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망원경은 가전제품들과는 달리 조립만 했다고 바로 사용할 수 없다. 무게균형 잡기, 파인더 시준, 극축과 광축맞추기 등 여러가지를 조정해야 한다.
천체망원경을 구입해 집으로 가지고 와서 처음 포장상자를 풀어보면 여러가지 종류의 부속품들이 많이 들어있다. 같이 들어있는 천체망원경 조립설명서를 보고 부품을 확인한 후 여러 시간 고민을 하다보면 일단 전체적인 형태는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체망원경은 일반 가전제품들과는 달리 조립만 했다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형태를 갖추는 가조립 후 무게 균형 조정, 렌즈와 반사경의 광축조정, 보조망원경인 파인더의 시준, 극축조정 등 여러가지 조정과 수정을 한 후에만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그리고 부속장치를 추가로 부착하고 장소 이동에 따라 부분적으로 또 조정을 해주어야 한다.
경위대식 망원경은 적도의식 망원경보다 그 구조 및 부품도 단순하므로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아마추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알루미늄이나 목재 삼각다리에 독일식 적도의 가대와 굴절망원경을 부착한 천체망원경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로 한다. 다른 형태의 천체망원경도 그 조립 및 조정방법이 유사하므로 약간만 응용하면 된다.
불빛이 없고 시야가 없는 곳
천체망원경의 설치장소는 가능하면 주위에 불빛이 없고 시야가 넓은 곳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지반은 망원경을 설치한 후에 가라앉는 일이 없는 단단한 땅이나 시멘트 위가 좋다. 그리고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이 적어 관측에 방해를 주지 않는 곳이라면 더욱 좋다.
그러나 천체망원경을 처음 접하는 사람 또는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밝은 실내에서 여러차례 연습을 통해 숙달되도록 익힌 후에 야외에서 본격적인 조립 조정 관측의 순서로 단계를 높여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천체관측은 주로 야간에 이루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천체망원경의 각 부품을 초보자가 완벽히 조립하고 조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습없이 바로 어둠속에서 조립하면 당황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부품을 떨어뜨려 잃어버리거나 실수로 부품을 파손하는 경우가 많다.
천체망원경의 조립과 조작에 익숙해진 후라도 주위가 밝을 때 천체망원경을 미리 관측장소로 이동하여 조립 및 조정을 해 놓는 것이 좋다. 관측을 위해 실내에서 실외로 천체망원경을 급히 이동하면 양쪽의 기온 차이로 인해 천체망원경 내부에 공기의 대류가 생겨, 상이 일그러진다든지 렌즈에 서리가 끼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래 서술한 순서대로 조립을 하되 모든 조립에서 공통적인 사항은 "절대 무리한 힘으로 조립하지 말라"는 것이다. 위치에 맞지 않는 부품을 억지로 넣는다든지 무리한 힘을 가하면, 부품이 휘거나 조임나사의 산이 무너져 나사가 헛돌게 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먼저 삼각다리를 조립한다. 3개가 한조로 되어있는 삼각다리를 넓게 펴고 다리를 삼각다리 부착볼트(볼트와셔 나비너트 등)로 살짝 고정시킨 상태에서 삼각형의 접안경 놓임대나 연결줄을 부착한다. 그후 삼각다리의 각도를 팽팽하게 벌려 세운 후 모든 조임부를 완전히 조여 고정시킨다.
이때 천체망원경을 놓을 장소가 굳은 땅이나 시멘트처럼 단단하다면 문제가 없지만 무른 흙이나 모래위 같은 곳에는 다리의 날카로운 끝이 계속 땅을 파고드는 수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설치할 수 없다. 장소선택의 제약 때문에 할 수 없이 무른땅에 꼭 설치를 해야 한다면 먼저 다리를 놓을 부분에 시멘트 벽돌이나 넓은 합판 같은 단단한 것을 받쳐준 후에 다리를 설치하도록 한다.
다리를 고정시켰으면 다음 다리의 윗부분에 가대부분을 조심스럽게 올리면서 다리와 가대의 연결부분을 조립한다. 가대는 수직상태에서 무리한 힘을 가하지 말고 위에서 아래로 넣어야하며 그 형태에 따라 구멍을 정확히 찾아 넣은 후 완전히 고정시켜야 한다.
다리 위에 몸통인 가대를 조립했으면 무게균형추의 축을 가대에 부착한다. 무게균형추의 축은 그 형식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축을 나사식으로 끼워 조립한 후 고정볼트로 다시 풀리지 않도록 조이게 돼있다.
