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처럼 환경변화에 감지·적응 능력지닌 21세기 신소재 「스마트 재료」

20세기가 합성재료의 시대라면 21세기는 스마트 재료의 시대. 놀랍게도 이 재료는 인체조직과 같이 환경변화를 감지해 스스로 보상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인류는 오랜 옛날부터 자연을 극복하고자 인간이 가진 물리적 능력보다 더욱 강하고 유용한 도구들을 개발하여 사용하였으며 여기서 재료기술이 인류 문명의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단적인 예로 역사학자들이 인류문명의 발전단계를 석기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시대 등의 재료종류로 구분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현시대는 천연에 존재하지 않는 재료를 합성하여 만드는 합성재료(synthetic material) 시대라 규정할 수 있으며, 미래인 21세기에는 스마트재료(smart material)시대라 불리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지 작동분야에서 널리 활용돼

스마트재료는 최근 첨단재료를 연구하는 미국의 과학기술자들이 쓰기 시작한 명칭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용어다. 이 재료는 어느 특정한 기능을 가진 하나의 재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재료를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재료군(群)의 명칭이며, 최근 새롭게 개발된 재료들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역사가 꽤 오래된 것들도 많다. 스마트재료를 알기 쉽게 정의한다면 '인간의 신체기능과 거의 유사한 기능을 가지도록 인공적으로 만든 재료로서 외부자극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고, 지능적으로 특정한 기능을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재료'라 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재료가 과학기술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주된 이유는 종래에는 머리 속으로만 상상할 수 있었던 첨단기술들이 속속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나 스마트재료의 개발을 촉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기술들을 들면 원자크기를 제어할 수 있는 첨단재료기술, 인공장기 및 인공골격 등의 생체기술, 생체계로부터 얻어진 정보를 재료 개발에 활용하는 생체모방학(biomimetics), 분자전자학(molecular electronics), 인간 두뇌 신경성분을 전자적으로 모사하는 신경망(neural networks)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같은 기술들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신경계, 두뇌, 새 세대의 첨단재료로 구성된 근육, 골격구조를 제공할 것이며, 이 스마트재료기술의 비약은 전자칩이 우리의 생활양식을 크게 변혁시킨 것보다 훨씬 극적인 방법으로 미래를 혁신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활발한 기술개발이 이루어져 성과가 현저한 스마트재료들은 주로 구조물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다음 세대에는 우주분야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스마트재료의 성공적인 개발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세대의 스마트재료는 아직 적합한 학습능력을 결여하고 있어 주로 감지 또는 작동(actuation)분야에서만 두드러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 세대의 이상적인 스마트재료는 다음과 같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첫째 외부자극의 변화에 대해 거의 즉시적으로 대응하는 능력, 둘째 현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고체상태 전자공학과 결합하는 능력, 셋째 현대의 제어시스템을 실행하는 능력을 보유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들은 구조재료, 센서의 네트워크, 작동장치의 네트워크,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기초가 된 계산능력, 실시간 제어능력 등 본질적 요소들의 상호 밀접한 집적화를 통해 성취될 수 있으며, 이 성취도에 따라 스마트 재료의 성능이 결정될 것이다.

형상기억합금은 1세대 스마트재료

감지기능 및 이에 연결된 전자적 데이터처리기능을 하나의 칩에 집적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감지기술들을 스마트재료와 결합시킬 수 있는 좋은 예다. 현재 실행단계에 있는 기술은 압전센서 또는 광섬유센서와 같은 센서들과 데이터처리소자들을 한 구조내에 삽입하는 것이다. 압전센서 및 광섬유센서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스마트재료로는 전자유동유체 형상기억합금 압전재료 광섬유 자왜재료 등을 들 수 있다.

전자유동유체(electrorheological fluid, ERF)는 물을 싫어하는 액체 위에 미크론(μ) 크기의 친수성(물을 좋아하는) 입자들이 떠있는 재료인데, 여기에 전기장을 가하면 재료 특성이 가역적(可逆的)으로 변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진 2) 전기장을 가하지 않았을 때의 전자유동츄체

 

(사진2)는 전기장을 가하지 않은 경우 전자유동유체가 특정한 배열을 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진3)은 전기장을 가했을 경우 규칙적인 체인형태로 입자들이 배열됨을 보여주고 있다. 전기장의 변화에 따라 진동하는 특성을 가진 이 ERF재료는 밸브 유압제어브리지 클러치 유체흐름제어용소자 자동차충격흡수기 등에 응용가능성이 높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사진3) 전기장을 가했을 대의 전자유통유체, 입자들이 규칙적인 체인형태로 배열돼 있다.


