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미국이 일본 유럽을 추월해 완전 디지털방식의 HDTV를 90년대 후반 실현할 것이다.
'아마데무스'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등 불후의 명작을 극장에서 넓은 화면과 입체음향으로 감상하다가 가정에서 TV로 보면 감동이 크게 떨어진다. 화면이 작고 화면 양끝이 잘려지며 음향도 단조롭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영화관에서와 같은 감동으로 보고 들을 수 있게 만든 '꿈의 텔레비전'이 고선명 텔레비전(HDTV)이다. 고선명 TV는 우선 화면이 현행 TV의 가로 세로비인 4:3보다 가로방향으로 더 넓은 극장비율인 16:9다. 화면의 주사선도 현행 TV의 2배에 이르고 대역폭도 넓어져 현행 TV의 5배 정도 선명하다. 음향도 콤팩트디스크(CD) 수준의 하이파이음이 5.1채널 돌비 스테레오로 제공되므로 문자 그대로 '안방극장'이 된다.
90년대 후반부터 현행 TV 대신 고선명 TV가 우리 안방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엄청난 시장이 새로이 형성되므로 세계 유수 가전업체들이 고선명 TV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20여년 동안 고선명 TV 연구해 이미 '하이비전'이란 이름으로 하루 8시간씩 위성을 통해 방송하고 있다. 유럽도 최근 EC(유럽공동체)에 가입한 나라들이 HDMAC라는 이름의 고선명 TV방식을 공동 개발해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방식은 기술적으로 낙후된 아날로그방식을 채택, 상당한 잡음과 화면떨림이 나타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HDMAC은 실용화되지 못하고 거의 포기 단계에 있다.
후발주자 미국은 완전한 디지털방식을 채택, 일본과 유럽에 비해 기술적인 열세를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GI사와 MIT가 낸 두 가지 방식, 제니스와 AT&T가 공동으로 낸 방식, 필립스 톰슨 사노프연구소 NBC방송 CLI 등이 컨소시엄을 결성해 만든 방식 등 네가지 완전 디지털 방식이 미국 표준으로 경합중이다. 내년에는 이 가운데 한가지 또는 이들의 장점을 통합한 새로운 방식이 선정돼 원래 예정했던 1995년보다 한두해 늦은 96, 97년경에 첫 전파를 쏠 계획이다.
디지털방식의 핵심은 데이터를 압축, 복원하는 기술과 전송기술이다. 원화와 원음의 데이터량이 주어진 채널의 전송량보다 휠씬 많으므로 영상은 30:1~70:1, 음성은 6:1로 압축해 전파를 내보낸다. 또 수신할 때 잡음이 섞이더라도 수신측에서 완전 복구할 수 있도록 에러정정 및 디지털 변복조기술을 사용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오디오의 LP판과 CD음질의 차이를 생각하면 알기 쉽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국내에서도 가전 4사를 중심으로 대학 연구소 방송국 등이 협력해 고선명 T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전사들은 대전 엑스포에 그간 개발한 고선명 TV를 각각 전시할 예정이다.
국내방식에 대한 논의도 현재 진행중이며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98년경 고선명TV가 첫 전파를 탈 것으로 예상 된다. 광섬유를 이용해 고선명 TV를 가정까지 전송하는 방안도 연구중이다.
2000년대에는 거실구조와 생활패턴도 크게 바뀔 것이다. 거실 한쪽 벽에 커다란 스크린을 장치해 영화관에서 처럼 고선명 TV를 투사해 환상적인 화면과 음향을 현장감 있게 즐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