무게균형추 축의 부착이 끝났으면 무게균형추를 조심스럽게 양손으로 들고 축에 넣어 축의 중간 정도 쯤에 고정볼트로 고정시킨다. 형식에 따라서는 축이 나사식으로 되어 무게균형추를 돌려넣는 형태도 있다. 이때 어설프게 한손으로 무게균형추를 들고 축에 넣다가 떨어뜨리거나, 무게균형추의 고정손잡이를 꽉 조이지 않아 떨어뜨리면 발이나 손에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망원경의 경통을 부착하기 전에는 반드시 균형추가 결합돼 있어야 한다. 순서를 바꿔 경통을 먼저 결합하면 자칫 경통의 무게 때문에 경통부가 순간적으로 회전하며 마운트와 부딪쳐 손상을 입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무게균형추까지 부착했으면 적경 적위 고정장치를 완전히 조이고 유연한 축으로 되어 있는 적경 적위 미동장치(보통 '플렉시블축'이라고 한다)를 부착한다. 이때 미동장치는 보통 축의 양쪽 어떤 방향에서도 고정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적경미동장치와 적위미동장치가 망원경의 뒤쪽에서 보아 관측자 양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위치에 고정하는 것이 양손 모두를 사용하여 망원경의 조작을 쉽게 할 수 있다.
다음 경통밴드를 풀어 경통을 조립한다. 천체망원경의 심장부인 경통 속에는 대물렌즈 등 파손되기 쉬운 정밀한 광학부품이 들어 있으므로 다른 곳과 부딪치지 않게 양손으로 받쳐가며 조심스럽게 조립해야 한다.
가대 윗부분의 경통부착밴드를 풀어 그위에 경통을 올린 다음 부착밴드를 닫고 핸들을 잠궈 고정시킨다. 다리위에 가대와 무게균형축, 무게균형추, 경통의 부착이 끝났으면 파인더라고 하는 작은 보조망원경과 기타 관측목적에 맞는 부속장치를 부착한다.
(사진3)은 조립이 끝난 천체망원경의 모습이다. 적도의식과 경위대식, 굴절식이나 반사식, 반사굴절식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르고 같은 형식이라도 제조회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인 모습 및 기능은 유사하다. 그 명칭과 용도를 정확히 숙지하도록 하자.
어떻게 조정하나
천체망원경의 형태를 갖춘 후에는 여러가지 조정을 해주어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중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무게균형 조정'이다. 천체망원경에 무리를 가하지 않고 망원경의 동작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경통 좌우간, 그리고 경통과 무게균형추 등 두개의 축을 중심으로한 좌우의 무게 균형이 맞아야 한다.
(그림 1)과 같이 경통을 지면에 수평되게 한 후, 적경축 조임을 잠근다. 그런후 적위축 조임을 완전히 풀어 개방한 후 손을 놓으면 경통이 대물렌즈 쪽이나 접안부 쪽 어느한쪽으로 쏠릴 것이다. 그러면 경통밴드 조임을 약간 풀어 경통이 움직일 수 있게 한 후, 경통 자체를 경통밴드 속에서 앞뒤로 움직여 좌우 어느쪽으로도 쏠리지 않도록 경통의 무게균형을 맞춘다. 그런 다음 경통밴드를 완전히 조인다.
경통의 무게균형을 맞출 때는 접안경이나 그외 부착물이 있으면 모두 결합해 실제의 관측상황과 동일한 상태에서 조정한다. 한번 조정을 한 후에도 망원경 사용 도중에 카메라 등 별도의 부가장치를 부착했을 때에는 관측을 멈추고 수시로 다시 조정을 해야 한다.
경통의 무게균형 조정이 끝났으면 이제 경통과 무게균형추와의 무게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주망원경을 수평으로 해 적위축 조임을 잠그고 적경축 조임을 풀어 완전히 개방하면, 경통쪽이나 무게균형추 어느 한쪽으로 기울 것이다. 무게균형추를 앞뒤로 이동하여 양쪽이 수평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파인더 시준(finder alignment)
천체망원경의 주망원경은 고배율로 관측하므로 목적한 대상을 시야 안에 찾아넣기가 어렵다. 그래서 배율이 낮고 시야가 넓은 파인더 또는 탐색망원경이라고 하는 보조망원경을 사용한다. 이 파인더는 보통 출고 당시 어느 정도 초점이 맞게 조정돼 있으나 관측자마다 눈의 상태가 약간 다르므로 그 조정방법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파인더는 주망원경과는 달리 보통 대물렌즈를 앞뒤로 이동하여 조절한 후 고정한다. 고정링을 풀고 무한대(1km 이상 떨어져 있는 지상이나 별을 보고 맞춘다)의 거리에 있는 물체를 보며 파인더의 대물렌즈셀을 돌려서 초점을 맞춘 후 고정링을 잠궈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
파인더의 초점조절이 끝나면 파인더를 주망원경에 결합하고 주망원경과 파인더의 광축이 평행하도록 시준한다. 이 조정에는 천체보다도(천체는 항상 움직이므로 시준하는데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별을 보며 미세조정을 한다) 지상의 멀리 떨어져 있는 철탑이나 불빛 등을 이용한다.
