눌러주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었다. 이 방식은 기술적인 발전이라기 보다는 아이디어 전환으로 파악해도 무방하다.
두배로 속도를 빨리해도 음성정보가 평상시와 동일하게 전달되는 다이제스트 기능의 '시간 절약형 VTR'은 내장된 음성신호를 디지털 메모리로 기억했다가 화면 속도에 맞춰 내보낸다. 음성과 영상기록을 이원적으로 관리해 발음이 나오는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VTR과 연관된 기술은 이루어질 만큼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요사이 업계는 이같은 점을 인정하고 수년내로 실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HD TV용 VTR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