형상기억합금(shape memory alloy, SMA)은 일정온도에서 변형한 재료를 특정한 천이온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성질을 가진 합금을 말한다. 형상기억합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합금은 니티놀(Nitinol)이라 불리는 니켈-티탄(Ni-Ti)합금인데, 이 합금은 변태온도를 넓은 범위에서 제어할 수 있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변형량은 6~8%로 매우 크고 수축시 제곱인치당 10만피운드 정도의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이 합금은 현재 밸브 샤워 노즐 통풍기 창문개폐기 파이프이음관을 비롯하여 안경테 여성용 브래지어 치열교정선 등에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형상기억합금의 유연성과 생체친화성을 활용하는 여러 의료용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내시경용 통합앵커 및 미세관, 확장요도관, 치과용 및 척추용 부목, 뼈의 크램프(cramp, 죔쇠)및 핀, 외과수술용 핸들, 정맥내부관 크램프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또 광고판 완구 낚싯대 등도 이 재료의 응용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압전재료(piezoelectric material)는 기계적인 힘을 전기로 바꾸거나 전기를 가하면 기계적인 변형이 일어나는 특성을 가진 재료이므로 스마트구조의 액추에이터나 센서로 이용될 수 있다. 종래의 압전재료는 결정 또는 세라믹스가 대부분이었으나 이 재료들은 깨지기 쉬워 최근에는 고분자재료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압전재료로 만들어진 센서는 촉각 온도 및 변형량 감지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열발생이 거의 없으므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광섬유(optical fiber)는 빛을 전달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것은 유리성분인 고순도 실리카에 전반사를 일으킬 수 있는 반사층을 코팅한 후 섬유형태로 가늘게 가공한 재료다. 이 재료를 응용한 감지장치는 다양한 외부자극을 받은 광섬유를 통과해 흐르는 빛의 특성변화를 측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광섬유감지장치는 다른 감지 기술에 비해 양호한 감도, 기하학적인 다양성, 전자파 방해가 없는 점, 매우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 다수의 신호를 전송하는 능력, 적은 손실과 전력소모 등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광통신의 전송 및 수신, 광변조 부품과 내시경 등에 사용되고 있다.

자왜재료(magnetostrictive material, MS)는 자기장의 변화에 따라 재료의 변위가 변화하는 재료인데 압전재료의 기능에서 전기를 자기로 바꾼 것만 다를 뿐 나머지는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자왜재료는 음향탐지, 초음파신호 전달, 세척, 의료용 초음파진단기 등에 사용되었으며, 니켈-코발트(Ni-Co) 니켈-철(Ni-Fe) 철-코발트(Fe-Co) 등의 금속계와 페록스큐브(Ferroxcube)라 불리는 세라믹계가 주로 이용되어 왔다. 80년대 들어 초자왜특성을 나타내는 터븀-철(Tb-Fe)합금인 터페놀(Terfenol)이란 재료가 개발되어 최근 엑추에이터와 센서에 응용되고 있다. 이 재료의 장래 주요 응용제품으로는 컴퓨터 프린터, VTR의 제어부품, CD의 초점제어부품, 로봇의 기능부품, 자동초점 카메라의 구동부품 등을 들 수 있다.

미래의 응용분야

오랫동안 과학기술자들은 인간과 유사한 기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탄생한 대표적인 제품이 로봇과 생체대체구조체다. 로봇이 완전히 컴퓨터와 기계장치로 구성된 제품이라면 생체대체구조체는 인체와 기계를 조합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분야는 아직 유년기에 있지만 장래에는 여러 분야의 과학기술이 접목되어 고도로 지능화된 시스템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여기서 스마트재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앞으로 지속적인 개발이 추진된다면 만화에 등장하는 우주소년 '아톰'과 같은 고도의 지능형 로봇이나 몇해 전 TV의 인기드라마였던 '6백만불의 사나이'나 '소머즈'와 같이 인체의 손상된 부분을 생체와 유사한 기계로 대체한 제품이 개발될 날이 멀지않아 올 것이다.

스마트재료는 현재 항공기 및 일부 고성능 전자제품에 한정되어 응용되고 있으나 장래에는 인간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 폭넓게 응용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스마트재료는 환경적인 자극으로 인한 변화에 대응, 지능적으로 특수한 기능을 선택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가질 것이다. 예를 들면 미래의 혁신적인 스마트재료들은 인체조직과 같이 환경적 변화를 스스로 보상하는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유기체의 특성 또는 능력을 보일 것이다. 아울러 스마트재료들은 자가진단 자가치료 자기증식 자기약화 및 자기학습 등과 같은 지능적인 능력을 갖출 것이다. 뿐만아니라 미래의 도전과 사명을 예감하는 능력과 스스로 인식하고 판별하는 능력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재료의 개발은 자동차 우주 항공 방위산업 생체의료소자 첨단생산 로봇 산업기계 스포츠용품 정밀계측기 고속도로 건축 및 교량 등의 광범위한 산업들을 자극함으로써 우리 생활의 모든 면을 현저히 향상시킬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국방부는 최근 스마트재료 및 구조에 관한 기술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RPI(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에 의뢰하여 압전재료 전자유동유체 형상기억합금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케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기본목표는 스마트재료의 정확한 물질특성 규명, 능동구조들의 운용체계 마련, 진동 및 형태 제어, 손상의 감지 및 완화 실현에 두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선의 진동제어 및 제진기술개발에 스마트재료를 이용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항공기회사들은 비행기의 날개형태제어, 헬리콥터의 소음 진동의 제어 등을 위해 자왜재료를 이용한 액추에이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항공산업협회(AIA) 산하의 NCAT(New National Center for Advanced Technologies)가 지원할 10대 기술에는 스마트재료와 이를 이용한 스마트엔진, 전자부품과 센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형상 기억합금 제조기업중 SMAI사(社)는 고강도 플라스틱 니티놀제품을 혈관속에 넣을 수 있는 의료용으로 개발하였고, MSP사는 봉합앵커, 다른 기업들은 내시경 바스켓 요도관 등을 개발하여 특허출원하고 있다.