목표로서 피뢰침과 철탑을 정한 후 가대의 적경과 적위축 조임을 풀어 망원경을 쉽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그후 주망원경을 움직여가며 목표 대상물체를 망원경의 시야에 들어오게 한 후, 적경 적위축을 잠근다. 이때 가능하면 고배율의 접안경(초점거리가 짧은)을 쓴다.
다음에 파인더를 들여다 보면 주망원경으로 잡은 목표가 보통 파인더 안의 시야 어느 부분엔가 들어와 있다.
파인더의 외부에는 파인더를 움직일 수 있도록 3개의 조정볼트가 붙어 있다. 이 조정볼트를 조금씩 밀고 당기면서 목표 물체가 파인더의 십자선 교차점에 오도록 파인더를 움직여 조금씩 조정한다. 정확한 위치에 왔으면 조절나사를 고정너트로 굳게 잠궈 고정한다. 물론 지상물체를 통해 조정을 한 후에도, 본격적인 관측을 위해서는 천체를 대상으로 다시 주망원경과 파인더를 번갈아 가며 확인해 양쪽이 일치하도록 완벽히 조정해야한다.
극축 맞추기(adjustment to pole)
(그림 3)에서 적도의의 원리를 보면 적경축이 지구의 회전축과 평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망원경의 시야에 어떤 별을 집어 넣었을 때 적경축만을 하루에 1회전하는 속도로 지구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역회전시켜주면 별은 정지한 듯이 망원경의 시야 속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대단히 편리하고 또 천체관측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극축을 맞추는 것이, 즉 적경축을 지구의 축에 평행하게 맞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극축을 맞추는 방법은 다음의 순서를 지킨다.
①먼저 가대와 경통을 북쪽방향으로 놓기 위해 극축 상하 미동장치가 달려있는 쪽을 대략 북쪽을 향해 놓고 삼각다리의 높낮이를 조절해 삼각다리를 지면에 수평되게 조절한다.
②뒤쪽에 붙어 있는 극축상하미동장치의 조정나사를 돌려 적경축을 관측지점의 위도와 일치되는 경사각도로 조절한다(서울지방의 경우 약 37.5도).
③극축 좌우미동장치를 조정해 적경축을 하늘의 북극방향이 되도록 한다. 정확히 북쪽을 알기 위하여 태양의 남중시 그림자를 이용하거나 밤에는 북극성을 이용한다. 나침반을 이용할 때는 그 지방의 지자기 편차만큼 적경축을 동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서울지방의 경우 약 7.5도).
이 과정을 올바로 거쳤다면 파인더를 들여다 보았을 때 시야안에 북극성이 나타나 있어야 한다. 물론 파인더는 주망원경과 시준이 정확히 조절돼 서로의 광축이 평행해야 한다. 파인더에 북극성이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 과정 중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수평잡기, 적도의의 경사각도, 방위, 그리고 경통과 극축의 평행도와 파인더의 시준상태 등을 점검하고 원인을 알아내도록 한다. 하지만 북극성이 하늘 북극에서 약 49′(분)정도 기울어져 있으므로 북극성을 시야 중앙에 집어넣었다 하더라고 극축은 진북을 향하고 있지 않다.
진짜 북극은 (그림 4)와 같이 큰곰자리의 북두칠성 끝에 있는 η성 방향으로 약1° 가량 기울어져 있다. 파인더의 시야는 보통 약6°이므로 3°의 반경에서 1/3정도 카시오페이아자리의 ε별쪽으로 북극성을 기울인다(극축조절장치를 이용해서). 단 파인더의 시계는 도립상이므로 보기에는 큰곰자리의 η성쪽으로 기울어진 느낌이 든다.
보다 정밀하고 완벽한 극축의 수정은 시간을 두고 지속적인 관측을 하면서 행하도록 한다. 조정이 잘 됐는지에 대해서는 고배율 십자선 아이피스를 이용하여 별이 흐르는 모양을 보거나 사진관측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요즘은 쉽게 극축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극축망원경이 붙어있는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광축수정(colliminating)
광학계의 성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 광축이 틀어지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광축이란 광학계(경통)를 통과하는 빛의 중심축을 말한다. 굴절망원경은 한번 조정하여 놓으면 쉽사리 광축이 벗어나는 일이 없지만 반사망원경은 사경이 노출돼 있어 광축이 틀어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러나 광축은 초보자가 잘못 손대면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초보자는 제조회사에 문의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