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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초 미국 유타대학의 폰즈와 플래이시먼이 상온에서 핵융합이 가능하다고 발표, 과학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지만 그 현상을 설명하는데 실패해 한차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핵분열을 이용한 기존 원자로의 결점을 보완해줄 고속증식로와 핵융합로의 모습이 21세기 중반 우리 앞에 등장할 것이다.

우라늄과 저속의 중성자를 이용하는 기존의 원자로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면서도 소모되는 양보다 더 많고 또 더 좋은 연료를 만들어 내는 고속증식로는 차세대의 원자로라고 말할 수 있다. 고속증식로는 속도가 빠른 중성자를 이용하고 많은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현재의 원자보다도 더 어려운 기술을 요구한다.

현재 원자로 속에서는 우라늄 235에 의한 핵분열만 일어난다. 이에 반해 고속증식로의 원자로 속은 훨씬 더 복잡하다. 가운데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핵분열이 일어나고 그주위를 둘러싼 '증식영역'에서는우라늄이 고속의 중성자를 흡수해 새로운 연료인 플루토늄 239를 만들어낸다. 고속증식로의 운전이 훨씬 더 어려울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보통 원자로는 중성자의 속도를 늦추고 원자로에서 생긴 열을 이동시키기 위한 매개체로 물을 사용한다. 하지만 고속증식로에서는 고속의 중성자를 그대로 유지시키고 높은 온도에서도 끓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사용한다. 액체 나트륨은 고속증식로에서 사용하기 아주 좋은 매질이지만 다루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액체 나트륨은 화재가 발생하기 쉽고 또 물과 반응에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속증식로에서는 액체 나트륨이 원자로 속에서 생기는 열을 빼앗아 '중간열교환기'라는 장치에서 완전히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2차 나트륨에게 전달한다. 2차 나트륨은 증기발생기 속에서 수증기를 만드는 일을 한다. 중간 열교환기가 원자로와 함께 같은 용기속에 있으면 풀(Pool)형 고속증식로라 하고, 제각기 다른 곳에 있으면 루프(Loop)형이라 한다. 세계적으로 대형 고속증식로는 풀형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60, 70년대는 미국의 EBR, 영국의 DFR, 프랑스의 랩소디 등 실험용 고속증식로들이 건설, 운전되던 시대였다. 7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의 슈퍼피닉스를 비롯, 서독의 SNR-Ⅱ, 일본의 몬주 등 실증 고속증식로들이 건설 운전되기 시작했다. 실증 고속증식로의 운전을 통해 문제점을 모두 해결해야 전기를 생산하는 상업용 고속증식로를 건설할 수 있다. 상업용의 안전한 고속증식로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려면 앞으로도 2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2025년 경에야 비로소 차세대원자로인 고속증식로가 우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강대국들이 앞다투어 원자폭탄을 개발할 때 미국은 원자폭탄보다 더 위력이 큰 수소폭탄을 제조했다. 수소폭탄은 태양의 연소과정을 파헤치던 베테의 핵융합 이론을 이용해 만든 폭탄이다. 핵융합은 보통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한다. 지구상의 물 속에는 막대한 양의 중수소가 들어 있는데 이 중수소를 다 사용해 핵융합로를 만든다면 앞으로 1백억년 동안은 에너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핵융합의 어려운 점은 중수소와 삼중수소 핵을 서로 합하는 일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은 모두가 양전기를 띄고 있어 두 개를 합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에너지는 태양 온도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만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높은 온도에서는 모든 원자들이 핵과 전자로 분리되어 서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러한 상태를 물질의 제4상태인 '플라즈마'라 한다.

플라즈마 상태에 있는 중수소의 핵과 삼중수소의 핵이 서로 합해지려면 프라즈마를 일정한 용기 속에 가두어 두어야 한다. 그리고 핵융합 반응이 계속 일어나도록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 이처럼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옛소련의 아시모비치 교수가 만들어낸 토카막 장치다. 토카막 장치는 변압기를 이용해 플라즈마를 가열시키고 가열된 플라즈마를 도너츠 모양의 진공용기에 가두어 핵융합이 일어나도록 한 장치다.

옛소련에는 이러한 토카막 장치가 많이 있고 한국원자력 연구소에도 소형의 토카막 장치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토카막 장치를 이용해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1991년 11월에는 '제트'(JET)라는 유럽 공동 토카막 장치를 이용해 약 2MW의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핵융합로의 개발에 있어서 아주 획기적인 일이었다. 여기에 힘입어 미국 일본 러시아는 유럽 14개국과 함께 한층 진일보한 '아이터'(ITER)라고 부르는 실험용 핵융합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아이터의 건설은 1998년 쯤에 시작될 예정이다. 실험용 핵융합로인 아이터가 건설되면 핵융합로 건설 기술상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전망이다. 늦어도 2050년 경에는 꿈의 원자로인 핵융합로가 등장하여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영원히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의 고속증식로 「슈퍼피닉스 」.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현재는 가동을 멈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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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송명재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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