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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數理)로 풀어본 '미의극치' 황금분할

현금카드 명함 소형계산기를 만들때에도 황금분할의 법칙을 자연스럽게 따르게 된다

우리가 쓰고 있는 명함 현금카드 소형계산기 등은 조형적으로 균형미와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직사각형이다. 이 직사각형의 두 변을 자로 재어 그 비율을 구해보면 대략 1.6 또는 0.6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비율의 두 변을 가진 직사각형 물건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기능적인 면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유사성은 우리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직사각형은 한 예에 불과하다. 우리 주위에는 기하학적으로 이러한 비율이 도출되는 수많은 모양의 사물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아름다운 모양의 척도로 여겨지는 비례법을 발견해 건축 등에 응용했는데 그 이후에도 이것은 비전(秘傳)돼 중세에 이르러서는 여러 분야에서 꽃을 피웠다. 이 비례법이 황금분할(Golden section)이다. 앞에서 소개한 비율은 이 황금분할의 수리적 표현으로 모든 아름다운 사물에 내재된 것이다.

처음 이 세상에 황금분할을 공개한 사람은 중세 보르냐의 루카 바티오리란 수도승인데 그는 이 황금분할을 신의 뜻에 따라 세상에 주어진 비법으로 생각해 신성비례(神聖比例)라고 이름붙였다. 또한 정신물리학의 창시자인 구스타프 베히너도 이 황금분할에 매료된 사람으로 그는 제각각 변의 길이가 다른 장방형의 물건을 늘어놓고 사람들이 어떤 것을 고르는지 실험하기도 했다. 그때 3분의 1 이상의 사람들이 비율이 0.6인 황금장방형의 물건을 집었다고 한다. 수학과 예술의 내밀적 관련성에 큰 흥미를 가졌던 요하네스 케플러도 기하학에 있어 황금분할이 피타고라스의 정리 못지않게 중요한 보물이라고 설파했다.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한 황금분할이란 대체 어떤 것인가. 과연 그것이 우주의 법칙 내지 조화에 관련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이 아름다운 비례법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갖고 살펴볼 시기를 맞고 있다. 독일의 지구물리학자 베게너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해안선이 조개 부전이 맞듯 합치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대륙이동설을 제창했듯이 고대인들이 보물처럼 숭상했던 황금분할에서 어쩌면 과학자들이 그동안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자연의 형태학적 비밀을 찾아낼 수도 있기 ○○○···
 

(그림6) 황금분할을 작도해보면…. 현금카드는 5대 8의 황금비례를 보여준다.


황금분할의 작도와 피보나키 수열

황금분할의 전형적인 작도는 (그림1)처럼 선분을 한 개의 점으로 나누고 반으로 잘린 어느 한쪽 길이의 수치를 제곱한 것이 나머지 한쪽 선과 전체 길이를 곱한 수치와 같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공식화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AP)}^{2}$=BP·AB

여기에 수치를 대입하면 황금 분할의 비율이 얻어진다.

BP : AP=($\sqrt{5}$-1):2=0.6180339···

이 비율과 관련된 아주 재미있는 수열이 있다. 그것은 아랍 숫자와 십진법을 8백년전에 유럽에 소개했던 중세 최고의 수학자인 레오나르도 피보나키(1170?~1250?)가 1202년에 완성한 자신의 저서 '주판서'(珠板書, 리베르 아바키)에서 제시됐는데, 그는 까다롭고 알쏭달쏭한 퀴즈같은 문제를 통해 그 수열을 소개하고 있다.

"만약 한 쌍의 토끼가 매달마다 한쌍의 토끼를 낳고, 태어난 그 한쌍의 토끼는 생후 두달 후부터 한쌍의 토끼를 낳기 시작한다면 1년동안에 모두 몇 쌍의 토끼가 태어나게 될까?"

이때 태어난 어느 한쌍의 토끼가 생후 두달 째가 되면 또 한쌍의 토끼를 낳으며 이들은 모두 죽지 않는 것으로 가정한다. 매달 토끼가 늘어가는 것을 숫자를 써보면 다음과 같은 수열이 나타난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이것이 유명한 피보나키의 수열이다. 이때 서로 이웃하고 있는 숫자끼리의 독특한 관계가 나타난다.

