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새 생명의 요람, 겨울눈의 세계

식물들의 월동전략

아린으로 둘러싸여 있는 말오줌나무의 눈


가을산천을 수놓은 형형색색의 단풍이 다 떨어진 후 식물들은 추위를 견디기 위한 겨울눈 보호작전에 들어간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은 단풍으로 물들면서 낙엽이 돼 떨어져 버린다. 단풍을 보고 사람들은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사실 단풍은 나무들이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준비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에 불과하다.

서리가 내리고 서늘한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불기 시작하면 나무들은 그 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몸의 일부를 과감히 잘라버리는 아픔으로 닥쳐올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다.

앙상하게 바싹 마른 가지에서는 여름철의 그 우람하고 싱싱한 기상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무종류도 구분하기 힘들다. 그러나 시골사람들은 겨울철에도 나무들을 잘 식별하는 것을 우리들은 종종 볼 수 있다.
 

(그림) 단풍나무의 가지


새로운 탄생을 준비

겨울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수형(樹型)과 겨울눈의 특색이 나무에 따라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자주 본 사람은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잘 관찰해 보면 군데군데 돌기같이 불쑥 불쑥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식물의 눈(芽)이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돌기처럼 보이지만 안에는 내년 봄에 나올 나무의 어린잎과 꽃술이 짜임새 있게 차곡차곡 접혀져서 아린(芽鱗)이라는 물질에 포근히 싸여 겨울동안 추위로부터 보호받는 것이다.

가지 맨 끝에 달린 눈을 정아(頂芽)라고 하는데 정아는 줄기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줄기 위로 올라 온 양분을 혼자서 독차지 한다.

그러나 어떤 종류는 정아가 형성되지 않아서 환경조건이 허락하는 한 성장을 계속하다가 갑자기 날이 추워지면 끝이 말라 죽게 되는 것도 있다. 겨울눈에는 정아 말고도 잎겨드랑이에 난 측아란 것도 있는데 정아보다 작다.

겨울눈을 추위로부터 보호하는 아린은 잎이나 착엽이 변한 것으로서 겨우내 자기의 임무를 완수한 후 봄에 눈이 트면서 아린흔(芽鱗痕)을 남기고 떨어지게 된다. 이것으로 가지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잎이 가지에서 떨어진 자국을 엽흔(葉痕)이라고 하는데 엽흔은 크기와 모양이 종류에 따라 다르다.

각 엽흔의 표면에는 뿌리에서 줄기를 통해 잎속으로 수액을 운반하던 파이프가 잘라진 흔적이 있는데 이것을 관속흔(管束痕)이라고 한다. 관속흔의 수는 1~30개이며 관속흔의 수와 배열은 식물을 식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두릅나무 종류가 관속흔이 가장 많으며 그 모양도 뚜렷하고 어떤 나무는 관속흔이 있는 둥 마는 둥 한 것도 있다.

줄기 표면에 있는 불규칙한 점을 피목(皮目)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가지의 통기(通氣) 작용을 해준다.

칠엽수같은 나무는 겨울눈에다 끈끈한 부동액(不凍液)같은 것을 발라놓아 어는 것을 방지하기도 하고 붉나무 같은 종류는 겨울눈에 솜같은 보드란 털로 두껍게 덥어서 보호하기도 한다.

가래나무의 엽흔은 꼭 죽은 말머리 같이 우습게 생겨서 언손을 호호 불어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들에게 한때의 즐거움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겨울눈이라고 모두 아린으로 싸여 있는 것은 아니다. 분단나무와 같이 아린없이 그냥 어린잎으로 겨울을 나는 것도 있는데 이런 것을 나아(裸芽)라고 한다.

지금까지 살펴 본대로 나무들은 겨울을 무사히 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피나는 노력으로 어린눈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아린없이 어린잎으로 겨울을 나는 분단나무의 나아
 

199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용현 회장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산림·작물·원예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