미국의 연구자들은 실리콘 마이크로 액추에이터를 대체하기 위해 스마트재료의 연구를 수행중이다. 수중음파탐지기 무선음향기 마이크로폰 등에의 응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래에는 청력의 보조, 음향녹음과 비디오카메라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본은 현재 일반용 형상기억합금과 전자부품용 압전재료분야에서 구미를 능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요타 및 닛산자동차 회사를 중심으로 전자유동유체(ERF)의 응용에 관심을 두고 있다. 페인트의 두께와 흐름을 제어하는 ERF, ERF를 응용한 질량 플라이휠 등은 닛산자동차의 특허다.
유럽의 두 회사(Feredyn사와 Thompson-CSF SA사)는 트랜스듀서(transducer)용으로 자왜재료를 응용하는 특허를 출원하였으며, 이것이 수중음파용으로 적합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또 독일의 핵연구소는 마이크로모터용 미세소자에 스마트재료의 응용을 검토하고 있다.

센서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도움받아

스마트재료는 다른 재료와 복합화되고 소자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으므로 스마트구조를 어떻게 만드는가가 매우 중요한 기술적 관건이 된다. 현단계에서 스마트재료의 구조에 관한 연구는 진동을 제어하고 기하학적 형상을 크게 변화시키며 손상을 평가하는 방안 등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목표가 돼 있으며 액추에이터나 센서 시스템의 하나만을 합성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

현재의 스마트구조는 적층판 내에 전자유동유체 압전체 형상기억합금 광섬유 등의 액추에이터들을 삽입하여 첨단의 복합적층판으로 제조되고 있다.
 

(그림3) 전자유동유체에 전기가 가해지지 않는 경우에 나타나는 스마트구조의 진동특성


(그림 3)에는 전자유동유체에 전기가 가해지지 않은 경우에 나타나는 스마트구조의 진동특성, (그림 4)에는 전기가 가해진 경우를 나타내고 있다. 두 그림을 비교해 보면 구조의 진동 진폭과 주파수가 역동적으로 변화함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이 이른바 스마트구조다. 따라서 자율적으로 진동을 제어하고자 할 때 스마트재료를 응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구조를 보이는 재료로는 압전체 형상기억합금 광섬유 등이 있다. 그중 압전체는 진동을 제어하거나 소폭의 형상변화, 형상기억합금은 큰 폭의 형상변화를 얻고자 할 때 요구된다.

또 광섬유는 진동특성과 손상을 감지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광섬유는 소형 항공기 및 우주산업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4) 전자유동유체에 전기가 가해진 경우


차세대의 스마트구조는 하이브리드 작동(hybrid actuation) 및 감지(sensing)기술 면에서 현재보다 훨씬 탁월한 특성을 보유하고, 소형으로 모양이 다양한 혁신적인 구조를 가질 것이다. 이 구조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역동적이고 가변적인 작동시스템과 연결된 센서들의 지시를 받아 말그대로 스마트한 특성을 발휘할 것이다.

(그림 5)는 스마트재료로 만든 항공기날개의 진동특성을 제어하는 방법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장착된 센서들은 스마트구조의 이상유무를 계속해서 관찰한 뒤 적절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주임무다. 이 센서의 신호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제공되어 항공기날개가 최적의 설계조건대로 작동되도록 할 것이다. 항공기날개에 장착된 광섬유 감지시스템은 스마트구조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전기간 동안 날개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평가할 것이다.
 

(그림5)스마트재료로 만든 항공기 날개의 진공특성을 제어하는 방법. 날개를 9개의 부분으로 나눈 뒤 각각의 부분에 센서를 장치한다.


스마트구조의 미래는 재료과학, 재료설계 및 제조, 생체모방, 인공지능, 나노기술(nano technology, 나노는 ${10}^{-9}$을 가리킨다) 및 신경망 등과 같은 기술들의 진보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현재의 스마트재료는 제작자의 의도를 수동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데 반해 미래의 스마트재료는 센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예는 헬리콥터의 로터(rotor, 회전날개)분야에서 이미 활용이 시사되고 있지만 장래에는 자동차 무기 건축물 첨단산업공장들과 같은 여러 분야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점에서 21세기의 초반은 과학자들이 스마트재료를 합성하기 위해서 생체시스템으로부터 많은 정보를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며, 새로 태동하는 첨단기술의 발전과 그들의 상호연계는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재료를 바라는 인간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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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희중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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