즉 1/1=1 2/1=2 3/2=1.5 5/3=1.666… 8/5=1.6 13/8=1.625 21/13=1.615… 34/21=1.619… 55/34=1.617… 89/55=1.618···

'1.618…'에서 숫자 뒤에 있는 세 개의 점은 부진근수(不盡根數)인데 이는 단지 근사할 뿐 완전히 분할되지 못하는 것을 나타낸다. 한번은 IBM 컴퓨터가 유리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4천자리까지 계산한 적이 있었다. 이 피보나키의 수열은 황금비를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이것은 또한 식물이 가지치기를 해나가면서 성장해 나가는 생명운동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식물을 포함한 자연계에는 이 피보나키 수열의 황금비를 간직하고 있는 형태가 무수히 많다.
 

(그림1) 황금분활의 전형적인 각도^△ABC에서 각 B=각 R(직각), AB=2BC라 하고 AC 위에 BC와 같게 CD를 취한다. 이때 AB 위에 AD와 같아지도록 AP를 취하면 점 P는 AB를 황금분활한다.


우리 몸과 원
 

(그림4) 꽃들도 황금분할돼 있어 아름답다.


해바라기의 화반을 형성하고 있는 씨앗들은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의 2중돌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대수(對數)적이고 등각(等角)적인 황금나선형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 나선형은 피보나키의 수열에 따른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해바라기 외에도 이같은 황금나선의 옆서(葉筮)형태는 국화꽃 데이지꽃 소나무와 전나무의 열매, 선인장 가시, 파인애플 껍질 등 많은 식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철쭉 베고니아 라일락 사과나무 등은 나선형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황금비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7) 해바라기 화반의 황금분할 구조


동물이나 곤충에서도 황금비의 공유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황금나선의 전형적인 표본으로 간주되면서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있는 앵무조개를 비롯해 게나 새우같은 갑각류, 송어 상어 홍어 가오리의 형태에서도 황금비례를 우리는 볼 수 있다. 이외에 개구리같은 양서류, 개나 말같은 포유류 딱정벌레 나비 등 곤충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그것들이 조화로운 황금률에 의해 창조됐음을 보게 된다. 모든 생명들이 황금비례적인 모습을 가지고 균형미와 조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A.D.1세기에 활동한 로마의 건축가 마르쿠스 비트루비우스가 저술한 인체척도에 대한 가장 오래된 논문인 '건축십서'(建築十書)를 보면 모든 건축물은 조화로운 인체척도에 맞추어 축조돼야 한다고 쓰여 있다. 이 말은 그보다 몇 세기 앞서 피타고라스가 설파한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명제의 연장이기도 하다. 또한 이 논문에는 잘 발달된 인간의 신체는 그 사람이 완전히 팔을 폈을 때의 길이가 신장과 같고 배꼽을 기준으로 팔과 다리가 하나의 원을 그리는 동시에 그 길이가 몸 전체를 둘러싸는 사각형을 형성한다고 적혀 있다. 신체구조와 이에 대비된 원과 사각형의 관계는 고대인을 매료시켰던 '원을 네모로 에워싸는 형태'의 전형적인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다. 고대인들은 원을 하늘 위에서 돌아가는 궤도의 상징으로, 사각형을 지구의 상징으로 여기며 이 두 가지 도형을 매우 신성시했다. 이러한 원과 사각형의 개념은 고대인들의 많은 신화와 종교에 나타난다.

비트루비우스가 생각했던 이러한 인간신체의 비례개념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그림2)에서 다시 나타나게 된다. 이 그림을 보면 신체의 각 부위들이 황금분할에 근접하는 비율에 따라 형성되고 있으며 그의 인체연구가 얼마나 심오한 경지에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대수학자 루카 파치올리는 황금분할에 대해 쓴 자신의 저서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조화비에 대한 연구가 탁월한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신체의 황금비례에 대한 해부학적 접근도 시도됐는데 이를 연구한 많은 학자들은 손 발 얼굴 몸통 나아가 세포나 신경수준에 이르기까지 조화로운 황금비 내지 이에 근접한 비례가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발레리나의 무용동작같은 인간신체의 움직임도 황금분할적 공간 속에서 표현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나아가 벌이나 돌고래같은 동물의 집단행동에서도 많은 학자들은 황금분할의 조화를 찾아내고 있다.

이렇듯 만물의 형태나 움직임을 아름답게 재단하는 것처럼 보이는 황금률에서 우리는 우주의 어떤 공통된 질서나 조화를 느끼게 된다. 이는 카오스(chaos)적 우주가 자기상사(相似)적인 어떤 내재된 질서를 갖고 있다고 하는 프랙탈(fractal)이론을 발표, 세인의 관심을 끈 폴란드 태생의 수학자 만델브로트가 우주만물에 대해 품었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림2)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표현한 인간신체


음악에도 활용돼
 

(그림3) 르네상스시대의 화가인 알브레크드 듀러가 그린 조화척(調和尺)을 이용한 인체비율 그림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라고 누군가가 말하기도 했지만 자연에 내재된 황금비의 아름다움이 예술의 각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483년에 그린 '암굴의 성모'는 두 개의 원을 이용, 정확한 황금분할 구도에 따라 그려진 대표적 작품이며 알브레크드 듀러가 16세기에 그린 '요한계시록 제 6의 봉인'도 황금장방형 구도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근대 후기 인상주의의 대가인 폴 세잔과 조르쥬 슐러 등에까지 황금분할의 비법은 내려져온다.

건축조각 분야에서는 비트루비우스와 같은 건축가들에 의해 가장 먼저 황금분할이 적용되고 응용됐다. 대표적인 황금비례를 갖춘 건축물들을 소개하면 마치 그 옛날에 망원경으로 측정해 축조했는 듯 놀라운 정밀함을 보여주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키레네의 아프로디테여신상, 잠의 여신 힙노스의 머리상,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 프리엔의 아데나신전, 로마의 콘스탄틴 개선아치, 로마의 콜로세움 등이다.

황금분할은 조형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음악과 같은 소리의 아름다움에서도 나타난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인 베라 바르토크는 황금비를 향한 피보나키수열의 내밀적 긴장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예술형식은 회화나 건축보다는 시간성과 관련짙은 음악일 것이라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기초로 황금비례를 이용, 작곡을 시도했다. 그는 음소절에 피보나키수열에 따른 대위법적 음계를 써서 장조와 단조의 단아한 화음을 만들어냈고 템포의 조절로 피보나키적 긴장감을 표현했던 것이다.
 

(그림5) 피아노 건반의 황금 비례. 2:3=0.666…, 3:5=0.65, 5:8=0.625, 8:13=0.615의 관계를 보여준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

지금까지 소개한 것 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황금비례를 갖춘 것들이 무수하다. 그 조형적인 아름다움이나 무형의 조화로운 내밀성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예술가들이 이 황금비례법을 이용해 여러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들어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반면 과학자들로부터는 그다지 사랑받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황금분할을 예술적인 비례로만 여기는 까닭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 과학기술의 급속한 진보, 특히 컴퓨터의 발달로 과학과 예술이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이 두 분야가 서로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과학과 예술 사이의 다리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델브로트의 프랙탈이론이나 컴퓨터그래픽 등은 아날로그한 측면이 강한 예술세계에 디지털적인 충격을 주었고 디지털화되지 않는 것은 비과학적 영역으로 치부했던 과학자들이 예술의 본질적 측면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과학과 예술이 공유하고 있는 어떤 경향 내지 질서를 이제 과학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생물학의 한 영역인 형태학(morphology)으로 들어가면 자연의 질서와 미를 발견하고 이를 작품 속에서 추구하는 예술가나 과학자의 입장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소용돌이를 형성해 나가는 고사리의 줄기나 소라껍질, 식물의 가지치기, 눈의 다양한 결정들, 나아가 거대한 나선형 성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하나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황금분할이다. 황금분할을 마주 대했을때 마치 하나의 주제가 끝없이 변주되는 웅장한 관현악곡을 듣고있는 느낌이라면 다소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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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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